대우조선해양(21,700원 ▲ 1,150 5.6%) 하청노조 파업이 지난 22일 일단락되면서 KDB산업은행 책임론이 부각되고 있다.
22년째를 맞는 산은의 대우조선 관리가 근본적인 원인 아니냐는 의견이다.
산은 관리 하에서 공기업처럼 변한 대우조선이 기업 경쟁력을 잃어가고, 노무 및 인사 관리에서도 심각한 결함을 안게 됐다는 것이다.
산은이 관리에 나선 기업 중 제대로 턴어라운드에 성공한 기업이 적은 데에는 산은 관리 체제가 근본적으로 결함이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두산중공업, HMM 등 성공 사례로 꼽히는 몇 안 되는 기업들도 ‘산은 때문에’가 아니라 ‘산은 관리에도’ 되살아났다는 얘기다.
◇ 하청 의존도 높인 대우조선…내부통제도 안 돼
대우조선 하청 노조의 요구 사항은 사실 꽤 간단했다.
2016년 이후 상여금이 없어지고, 주 52시간제 도입으로 초과근로가 어려워지면서 줄어든 임금 30%를 ‘정상화’ 해달라는
것이었다.
조선업은 신규 사업으로 해양플랜트 수주에 열을 올리던 지난 2014년 근로자 수가 20만명에 달했지만, 도리어 대규모 부실만 야기하고 컨테이너선 등의 수요가 줄면서 2021년 9만2000명으로 줄었다.
경영난에 부딪힌 조선사들은 직접 고용을 줄이고 하청 비중을 높였다.
하청 근로자 임금도 큰 폭으로 삭감됐다.
그러다 이제 수주 호황으로 주문이 몰리자 쌓였던 불만이 폭발한 것이다.
공기업스럽게 변한 대우조선의 조직 문화는 하청 근로 문제가 파업으로 분출하게 했다.
먼저 대우조선은 비용을 줄이기 위한 편리한 방법으로 정규직 생산직 근로자 채용을 줄이고, 대신 하청에 대한 의존도를
높였다.
대우조선에서 일했던 양승훈 경남대 교수(사회학)는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등 다른 회사와 비교해 생산 과정에서 하청 근로자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3월 말 현재 대우조선 직원들(사무직 포함)의 평균 근속연수는 18.7년이다. 현대중공업이 물적분할 하기 직전인 2019년 근속연수 15.2년보다 3.5년 더 길다.
그만큼 하청 근로자들이 회사에 기여한 만큼 보답을 받지 못한다는 생각을 품기 쉬운 환경이 조성된 셈이다.
다만 정규직 근로자, 특히 설계 인력이 주인 사무직 근로자들도 임금이 깎인 건 매한가지여서 이번 파업에 정규직 근로자들이 강한 반발을 한 배경이 됐다.
양 교수는 “구조조정 외 기업 경쟁력 강화를 이끌 역량이 부족한 산업은행 관리 아래에서 긴축경영 일변도로 가 급여차가 벌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선업계에서는 선박 수요가 늘어나고, 조선업 인건비가 다른 업종 대비 낮은 상황에서 인력난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한다.
대우조선이 더 심한 인력난을 겪게 될 것이란 게 대체적인 예상이다.
대우조선이 노무 및 인사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것도 장기 파업이란 결과를 낳았다는 분석이다.
다른 회사들도 하청 의존도가 높은 것은 비슷한데, 공기업화 된 대우조선 분위기에서 누군가가 총대를 메고 적극적으로 노무 관리를 펼칠 수 없는 여건이었다는 게 조선업계 시각이다.
산은은 대우조선에 대한 조직 관리와 내부 통제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이동걸 전 산은 회장은 지난 1월 기자간담회에서 “2018년 대우조선 노사가 이면계약을 해 한 달치 월급을 그냥 가져간 적이 있다”고 말했다. 2013~2014년에는 6000억원 적자였는 데, 9000억원 흑자를 낸 것처럼 분식회계를 했다.
건조하던 해양플랜트의 총예정원사를 적게 산정하는 수법이었다.
거짓으로 꾸민 재무제표를 근거로 임직원들은 대규모 성과급 잔치를 벌였다.
◇ 낙하산 임원·졸속 매각 추진… 매수 의향 기업 없어
대우조선은 지난해 1조700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10년간 누적 순손실은 7조7000억원에 달한다. 투입된 공적자금은 11조8000억원이다.
대우조선은 이러한 상황에서 정권이 바뀔 때마다 낙하산 임원들이 내려왔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지난 2015년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의 관리·감독이 부실했고, 낙하산으로 내려온 경영진이 대단히 무책임하고 부도덕했다”고 비판했다.
그런데 지난 3월 임기를 시작한 박두선 현 사장은 문 전 대통령의 동생과 대학 동기라는 이유로 취임 전부터 낙하산 논란에 휩싸였다.
산은 출신이 2009년부터 대우조선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맡고 있지만, 분식회계도 감지하지 못한 건 이런 결국 낙하산 인사를 연줄로 청와대 등이 실질적인 의사결정권을 쥐는 구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산은의 경영 방침도 모호했다.
제대로 구조조정을 하지 않고, 또 과감하게 매각에 나서지도 않았다.
2008년 매각 무산이 대표적이다. 당시에는 대우조선이 인기가 있어서 한화, 현대중공업, GS, 포스코 등이 매수 의사를 보였다. 우선협상대상자가 된 한화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아 매각 대금 분답을 요청했다.
하지만 이를 산업은행이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무산됐다.
2019년 시작된 현대중공업과의 합병은 당시부터 이슈가 됐던 LNG선 점유율 문제에 대해 EU(유럽연합) 경쟁 당국을 어떻게 설득할 것인지 전략을 내놓지 않았고, 결국 EU의 사실상 불허 방침에 무산됐다.
여러 반대 이유 중 하나는 ‘준(準)국유기업’이라는 오해였다.
이후 뚜렷이 대우조선에 관심을 보이는 회사가 없는 것은 산업은행이 매각에 별 의지가 없고, 기업 경쟁력도 훼손됐기 때문이다.
7월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전국금속노동조합 관계자 등이 대우조선 하청 노동자의 임금및 노동조건의 개선을 촉구하며 무기한 단식농성 돌입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결국 윤석열 정부에서 분리매각설이 나오는 건 특단의 조처를 하지 않고서는 대우조선의 미래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방산과 상선·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부문으로 분할한 후 매각하자는 것이다. 기업 경쟁력이 떨어져 회사를 통째로 파는 게 여의치 않아졌다는 판단도 있다.
산은은 지난해 말 외부기관에 대우조선 경영컨설팅을 의뢰했다.
당초 3월 말 예상됐던 보고서 발표 시기는 후판 가격 변동 등의 영향으로 미뤄졌다.
보고서는 분리매각을 비롯해 다양한 구조조정 방안을 담을 가능성이 크다.
◇ 관리 약점 그대로 보여줘… 지원금 회수율 24% 밑돌아
IMF 외환위기 이후 산은은 부실기업에 자금을 공급한 뒤, 대주주 또는 채권자로 기업을 회생시키는 역할을 맡아왔다.
그런데 2008년 이후 산은 관리가 기업 구조조정에 오히려 해를 끼친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2015년 발간한 ‘부실 대기업 구조조정에 국책은행이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 2008년부터 2015년 6월까지 워크아웃을 한 상장사 31곳과 상장폐지된 회사 8곳을 분석했다.
그 결과 국책은행이 주채권은행인 기업(17곳)은 일반은행이 주채권은행인 기업보다 평균 2.5년 구조조정이 늦게 시작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거꾸로 자금 지원 규모는 컸다. KDI는 “기업에 선제적 구조조정을 요구하기보다 기업 회생에 대한 낙관적 기대에 의존해 구조조정을 지체시켰다”고 지적했다.
이렇다 보니 매각에 성공한 경우에도 투입된 자금에 비해 매각 가격이 낮은 경우가 많다.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에 따르면 산은이 2016년부터 2020년까지 구조조정을 진행한 기업 49곳의 지원총액 대비 회수율은 23.6%에 불과했다.
STX조선해양의 경우 5조4000억원이 투입되었는데 유암코-KHI인베스트먼트에 불과 2500억원에 매각이 됐다.
2조2300억원을 산업은행이 집어넣은 금호타이어를 중국 더블스타는 6500억원에 인수했다.
동부제철은 1조8600억원이 투입돼 KG그룹에 3600억원에 매각됐다.
회생에 성공했다고 평가받는 곳은 HMM, 두산중공업, 대우건설 정도다. 다만, 이들 기업에 있어 산은의 역할에 의문을 제기하는 금융권의 의견도 있다.
HMM은 해양수산부의 전폭적인 관리로 살아남았다는 평이 지배적이고, 대우건설 역시 M&A에는 성공했으나, 기업 경쟁력이 떨어졌고 헐값 매각 논란이 일기도 했다.
두산중공업은 성공적인 회생이라는 평가가 있으나, 일각에서는 정부 정책에 따른 경영상 어려움이었기에 체질개선에 빠르게 성공한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산은이 대우조선 매각에 나선다고 해도 성공하기 쉽지 않다는 게 금융권 시각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대우조선이 다시 매물로 나온다고 해도 사실 이에 관심을 보이는 매수자를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특히 강성 노조까지 있는 상황에서 과연 대우조선의 매력을 높게 평가하는 매수자는 많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산은은 “대우조선의 경쟁력 강화 방안 수립을 위한 경영컨설팅을 진행 중이며 방산부문 분할 매각을 포함한 어떠한 방안도 현재까지 논의된 바 없다”면서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강석훈 산은 회장 역시 “개별 취재 응할 수 없다”며 대우조선해양의 처리 방향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
첫댓글 엄청난 공적자금이 투입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