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다고 다 좋은 것은 아닙니다
최광희 목사
금붕어는 반짝이는 비늘을 가지고 작은 어항 속에서 살면서 우리의 눈을 즐겁게 해 주는 관상어입니다. 금붕어는 작고 여린 물고기일 뿐 누구도 먹는 생선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이런 물고기가 누군가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것도 역시 상상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지금 지구 반대편에 있는 캐나다와 몇몇 나라에서는 아시아산 금붕어 때문에 생태계에 교란이 일어나 금붕어가 아주 골칫덩어리가 되어 있다고 합니다. 생태계 교란이라면 황소개구리나 큰 입 배스같은 물고기는 몰라도 우리의 그 작고 귀여운 금붕어가 무슨 생태계에 교란을 일으킨다고 그럴까요? 게다가 금붕어 앞에 어울리지 않게도 괴물이라는 별명까지 붙었습니다.
그런데 보도에 따르면 캐나다에서 '물 만난' 금붕어는 특유의 번식력을 바탕으로 담수에 서식하는 조류를 닥치는 대로 먹어치우며 거대하게 몸집을 불린다고 합니다. 외래종인 금붕어가 재래 어종과의 먹이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면서 다른 물고기의 알을 먹어치우거나 심지어 자신보다 작은 물고기를 잡아먹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이거 자부심을 좀 느껴도 괜찮을까요? 흥미로운 점은 아시아산 금붕어가 캐나다 뿐 아니라 미국과 호주의 강과 호수도 휘저으며 최대 40㎝까지 커진 금붕어가 잡힐 정도라고 합니다. 그래서 캐나다에서는 금붕어를 제거하기 위해 지난 3년 동안 전쟁을 치렀지만 별 실효성이 없어 지금은 연못에 화학 약품을 뿌려 금붕어를 제거중이라고 합니다. http://nownews.seoul.co.kr/news/newsView.php?id=20170929601007
누군가가 기르다가 더 이상 기를 수 없는 상황이 되었을 때 죽이는 것이 불쌍해서 연못에 방류할 때는 어쩌면 살아남지 못할 것을 염려했을 것입니다. 혹시 북미대륙의 토종 물고기에게 먹히더라도 그때까지만 잘 살다 죽으라고 미안한 마음으로 방류했겠지요. 그런 금붕어가 북미대륙의 생태계를 교란하는 환경파괴자가 되었으니 방류한 사람은 그가 사는 나라에 정신적, 물질적으로 막대한 손해를 끼친 국가적인 죄인이 된 셈입니다.
언젠가부터 우리 사회는 집에서 기르는 개를 ‘가축’도 ‘애완견’도 아닌 ‘반려견’이라는 용어로 부르고 있습니다. 애완견이든지 반려견이든지 그 개가 본인에는 가족 같고 사랑스럽지만 남에게는 맹수처럼 피해를 줄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2016년 12월에 수원에서는 목줄이 풀린 ‘핏불테리어’가 지나가던 77세 할머니를 물어 다리를 절단한 사고가 있어 개의 주인이 1년 6개월 금고형을 받은 적도 있습니다.http://blog.naver.com/na00020616/221101890291 심지어 2017년 8월에 안동에서는 70대 할머니는 자기가 기르던 풍산개에게 물려 사망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이 외에도 개에게 물려 사고가 난 사건은 수없이 많습니다.
나에게 좋은 일이 남에게 피해가 되는 일은 금붕어가 국가적인 재난거리가 되거나 가족 같은 개가 남에게 맹수가 되는 일만이 아닙니다. 내 앞에 걸어가는 어떤 흡연자가 뿜는 연기 때문에 뒤에 가는 나는 계속해서 피해를 봐야 합니다. 차라리 한 곳에 서서 흡연하면 얼른 피해가기라도 하겠는데 같은 속도로 앞서 걸어가는 흡연자는 정말 심각한 공해거리입니다. 가끔 반가운 분을 만나 교제하려고 카페를 찾았는데 몇몇 사람들이 진을 치고 떠들면서 이야기를 하면 일부러 카페를 찾은 나는 대화는커녕 앉아 있기도 괴롭습니다. 그런 분들은 가서 정중히 부탁을 해 봐도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나쁘다는 말은 ‘나 뿐이다’는 말에서 나왔다고 합니다. 이것이 어원적으로 맞는지 모르지만 의미적으로는 정말 그럴듯합니다. 남에게 무슨 피해가 되거나 말거나 나만 좋으면 되는 사람은 참 나쁜 사람입니다. 꼭 경찰이 출동하는 범죄가 아니라고 남이 피해를 입는 것에 아랑곳하지 않는다면 그런 사람과 어찌 함께 살 수 있겠습니까?
일본 사람들이 금과옥조처럼 여기는 것 중에 하나는 메이와쿠 문화 즉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 문화라고 합니다. 그런 문화에 비교해 볼 때 나만 좋으면 그만이고 남이 불편한 것은 나 알바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은 거의 야만에 가깝습니다. 이런 말하면 우리나라에 36년간 폐를 끼친 일본을 두둔하느냐고 화를 내는 분이 있을지 모르지만 우리에게도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 마음자세는 정말로 중요합니다. “그래서 어쩌라고?” 하는 자세는 불한당에게나 어울리는 것입니다. 자신이 불한당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면, 나에게 좋은 것이 혹 남에게 피해를 주지는 않는지 돌아보는 마음이 절실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