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의 달
임 공 수
개미들이 컴퓨터를 짊어지고 앞다퉈
123층 롯데빌딩 계단을 두 단계 씩 뛰어오르고 있다
턱에 바치는 숨을 한 줌 씩 밀어내며
살기 위해 던지는 욕망의 그물이
강남의 네오사인을 걷어올린다
아마존 폭포에서 *판도라의 상자를 찾는 것처럼
강남의 달이 롯데빌딩 피레침에 찔려 황달색 피를 흘리고 있다 달의 눈동자가 슬프다
별들은 아황산가스에 이미 죽은지 오래다
달을 따기 위해 개미들이 삶의 허물을 벗고
밤새 27개의 비밀번호를 편집하느라 잠을 설친다
이것이 슬픔이다
불알만 달고
불나방처럼 골목에 몰려오는 탕아들
꾼들이 한 탕 해먹고 가면 개미들은 설거지에 바쁘다
강남의 빌딩을 클릭하면
강남의 달 속에 신기루가 사라진다
먹이감을 빼앗긴 하이에나저럼
개미들의 눈동자만 강남의 달을 오래도록 지키고 있다
*원주민 조상들이 침략자 스페인들에게 금은보화를 지키기 위해 폭포 밑에 던져놓았다는 판도라의 상자
그 상자를 찾기 위해 후손들이 최첨단 도구를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