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간일 2022.04.18 (월)
영종도 백년 건강길 걷다보면 더디게 핀 벚꽃 만나
▲ 바닷바람에 실려 오는 벚꽃향기가 가득한 하늘 도시 영종도 세계평화의 숲은 만개한 봄꽃으로 눈부시다.
올봄은 더뎠다. 유난히 긴 겨울을 보내고 천천히 봄이 찾아왔다. 이젠 꽃철이라고, 동네방네 꽃이 피었다고 왁자지껄하기 시작하다. 봄은 도둑고양이처럼 살금살금 왔다 간다는 말처럼 꽃철이 지나가버릴까 봐 조바심을 내며 사람들은 꽃을 찾아다닌다. 그렇게 동네마다 봄꽃들이 피고 지고 있을 때 조용히 얼굴 붉히며 봉오리를 맺고 있던 곳, 영종도 세계평화의 숲에 벚꽃향기가 바닷바람에 실려 오기 시작했다.
▲ 봄꽃 구경을 놓쳤다면 매년 일주일 정도 늦게 피어나는 곳, 숨은 듯 평온한 영종도 세계평화의 숲이 있다. 숲을 걷다가 쉬다가 숲에 머물며 자연을 누려볼 수 있는 공원이다.
숲이 도시를 품었다. 서해의 짭짜름한 바람을 막아주고 가까운 주변 공항도로의 소음과 먼지를 두 팔 벌려 막아주는 형태의 숲, 이곳의 아름다운 벚꽃길이 눈부시다.
전국 각 지역과 수도권의 봄꽃들이 끝물일 때 조금씩 피어나기 시작한다. 서해의 찬 바닷바람 때문인지 늘 이렇게 개화가 늦다. 이미 벚꽃엔딩을 알리는 도심의 천변이나 꽃축제장의 꽃들과는 노는 물이 다르다. 천천히 피어나 그 모습을 여유롭게 오래 보여준다. 도처에서 봄이라고, 꽃들이 만개했다고 유난 떨 때 나의 봄은 언제 오려나 한숨지을 일이 아니다. 영종도 세계평화의 숲길은 이처럼 느긋하게도 화사한 벚꽃길이 멋지다.
▲ 세계로 통하는 인천 국제공항이 있는 영종도 운서동에 있는 자연 친화적인 공원, 학생들의 놀이나 현장학습을 위한 공간이 준비되어 있어서 아이들이 자유롭게 노는 모습이 자연스러운 곳이다. 뿐만 아니라 넓은 잔디 위에서는 직장인이나 시민들이 평화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하늘도시 영종도는 세계로 통하는 인천 국제공항이 자리 잡은 곳이다. 이곳에 세계평화의 숲이라는 자연친화적인 공원이 조성되어 주민들의 휴식 공간 역할을 한다. 이곳은 복권기금으로 조성된 산림청 녹색자금과 인천 국제공항공사, 유한킴벌리, 인천시 중구청, 시민참여 프로그램, 녹색사업단, 러브그린 캠페인 인천공항 모금함, 정기후원금과 기업 등 여러 후원단체와 시민들의 협조로 조성된 숲이다. 이를테면 세계인이 만들어가는 숲이라고 할 수 있다. 이름처럼 세계평화의 염원을 담은 숲으로 습지와 갯벌은 물론이고 다양한 자연생태 공간을 갖추었다.
공원에 들어서면 벌써부터 자연생태 프로그램을 즐기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온다. 병아리처럼 노란 유치원 모자를 쓴 아가들이 교사를 따라가고, 생태관찰을 하는 청소년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다. 널찍한 어울림 마당에는 단체모임인 듯 젊음이 생동한다.
▲ 탐조대에서는 철새들이 모여드는 모습을 조망할 수 있다. 망원경으로 자세히 들여다보면 물 위에서 노니는 철새들이 간간히 보인다.
숲에서 행복해지는 프로그램은 이것뿐이 아니다. 안골 유수지 데크를 걷다가 개구리울음소리를 들을 수도 있고, 다양한 생명들이 공존하는 것을 느껴볼 수도 있다. 탐조대에선 망원경으로 철새 관측하며 바라보이는 유수지 위의 물새 몇 마리가 한가롭다.
▲ 숲 속 도서관 문을 열면 의외로 책이 많이 준비되어 있다. 덕분에 숲에서 책 읽는 일이 손쉬워졌다.
걷다 보면 군데군데 서 있는 숲 속 도서관의 책 한 권 골라서 벤치나 풀숲에 털썩 앉아 쉬는 나만의 시간도 특별하다. 숲길 구간별로 테마도 있다. 우리나라 전통마을숲의 개념으로 마을을 보호하고 지켜주는 성황림, 유수지를 활용한 정수림, 다양한 야외전시가 가능한 이벤트 길 등의 테마에 맞게 꾸며져 있어서 걷는 재미가 쏠쏠하다.
▲ 지역 주민들에게 자연을 가르친다. 1년 내내 프로그램이 진행되는데 요즈음은 숲에서 책 읽는 날, 손 편지 쓰는 날, 영화 보는 날 등의 일정이 준비되어 있다. 숲에선 이렇게 봄을 맞이한다.
이어지는 숲길을 걷다 보면 무당벌레 모양의 빨간색 지붕의 예쁜 전시관이 눈에 들어온다. 두드림 생태학습관에서는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다양한 산림교육프로그램의 중추 역할을 한다. 입구에는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생태교육 학습관 점자안내도가 있다. 주변을 둘러싼 꽃밭에선 튤립이 봉오리를 맺고 있는 중이다.
▲ 흙 길 따라 걷는 맛이 편안하고 특별한 곳, 숲길이 포장되지 않고 흙길이 유지되는 점이 자연과 더 어우러진다. 벚꽃시즌의 마지막 코스는 세계평화의 숲이다.
세계평화의 숲에서 가장 걷기 좋은 길은 건강백년 길이다. 영종 둘레길 1코스이기도 하다. 건강 100세를 기원하는 걷기 운동 테마길로 생태유수지를 지나고 꽃바람 부는 벚나무 즐비한 길은 약 4km로 걷기에 따라 한 시간 정도 소요된다. 때론 동굴처럼 빽빽한 숲길이 나타나서 짜릿하다. 숲 속 길을 걷는 즐거움 중에는 부드러운 자연 매트가 있기도 하지만 포장되지 않은 맨땅이거나 황톳길이다. 걷기 좋은 푹신하고 자연스러운 흙길이다. 오름길이나 내리막길의 어려움도 없다. 그저 꽃바람 맞으며 눈부신 벚꽃나무가 울창한 숲길을 걷는 기쁨을 만끽하기만 하면 된다.
▲ 벚꽃터널 아래를 걷다 보면 바다로 향해있는 길이 선물처럼 이어진다.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시원한 바닷바람과 물때에 따라 드넓은 생태갯벌이 눈앞에 있다.
벚꽃길 산책 중간쯤에 해변가로 이어지는 예쁜 구름다리가 나타난다. 옆길을 통해서 숲 밖으로 잠깐 나가볼 일이다. 다리의 지붕은 환하고 상하좌우로 탁 트인 풍경을 볼 수 있도록 뚫려 있다. 다리 건너편으로 서해의 갯벌이 펼쳐진다. 갯골의 자연생태를 눈앞에서 바라볼 수 있고 저녁 무렵이면 멋진 해넘이를 볼 수도 있다. 구름다리 위에 서면 눈앞에 장봉도와 신시모도가 보인다. 저 멀리로는 강화도 마니산도 조망하듯 보인다. 고속도로 위의 구름다리 앞뒤로는 국제공항과 영종대교를 향해서 차들이 각각 냅다 달리고 있다.
비상하는 하늘도시 영종도 세계평화의 숲, 도심 속 숲이라 믿을 수 없을 만큼 아늑하고 평온하다. 숲을 걷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치유를 받는 건강함이 다가온다. 봄날의 벚꽃 길, 초록이 울창한 여름의 숲길과 가을 단풍길을 그대로 누릴 수 있는 곳이다. 바빠서 놓친 벚꽃을 세계평화의 숲에서는 볼 수 있다. 더딘 봄이 아름답다.
▲ 벚꽃 구경 후 찾아가는 맛집 동네 구읍나루터는 예부터 세상과 교류했던 관문이다. 옛 추억의 바닷가 마을에 활기찬 어시장과 핫한 카페와 맛집들이 생겨나고 있는 중이다.
■ 주변 가볼 만한 곳 ‘구읍나루터’
세계평화의 숲에서 자동차로 20분 정도 거리에 위치한 구읍나루터는 예로부터 영종도와 인천을 잇는 뱃길이었다. 영종대교가 생기기 전까지는 중요한 교통 중심지였다. 지금은 구읍나루터와 건너편의 월미도를 오가는 페리호가 운항되고 있다. 구읍(龜邑)은 나루터가 있는 마을의 형태가 거북을 닮았다 하여 구전된 말이다. 요즘은 이곳 나루터 주변에 활어시장과 카페들이 많이 생겨나서 맛집을 향해서 찾아드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중이다.
글·사진 이현숙 i-View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