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대한민국에 역사적인 해로 기록될 만하다. 한국전쟁 직후인 1955년부터 1963년까지 9년에 걸쳐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가 올해부터 55~60세 정년을 맞아 대규모 은퇴를 시작하기 때문이다. 712만명에 달하는 베이비붐 세대는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14.6%를 차지하는 거대한 인구집단이다. 언론이 최근 베이비붐 세대에 관한 보도를 하면서 특히 부각시키고 있는 것은 베이비부머들의 부실한 노후 준비다. 실제로 최근 여러 조사기관들이 내놓은 보고서를 보면, 베이비부머들의 노후 준비가 매우 취약한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삼성생명이 베이비부머 57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이들이 모아놓은 노후 자금은 월 150만원 전후인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금융 컨설턴트들이 적정 노후 자금 수준으로 제시하는 월 200만원에 한참 못 미치는 금액이다. 행복한 은퇴생활을 맞으려면 철저한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 은퇴 준비에는 크게 노후 자금을 준비하는 ‘재무적(財務的) 준비’와 여유시간을 보람있게 보내는 방법을 미리 생각해두는 ‘비재무적(非財務的) 준비’가 있다. 은퇴생활을 성공적으로 이끌어가려면 재무적 준비와 비재무적 준비를 모두 잘 해둬야 한다.
베이비붐 세대가 앞으로 유념해두어야 할 미래사회의 환경 변화, 그리고 재무적 준비와 비재무적 준비 포인트를 차례로 알아본다.
01 수명 90세 시대에 맞는 은퇴설계를 하라
베이비부머들은 얼마나 오래 살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90세까지 거뜬히 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금은 인류의 평균수명이 1년에 3~4개월가량 늘어나고 있으나, 2025년쯤부터는 1년에 한 살씩 늘어날 것이라는 게 세계미래학회의 전망이다. 이런 예상이 맞아떨어진다면 현재 50세 전후인 베이비붐 세대의 수명은 90~100세 수준으로 늘어나게 될 것이다. 인류의 수명 증가에 대해 낙관론이 나오고 있는 것은, 사람들이 건강하게 늙어가는 ‘건강한 고령화(healthy aging)’ 현상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건강한 고령화란 인구집단이 고령화돼도 영양상태와 보건환경의 개선으로 예전보다 덜 아프고 더 건강하게 살게 되는 것을 말한다. 인간의 수명이 앞으로 90~100세로 늘어나면, 베이비부머들이 살아야 하는 노후 생활 기간도 그만큼 늘어나게 될 것이다. 따라서 베이비부머들은 앞으로 최소한 90세까지 사는 것을 가정하여 시간설계, 경제설계, 건강설계 등의 노후 생활 설계를 잘 짜놓아야 할 것이다.
02 고령사회 진입과 인구감소 시대에 대비하라
우리나라는 지난 2000년 노인인구 비율이 7%를 넘어서는 고령화사회(Aging Society)에 접어든 데 이어, 오는 2018년쯤에는 14%를 넘어서는 고령사회(Aged Society)에 들어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 출산율 감소의 영향으로 오는 2020년쯤부터 우리나라 인구가 감소세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국이 고령화되고 있다는 말은 ‘대한민국이 급속히 늙어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인구 감소는 장차 공장과 일터에서 생산활동에 종사할 젊은이들이 줄어듦을 의미한다. 이러한 인구고령화와 인구 감소 현상은 앞으로 우리나라 노동력의 질과 양을 크게 저하시키고, 이는 대한민국의 국가 활력을 떨어뜨리게 될 것이라고 경제전문가들은 예측한다. 한국개발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경제의 잠재성장률은 2000년대 4.6%에서 2010년대 4.2%, 2020년대 2.9%, 2030년대 1.6%, 2040년대 0.7%로 계속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경제성장률이 낮아지면 기업들이 신규투자를 꺼릴 것이고, 그 결과 돈값(금리)도 낮게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지금과 같은 ‘저금리 시대’가 오랫동안 이어질 것이라는 뜻이다. 따라서 베이비붐 세대들은 은행에 퇴직금을 맡기고 그 이자를 받아 노후 생활비를 쓰겠다는 생각은 지금부터 아예 하지 않는 게 좋을 듯싶다. 농담 같지만 ‘다 쓰고 죽을 생각을 하라’는 말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03 자산관리는 안전성과 수익성의 균형을
베이비붐 세대처럼 나이가 50줄에 있는 사람들은 은퇴일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주식처럼 고위험군의 투자비율은 줄여나가는 게 바람직하다. 투자가 크게 잘못되면 노후 자금 조달 계획에 중대한 차질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나이가 50대를 넘어서면 자산을 무리하게 증식하는 것보다는 그동안 모아놓은 재산을 보존하고 균형 잡히게 재조정하는 은퇴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투자 위험성이 높은 자산을 점차 줄이고, 그 대신 안전성이 높은 자산 쪽으로 투자의 중심을 단계적으로 이동해나간다.
나이가 많아질수록 자산 운용에 따르는 기대수익률을 낮춰나가야 한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30~40대의 나이엔 연간 10% 이상의 수익률을 기대했다면, 50대엔 기대수익률을 7~8% 선으로 낮춰 돈을 굴리라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이미 은퇴를 한 베이비붐 세대들은 보유 금융자산에서 주식투자 비중은 20~30% 이하로 줄이고, 확정 고금리를 지급하는 상호저축은행의 정기예금, 안전성이 높은 채권형 펀드의 비율을 늘려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04 부동산 보유 비중을 점차 줄여나가라
베이비붐 세대는 부동산 가격 상승기를 살았기 때문에 부동산에 대한 신뢰감이 매우 높다. 노후 생활도 부동산 임대 수입이나 부동산 투자 수입에 의존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그러나 부동산에 대한 지나친 믿음은 이제 줄여나가는 게 좋다. 일반적으로 주택을 가장 적극적으로 구입하는 연령대는 30~50대 그룹이다. 30대는 결혼을 하여 첫 아이를 낳을 때쯤 주택을 처음 구입한다. 이때는 가족 수가 많지 않기 때문에 소형 주택이 주류를 이룬다. 그러나 아이가 중·고등학교에 진학하는 40, 50대 중년이 되면 소형 주택을 팔고 중대형 주택으로 이사를 가는 트렌드를 보인다. 그래서 30~50대 인구 그룹이 늘어나면 주택가격이 상승세를 타고, 30~50대 인구 그룹이 줄어들면 주택가격이 하락세를 탈 가능성이 높아진다.
우리나라의 경우 35~54세 인구 그룹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1년에 최고치를 기록한 다음, 2012년부터 완만한 하락세로 돌아설 전망이다. 이런 점에서 국내 부동산시장은 앞으로 오를 가능성보다 하향 안정세를 보일 가능성이 더 커 보인다. 따라서 고령사회에서는 확실한 투자 상품이 아니라면, 가급적 부동산투자는 자제하는 것이 좋다. 특히 노후 준비 자금으로 부동산투자에 나서는 것은 금물이다.
05 주거하는 주택의 평수를 줄여라
은퇴 생활자들을 어렵게 하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부동산 관련 세금이다. 소득원이 끊기면 소득세는 더 이상 낼 필요가 없으나, 부동산은 그렇지 않다. 주택이나 상가, 오피스텔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죽을 때까지 세금을 내야 한다. 특히 세금이 퇴직자들에게 더 큰 부담이 되는 것은 주택관련 세금, 즉 재산세 때문이다. 주택에 부과되는 재산세는 2006년부터 대폭 올랐다. 정부가 세액을 결정하는 공시가격과 과표적용률을 크게 올렸기 때문이다. 특히 9억원 이상(주택공시가격 기준)의 고가주택에 거주하는 은퇴자들은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의 종합부동산세를 추가로 내야 하기 때문에 세금 부담이 더욱 커진다. 따라서 은퇴생활자들은 큰 평수의 아파트에 살기보다는 작은 평수의 아파트로 이사를 가서 생활하는 게 부동산 세금을 절약하는 방법이 될 것이다. 여기에 아파트 관리비도 덤으로 줄어들고, 도시 외곽으로 이사를 갈 경우엔 큰 목돈을 손에 쥘 수 있는 일석삼조(一石三鳥)의 효과를 얻게 될 것이다. 예를 들어 서울지역 30~40평대 아파트를 팔고 수도권 위성도시에 있는 20~30평대 아파트로 이사를 가면, 2억~4억원의 노후 자금을 거뜬히 마련할 수 있다.
06 운동과 소식으로 노후 건강을 유지하라
사람들은 오래 살기를 꿈꾼다. 그러나 오래 산다고 다 행복해지는 것일까. 몸이 불편해 5~10년씩을 침대에 누워서 보내야 한다면, 또 노후에 소일거리를 찾지 못해 집에서 하루 종일 TV만 바라다보며 지낸다면 그것이 행복하다고 할 수 있을까. 중요한 것은 ‘얼마나 오래 사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건강하게 사느냐’이다. 어떤 나라의 국민이 건강한가를 따질 때 평균수명을 자주 비교한다. 그러나 평균수명으로는 삶의 질의 변화를 측정하는 데 한계가 있다. 오래 산다는 것이 반드시 건강한 삶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진 개념이 ‘건강수명(health expectancy)’이다. 평균수명이 ‘사람이 태어나서 그냥 생존하는 기간’을 가리킨다면, 건강수명은 ‘질병에 걸리지 않고 건강한 상태로 살아가는 기간’을 말한다. 따라서 건강수명은 삶의 질을 따지는 건강지표라고 할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 조사 보고서(2005년)에 따르면, 한국인의 평균수명은 78.6세, 건강수명은 68.6세이다. 건강수명이 평균수명보다 10년 더 적은 것이다. 한국인의 삶이 보다 건강해지려면 이 격차가 좀 더 줄어들어야 할 것 같다. 건강수명을 늘리려면 젊어서부터 운동을 꾸준히 하고, 소식(小食)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
07 생활습관을 바로잡아라
그러면 어떻게 해야 더 건강하게 살 수 있을까? 사람이 얼마나 건강하게 사느냐는 70% 이상이 본인의 책임에 달려 있다. 보건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수명의 30%만 유전과 관련 있고, 50%는 개인의 생활방식(life style), 나머지 20%는 개인의 경제적·사회적 능력이 좌우한다고 한다. 올바른 생활방식을 갖는 것이 이처럼 중요함에도 현대인들은 불규칙한 식사습관과 불균형한 영양섭취, 불규칙한 취침 등 편의 위주의 생활에 젖어 있다. 잘못된 생활습관이 오랫동안 쌓이다 보면 결국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병, 비만 등과 같은 성인병을 얻게 된다. 이런 병들은 잘못된 생활습관에서 기인한다고 하여 ‘생활습관병’이라 불린다. 생활습관병이 심각해지면 암과 뇌졸중, 심근경색증 등 생명을 위협하는 질병으로 발전한다. 통계청이 조사 발표한 ‘2008년 사망자 사망 원인 순위’를 보면, 상위권의 사망 원인들이 대부분 생활습관병과 관련이 있음을 알 수 있다. 건강하게 오래 살려면 만병의 근원인 생활습관부터 바로잡아야 한다는 뜻이다.
08 미리 준비를 한 사람이 즐겁게 산다
베이비부머들의 수명은 90세를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 60세에 정년을 맞는다고 하더라도 30년 가까이를 더 살아야 한다. 정년퇴직 후 하루 10시간가량 자유시간을 갖는다고 가정할 경우, 60세에서 80세까지 20년만 계산하여도 8만시간 이상의 여유시간을 갖게 된다.
8만시간은 초등학교에서 대학까지의 총 수업시간의 3배가 넘고, 25세에서 60세까지의 근무시간과 맞먹는 시간이다. 정년 후 맞게 되는 삶의 기간을 가볍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따라서 은퇴생활을 보람차게 보내려면 미리미리 준비를 잘 해둬야 한다.
은퇴하기 3~4년 전부터 계획표를 세우고, 계획대로 준비가 진행되고 있는지를 한 달에 한 번씩은 점검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여가시간은 어떻게 보내고, 자기계발은 어떤 방식으로 수행하고, 가족과의 관계는 어떻게 만들어나갈 것인가를 짜는 것이다. 정년 전(前)과 정년 후(後)는 삶의 방식이 달라지는 만큼 미리미리 적절한 계획을 짜둬야 한다.
실제로 이런 준비 정도에 따라 노후 생활의 충실도가 크게 달라진다. 예를 들어 평소 준비를 열심히 해둔 사람은 퇴직 후 해외에서 봉사활동을 하거나, 대학이나 대학원에 진학해 공부를 다시 할 수도 있고, 사진 촬영이나 그림을 그리며 보람 있는 여가생활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09 가족들과의 관계 복원에 노력하라
코카콜라 회장을 지낸 더글러스 태프트는 “인생은 공중에서 5개의 공을 돌리는 것과 같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태프트 회장의 말에 따르면, 이 공들의 표면에는 각각 일, 가족, 건강, 친구, 영혼이라는 이름이 적혀 있다고 한다. 태프트 회장은 “일은 ‘고무 공’이라 떨어뜨리더라도 다시 튀어오르지만, 나머지는 ‘유리 공’이기 때문에 한번 깨지면 회복되기 어렵다”고 말한다. 일에 지나치게 매진하다가 가족과의 화목을 잃어버리는 잘못을 저지르지 말라는 뜻이다.
사실 은퇴 생활의 행복은 가족과 어떤 시간을 보내느냐에 달려 있다. ‘제2의 인생’이 어떻고, ‘8만시간의 자유시간’이 어떻고 아무리 떠들어봐야 가정이 화목하지 못하면 다 헛것이다. 따라서 평소 가족과의 관계가 매끄럽지 못했던 사람들은, 앞으로 가족과 더 많은 대화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만약 은퇴 후에야 문제의 심각성을 파악한 경우라면 필사적으로 가족관계 복원에 매달려야 할 것이다.
10 자원봉사는 은퇴 생활의 기쁨이다
고령자들을 상대로 한 심리조사에 따르면, 가장 행복한 은퇴자들은 직장에서 퇴직한 후 마음껏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이 아니라고 한다.
가장 행복한 은퇴자들은 일을 계속하거나 자원봉사를 통해 그들이 속해 있는 사회에 봉사하는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봉사는 내가 가진 돈과 시간을 이웃과 함께 나누는 행동이다. 여기에서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는 부분이 있다. 자원봉사에 뜻을 가지고 있어도 돈 문제 때문에 선뜻 행동으로 옮기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럴 필요가 없다. 돈이 없으면 시간을 함께 나누면 된다. 사실 은퇴자들이 가장 많이 가지고 있는 게 시간이다. 영어를 잘하는 사람들은 영어를 가르치는 시간을, 요리를 잘하는 사람은 요리하는 시간을, 기계를 잘 만지는 사람은 기계 고치는 시간을 내어 남을 돕는 것이다. 봉사는 혼자서 할 수도 있지만, NGO(비정부단체)를 통해 하면 훨씬 효율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 미국의 경우 노인들의 60~70%가 NGO를 통해 자원봉사에 참여하고 있다. 노인 3명 가운데 2명꼴이다.
반면 우리나라 노인들의 자원봉사 참여율은 10%에도 미치지 못한다. 젊어서 자원봉사를 해본 적이 별로 없기 때문에 늙어서도 집에서 소일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따라서 노후 봉사활동에 관심이 있다면 직장생활을 하고 있을 때부터라도 조금씩 이 분야에 관심을 갖고 참여하는 것이 좋다.
첫댓글 유익한정보 감사합니다 좋은글 많이 올려주시고 항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