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해>(4막)는 1943년 9월부터 12월까지 경성(京城) 부민관(府民館)에서 열린 제2회 국민연극경연대회의 참가작이다. 함세덕의 <황해>는 극단 현대극장(대표 유치진)의 경연대회 참가 작품으로서 동년 11월 23일부터 26일까지 부민관에서 상연되었다. 당시 기록(『매일신보』, 1943.11.20)을 살펴보면 연출은 유치진이 맡은 것으로 명시되어 있으나 한 증언 자료에 의하면 사실상 작가 함세덕이 연출을 맡은 것으로 알려진다. 실제로는 함세덕이 연출을 맡았으나 경연대회 규칙상 작가와 연출자가 겸할 수 없게 되어 있는 관계로 극단 측에서 기록상으로만 연출을 유치진으로 표기하였다는 것이다.(강계식 증언, 1993.6.5.)* 영남대학교 동양어문학부 교수.
노제운 엮음, 『함세덕문학전집(2)』, 지식산업사, 1996. 552면.
증언자인 강계식 선생이 당시 <황해> 공연에서 주인공 ‘천명(天命)’ 역을 맡았기에 그의 증언을 의심하기는 어렵다고 판단된다.
누가 연출을 맡았던 간에 중요한 것은 이 작품의 상연과정에서 함세덕의 역할이 매우 컸음은 분명하다는 점이다. 유치진과 더불어 현대극장의 주요 레퍼터리 공급자인 함세덕은 현대극장의 배려로 1942년 5월경에 일본 유학을 떠나게 된다. 그리고 약 1년여 동안 일본의 극단 전진좌(前進座)에서 연극 기술(연출 및 무대기술)에 대해 공부하고 돌아온다. 귀국 직후에 바로 개최된 제2회 연극경연대회에 발맞춰 그가 쓰게 된 작품이 <황해>이다. 그러니까 <황해>는 그가 일본 유학체험을 통해 얻은 연극 기술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식견이 배어있는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황해>는 함세덕이 기왕에 쓴 바 있는 <무의도기행>(『인문평론』, 1941.4. 2막)을 개작한 것이다.(물론 <무의도기행>도 <동어의 끝>(『조광』, 1940.9)에서 개작이 이루어진 것이긴 하나 <동어의 끝>이 미완성작이기 때문에 두 텍스트 사이에서의 개작양상 논의는 큰 의미가 없다.) 작품의 완성도 측면에서 보면 <황해>는 <무의도기행>에 못미친다. 그럼에도 개작이 이루어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당시 연극계의 상황에서 <무의도기행>은 공연될 만한 여건이 되지 못했다는 점이다. 단막극 규모에 가까운 소품의 순수 신극이라는 점 때문에 <무의도기행>은 공연되기 어려웠다. 당시 현대극장을 비롯한 대부분의 극단들은 친일목적성이 바탕에 깔린 장막의 대중적 연극만을 주로 공연하였기 때문이다. 그것은 단지 당시 극단들의 전반적 취향의 문제가 아니고 당국과 연극통제기관(조선연극문화협회)이 요구한 ‘국민연극(國民演劇)’의 요건이 그러했던 것이다. <무의도기행>에서 <황해>로의 개작에서 친일목적성이 농후해지고 4막으로의 장막화가 이루어지는 것은 이같은 배경에서다.
그렇다면 하필 <무의도기행>이 개작의 대상으로 오른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보다도 제2회 경연대회가 열린 1943년이라는 시점이 ‘해양정신(海洋精神)’의 고취가 요구되던 때라는 점 때문이다. 당시는 해전(海戰)이 중심이 되는 태평양전쟁이 점차 가열차게 진행되고 있었기 때문에 특히 해양정신이 요구되는 시점이었다. 비슷한 시기에 일본 연극계에서도 해양극의 상연이 붐을 이루고 있었다. 해양정신이 특히 요구되는 시점에서 함세덕은 자신이 기왕에 쓴 바다 소재 희곡인 <무의도기행>을 끄집어 내어 시대적 요청에 맞게 <황해>로 개작한 것이라 생각된다.
<무의도기행>에서 볼 수 없는 <황해>의 가장 새로운 요소는 해양극(海洋劇)적인 측면이다. <황해>에서는 극중 공간이 ‘황해 바다’로 설정되고 실제로 무대에 어선 세트가 등장하여 역동감 넘치는 해양 장면이 전개된다. 어선에서 고기잡이 하는 장면이라든가, 풍랑(노대)를 만나 파선 위기에 처하는 장면 등은 이전의 한국 희곡에서는 전례를 찾기 어려운 역동적인 장면들이다. 이러한 무대적 상상력이 가능할 수 있었던 것은 함세덕이 일본 유학체험을 통해 체득한 연극 기술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식견이 그의 뛰어난 극작술을 통해 구현될 수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황해>가 ‘증산(增産)’과 ‘징병(徵兵)’이라는 전쟁 목적극의 주제를 담고 있는 친일극임에도 불구하고 주목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은 우리 근대 희곡사에서 전례없는 본격 해양극의 면모를 지니고 있다는 점, 또 거기에 발현된 연극 기술에 대한 탁월한 인식과 극작술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여기에 소개되는 자료 <황해>는 하버드대학 옌칭도서관에 소장되어 있는 공연 대본을 입수한 것이다. 필자는 하버드대학 옌칭연구소에 방문교수(Visiting Scholar)로 있는 영남대학교 철학과 최재목(崔在穆) 교수의 도움에 힘입어 본 자료를 구할 수 있었다. 하버드 옌칭도서관에는 국내에 없는 일제 말기 친일극 대본이 약 20편 가량 소장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대체적인 작품 목록과 개요에 대해서는 이미원 교수의 『한국 근대극 연구』(현대미학사, 1994)에 소개된 바 있다. 그러나 앞으로 각각의 작품에 대한 상세한 연구가 이어져야 할 필요가 있다. 필자는 그 일환으로 『한국연극학』 12호(1999.5)에 논문 「함세덕의 <황해> 연구」를 발표하였다. <황해>에 대한 보다 자세한 논의는 필자의 졸고를 참고해주기 바란다.
참고로, 공연 대본 <황해>에 대한 서지적 사항을 부기하고자 한다. 하버드대학에 소장된 대본 <황해>는 아마도 당시 총독부 검열용 대본이 아니었을까 추정된다. 그 이유는 대본 표지에 ‘芳村香道’(평론가 朴英熙의 창씨명)라는 도장이 찍혀있기 때문이다. 당시 박영희가 총독부의 촉탁을 받은 검열관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하버드 옌칭도서관에 소장된 친일극 대본의 상당수가 박영희의 검열을 받은 것으로 확인된다. 유치진의 친일극 대본 <흑룡강>의 표지에도 ‘相談役 朴英熙 先生’이라는 문구가 씌어져 있다. 또 박영호의 대본 <물새>, 김건의 대본 <신곡제> 등의 표지에도 ‘香村芳道’라는 도장이 찍혀 있다.
또 <황해>의 대본 중에 세 곳에 펜으로 삭제 표시를 한 부분이 있는데 누가 한 표시인지는 분명히 알기 어렵다. 다만 이는 검열에서 삭제당할 만한 내용은 아닌 것 같고, 작품의 정돈과정(arrangement)에서 불필요한 대사 부분을 연출가가 삭제 표시한 것으로 보인다. 이 부분은 다른 부분과 구별하기 위해 ‘이탤릭체’로 표기하였음을 밝힌다.
대본을 새로 입력하는 과정에서 표기법에 대한 다소의 고민이 있었다. 원문을 살리자니 읽기에 퍽 까다롭겠고 현대 맞춤법에 따르자니 원전(原典)에 담긴 극언어의 맛이 훼손될 것 같아 고심하였다. 그러나 작가 자신이 표현하고자 한 본래의 의도를 존중하고 또 작가 특유의 극언어의 맛을 최대한 살리는 방향에서 원칙이 정해졌다. 그리하여 대사는 오기(誤記)에 해당되는 부분, 표현이 매우 어색한 부분만 한정해 표기법에 맞도록 고치고 가급적 원문을 살리고자 했다. 또 무대지시문은 특정 부분을 제외하고는 현대 맞춤법에 맞게 표기하였다. 판독이 어려운 부분은 글자 수 마다 □표시를 하여 비워두었다.
落京의 집 앞 넓은 마당.
모진 潮風을 막기 위한 두꺼운 돌담과 부엌 一隅가 左邊에 보인다. 街道는 이 넓은 마당을 관통하고 後面 沙場으로 내려간다.
돌담을 돌아 좁은 길이 또 한 가닥.
右邊에 年輪 묵은 감나무 古木 一株 그 밑에 울긋불긋한 헝겁이 무수히 달린 祠堂.
中央 後面에는 그물과 생선이 말려있는 杭木들.
그 앞에 그물에 풀을 멕이는 동리 공동의 갈가마.
마당에는 조수에 밀려들어온 지푸락 破船 木片들을 널어 놓았다.
砂場너머는 허다한 슬픈 전설과 무한의 자원을 간직한 渺場萬里의 黃海.
바위를 때리는 파도 소리와 미끼를 찾아 몰려드는 갈매기 떼의 울음소리.
멀-리 발동선이 섬을 향해 가까워오는 煙筒 소리 등.
洞里사람들의 地曳網을 끄는 노래 소리에 幕이 오른다.
맨반바당인 男女老少가 줄을 다리며 들어온다. 돌담길로 龜區長이 들어오니 길을 비키며 인사를 한다.
龜區長 : 어델 이렇게 갔다 오나?
孔 氏 : 구장님 나오셨군요? 오늘이 한식날 아니예요?
龜區長 : 그럼 산소에 갔었나?
孔 氏 : 네, 추운데 좀 들어가시지요.
龜區長 : 괜찮으이. 천명이하구 천명 아범을 좀 보구 갈려구 왔네.
孔 氏 : 그 망할 녀석은 뭣하러 보실려구 그러십니까. 仁川서 오다가 배가 아주 엎어져서 뒈저버리구 송장이나 떠내려 왔으면 차라리 속이 션하겠수.
龜區長 : 부모 말이 등에 안 떨어진다네. 그런 악담 말게.
이때 島嶺에서 豊漁祭를 지내는 깽매기, 징소리, 장고소리 間間 대쪽을 짜개는 듯한 狂亂한 巫女의 푸닥거리 소리 들려온다.
龜區長 : (島嶺을 처다보며) 오늘 한식사리(寒食穫)들 나가나보군.
孔 氏 : 네, 그러태요. 옘평(廷平) 덕적(德積)선 벌써 선창 술집들이 포장치구 늘어서서 조기배 들오길 기대리구 있다는군요. 사방에서 몰려든 술장수, 갈보들만 삼백 명이 넘는대요. 글쎄.
龜區長 : 허-참, 좋은 세월야.
孔 氏 : 허지만 우리허구 무슨 상관요? 다-들 중선 있구 그물 가진 사람들이나 좋아할 일이죠.
龜區長 : 그리게 내 말대루 천명일랑 지원병으루 보내게. 고기잡이란 미천 없인 못해 먹어.
孔 氏 : 글쎄요?
孔氏, 마당에 말려놓은 지푸락, 木片 등을 걷어 부엌으로 나른다.
龜區長 : 글쎄요, 글쎄요 할 게 아니라 아주 딱 잘라 결정을 해버리게. 사나이가 하룰 살아두 총을 메보고 살아야 할 게 아닌가?
孔 氏 : 제 삼촌한테두 한번 의논해 봐야겠어요.
龜區長 : 아-니 자네 자식 일을 뭣 때문에 주학이한테 의논할 게 있나.
孔 氏 : 그애 공불 시킨 것두 제 삼춘이구 그앨 오늘날까지, 멕여 살린 것두 제 삼춘이거든요. 나하구 제 아버지야 명색이 부모지 무슨 힘이 있겠어요?
龜區長 : 아냐. 그럴 게 아니라 天命이가 오늘 仁川서 온다니깡 그녀석의 뜻을 알아보세. (발동 소리) 아니 仁川서 통운환 들어오는 소리 아닐까?
이때 선착장에 발동선이 정지한 소리. 기적, 경종 나직이 연기 뿜는 화통 소리. 荷物, 여객을 下陸하는 벅적한 騷擾 등. 龜區長의 딸 喜女 급히 달려온다.
喜 女 : 천명 어머니 통운환 들왔어요.
孔 氏 : 우리 천명이 내리든?
龜區長 : 천명이가?
희喜 女 : 아버지 저보세요. 천명이가 배다리에서 자꾸 안 내릴려구 하니까 천명 아버지가 그물말루 등쭐길 막 후려갈기지 않어요? 자, 빨리 가서 좀 말리세요.
孔 氏 : 에구, 애물에 자식. 내가 전생에 무슨 죄가 많어 저런 자식을 났을구?
孔氏, 喜女를 따라 砂場으로 나가려할 때 떠들썩한 騷擾와 함께 천명의 팔을 붙들고 落京과 노틀하라범 들어온다. 천명은 18세의 線病質的 兒孩.
龜區長 : 아이구. 천명이가 깡주 어른이 다 됐군 그래. 제법 시염 털이 까맣게 나구. 이것 훌륭한 지원병감이야.
孔 氏 : (아들을 청하구 보니 눈물이 펑펑 쏟아진다) 에구, 천명아.
천 명 : 어머니?
낙 경 : 송도가 망할랴구 불가사리가 났다드니 집안이 망할랴구 너같은 자식이 났나부다.
공 씨 : (울며) 인제 그만해두, 해두 내일하구. (천명의 등을 훔처갈기며) 에구 이 꼬락서니가 뭐냐. 이눔아 에미 애비두 없이 선창 바닥으루 떠돌아 댕기는 깍쟁이패두 이렇진 않겠다.
노틀하라범 : 우선 옷을 벳기구 한바탕 멱을 감기세요.
공 씨 : 희녀야, 부엌에 듸레박 들구 가서 물한 통 길어다라구
희 녀 : 네. (하고 듸FP박과 물동이를 들고 街道로 나간다)
공 씨 : 글세 이눔아 그 카마보꼬집이 싫어서 나왔으면 바로 돌아오면 되지 않냐? 집에 왔다구 에미 애비가 널 잡아 먹겠다든? 임금님두 저 싫으면 안 한다는데 그까짓 가마보꼬집 너 싫어서 그만뒀으면 그만 아니냐? 경쳤다구 외상밥 처먹구 선창 바닥으로 굴러댕긴단 말이냐, 글쎄?
이때 孔主學 들어온다.
천 명 : 아저씨 (절한다)
孔主學 : 그래, 천명아. 고생은 안 했냐?
천 명 : 네-
낙 경 : 고기잡으러 나갈 차비는 됐나?
孔主學 : 지금 한참 바뻐요. 얘 왔단소릴 듣구 잠깐 빠져 나왔지요. (천명에게) 밥은 어떻게 했냐?
천 명 : 먹었어요.
孔主學 : 눈이 한 자는 들어 갔구나. 가자 우리 집에 고사떡이라두 좀 먹게.
공 씨 : 몸을 우선 씻겨야지
孔主學 : 집에 가서 데려 가서 씻기시우. 돼지 삶을라구 가마솥에 물이 한 솥이나 펄펄 끓구 있습니다. 누님두 같이 가우.
孔氏, 천명을 데리고 나간다.
龜區長 : (천명의 뒷모양을 바라 보고 있다가) 거 삼년 동안에 무척 컸는데? 몰라 보게 됐어. 몰라 보게 됐어. 천명이놈 제가 몸이 약하다구 하지만 저만하면 어데다 내놓아두 번듯한 군인이야. (하며 따라 나간다)
孔主學 : 그래 여관집 밥값은 치러 주셨소?
낙 경 : (주머니에서 영수증과 잔돈을 꺼내 주며) 응. 五十八円 치러 주구 이원 남았네. 참 자네가 그 큰돈을 갚아줬기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으면 그 놈은 무전취식으루 꼭 경찰서루 넘어 갔을 걸세.
孔主學 : 아무튼 데리구 왔으니 다행이우. 매부 그때부터 여러 번 얘기했지만 천명일 오늘부터 배를 태두룩 합시다. 하루라두 놀면 그만큼 사람 꼴이 못돼요.
낙 경 : (주저하면서) 어떻게 취직 자릴 다시 하나 구해 봐 주게.
孔主學 : 아 그 존 자릴 참지 못하구 튀어 나온 눔을 딴 데다 또 어떻게 천걸 한단 말이오? 천명이 때문에 내 신용은 아주 폭락이오.
낙 경 : 그렇지만 어떻거나 봐주든 김에……
孔主學 : 내가 그때부터 뭐랍디까. 그눔은 갯바닥에서 난 눔이구 장난감 대신 해파릴(海月) 잡구 제 구멍을 쑤시구 자란 눔이니까 천생이 물에서 살아야 할 팔자라구 안 그랬소? 내가 매부나 누님한테 글른 말 안 하오. 폐일언하구 배를 태두룩 합시다.
낙 경 : ……
孔主學 : 지금은 어업이구, 농업이구, 공업이구 일체가 전쟁에 승리를 목표하구 생산돼야 하게 됐오. 전쟁에 이기구 지는 건 군대에게만 달린 게 아니오. 우리들 업자들한테도 달렸소. 왜 나라에서 증산, 증산 하는 줄 아슈?
낙 경 : 요전 총력연맹에서 내려와서 연설할 때두 그 소릴 하대.
孔主學 : 그래서 나두 이때까지의 내 개인의 이익만 생각하구 하든 어업은 일단 청산할려구하오. 그래서 나라의 도움이 되고 총후국민으로서 처할 생업을 하기로 했오.
낙 경 : 어떻게?
龜區長 : 흥분해가지고 들어온다. 孔主學이 무슨 소리를 하나 하고 듣고 있었던 것이다.
龜區長 : 자넨 된 녀석 안 된 녀석 모두 뱃사공만 시키잔 말인가?
孔主學 : (깜짝 놀라며) 그럼 구장님은 동리 젊은 녀석들을 모두 지원병에만 내보내야 하겠습니까?
龜區長 : 누가 모두 내보내랬나? 지원병은 아무나 나갈 수 있는 줄 아나?
孔主學 : 금년 들어 벌써 이 섬에서만 여덟 명이나 나갔어요. 그중 두 사람은 우리 사공 아닙니까? 그러니 천명이만은 배를 태두 전 구장님 뜻을 어겼다구 생각은 안 됩니다.
龜區長 : 아-니 자넨 이 섬에서 여덟 명 낸 것을 그렇게 장하다구 생각하나? 경상도 ××면에서는 마흔 두 명이 응모했고 물섬에서두 아홉 명이 들어갔어.
孔主學 : 그렇지만 천명인 몸이 약해서 응모해두 담박에 떨어질 거에요.
龜區長 : 그리게 청년연성소라는 게 설립된 게 아닌가? 거기 들어가서 석달만 훈련 받으면 몸은 단박에 튼튼해질 거야. 그애가 자네 말대루 몸은 좀 약하지만.
孔主學 : (말을 앞지르며) 또 보통학교 졸업할 때 도지사한테 상 탄 얘길 끌어내실려는군.
龜區長 : 자네 말이 맞었네. 그앤 이 용류의 자랑이요, 부천군의 자랑이요, 나아가 경기도의 자랑이야. 그만큼 똑똑한 애를 나라에 바치지 않구 이 섬 구석에서 뱃사공을 맹근다는 건 이 구구장이 몰랐으면 모를까 안 이상 그대루 있을 순 없네.
龜區長, 흥분해 가지고 나간다.
孔主學 : 매부, 구장님은 지원병, 지원병 하시지만 전쟁에 이기구 지는 건 군인에게만 달린 게 아니오. 우리들 업자한테도 달렸오. 왜 나라에서 증산, 증산 하는 줄 아슈?
낙 경 : 요전 총력연맹에서 내려와서 연설할 때두 그런 소릴 하대.
孔主學 : 지금은 농사구 장사구 조금(어업)이구 일체가 전쟁의 승릴 목표하구 생산해야 하게 됐오. 그래서 나두 이때까지의 내 개인의 이익만 생각하구 하든 어업은 일단 청산할려구 하요. 그래서 미약하나마 나라의 도움이 되구 총후국민으로서 처할 생업을 하기루 작정했오..
낙 경 : 어떻게?
孔主學 : 군수어(軍需魚) 공출을 하기로 했오.
낙 경 : 군수어?
孔主學 : 그렇소. 이번 잡는 고길 팔아서 저축 좀 해둔 돈과 합해서 발동선을 한 척 장만할려구 하오. 그래서 얼음과 소금에 채가가지구 천진에 있는 북지 군대에다 수출을 할려구 하오.
낙 경 : 허간 나왔나?
孔主學 : 仁川漁業組合聯合會서 常務理事가 날 천걸 해주기로 했오.
낙 경 : 중선 열두 척에 새루 또 발동선을 사가지구 군대에 고길 댄다니 황해 바닥이 제 아무리 넓어두 자네의 우물일세. 우물이야.
孔主學 : 한 쪽으로 그러나 발동선을 산대두 선장이 문제요, 그러니 매부만 승낙하면 천명일 오늘부텀이라두 가르쳐서 장차 선장을 시킬까 하오.
낙 경 : (가슴이 뜨거워지며) 그눔이 그런 어려운 일을 해낼수 있을까?
孔主學 : 난 맘속으로 점쳐놓구 하는 소리요. 더군다나 천명인 가마보꼬 집에서 오토바이 운전까지 했으니까 기관 일엔 환할 거요.
낙 경 : 할 수만 있다면야 두말할 것 있나. 곧 데리구 나가게. (다시 수그려지며) 그렇지만……
孔主學 : 누님말이요?
낙 경 : 응 그저 그눔만은 치마에 싸구 죽으면 죽었지 물엔 안 내보낸다구 펄펄 뛰니까……
孔主學 : 누님두 늙으시더니 맘이 약해지셔서 그래요. 저기 오시는구료. 들오시거든 매부가 잘 얘기 하시구료.
孔主學, 돌담길로 나간다.
孔氏, 천명을 목욕을 시켜 가지고 데리고 들어온다. 천명은 얼굴을 씻고 나니 어딘지 모르게 총기가 돈다. 그러나 늘 무엇에 억압을 느끼는 듯한 동작과 표정.
공 씨 : (猜疑의 눈으로 孔主學의 뒷모양을 바라보며) 아범이 무슨 얘길 그렇게 오래 하구 갔오?
낙 경 : 발동선을 새루 사들여서 군수어 공출을 한다구 해. 그렇게 되면 천명일 차차 가르쳐서 선장을 시킬테니 이번에 데리구 나가겠다구 해.
공 씨 : (불안과 초조 속에) 그래 임잔 뭐라구 했오?
낙 경 : (용기를 내어) 내보내겠다구.
공 씨 : (愕然하야) 천명이한테 물어보지두 않구?
낙 경 : 애비가 옳다구 생각했으면 그만이지 자식한테 일일이 승낙을 얻으란 말이야?
공 씨 : 안돼요 아무래두 그앤.
낙 경 : (쏘는 듯이) 잠자코 있어.
공 씨 : (절망한 듯 허정허정 툇마루 끝으로 간다. 늘어지듯이 털벅 주저앉더니 한 마디 한 마디 푸념을 한다) 간난 할아버지가 만주로 가잘 때 내가 결단코 따라갔으면 아무 일없는 것을…. 이제는 날까 저제는 날까 하구 얨평 큰 조기떼 만나기만 기대리던 내가 미친년이지 내가 미친년이야.
낙 경 : (벌컥 소리를 지르며) 그 넋두리 고만해.
공 씨 : (벌떡 내려서며 규환을 친다) 집팔구 땅팔아 가지구 중선부려서 장만한 게 뭐야? 큰눔 작은눔 장가두 못보내구 물에서 죽이지 안 했어? 다 큰 딸년은 간호부 노릇 하니라구 시집두 못 가구 북지에 가 있지? 거기다 인제 스무 살 먹은 이 막내둥이 하나 있는 걸 마저 잡아 멕힐려구? 못해요 못해. 못해 (광란된 것처럼 규성을 치며) 또 송장두 못찾게? 또 송장두 못찾게?
낙 경 : 저게 왜 악을 쓰구 이래?
공 씨 : 또 강변에 가 염하다 놓친년처럼 우두커니 주저앉어서 송장 떠내려오기만 기대리라구? 못해요. 못해. 그눔만은 못해요. 죽어두 천명이만은 내가 데리구 죽을테야. (하며 솔개 본 암탉처럼 꼭 끼어안는다)
낙 경 : 자식을 저렇게 가랭이에다 끼어만 있을려구 하니까 점점 저눔이 반팽이가 될 수밖에.
공 씨 : 반팽이라두 좋아요. 반팽이라두 좋아.
낙 경 : 그게 그눔을 위하는건줄 알어? 되려 전정을 망쳐놓는거야.
공 씨 : 애비라구 당신이 자식한테 해준 게 뭐야?
낙 경 : (찔린 듯이 몸을 움츠린다. 천명 등으로 숨는다)
공 씨 : 남과 같이 웃학교 보내서 공부나 넉넉히 시켜줬으면 떳떳하게 벌어먹구 남들한테두 어엿하게 뻐길수 있을 게 아니우? 주학이두 그렇지, 그 잘난 가마보꼬 집에다 배달꾼이로 넣어주구 무슨 대통령이나 시켜준 것처럼 삼십 년 사십 년씩 있으라는 거야?
낙 경 : (풀이 죽으며) 내가 미천없어 중선은 못부리구 다리 병신이라 동사 일은 못하구 구구하지만 처남의 밥을 얻어먹구 있는데 내 입으루 거절하게 됐어? 내 입으루 내보낼수 없다구 딱잘라 말할 수 있게 됐어?
공 씨 : 왜 못해? 왜 못해? 천명일 내보내야만 맛인가? 장승같은 제 자식두 있는 게 아니야?
낙 경 : 있드라두 똑똑치가 못하니까 그렇지. 좌우간 나루선 거절할 수 없으니 거절할랴거든 당신이 가서 하구료.
落京, 밖으로 나가버린다.
공 씨 : (천명에게) 아무 걱정말구 들어가 이불펴구 한잠 푹자라. 내가 가서 내보낼수 없다구 하구오마.
孔氏, 돌담길로 나간다.
혼자 남은 천명은 주머니에서 편지를 꺼내 읽는다.
누나한테서 온 것이다.
喜女, 노래를 불으며 들어온다.
굴을 따가지고 오는길이다.
천명을 발견하고 발자취를 죽이며 뒤로 가서 편지를 넘겨다 본다.
희 녀 : 뭘 그렇게 읽구 있니?
천 명 : 아이 깜짝이야
희 녀 : 무슨 편지야?
천 명 : 누나한테서 온거야
희 녀 : 언닌 적십자 간호부 응모해가지구 북지 야전병원에 근무하구 있다지?
천 명 : …응…응…
희 녀 : (호기심에) 뭐라구 했지?
천 명 : …그냥…저…그냥 희녀두 잘 있냐구 했어.
희 녀 : 어디 좀 봐.
하고 획 편지를 채가지고 달아난다. 천명, 네 얘긴 안 했어 「이리내」하며 쫒아간다.
희 녀 : (고목을 사이에 두고 放恣 자세로) 그리구……어머니더러 구장 영감님께 얘기하시라구 해서 희녀하구 결혼을…? (뚝 그치며 羞恥에 어찌할 바를 모른다)
천 명 : (편지를 뺏으며) 아무 것두 아니래두 그래. (무안하여 시선을 돌린다)
희 녀 : (다시 미소를 지으며) 그렇지만 우리 아버지한텐 얘기해두 소용없을 걸.
천 명 : (무의식 중에) 왜?
희 녀 : 사공한텐 시집 안 보내기루 조상한텐 맹세하셨다는 걸 뭐.
천 명 : 그럼 어떤 사람한테 보내신대?
희 녀 : 지원병
천 명 : 지원병?
희 녀 : (寂寂이) 응.
間
양인 각기 寂廖에 싸여 침묵한다. 천명 계면쩍은 공기를 깨트리려는 듯이 돌을 들어 돌팔매질 친다.
희 녀 : (팔매가 수면을 스치는 □□□을 헤이며) 하나, 둘, 셋, 넷, 다섯, 다섯 방울이야.
間
희 녀 : (주저하다가 용기를 내고) 저……저…… 이런 말 묻는 건 우습지만….
천 명 : 무슨 말인데?
희 녀 : 저……저……천명인 정말루 그렇게 바다가 무서?
천 명 : (웃으며) 닷다가 그건 왜 물어?
희 녀 : 그저…….
천 명 : 내가 그렇게 겁쟁이루 벼?
희 녀 : ……동래 기집애들이 모두들 천명인 댐마만 타두 배 속에서 똥물이 겨올러 온다느니 돌맹일 허리에다 차구나가지 않으면 노대에 치솟치느니 하구 놀리니 말이야.
천 명 : …….
희 녀 : 말하기 좋아하는 동네 것들이 무슨 말은 못 하겠어? 허지만 왜 그런지 난 기집애들한테 그런 소리 듣는 게 싫여…. 정말로 천명인 바다가 그렇게 무서?
천 명 : 무섭진 않지만 싫여.
희 녀 : (의아하여) 왜?
천 명 : 왜 그런지 그냥 싫여. 난 항구에 가서 벌어먹구 살구 싶어.
間
천 명 : (화제를 돌리려고) 희년 언제까지 여기 있어?
희 녀 : 내일 아침엔 가야 해. 오늘 공휴일이라 댕길러 왔어.
이때 孔主學 高聲으로 孔氏를 질책하며 들어온다.
孔主學 : 그래 내가 누님 자식을 언제 물에 데리구 나가 죽일려구 했오, 응. 어디까지든지 그애 장랠 위해서 바다에 내보내쟀지. 내 자식은 사랑하구 조카 자식은 사랑하지 않구 그런 거요?
공 씨 : 내가 잘못했네. 내가 잘못했어.
孔主學 : 누님두 알다시피 우리 억근이 놈이야 인두겁을 써서 사람이지 그게 사람이요? 부뚜막에 산작을 놓지 어떻게 그런 난봉쟁이 자식한테 만여원씩 들인 배를 맽기겠오?
공 씨 : 아범, 못들은 셈치구 흘려버리게.
낙 경 : 노엽게 생각 말게.
孔主學 : 난 인제 노엽게 생각할 것두 없구 야속하게 생각할 것두 없오. 누님하구 오늘부터라두 의절하면 그만 아니요?
낙 경 : 빈말이라두 그게 무슨 소린가?
孔主學 : 빈말이 뭐요? 인젠 나두 누님네 발디려놓지 않을테니 누님하구 매부두 내 집에 들르시지 마쇼.
공 씨 : (울며) 에이, 내가 미친년이지. 내가 미친년이야.
孔主學 : 내가 매부하구 누님을 몇핼 멕여살렸오? 매부가 펄일 못하게 되구나서부터 오륙 년을 금다쓰단 말 한마디 없이 양식 낭구를 대디리지 않았오?
공 씨 : 저승엘 간들, 그 공을 우리가 잊겠나?
孔主學 : 천명이 공분 누가 시켰으며 취직은 누가 시켰오? 허다 못해 여관집 밥값까지 내가 치러주구 안 했오?
낙 경 : 우리가 금수가 아닌 이상 자네 공을 어찌 모르겠나?
孔主學 : 매부두 말 마슈. 천명일 사공을 시키자구 할 적마다 매부두 내가 그눔을 부려먹을려구 하는 것처럼 꽁하게 생각하구 구장님한테두 내 욕을 했답디다.
낙 경 : 그건 자네 곡핼세.
孔主學 : 곡해가 뭐요. 사실이 그런대. 내가 천명일 돈 안주구 공짬으루 쓰잡디까? 낭구 양식은 그저 대주구 천명이 앞으루 월급으루 오십 환씩 준다구 하지 않았오? 그리구 또 많이 벌면 그만큼 생각하지 나 혼자 먹을 생각은 없오.
공 씨 : 아무렴 이를 말인가.
孔主學 : 같은 돈 주구 쓰는 바에야 구태여 천명일 쓸 필요 있오? 딴사람 얻어 쓰겠오. 그녀석을 데리구 나갈려구 국기떼가 몰려가는 것을 눈앞에 보면서두, 이틀이나 배를 안 매구 기둘루구 있든 내가 어리석은 눔이었오.
孔主學, 사장으로 내려간다.
孔氏, 「아범」 「아범」하며 따라간다.
落京, 「그리게 내 말대루 하지 않구」하고 妻를 쥐어박으며 역시 따라 나간다.
그물, 노, 로프 등 어구를 멘 노틀하라범, 判成, 長達, 尹僉知, 直指寺 등 孔主學의 일꾼들 한길로 들어온다.
노틀하라범 : (천명에게) 어떻게 나가기루 했냐?
천 명 : …….
노틀하라범 : 나가기루 됐거든 밥을 든든이 먹구 나오느라. 그래야 골판에서 마파람을 만나드라두 뜨질 않는다.
尹僉知 : 나이가 스물인데 설마 바람에 뜰라구?
노틀하라범 : 설마가 뭐야? 삼봉 아버지가 왜 갈빗대가 부러진줄 알어? ××년 노대가 내리치는데, 돛을 내릴려구 줄을 풀르다 돛줄 붙든 채 휘날려 가지구 댁끼에나 나가 떨어져서 다친 거야. 바루 칠산(七山)서다.
천 명 : (공포에 얼굴이 창백해진다)
尹僉知 : 허리에다 큼직한 돌맹일 한 개 차구 나가면 왠만한 바람엔 괜찮어.
천 명 : (부들부들 떨리는 공포를 억지로 참고 섰다)
直指寺 : 내가 질 싫은 건 삼부자 한 배 타는 것 하구 애숭이 첨 타는 거야. 안짱을 뒤집어썼다 감기나 들어가지구 방짱에서 쿨룩거리고 있으면 그 꼴을 어떻게 봐? 에이.
동사들 하하하 웃으며 사장으로 내려간다. 혼자 남은 천명은 불안과 공포에 부들부들 떨며 마음을 안정치 못하고 이리 갔다 저리 갔다 한다. 다시 앉았다 섰다 하더니 돌연 무슨 결심을 했나보다. 방으로 뛰어들어가더니 아까 인천서 가지고 온 옷 보퉁이를 들고 나온다. 그리하여 주위를 살핀 후 돌담을 돌아 달려간다. 동사들 밥을 담은 수반을 인 孔主學의 妻, 돌담길로 들어오다 쾅하고 천명과 충돌한다. 그릇이 우루루 쏟아지며 음식이 흩어진다.
孔主學의 妻 : 앞을 보구 댕겨야지.
천 명 : (그릇을 주서 담으며) 뛰가다가…….
孔主學의 妻 : 어델 가는데 그렇게 급해?
천 명 : 조기사리 나가기루 했어요.
孔主學의 妻 : 배에 가는데 왜 그 길루 가?
천 명 : (말이 쿡 맥힌다) …저……저…구장님한테 댕겨온다구 인사 여쭙구 올려구요.
孔主學의 妻 : 또 딴 생각 하는 게 아니냐?
천 명 : 아주머니두…딴 궁리가 뭐예요?
孔主學의 妻 : 그럼 그 보퉁인 웬 거냐?
천 명 : 상륙할 때 갈아 입으라구 어머니가 새 옷 한 벌 싸주셨어요.
천명 피하는 듯이 빠져나간다.
孔主學의 妻, 未審이 생각하면서도 더 이상 묻지 않고 그릇을 주워담는다.
孔氏, 「천명아」 「천명아」 하며 사장에서 올라온다.
공 씨 : (그릇을 주워주며) 어떻허다 내리쳤나.
孔主學의 妻 : 천명이하구 부딪쳤소.
공 씨 : 천명이하구?
孔主學의 妻 : 네.
공 씨 : 그래 어딜루 가든가?
孔主學의 妻 : 구장님께 인사 여쭈러간다구 뛰어갔오.
공 씨 : 구장님한테?
하며 不審이 생각하더니 돌연 방으로 뛰어들어가더니 愴恍히 다시나온다.
孔主學의 妻 : 형님, 무슨 일이 있었오?
공 씨 : (신음하는듯) 도망을 갔나 보이.
孔主學의 妻 : 도망요?
공 씨 : 응, 빨리 개에 가 천명 아버지더러 선창에 가서 길목을 막으라구 좀 해주게. 동서들더러두 좀 쫓아가 막어달라구 하구 난 이 길루 가 볼테니.
孔氏, 창황히 달려간다.
孔主學의 妻도 水盤을 놓은 채 砂場으로 달려간다.
무대 잠시 空虛.
이윽고 천명, 落京에게 팔을 붙들려 가지고 들어온다.
천 명 : (규환을 치며) 여기서 죽으면 죽었지 바다엔 나갈 수 없어요.
낙 경 : 그런데 왜 이눔아 가마보꼬 집은 튀어나왔냐?
천 명 : 장두리 개천 내려가듯 일생 댕겨두 마찬가진깨라. 자동차 운전수 시험 칠려구 나왔어요.
낙 경 : (옆에 놓인 그물말(網杭木)을 집어들어 훔쳐 갈기며) 사람 치고 징역을 할랴구 운전수 시험을 봐?
孔氏, 孔主學의 妻, 동사들 우루루 몰려온다.
천 명 : (母에게 달려가 애원하는 듯) 어머니 물에서 버나 뭍에서 버나 돈만 벌면 마찬가지 아니에요? 참말이지 난 바다에 나가기 싫여요.
공 씨 : (자식을 떠다밀며) 이눔아 네가 지금 뭍에서 버느니 물에서 버느니 하구 있을 때냐? 삼춘이 살림을 봐줄 수 없다구 하니 에미 애비하구 앞으루 뭘 먹구 살까를 생각할 때 아니냐?
천 명 : 그리게 항구 가서 번다지 않어요.
孔主學의 妻 : 형님, 저 녀석을 그대루 뒀다간 또 항구에 가서 외상밥 처먹구 우리 못 할 일 할거요. 어쩐지 하는 짓이 수상했지만 그래두 설마했었오.
낙 경 : 나이가 열다섯이면 호패 차구 전쟁에 나간다는데 아직두 정신을 못채리구… (또 갈긴다)
공 씨 : 이눔아, 빨리 개루 나가라. 나가면 안 맞지.
천 명 : 맞아죽어두 나갈 순 없어요.
낙 경 : 너같은 놈은 댁기에서 안짱물두 뒤집어 써보구 마파람 넙새에 돛줄 붙들구 휘날려 보기두 해야 세상을 좀 알꺼다. (하며 목덜미를 잡아 끌구 나가려 한다)
천 명 : (암소처럼 버티며) 놓으세요. 내가 어릴 때부터 어머니가 나한테 늘 하던 말이 있어요.
공 씨 : 내가 그래 뭐라구 하든? 내가 언제 이눔아 이렇게 애비 속 쎅히라든?
천 명 : 죽어두 너만은 항구에 가서 죽지 섬에서 사공 노릇은 해먹지 말라구 안 그러셨어요?
공 씨 : (찔린 듯이 몸을 떤다)
천 명 : (흐느껴 우는 듯한 소리로) 큰 성두, 작은 성두 펄에서 죽었어요. 큰 성은 조기사리 나갔다가 파선해서 노틀하라범이 얨평서 베등거리만 건져 왔구, 작은 성은 동짓달 동아잡이 나갔다가 댐마다리 밑에 대가릴 처박구 늘어진 것을 누나하구 어머니가 끌어 내왔었어요.
공 씨 : (암담해진다) …….
낙 경 : 노태에 죽은 사람이 어디 네 성들 뿐였드냐? 큰 성 죽든 해엔 떼무리(舞衣島)서만 엎어진 낙배가 열여섯 척이 넘었구, 옘평 칠산선 파선한 게 스물두 척이요, 행방불명이 마흔 척이 넘지 안했니?
공 씨 : (생각난 듯이) 작은 애 죽든 핸 더 했지 더 했어. 선창마다 삼바시가 떠내려가구 팔미도 등대가 왼통 깨졌으니까. 잎사귀같은 중선이야 말할 것도 없지.
천 명 : 큰 성 작은 성 뿐만 아니에요. 아버진 다행이 목숨은 건지셨지만 떠내려가다가 모두리(鮫)한테 저렇게 왼다릴 물려서 병신이 되지 않았어요? 이젠 내 차례예요. 선앙님이 날 잡아갈려는 참이예요.
낙 경 : 선앙님이 너같은 자식은 잡아다 뭣에 쓰시자구 널 잡아간단 말이냐? 조상 때부터 우리 집엔 바달 무서워 하는 겁쟁인 한 사람두 없었다. 네 성들은 물에서 죽긴 했지만 새우젓독이 얼어터지던 엄동에도 벌거벗고 물에 뛰어들어 갔었느니라. 물결이 곤두서서 댐마가 미친년 남치마같이 팔랑개빌 치는 오밤중에도 살 걷으러 혼자서 배를 냈었어….
천 명 : 전 바다가 무서워 그거는 건 아니에요.
낙 경 : 무섭지 않은데 왜 이눔아 안 나간다구 발광이냐?
천 명 : 내가 나가구나서 비가 억수같이 퍼붓구 넙새에 지붕이 들석거리구 부엌 문짝이 덜그덕거리기나 해보세요. 어머닌 또 바닷개를 밤새 울구 댕길 거예요. 난 지금 죽으면 죽었지 어머니 머리 풀구 댕기는 꼴은 못 보겠어요. 어릴 때부터 아주 골수에 배겨서 자나깨나 비오는 밤이 눈에 선해요.
공 씨 : 머리 풀구 울 데가 없기두 하든가부다. 너같은 애물의 자식을 걱정하구 울게. (말은 모질게 하나 눈물은 펑펑 쏟아진다).
천 명 : 어머니 난 뭍에서 벌어먹구 살테야. 조개두 잡구 새우젓 황새기젓두 저릴 테예요. 항구에 가서 마가대(起重機) 짐두 날르구, 하시개(艀) 날일두 하구, 호소금 짐두 져두 좋아 뭐든지 좋아요.
낙 경 : 뭍에서 하는 일이야 이눔아 골만 빻구 들오는 게 있어야지? 동사는 잡는 대로 노나 먹는 거니까 한번에 큰돈 잡기가 수월하다. 수월해.
이때 孔主學 사장에서 들어온다.
공 씨 : (주학에게) 아범, 아범이 너무 착해서 저눔이 저렇네. 순순이 달랠 게 아니라 막 끌구 나가게. 끌구 나가.
孔主學 : (말없이 천명 앞으로 간다)
천 명 : (무의식 중에 옆에 놓였던 사윗대를 집어들며 한 걸음 뒤로 물러선다)
낙 경 : (질겁을 하여) 이눔아 천명아.
천 명 : 누구든지 내 몸에 손대는 사람은 가만 안 둘 테야.
공 씨 : 이눔아 천명아 그 사윗대 놔라 놔. 어서 착하지.
孔主學, 누구든지 손대는 사람은 가만 안 둔다구?
공 씨 : (주학을 꼭붙들며) 아범 가지 말게. 저눔이 살이 뻗힌 모양일세. 이눔아, 그 까귀놔라. (주학의 妻에게) 자네, 빨리 가서 구장님 좀 모시구 오게.
孔主學의 妻, 급히 달려간다.
孔主學 : (孔氏의 팔을 뿌리치며) 네가 이를테면 그 사윗대로 나를 갈기겠다는거냐? 이 孔主學일 갈기겠다는 거야? 어데 때려봐라 어데 때려봐 (규환을 치며 뺨을 한번 훔쳐 갈긴다)
천명, 눈도 깜짝 안 하고 까귀를 든 채 숙부를 흘겨 보고 섰더니 참지 못하여 업디어 운다.
孔主學 : (조용히) 너하구 싶은 대로 항구에 가서 해라. 자동차 운전수가 되든지 뭐가 되든지.
공 씨 : 네가 느어머니 생각을 하구 바다를 떠날려구 하는 속은 나두 갸륵하다구 생각한다. 그렇지만 이 용류에 어느 집 치구 집안 식굴 물에서 안 잃은 사람 있드냐? 어부가 바다에서 나구 바다에서 자라서 바다에서 죽는 건 타구난 팔자야. 너희 할아버지도 우리 할아버지도 바다에서 나서 바다에서 죽었어. 먹는 건 사자밥이요, 입는 건 매장포요, 타는 건 칠성판이라 널 한쪽 들추던 고태꾼이 듸려다 뵈는데두 그 팔잘 고치지 않구 쫓아가는 게 어부의 운명이야.
천 명 : ……
孔主學 : 이 천직을 버리구 너두 나두 하구 젊은 눔들이 항구나 도회지루 가면 이 섬은 누가 지킨단 말이냐? 더구나 지금은 전시야. 지금 군이나 도에서 식량증산이니 생산확충이니 해두 농산 땅이 있어야 하구, 숯은 낭구가 있어야 하구, 공업은 원료가 있어야 한다. 그 한도 안에서 밖에 할 수가 없다. 허지만 어업은 무한이야. 바다 속엔 큰 눔으론 고래로부터 적은 눔은 망댕이까지 무진장이 있거든.
천 명 : ……
孔主學 : 이 황해 바다는 내거야. 우리 집 우물이야. 그리구 새우장군, 조기장군은 이 孔主學이야. 하하하하… 허지만 앞으로 또 네가 나를 넘겨트리면 황해 바다가 그땐 네거야, 그리구 네가 새우철엔 새우장군이요, 조기철엔 조기장군이야. 황해 바다엔 임자가 없거든.
천 명 : ……
孔主學 : 난 네가 바다는 싫어하더라두 생각만은 출중한 줄 알았더니 아주 졸하기가 짝이 없다. 도락굴 몰구 京仁間을 왔다갔다 하는 게 네 평생 소원이라면 하구 싶은 대루 하려무나. 그러나 사내 자식으로 태나서 그것 밖에 야심을 못 갖는다는 건 기개(氣慨)가 너무도 졸하지 않냐?
孔主學 경멸하는 듯이 천명을 내려보며 사장으로 내려간다. 천명, 묵묵히 숙부의 말을 듣고만 있더니 스르르 사윗대를 떨어뜨리고 기둥에 엎드려 흐느껴 운다. 孔主學의 妻를 따라 龜區長과 喜女 달려오다. 발을 멈춘다. 천명의 우는 것을 보니 喜女는 왜 그런지 자기도 모르게 슬퍼만졌다.
幕
第二幕
1개월후
연평 벌(冲)
조기를 만재한 孔主學의 父船 龍遊丸
무대는 船舷을 절단하여 갑판과 房장의 2층을 보이고 舞臺床은 전부 海面인양.
孔主學의 배는 열두 척 나갔다.
주인이 타고 있는 배를 父船(군함으로 치면 旗艦) 그 외 배를 통상 子船이라 한다.
적당한 곳에 어구(그물, 로프).
배에는 포장을 쳤고 豊漁旗가 펄펄 날린다.
平層 房장에는 등잔, 이불, 궤짝, 밥상, 취사도구 등.
후면 선현을 2척 평방 쯤 뜯어내고 바다를 보이고, 2층 갑판과는 층계로 오르내리도록.
막이 오르면,
일동 갑판에서 그물을 당기고 있다. 노대가 올려나보다. 하늘은 먹을 뿌린 듯 흐렸고 모진 바람소리에 물결이 뱃전을 내리친다. 멀리서는 깽매기, 징, 장고를 두들기며 환호를 치는 소리가 들려온다.
노틀하라범 : (펄을 향하여) 이 오라질눔들아 빨리 그물 끌르지 않구 뭣들 하구 있는거냐?
聲 : 와-.
노틀하라범 : 저런 망할 놈의 자식들아 빨리 끌르지 못하겠냐?
聲 : 와-. (더 한층 깽매기를 두들긴다)
천 명 : 삼촌 저눔들이 아마 일부러 우리 길목에다 그물을 쳐논 게 아닐까요?
孔主學 : …설마 그런 짓이야 했겠냐?
천 명 : 대관절 누구네 밸까요?
孔主學 : 아마 盧九骨이네 배겉다.
천 명 : 그럼 해마다 삼촌 하구 조기장군 새우장군을 경쟁한다는 칠산패들이군요.
尹僉知 : 어느 해치구 연평서 저눔들하구 싸우지 않을적 없어. 올핸 무사하다 했드니 기어쿠 걸어왔군.
孔主學 : 팔도에서 내노라 하는 중선업자와 날구기는 사공들은 다 몰려 왔으니 쌈두 나겠지.
直指寺 : 저눔들 인젠 담배 끄내서 뻑뻑 빨구 장비에 내배 다치랴 하구 있네. 이 문둥아, 노대 온다 빨리 그물 끌러라.
聲 : 와- (하고 또 환성을 치며 또 깽매기를 두드린다)
直指寺 : 저런 새끼 만발이나 빠질눔 새끼들. 여보소 주인 우리가 이렇게 고분고분 나갈게 아니라 쫓아들 가서 조눔들을 물에다 모주리 거꾸루 처박어 버립시다.
孔主學 : 살살 풀러들 보세. 내일이면 인천 들어갈텐데 이제 와서 쌈나면 다 귀찮으니.
直指寺 : 그야 열두 척이 고기를 이렇게 다-들 많이 잡아가지구 들어가는 길목이니 쌈 안하구 곱게 갔으면 오죽 좋겠오? 허지만 그물이 이렇게 칭칭이 얽혔으니.
판 성 : 이거 큰일 났군. 점점 바람은 세가는데.
노틀하라범 : (하늘을 쳐다보며) 새까맣게 구름이 몰려오는군. 이러다 노대나 내리쳐오면 정말 가지두 오지두 못하구 이대루 녹는 판 아닌가?
長達, 물속에서 나타나 선현을 잡고 올라온다.
孔主學 : 어떻게 풀러졌냐?
장 달 : 자꾸 되레 엉켜만 가는대요. 더군다나 커개가 그물이 엉켜서 움직일 수가 없어요.
尹僉知, 물 속에서 올라온다.
尹僉知 : 쥔 어른 큰일났오. 노대가 올려나보오. 그물 줄에 잔뜩 파래가 걸리오.
천 명 : (□□動搖하며) 그물 줄에 파래가 걸리면 노대가 오나요?
尹僉知 : 그럼 노대가 올땐 하늘부터 흐리는 게 아니라 물속에서부터 흐리는 법이야. 그래서 파래가 자꾸 걸리거든. 이건 우리 아버지가 돌아갈 때 나한테 가르쳐주구 가셨어. 백발백중이야.
이때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尹僉知 : 아니나 다를까? 빗방울 떨어지오.
孔主學 : 돛덕개 갖다 댁기 덮어라.
直指寺 : 보이소. 주인 아주 여기서 오늘밤 묵을 작정이요?
장 달 : 칼루다 끊는 수밖에 없오.
바람소리 점점 모질어가고 물결 뱃전을 넘어오기 시작한다. 멀-리 遠雷소리.
孔主學 : (일동에게) 할 수 없네 들어가 끊게.
천명과 孔主學만 남기고 일동 「네」하고 옷을 벗고 물로 뛰어든다.
천 명 : 그물을 끊었다구 저 사람들이 또 몰려오지 않을까요?
孔主學 : (웃으며) 그렇게 무섭냐?
천 명 : 무섭진 않지만…삼춘 뎀말 타구 누가 이리루 오는데요.
孔主學 : (말없이 천명이 가리키는 곳을 응시한다)
동사들 올라와 몸을 닦는다. 뎀마 한 척이 들어와 로프를 던진다.
천 명 : 줄 던졌는데 어떡할까요?
孔主學 : 받아라.
천명줄을 받아 뎀마다리에 맨 후 발판을 뎀마로 건네준다. 노구골 발판을 건너온다.
孔主學 : 방으로 좀 들어가시지요.
노구골 : 노대가 올 듯하니 용건만 말하구 가겠오.
孔主學 : 용건이라니?
노구골 : 그물 말이요.
孔主學 : 그물이라니요? 용류 孔主學이가 미천은 넉넉치 못하지만 그물안(網主)에 그물 빌려서 어엄 해먹은 적은 없오.
노구골 : 남의 그물을 전부 엉켜놓고 칼루 새끼 끊듯 툭툭 끊어놀 땐 배상금 물어줄 각오는 하구 했을 거 아니요?
孔主學 : 그물은 댁에서 먼저 엉크러왔지. 우리가 엉크렸오?
노구골 : 당신들이 우리가 데구리 쳐논 우엘 지나가다 엉크러 왔지. 어째 우리가 먼저 엉크렀단 말이요.
直指寺 : 여보, 노형.
孔主學 : 가만 있어 (다시 盧에게) 누가 당신네들더러 남의 길목에다 데구릴 쳐노랍디까?
노구골 : 얨평바단 나라 거요. 당신들 생각하구 그물두 제맘대루 치지 말란 말이요?
孔主學 : 쳐놓드라두 쟁기를 뗘놨으면 이런 일 없지 안 했오. 우리가 눈이 열두 개가 달리지 않은 이상 당신들이 물 속에 데구릴 쳐놨는지 안 쳐놨는지 어떻게 안단 말이요?
노구골 : 이 넓은 바다에 당신들이 해필 남의 배 사이로 지나가지 않았으면 되지 않소?
孔主學 : (바다를 두들기는 듯한 소리로) 그럼 조기떼가 그리로 몰려가는데도 쫓아가지 말란 말이야? 구두기 무서워 장 못 담그란 말이야? 어떻거는 말이요?
노구골 : (그의 기세의 약간 억압을 당한다)
孔主學 : 그물이 첨에 엉켰을 때두 당신하구 양쪽에서 서루 풀러갔으면 곱게 풀러졌을거요. 그런걸 당신들은 깽매길 치구 워-워- 소릴치면서 되fp 우리를 약만 올리구 있었지 않았오? 그러구 이제 와서 그물 값을 배상하라니 무슨 뻔뻔한 소리야?
노구골 : 그럼 갚아줄 수 없단 말이요?
孔主學 : 난 그런 내버릴 돈은 없오.
노구골 : 고길 열두 척이나 잡구두 돈이 없단 말이요? 당신이 그렇게 나온다면 나두 생각이 있오.
판 성 : 생각이라니 무슨 생각이요?
孔主學 : (制하며) 자네들은 가만히 있어.
노구골 : 인천가서 다시 봅시다.
노구골, 발판을 건너 나간다. 무슨 생각을 했는지 다시 돌아서며
노구골 : 가는 길에 한 마디 부탁해두지만 저 조기들만은 곱게 가지구 들어오기 바라오.
동사들 : 무엇이 어째?
노구골 : (냉소하는 듯) 연합회에서 이사장이 그물 값을 물어주라구 해두 돈이 없어 못 물어준다면 군수어 공출자로 추천당한 용류 孔主學이 체면이 뭐겠오?
천 명 : (흥분하여) 쓸데 없는 소리 말구 그냥 돌아가슈.
노구골 : 쓸데없는 소리? 부자리가 한 번 갈라졌던 배니까. 노대에 주의해가지구 무사히들 오라는 게 쓸데없는 소리야.
천 명 : 무엇이 어째요? 헐은 배요?
노구골 : 그럼 헐은 배가 아니구? 중선 십년이면 사람으룬 환갑이야. 하라범이야.
노틀하라범 : 하라범은 왜 수족 못 움직인다든? 젊은 것이 입버릇이 아주 고약하군.
노구골 : 당신같이 곱게 늙으신 노인이야 말이지요. 재작년 철산(鐵山)서 여(暗礁)에 얹었을 때 부자리(船舷)가 두동강으루 철석 갈라지지 안 했오? 노대가 내리치면 또다시 철석 갈라질지 모르니 인천서 만나게 될지두 걱정이지만 좌우간 연합회에 가서 이야기 합시다.
노구골, 던지는 듯이 하고 뎀마(傳鳥)로 내려간다. 연달아 치열한 雷鳴과 번개.
노틀하라범 : 아니 저눔을 그대루 보내시오?
孔主學 : 손을 댈래두 차마 불쌍해서 안 댔네. 군수어 허가는 나한테 뺏기구 올핸 조기 한 마리 못 잡구 빈손 싹싹 비비게 됐구…. 그 화푸릴 나한테 가지구 온 거야.
直指寺 : 저자들 때문에 괜히 반나절이나 지체됐네.
판 성 : 장안에 개미새끼 한 마리 없다드니 골판엔 모두들 들어가구 우리 배 뿐이군요.
孔主學 : 우리 선두들 더러두 온수리(溫水里) 바람외지(防風地帶)루 모두들 들어가라구 일르게.
노틀하라범 : 벌써 다-들 들어간 지가 언젠데요. 그리게 아까 내가 그만 잡구 들어가잘 때 들어들 갔으면 아무 일 없는 것을.
孔主學 : …….
노틀하라범 : 어부는 나갈 때와 물러날 때를 잘 헤아려야 한다구 때를 봐서 싹 물러나야 해요.
孔主學 : 좌우간 빨리들 들어들가세.
비는 억수같이 내리 퍼붓고, 광란한 듯 거칠어가는 물결 속에 일동들 각기 제자리로 가서 일한다. 雷鳴, 電光, 間間.
尹僉知 : (휘날리는 돛줄을 붙든 채) 선앙님이 또 인고기가 자시구 싶어 모양이야.
노틀하라범 : 오랫동안 주리셨거든.
판 성 : 이거 점점 더해가는 걸. 경을 칠. 또 생과부깨나 생기겠는 걸.
일동 각기 제자리로들 간다.
천 명 : (주저하다가 결단을 내고) 삼촌 이배가 헐었다는 게 정말이예요?
孔主學 : (날카롭게) 왜?
천 명 : (마음의 동요를 진정할려고 애를 쓰며) 아니 그저….
孔主學 : 좀 오래 돼긴 했지만 이만한 노대 쯤은 까딱 안 한다.
천 명 : 아까 그 사람 말은 … 오래잖아 부자리가 철석 갈라질 거라구 하지 않어요?
노틀하라범 : 괜한 악담이야. 저번에 인천가서 헐은 곳은 뜯어내구 말갛게 수선해가지구 나왔다. 다-만 이렇게 고길 많이 실었으니 운신키가 좀 어렬 따름이지.
천 명 : 그럼… 인천까지 … 괜찮을까요?
孔主學 : 염려없구말구….
노틀하라범, 고물(中船尾部)에서 온다.
노틀하라범 : 천명이 나하구 바꾸자. 댐마다리 가서 尹僉知하구 같이 저어라.
천명 고물 쪽으로 가서 尹僉知, 判成과 노를 젓는다.
孔主學 : 어떻게 좀 나가는 셈인가? 뒤루 밀려가는 셈인가?
노틀하라범 : 배가 이렇게 무건대 나가지겠어요. 무딘 며누리 오이소백이 쳐넣듯 고길 이렇게 잔뜩 실었으니…. 거기다 바람은 역풍(逆風)아니예요?
천 명 : 尹僉知. 요전 부자리 고치러 갔을 때 배 목수들 모두들 汽船會社서 뽑아갔기 때문에 못 고쳤다나부든데 그후 다시 고쳤어?
尹僉知 : 다시 고칠려구 했으나 장목이 없어서 새 걸로 갈진 못하구 헌 걸루 갈아 넣다.
천 명 : (무엇이 눈에 들어갔는지 자꾸 눈을 닦는다)
尹僉知 : 왜 너 울었냐?
천 명 : (눈을 문지르며) 아니요. 뭣이 들어갔나봐.
尹僉知 : 어디보자 내 할터주마.
하며 천명의 눈꺼풀을 뒤집는다. 동시에 「앗」하고 경악의 소리를 치며 뒤로 물러서다 안짱물에 미끄러져 나가 떨어진다.
천 명 : (의아하여) 尹僉知, 왜 그래?
尹僉知 : 아니다.
尹僉知 : 다시 일어나려 할 때 모진 마파람이 내리치니 황급히 옆에 있는 돛줄을 붙든채 치솟아 떨어진다. 천명과 달려온 동사들 尹僉知를 안고 방장으로 내려온다.
孔主學 : (尹僉知를 눕히며) 다친 데가 어디야?
尹僉知 : (신음하며) 허리요, 뼛는지 부러졌는지 모르겠쉬다. 아이구, 아이구.
孔主學 : (상자에서 涐度징기를 꺼내 허리를 헐이고 발라준다)
노틀하라범 : 아-니 사공을 삼사십 년이나 해먹었다면서 이까짓 마파람에 アシッパライ를 당하구 나가 떨어진단 말인가? 타방 사람들이 안 봤기 망정이지 큰 얘기꺼리 될 뻔했네.
尹僉知 : 아-니, 그런데 천명이 눈이 왜 그래?
노틀하라범 : 눈이라니?
尹僉知 : 눈꺼풀을 뒤집어보니까… 흰자욱이 하낳두 없구 눈 속이 왼통 시꺼매.
孔主學 : 못난 소리 말게.
尹僉知 : 못난 소리가 뭐예요? 꼭 저 바다물처럼 시꺼멓게 흐렸어요. 어떻게 놀랐는지 나두몰르게 뒤루 한 걸음 물러서다….
노틀하라범 : 무서울 땐 허새비두 도깨비루 비는 법이야.
直指寺 : 그럼 아까 그 벼락소리에 尹僉知가 무척 놀랐든 게야.
동사들 : 하하하하
일동 다시금 위로 올라간다. 천명 내려온다.
孔主學 : 아-니, 줄놓구 그대루 나오면 어떻거냐?
천 명 : 너무 떨려서 뭐 하나 껴입을려구 해요.
孔主學의 시선을 피하는 듯 그의 뒤를 돌아가 부자리 쪽으로 간다. 그리하여 옷을 껴입으며 넌지시 조사해보고는 별안간 얼굴이 파랗게 질리며 어찌할 바를 모른다.
이때 큰 물결이 쾅 뱃전을 내리치니 배가 한번 크게 흔들리고, 동시에 선반에 올려놓은 허접쓰레기들이 우루루 쏟아진다.
孔主學 : (쏘는 듯이) 빨리 줏어 올리지 않구 무슨 생각하구 섰는 거냐?
천 명 : …….
孔主學 : 올라가서 노젓지 않구 왜 거기가 섰어?
천 명 : …….
孔主學 : 어데가 아프냐?
천 명 : 아니에요.
孔主學 : 그런데 얼굴 빛이 왜 그래? 속이 언짢거든 여기 생 있으니 한 쪽 씹어라.
천 명 : 아니에요.
孔主學 : 그럼 왜 거기가 우두커니 섰어? 또 느어머니 생각하구 그러냐?
천 명 : 아니에요.
孔主學 : 이번엔 너보다 느어머니가 나가라구 한 거니까 아무리 풍랑이 있드라두 예전처럼 머리 풀구 개를 우시구 댕기거나 횃불 켜가지구 돛대 끝 뵈나 하구 산 위로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시진 않을 거다.
천 명 : (획 돌아서며 악의에 어조로 쏘아 부친다) 어머닌 부자리가 이렇게 헐은 줄은 꿈에두 모르시니까요.
孔主學 : (愕然하며) 뭐?
천 명 : 부자리가 헐어서 오래잖아 갈라지게 된 건 전연 모르신단 말이에요. 내가 얨평 골판에서 죽는 줄은 모르시니까 맘 턱놓구 돌아오길 기대리구 계실 거란 말이에요.
孔主學 : …….
천 명 : 어머닌 맘 속으루 날 바다에 내보내신 건 아니에요. 삼춘이 의절하자구 하시는 바람에 앞으로 살 수 없을까 그게 겁이 나서 할수없이 나가라구 하신 거에요.
孔主學 : …….
천 명 : 그렇지만 난 어머니가 나가라구 해서 나온 것두 아니구 삼춘이 생활비 대주지 못하겠다구 해서 겁나서 나온 것두 아니에요. 난 삼춘의 고향을 지키구 증산 해야한다는 말에 따라 나왔어요. 황해의 지배자가 되라는 말을 믿구 따라나왔어요. 이렇게 삼춘이 다부서져가는 헌배루 그저 조기만 잡어 돈만 벌려구 하는 양반인줄은 몰랐었어요. (하고 운다)
孔主學 : (조용히) 네 말대루 사실이지 이 배는 헐었다. 그렇지만 내가 조기잡어 돈벌 욕심만으루 이 배를 가지구 나온 것은 아니다.
천 명 : 그렇지 않으면 뭐예요?
孔主學 : 너두 알다시피 요새는 배가 없어 모두들 쩔쩔매는 때가 아니냐? 비단 배뿐이 아니라 어느 물자치구 부족치 않은 것은 없을 거다. 하지만 유난이 배 부족은 작금으로 더 심해졌다.
천 명 : …….
孔主學 : 로프 배급준대야 대용품이라 물에 담그기가 무섭게 툭툭 끊어지지 않냐? 그렇지만 남양선 마니라 로프두 산떼미루 난다드라. 쌀두 얼마든지 있구. 중유두 선재두 무진장으루 쌨다지 않냐? 그러나 배가 없어 그것들을 하나두 맘대루 가져올 수가 없다드라.
천 명 : …….
孔主學 : 그래서 각 수산회사서 부리든 발동선도 상당히 징용들을 당했다. 그러나 다행이두 노와 돛으로 가는 우리 중선은 수송선은 될 수 없어 징용은 면했다. 그대신 징용당한 발동선들이 이때까지 잡았든 고기의 수량만은 우리가 벌충을 해야할 의무가 있지 않겠냐?
천 명 : …….
孔主學 : 조그만 폐물두 이용하라는 시댄데 배가 약간 헐었다구 그대루 내버린단 말이냐?
천 명 : …….
孔主學 : 그러나 이것들은 다 둘째 문제구….
천 명 : …….
孔主學 : 첫짼, 네 말마따나 조기잡을 욕심에서다. 그러나 이건 욕심이 아니구 어부들의 본능이야. 방산이 盛漁期는 한 때거든 조기떼나 새우떼가 몰려올 땐 새배구 헌배구 가릴 틈이 없어. 널판대기라두 타구 뗏목이라두 타구 허다 못해 설거지통이라두 타구 쫓아가는 게 漁夫에 본능이구 또한 직책이야.
천 명 : …….
孔主學 : 그러나 이번만 부리고 인천내리는 길로 팔아칠려고 한다.
판 성 : 안개 때문에 기선이 오두가두 못하나 보군요.
장 달 : 무슨 밸까?
尹僉知 : 상해환(上海丸)이야.
장 달 : 상해환?
尹僉知 : 응, 상해서 인천 들어가는 여객선이야. 저 고동소리 들어보면 알어.
霧笛소리 더 한층 요란히 들린다.
판 성 : 배임자, 모닥불을 한 번 펴보십시다.
孔主學 : 모닥불?
판 성 : 네, 보트 타구 구조해주러 올지 압니까?
孔主學 : 비가 이렇게 쏟아지는데 불이 붙을까?
直指寺 : 되든 안 되든 석유 뿌리구 한 번 펴보지요.
孔主學 : 펴보게.
孔主學 이물방으로 들어간다.
동사들 장작과 석유병을 들고 너장(갑판) 위로 올라가 쌓아놓고 불을 핀다. 그러나 바람과 비에 피어지지가 않는다.
노틀하라범 : 그만 둬. 엔간해야 불이 붙지.
일동 낙망하여 霧笛소리 나는 곳만 바라보고 섰다.
노틀하라범 房장으로 내려와 바께쓰를 들고 올라오드니 두들기며 펄을 향하여 구원을 청한다.
노틀하라범 : 여보-. 사람 살려주시오.
일 동 : (따라서) 사-람-살-려-주-시-오.
동사들 한참 소리를 지르다 아무 반응이 없으므로 悄然히 다시들 내려온다.
孔主學, 기선에서 사용하는 코르크製의 큰 ウキ(救命具) 하나를 들고 나온다.
孔主學 : (천명에게 ウキ를 주며) 만일을 생각하구 이걸 내가 하나 구해뒀다.
천 명 : …….
孔主學 : 지금 다행이 물결이 저 기선 쪽으로 흘러 가구 있으니 한 시간만 타구 있으면 저절로 떠내려가 달 꺼다. (하며 천명의 등에다 ウキ를 묶어준다)
천 명 : …….
노틀하라범 : 물결이 거칠 때 빨리갈라구 헤엄쳐선 안 된다. 몸부림을 쳐두 안 되구. 물결을 거역해서는 살기가 어려운 법이니라. 그렇지만 몸을 턱 맽기구 드러눠서 하눌만 쳐다보구 있으면 물결이 제절루 구해주는 법이다.
천 명 : …….
판 성 : 배님자, 가차우니까 무사히 가기야 가겠지만 저 기선 역시 우리처럼 난선쿠 있는데 설사 단들 마찬가지 아니겠어요?
孔主學 : 그렇지만 기선엔 무전이 있으니까 벌써 인천으루 통지했을거야. 그러니 머지않어 해사출장소(海事出張所)서 경비선(警備船)이 올 걸세. (다시 조고만 꾸러미를 허리에다 채주며) 이건 흰무리 떡이다. 허기지거든 조금씩 입에다 디려띠려라.
천 명 : 그럼 안녕히들 계세요.
孔主學 : 응.
노틀하라범 : 꼭 내 말대루 하눌만 쳐다보구 있어야 한다.
천 명 : 네.
孔主學 : 어머니 뵙거든 안부 여쭤라.
천 명 : 네.
천명 대마다리로 나간다.
동사들 전송해 나간다.
直指寺 혼자 남아 □□과 죽음의 공포를 잊을려고 서투른 곡조로 나직이 소리를 한다.
靑초마 밑에다
소주병 차구요
梧桐 수풀로
님찾어 간다네
네가 잘나서
一色이드냐?
내 눈이 어두어
박색이드냐.
동사들 제 各具 생각에 잠겨 直指寺의 노래에 합창한다.
천명 다시 들어온다.
천 명 : 삼춘. 전 못 가겠어요.
孔主學 : 왜?
천 명 : 죽어두 삼춘하구 동사들 하구 같이 죽지 나 혼자 살려구 이걸 타구 가지는 못하겠어요.
하며 ウキ를 풀러 놓는다.
孔主學 : (말리며) 그렇지만.
이때 어디서인지 뿌드득하고 널이 갈라지는 소리.
노틀하라범 부자리로 달려간다.
노틀하라범 : 배님자 큰일났오. 부자리가 기어쿠 갈라지구 말았오.
孔主學과 동사들 일제히 그리 몰린다.
갈라진 사이로 바다 물이 내리 퍼붓는다.
孔主學 : 대깔, 대깔.
천명, 대깔(竹屑)을 한 웅큼 집어다준다.
孔主學과 동사들 뚫어진 곳에다 틀어막는다.
直指寺 : 대깔루 그게 막아지겠오? (하며 거적을 갖다 틀어댄다)
그러나 의연히 물은 내리 들어올 뿐.
노틀하라범 : (孔主學에게) 그리게 어제부터 내가 뭐랍디까? 그만 잡자구 안 그랬오? 관두 사흘만 넘으면 제아무리 되게 짜두 터지는 법인데 실하지도 않은 배에다 조길 이렇게 처싫었으니 이 곤두백이 물결에 결단나지 않을 리가 있겠어요?
孔主學 : (구멍을 틀어 막은 채) 천명아 거기 물통 집어라. 장두리하구.
천명, 급히 물통의 물을 가지고 장두리와 함께 갖다준다.
孔主學, 천명에게 교체를 시켜 구멍을 눌르고 있게 하고 물통을 바신 후 대고 못을 친다. 그러나 약간 멈췄을 뿐 다시 물이 새며 뽀개진다.
판 성 : 댈려면 뒤에다 대야지 안에다 대선 담박에 또 터져요.
孔主學 : 밖에다 댈려면 천상 물 속으루 들어가야만 할텐데 저렇게 물결이 날뛰니 들어갈 수야 있겠나?
노틀하라범 : 判成이, 너 벌거벗구 들어가봐라.
판 성 : 담박에 배밑창으루 쏠려 들어가지 못 박구 있을 수 있겠어요?
直指寺 : 長達인 기운이 세니까 괜찮을 거야. 한 번 들어가봐라
장 달 : …….
노틀하라범 : 이럴 때 생각나는 건 으레 죽은 천명이 성들일세. 그 사람들이야 죽구 살군 나중 문제지 그대루 뛰어들어가구 보니까…….
孔主學 : (만사를 체념했나보다. 비장히) 할 수 없네. 조기를 퍼버리는 수밖에.
동사들 : (악연하여) 조기를요?
孔主學 : 음, 아무리 생각해두 그 길밖에 없네.
直指寺 : 좀 더 기대려봅시다.
孔主學 : 점점 더하면 더했지 갤 것같진 않네.
천 명 : 그렇지만 두 달이나 죽을 고생하구 잡아가지구 온 고길 어떻게 버려요?
孔主學 : 최후 수단이다. 조기만 쏟아버리면 배는 가벼워질거다. 그러니 널루 틀어막은 채 밤만 어떻게든지 새면 날은 갤 거다. 그 간에 온수리로 들어간 우리 배들이 구조 올테니까…….
천 명 : 삼춘, 그렇지만 그 고긴 고기사 아니라 삼춘하구 동사들 두 달 동안 피땀이 아니에요. 골판에서면 모를까 인천 거진 다 와서 쏟아버린다니 그건 안 될 말이에요.
孔主學 : 네 뜻두 갸륵하지만 이 길밖에 없으니 어떻거냐? 사람부터 살구 봐야 할 게 아니냐? 빨리들 퍼 버리게…….
동사들 하는 수 없이 고기를 풀 준비를 한다.
천명 앞으루 나온다.
천 명 : 삼춘, 제가 들어가 밖에서 못을 치구 오겠어요.
孔主學 : 네가?
동사들 : 천명이가?
천 명 : 삼춘하구 동사들은 아까 날 ウキ를 태보내서 나 혼자만 살라구 해주시지 안 했어요. 인젠 내가 삼춘하구 동사들을 위해 희생당할 차례예요.
하며 옆에 있는 로프로 몸을 붙들어 맨다.
孔主學 : 천명아, 네가…….
천 명 : 삼춘, 염려마세요. 그리구 이 줄끝만 단단이 잡구 계세요.
천명 줄끝을 숙부에게 준 후 물통과 장두리를 들고 물로 풍덩 뛰어든다.
일동 망연이 바라보다 소스라치는 듯 줄끝을 붙잡고 올린다.
幕
第三幕
仁川港.
구선박에 면한 漁業組合聯合會의 매매장의 일부.
洋鐵製의 창고식 건물. 바닥은 전부 세멘트 콩크리트를 깔았고 한 쪽에 있는 水道에 달린 「고무 호스」에서 나오는 물로 항시 씻기고 있어 깨끗하다.
우변으로 가면 會計 庶務의 본 사무실로 連하고 좌변이 경매장으로 무대에 나타난 부분은 정면 출입문을 중심으로 매매자의 간단한 휴게실에 해당한다.
통칭 호떡 걸상이라는 長椅子와 다리 부러진 탁자와 헌 의자 數筒. 벽에 걸린 黑夜에는 오늘 水揚한 어구의 종목이 씌였고 孔 조기 미디 午前 八時 三十分 開始라 쓰인 종이가 붙었다. 군데군데 三이니 マ니 상표가 붙은 생선괘와 새우, 조기 등의 젓독이 산적해 있다.
중앙 정면에 큰 秤臺 하나. 정면 출입문 건너는 도로를 지나 선박으로.
풍랑을 피해 입항한 조기배가 풍어기를 날리며 隅集해 있다.
도로 중앙에 小起重機가 있어 船中의 생선궤를 下陸하고 있다.
노틀하라범, 長達, 尹僉知, 判成, 直指寺서 왔다는 漁夫, 천명 등 孔主學의 선원들이 기중기에서 푼 생선궤를 나른다.
칭대 앞에는 연합회에 취직을 한 喜女가 머리를 자르고 사무복을 입고 斤量을 달고 있다.
희 녀 : 二五四番. 一三-七料.
장부에다 記入한 후 다시 꼬리표에다 적어서 궤짝 속에 넣어준다. 어부들도 바쁘게 左邊으로 들고 나간다. 이윽고 우루루 생선을 쏟는 소리.
조금 후 다시 빈 궤를 들고 나와 출입문으로 나간다.
노틀하라범 : (궤를 칭대에 놓으며) 저울 똑똑히 달아라. 생선이 아니라 우리들 뼈꼴이다.
희 녀 : 一四, 六料 (노틀하라범, 다시 들고 경매장으로 들어 간다.)
천 명 : (궤를 놓으며) 얨평서 희녀가 취직했단 소린 들었어.
희 녀 : 一五, 一科 천명이 나가던 이튿날 왔어. 직업 소개소를 찾아 갔더니 여기다 천거를 해 주겠지.
長 達 : (쾅하고 궤를 놓는다)
희 녀 : 살살 놔요, 二五六番 一四, 三料.
장 달 : 경을 칠 재미가 있어야 살살 놓지. 작년만 해두 조기 한 판에 이삼 원씩 시세가 오르구 내리구 했는데 이건 一円七十八錢씩 판에 박은 듯 도매금이 지정돼 있으니 이게 무슨 재미람. (하고 궤를 들고 나간다)
희 녀 : 나두 변했지만 천명이두 변했는데….
천 명 : (웃으며) 어떻게?
희 녀 : 아주 フナノリ같어. 얼굴이 시커먼 게.
천 명 : 두 달이나 걸렸으니까….
희 녀 : 난 이렇게 천명일 눈 앞에 보는 게 별나.
천 명 : 왜?
희 녀 : 난 꼭 다신 안 돌아 올 줄 알았어. 이번 풍랑은 전선적이래. 廷垀, 七山 조기배는 말할 것도 없고 첩도 민어배, 법성포 새우며, 古群山 갈치배 다들 피해가 여간 크지 않다구 신문에 났겠지. 조합에서두 여간 걱정들 하지 않았어. 그러니 어머닌 얼마나 속이 타셨을까?
천 명 : ….
희 녀 : 그저께 아버지가 석유 사러 나오셨다 들러가셨어. 천명 어머니는 거진 실성하시다시피 해가지고 매일 개를 울구 댕기셨대. 울음소리 때문에 밤새 한잠 못 잤었다고 하시겠지. (천명 궤를 들고 나간다.)
노틀하라범, 直指寺, 판성, 장달 들어 온다.
노틀하라범 : 인천 항구에 우리가 장(將)치네. 윤첨지, 칠산 노구골이가 들어오긴 우리보덤 하루 앞서 들왔다는대?
判 成 : 몇 마리나 가지구?
노틀하라범 : 빈 손 들구 들왔대. (一同 웃는다) 모두 백 몇 궤짝밖에 못 잡았다나보대. 인천 들오기 챙피하니까 진남포에다 ミズアゲ했다는군.
直指寺 : 그물 배급을 받아가지고 또 한번 잡아 볼라고 하다가 호통을 맞었다더라. 이 물자 부족한 때 동업갈 망쳐놓구 저 혼자 이권을 찾을려구 했다고 조합에서 제명하고 배급까지 안 준다더라.
일 동 : 하하하.
이때 常務와 孔主學이 이야기하며 들어오므로 싸울려다 궤를 들고 나간다.
常務理事 : 아무튼 지난 풍랑에 이만큼 조기를 잡아 가지구 들왔으니 용하시우. 얨평 조기는 공상이 다 휩쓸어 왔다구 모두들 그럽디다.
孔主學 : 원 농담의 말씀으로….
常務理事 : 그렇지만 다음이 걱정이요. 또 수산과에서 松炭油, 重油를 삼할, 그물, 로프를 이할 가량 줄인다는 통고가 왔오. 그러니 무얼루 고길 잡아서 수출을 한단 말이오?
孔主學 : 자재에 곤란 당하는 것을 우리들 뿐이겠오? 세상이 다 그런데. 하지만 자재가 줄면 줄수록 그걸 극복하구 생산은 더 한층 확충해야 해요. 물자 부족으로 생산도 감퇴된다면 전력에 여간 큰 영향이 미칠 것이 아니거든요.
常務理事 : 사실 이번 산림 キタニ(不谷) 仁川 어업 등 수 십만 원 자본에, 전부 기계 설비 완전한 발동선만 부리는 대어망업자들을 제쳐놓구 군에서 공상한테 군수어 공출을 위탁한 것두 전시하의 업자로서의 처할 길을 孔主學과 동사들이 실지루 보여줬기 때문이요.
孔主學 : 그렇게 말씀하시면….
常務理事 : 나 어린애가 전시하의 식량인 고길 자기의 생명보다 애끼구 죽음을 무릅쓰구 버리지 않구 가지구 들왔다는 것이 군을 감격시켰대요.
孔主學 : 설사, 그런 일이 있었던들 그걸 이사께서 얘기 안 해주셨으면 허가가 됐겠오? 좌우간 내 힘껏 성의껏만은 하리다.
常務理事 : 공출 기일과 수량, 품명, 기타 자세한 요항은 오늘쯤 다시 공문이 올거요. 오는 대로 곧 알리리다. (이때 천명 들어온다)
孔主學 : 참, 너 인사 여쭤라.
常務理事 : 인사가 뭐요. 잘 아오.
천 명 : 야기 상점에 있을 때 매일 뵜어요.
常務理事 : 이번 풍랑에 용감한 행윈 신문사에서 모두들 적어갔다. 그리구 조합으로서두 정식으로 도에다 표창 신고를 했으니 불일간 상장과 상금이 갈거다.
孔主學 : 거, 고맙소. 앞으루 군수어 일은 이 애를 가르쳐서 맽길려구하오, 잘 지도해주슈.
상 무 : 내야 무슨…. 그럼 난 바쁘니 그만 들어가보겠오.
하고 상무실로 들어간다.
노틀하라범 나온다.
노틀하라범 : 천명이 너 느어머니한테 전보 안 치냐?
천 명 : 뭐라구요?
노틀하라범 : 아 무사히 상륙했다구.
孔主學 : 그 전보는 내리는 길루 내가 쳤네.
희 녀 : 二五八番 一五, 三料.
노틀하라범 : 이게 마지막이다.
희 녀 : (競賣場內로 들어가며) えでお任舞ひ.
이윽고 경매 준비를 알리는 一番 종소리. 어시장 상인, 중간어업자 등 이삼인 씩 밖에서 들어와 말없이 안으로 들어간다. 윤첨지 들어온다.
윤첨지 : 천명아. 느어머니 오셨다.
천 명 : 어머니요?
윤첨지 : 응. 아버지도 오시고…. 주인 마님도 오셨오.
공씨, 落京, 孔主學의 妻, 들어온다.
공씨는 아들을 보니 죽었던 자식 찾은 것처럼 붙들고 주저앉아 운다.
낙 경 : 얼마나 고생했냐?
孔主學 : 뭘요. 다행히 모두들 무사했오. 되려 집에 있는 사람들이 걱정할까봐 애들이 탔어요.
孔主學의 妻 : 그 옷 벗고 갈아입으슈.
孔主學 : 괜찮어.
천 명 : 어머니 그만 우세요. 남 부끄럽게….
공 씨 : 선앙님이 너만은 잡아가지 않을 줄 알았다. 큰눔 둘째눔을 잡아 갔는데 하느님인들 무슨 낯으로 막내 자식마저 잡아가시겠니?
孔主學의 妻 : 형님.
천 명 : 어머니. 일어나세요. 사람들이 봐요
공 씨 : 내가 정한수 떠놓구 북두칠성님께 그렇게 빌었기 망정이지 그리 안 했으면 다시 못 봤을 꺼다. 못 봤을 꺼야. (천명을 꼭 안으며) 네가 죽은 송장을 돗직개에다 덮어 가지고 노틀하라범이 들고 들어오는 꿈을 여러 번 내가 꿨다. 모두가 이 어미 잘못이었다. 그렇게나 가기 싫다는 너를 두드리다시피 해서 너를 내보냈으니 하늘님인들 어째 역정이 안나셨겠냐? 인젠 맘 턱 놔라. 내가 다신 널더러 바다에 나가 벌라고 하지 말마. (하고는 다시 운다)
孔主學 : (공씨를 부축하며) 누님, 진정하슈. 누님이 반가워 하셔야지 이렇게 자꾸 우시면 천명이 맘이 언짢지 않겠오?
공 씨 : (그의 손을 뿌리치며) 내 몸에 손대지 말게.
孔主學 : (愕然하여) 누님.
공 씨 : 날더러 누님이라고 하지 말게.
孔主學 : 네?
공 씨 : 자네 의절하자고 했지. 의절함세. 의절해. 무서울 것 없지. 무서울 것 없어.
천 명 : 어머니.
공 씨 : 내 집에 발 들여놓지 마슈하고 눈을 시퍼렇게 해가지고 그 악을 썼지. 안 들여 놔. 안들여 놔. 내가 쓰레기통을 뒤져두 자네네 밥 안 먹겠네, 자네네 밥 안 먹어.
천 명 : 어머니.
孔主學 : 누님. 내가 누님을 속였단 말이요? 왜 이러슈?
공 씨 : 넌 용류환이 헌 줄 알았겠지? 그리고도 돈에 욕기가 나서 사람을 탠 것 아냐? 너는 돈밖에 안 뵈니?
낙 경 : 아, 고기 많이 잡구 무사했으면 그만이지. 왜 이 야단이슈. 이 야단이. 천명이가 죽었단 말이요. 다리가 부러졌단 말이요? 배타는 자란 그렇게 모험을 해야하는 거야.
孔主學 : 누님, 누님은 날 원망하시지만 내가 천명이를 데리고 나가길 잘 했오. 난 이번에 비로소 천명이 천성을 알았고, 천명이 갈 길을 확실히 알았오. 천명인 바다에서 살 녀석이요. 내가 데리고 아니 나갔어도 언제든지 바다로 나갔을 거요.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는 말이 있오. 누님 배 속에서 나온 아들인데 자동차 운전수가 당한 노릇이요?
낙 경 : 암. 더 이를 소린가.
이때 경매 개시의 二番 종소리.
강철같이 튀는 경매계의 立値부르는 소리가 멋없이 넓고 높은 장내에 울려온다.
천명, 母를 밀고 급히 장내로 달려간다.
孔主學 : 누님 매매가 시작되오. 용류환에서 푼 조기가 천명이 덕에 가지구 들왔으니 내가 물에 버린 셈치구 그 돈은 천명이한테 주겠오.
공 씨 : 그만 두게. 돈두 다 부질없네.
孔主學, 경매장으로 들어간다.
낙 경 : 원, 남의 호의를 무시해두 분수가 있지.
공 씨 : 난 조금두 너무 한 것 없네. 돈 받으면 앞으루 또 내보내야 할 게 아닌가?
孔主學의 妻 : 참, 형님도 너무 하슈. 너무해.
공 씨 : 난 조금도 너무 한 것 없네. 돈 받으면 앞으로 또 내보내야 할 게 아닌가?
孔主學의 妻 : 그럼…. 한 번 내보내구… 또 다시 안 내보실려오?
공 씨 : 죽은 자식 하늘이 도와 겨우 찾았는데 아주 죽이란 말인가? 매맨가 뭔가나 봐 주게 하구 오늘 섬으로 내가 데리고 내려 가겠네.
孔主學의 妻 : 그렇게 급하슈? 발동선 찾거든 아범하고 같이들 타구 내려갑시다.
이때 경매계의 소리
聲 : 「お次は 龍遊丸, 水揚, 延平 石首魚 二百五十八箱, 漁獲主 同じく 孔主學さん」
낙 경 : 지금 リウユウマル라구 했어. 용류환이야. 빨리 들어가봐
공 씨 : 당신이나 들어가 보구료.
낙 경 : 이런 고집은.
하고 장내로 들어간다.
孔主學의 妻 : 그럼 저하구 푸성구전에나 댕겨옵시다. 김치꺼리나 좀 사게. 여근 아범이 고기 팔면 예전과 달러 큰 놀인 못하지만 조그만 잔친 한댔으니 뭐 좀 차릴 걸 사봅시다.
공 씨 : 자네 혼자 댕겨오게. 잔치두 안 먹겠네.
공씨, 던지는듯이 하고 힘없이 밖으로 나가버린다.
孔主學의 妻, 성이 난 채 나간다.
龜區長, 激昻하여 딸을 꾸짖으며 들어온다.
龜區長 : 이런 왜 대답이 없냐? 응?
희 녀 : 전 아직 결혼은 생각 해본 적 없어요.
龜區長 : 생각은 내가 하면 그만이지. 네가 할 일은 없어. 상대방은 이번 해군지원병제가 실시되자 솔선해서 응모할려는 청년이야.
희 녀 : 그렇지만 전-.
龜區長 : 이년, 죽은 네 어밀 생각해선들 그 소리가 나오냐? 「귀한 딸이니, 아무한테나 내주진 마우. 허지만 믿음직하구 참한 자리가 있걸랑, 이것 저것 생각지 말고 선뜩 내주우.」 하구 눈을 감은 네 어밀 생각해선들 그 소리가 나오냐?
희 녀 : 천명 어머니가 그러시는데 그렇게 유언 안 하셨다던데 뭘….
龜區長 : 무엇이 어째 이년. 네가 들었냐? 네가 들었어?
희 녀 : 어머닌… 어머닌… (하며 운다)
龜區長 : 어머닌 어쨌단 말이야? 응, 그래 네 어머니가 뭐라구 유언했다구 그러든?
희 녀 : …(울며)… 어머닌 천명이하구…….
龜區長 : (펄쩍 뛰며) 천명이 하구…. 이년 그럼 이 애비가 네 어미 유언까지 속였단 말이야? 응 네 어민 천명이같이 믿음직하고 참한 애라군 했지만 천명이라고 딱 잘라 말하진 않았어. 그건 나루터 곰이 할머니한테 물어봐두 안다. 틀림없이 천명이 같이라고 했느니라. 천명이같이 믿음직하고 참한 사나이란 즉 지원병을 가리킨 것 아냐.
희 녀 : …….
龜區長 : 내가 네 취직을 승낙한 건 항구 물을 먹구 그 시굴 때 좀 벗을까 하고 한 거야. 즉, 장차 군인의 아내로서의 교양과 상식을 듣구 보는 데서 얻어 배우라구 한 것이야. 그런데두 불구하구. 네가 결혼을 하구 싶지 않달 땐 여기 더 오래 있을 필요 없다. 이사가 누구냐? 응 가서 사표 내구 섬으로 내려가자.
희 녀 : …….
龜區長 : 누구냐? 응 누구야. 대라. 냉큼 대지 못하겠냐?
희 녀 : ……. (운다)
龜區長 : 너 설마 천명인 아니겠지?
희 녀 : (참았던 울음이 터진다)
龜區長 : (펄쩍 뛰며) 아-니, 그럼 천명이란 말이냐?
희 녀 : ……. (울뿐)
龜區長 : 내가 너한테 여러 번 말한 바 있거니와 내 결심은 불변이야. 고기잡이한텐 절대루 딸자식 줄 수 없어…. 네가 천명이하구 약속이 있었다면 아예 단념해라. 단념해. 그리구 그녀석한테두 단념하라구 하구. (경매장을 흘겨보며) 괘씸한 눔, 괘씸한 눔 (점점 흥분해지며) 에-잇, 괘씸한 눔. 그눔이 영광의 지원병 되라는 내 말은 안 듣구 공주학이 뱃눔이 돼야 옳단 말이냐? 내가 그 녀석한테 네 신랑이 출정 나가는 광경을 꼭 한번 보여주고 싶어 못 견디겠다.
희 녀 : 아버지. 천명이 다신 배 안 탈 꺼에요.
龜區長 : 제 삼춘이 선장 시킨다는 바람에 아주 큰 벼슬한 것처럼 좋아 날뛴다는데 안 탈 꺼야?
희 녀 : 그렇지만 자기 어머니가 붙들고 안 놓을 거에요.
龜區長 : (솔깃하며) 즈어머니가?
희 녀 : 네 오늘 용류루 내려가면 다시는 물에서 벌어먹지 않게 한다고 했어요.
龜區長 : 네, 그게 정말이냐?
희 녀 : 네.
龜區長 : 이년아, 그럼 그렇다구. 진작 그러지. 그렇다면 얘긴 달라진다.
희 녀 : (의아하여) 네?
龜區長 : 그렇다면 최후로 다시 한번 지원병을 권해보는 것두 허사는 아니다. 약혼은 당분간 보류다. 내가 가서 취소하구 오마.
龜區長 망연히 서있는 딸을 남긴 채 황급히 나가다 들어오던 常務理事와 쾅 부딪친다.
경매장의 「お次は 水神丸水揚 云云」의 소리.
龜區長 : (경매장내를 훑어보며 뱉는 듯이) 참 세상엔 반드시 악운이란게 있나봐. 악질일수록 운은 틘단 말이야. 제 조칼 지원병에두 내놓지 않는 자를 군에서 잡아가진 않구 되레 그런 큰일을 맡기니… 썻. 썼.
龜區長 혼자 개탄하며 나간다.
서류를 든 孔主學과 동사들 떠들며 나온다.
孔主學 : 유월 삼십일 ××貫 천진항 삼바시착이야.
천 명 : 유월 삼십일이요?
孔主學 : 응.
천 명 : 고기 지정은 말했어요?
孔主學 : 조기, 민어 기타라구 했어.
判 成 : 시일이 그렇게 촉박해서야…? 더구나 배급을 삼할이나 줄인다면서…?
孔主學 : 별수 없네. 오늘 바로 칠산으루 내려가는 수밖에…. 그래서 한 사람이 두 사람 몫씩 일하지 뭐.
一 同 : 오늘루요?
孔主學 : 응
判 成 : 큰년이 입학했다는데 어떻게 댕기는지두 좀 봐야지요.
直指寺 : 가시나두 가사니지만… 두 달 동안이나 바다에 있었으니 한 번 안아 줘야 할게 아닌가?
孔主學 : 그렇다고 첨부터 시일을 어겨 신용을 떨어뜨릴수야 있겠어?
直指寺 : 그렇지만….
孔主學 : 바다는 직장이야. 직장은 이제는 戰場이나 마찬가질세. 병정들이 싸우는 거나 우리가 고기 잡는 거나 조금두 다를 게 없어. 전쟁하다가 자식 여펜네 생각난다구 댕기러 가겠다구 할 수 있어?
直指寺 : 그렇지만….
孔主學 : 제일선에서 목숨을 내걸구 싸우구 있는 병정들이 먹을 식량일세. 잠시라고 안 한이 할수 있겠나?
一 同 : …….
孔主學 : 다행이 얼음하구 소금은 군에서 배급을 맡아줬네. 발동선 찾어서 싣고 내려가세. 그래서 칠산서 잡는대루 싣구 천진으루 직행하세. 그럼 시일은 맞을 걸세.
노틀하라범 : 그럼 밤물에 나갈려면 빨리 실을걸.
孔主學 : (돈을 꺼내주며) 직지사하구 배에 가서 동사들 더러구 부족한 것들 사서 싣게. 다른 배에도 모두들 준비하라구 이르게.
노틀하라범 : 네.
孔主學 : 그리구 준비들 끝나는 대로 선우를 더러 배를 삼신기선 제일삼바시 앞으루 갖다 대구 있으라구 하게.
노틀하라범 : 바루 떠주될텐데 제일삼바신 왜?
孔主學 : 거기서 발동선 수도를 하기루 했어. 난 고기값 찾는 대루 기선회사에 가서 잔금 치르구 선장하구 그리루 나갈 테니 거기서 한 대 출범하세.
노틀하라범 : (파이프를 급히 꺼내 물며) 헤헤헤. 나두 오늘부턴 수부장일세.
直指寺 : (나가며) 이 문둥아. 이러니 내남직 할 것없이 고기잡이한테 가시나 준다고 하겠나?
노틀하라범 : 염려말어. 이번 풍랑에 고태줄 간 줄 알구 벌써 딴 서방 얻어 갔을테니.
直指寺 : 이 무슨 소린가? 이 망할놈의 노틀. 우리 경상도 에편네는-.
노틀하라범 : 계집은 다 마찬가지야. 우리 예펜네두 노대에 배가 엎어져 제주도까지 떠내려갔다 석달만에 가니까 벌써 사망신고 하구 딴서방 얻어갔대.
一 同 : 하하하.
노틀하라범, 直指寺, 밖으로 나간다.
천명은 여러 가지 생각에 잠기어 몹시 고통하는 표정이다.
孔主學 : 넌 어떡할테냐?
천 명 : …….
孔主學 : 느어머니가 저렇게 하시니 난 또다시 널 데리구 나가겠다는 못하겠다. 그리구 너한테두 나가자구 끌지두 못하겠구…. 너두 그만하면 네 의사대루 할 나이니까 네가 생각해서해라.
천 명 : 삼춘 저두 나가겠어요.
孔主學 : 정말 나갈테냐?
천 명 : (叱然이) 네.
孔主學 : 그럼 어머니한테 네가 잘 말해라.
孔主學 경매장내로 들어간다.
長達, 判成, 尹僉知 뒤따라 들어간다.
공씨 愴恍이 달려온다.
공 씨 : 천명아, 밤물에 칠산으루 바루 내려간다는 게 사실이냐?
천 명 : 네.
공 씨 : 넌 안 나간다고 했겠지?
천 명 : 저두 나가기루 했어요.
공 씨 : 이눔아. 천진이 이웃아이 이름인줄 아냐? 청국땅이다, 청국땅이야. 가차운 얨평바다에서두 그렇게 혼이 났는데 허허수 그 먼 바다에서 노대나 만나 봐라. 참말이지 송장두 못찾는다. 군수 인가는 느이 삼춘더러 혼자 해먹으라구 하구 넌 나하구 섬으루 내려가자.
천 명 : (홀연히) 전 내려갈 수 없어요.
공 씨 : 그럼 아주 집엔 안 들어올 작정이란 말이냐?
천 명 : 칠월에나 내려갈 테에요.
공 씨 : 그럼 앞으루두 두 달 동안을 물에서 살겠단 말이냐?
천 명 : 두 달이 뭐예요? 평생 살텐데.
공 씨 : (펄쩍 뛰며) 평생이라니? 그럼 요전에 나한테 한 소린 모두가 거짓말이었단 말이냐? 네 누나가 죽어두 뭍에서 죽지 물에서 죽진 말랬다구 했다구 네 입으루 울면서 한 소리가 모두 거짓말이었단 말이냐?
천 명 : 그땐 그랬지만….
공 씨 : 그땐 그랬지만 지금은 변했단 말이지? 이젠 이 에미 생각은 염두에도 없단 말이지? 네가 삼춘따라 한번 나갔다 들오더니 착한 네 맘이 변했구나. 너를 바다에 내보내군 내가 바늘방석에 않은 듯 맘이 불안해서 못살겠다. 참말이지 애간장이 졸여서 못살겠다. 나하구 집으루 내려가자 .
천 명 : 그건 어머니만이 당하시는 고통은 아니에요. 전선 오십만 어민들의 어머니들이 다 같이 겪는 고난일 거예요.
공 씨 : 네가 그때 자동차 운전수가 꼭 하구 싶다고 안 그랬냐? 이번에 시험을 치르도록 해라. 그래서 희녀하구 결혼해 가지구 항구에 와서 살자구나.
천 명 : 그건 벌써 옛날 얘기예요.
공 씨 : 옛날 얘기라구?
천 명 : 어머니 돌아가세요. 어머니가 그러시면 제 마음이 자꾸만 약해져요
공 씨 : (완강한 아들의 태도에 풀이 꺾이더니) 뭐?
천 명 : 이젠 삼촌이 좋아졌어요. 삼촌이 하시려는 일을 나두 꼭 해보구 싶어요.
공 씨 : 그럼?
천 명 : 바다에다 일생을 바치겠어요.
공 씨 : 네가 필시 물귀신한테 홀리고 말았구나. 그렇지 않구야 이렇게 변할 리가 없다.
이때 낙경 小切手를 들고 나온다.
낙 경 : 네 삼촌이 이사한테 얘기해서 용류환 생선값만을 우선 찾어서 줬다 .이백 쉰 여덟 상자값 一千九百余円이다. 동사들 앞으로 반은 줘야 한다니 九百五十円 준 셈이다.
천 명 : (돈을 받으며) 어머니하구 같이 가셔서 누나한테 부치세요.
낙 경 : 천순이한테?
천 명 : 네. 전 어머니 줌을 살려 드릴려구 바다에 나갔었어요. 어머닌 내가 선장되길 바라지 않으셨어요. 오늘 제일삼바시서 발동선 떠맡기루 됐어요. 첨부터 선장 할 순 없지만 이번만 갔다오면 넉넉히 혼자 부릴 수 있을 거에요. 그리구 돈 벌어서 누나한테 부쳐서 불러와서 시집보내면 고대 돌아가셔두 한이 없겠다고 하시지 안 했어요. 아버지하구 해안정 우편국에 가서 곧 송금하구 오세요.
공 씨 : (울며) 군대 일이라 자기도 어데로 가는지 모른다고 했는데 어디다 부치란 말이냐?
천 명 : 경성 남산정 적십자 본사루 부치세요. 그러면 거기서 전해줄 거에요.
낙 경 : (妻에게) 가. 나하구.
공씨 불가항력을 깨닫자 체념한 듯 뒤를 돌아다보며 돌아다보며 낙경을 따라 나간다.
울면서 무거운 걸음새로 나간다.
경매계 소리, お次は ××丸水揚 同じく….
희녀, 공씨가 사라지자 앞으로 나온다.
희 녀 : 그럼 칠산가서 잡아가지구 바루 천진으루 가게 돼?
천 명 : 응.
희 녀 : 그럼, 아주 일생 바다에서 살 작정이야?
천 명 : (叱然이) 응.
희 녀 : 그렇게 바다가 싫다더니…?
천 명 : 나갈 때까지두 싫었었어. 그렇지만 나갔다 돌아오니까 나두 모르게 생각이 달라졌어.
희 녀 : …….
천 명 : (한마디 한마디 추억을 더듬는 듯) 내가 어렸을 때 물에만 겨 들어가면 어머닌 얼굴이 파랗게 질려가지구 뛰어오셔서 나를 안구 들어가셨어. 그래서 방 속에서 못나가게 하셨어…. 난 어머니가 개에 나가시면 다시 겨 나와서 물에 들어가 물장난치구 놀았었어. 내가 자꾸 빠져나가구 방 속에서 갑갑해서 바람벽 문창을 쥐어 뜯구 하니까 우리 어머닌 후리 그물 끌러 나가실 때나 조개 잡으러 나가실 땐 나를 우리 집 앞마당 살구나무 있지? 그 낭구에다 밧줄로 매놓구 나가셨어. 나는 목매인 송아지 모양으로 낭구를 빙빙 돌면서 동리 사람들하구 작은 성 큰 성들이 고기 잡으러 나가는 것과 칠성길 날리며 들오는 것을 바라보고 살았었어. 동네 내 또래 애들이 물루 뛰어들 때, 후리 그물을 잡아 댕길 때, 난 전신이 물에 들어가구 싶은 마음에 뛰고 있었어. 그리구 어째서 어머니가 날 물에 안 내보낼려구 하시는지 이유를 물으면 어머닌 늘 넌 바다에 나가면 죽을 팔자니 들어가선 안 된다구만 하셨어. 그러구나서부터는 나두 모르게 바다는 나가면 죽는 곳인 줄 알게 됐어. 그러다 큰 성 작은 성이 죽었거든. 그 후부터 바다에 대한 공포증은 더 한층 심해졌어…. 그러면서두 한 쪽으론 바다에 나가구 싶은 충동을 느꼈었어. 야기 상점에 댕길 때 오토바이루 생선 받으러 와서 아침 햇빛에 비늘이 번쩍번쩍 뛰는 생선들을 볼 때, 풍랑이 지난 아침에 고깃배가 선창에 뵐 때, 저녁 노을에 붉은 듯이 지나갈 때, 달밤에 우리 섬 어부들 노젓는 소리가 멀리서 청승스럽게 들려올 때, 나는 바다에 나가구 싶은 충동에 소스라쳤었어. 내가 왜 자동차 운전수가 될려구 한줄 알어? 내 이 배타구 싶은 분풀이로 그런 거야. 배 못타는 대신 뭐든지 타구 그냥 맘껏 달리구 싶었어. 멀-리 기선의 기적 소리…. 그러나 이제는 어머니두 누구도 나를 말릴 수는 없어. 나를 붙들 순 없어. 바다, 바다. 내 가슴엔 망망한 대해가 꽉 찼어. 난 잊어버렸던 그의 품속에 꼭 안기구 말았어. 내 가슴 속에다 이렇게 바다를 넣어준 사람은 삼춘이야.
멀리 입항을 알리는 汽船 汽笛.
희 녀 : 그럼 삼춘하구…?
천 명 : 응. 난 첨에 삼춘을 구두쇠, 수전노로만 생각했었어. 돈밖에 모르는 사람으루만 생각했었어. 그러나 그건 나의 잘못 생각이었어. 삼춘은 참으로 바다에서 사는 사람이야. 맘이 넓구, 배가 크구, 의리가 있구… 바다는 사람의 천성까지두 변하게 하는 모양이야.
희 녀 : …….
천 명 : (감격과 흥분에 홍조되며) 난 삼춘과 손을 잡구 태평양 인도양을 나와바리로 할 순 없지만, 이 황해 바닥을 우리 집 우물루 만들 테야. 그래서 이 우물 속에 말할 수 없이 묻혀있는 조기, 갈치, 민어, 준치, 도미, 가자미, 가오리로부터 뻘 속에 묻힌 낙지, 게, 조개 할 것 없이 다 잡아 낼 테야.
孔主學, 경매장에서 나오다 천명의 대화를 받아
孔主學 : 그래서 인천, 해주, 진남포, 신의주, 장항, 군산, 목포의 각 어항에다 올려서 식량부족 염렬 일소하는 한편 한 쪽으론 군에다 실어내서 병사들이 잘 먹구 잘 싸워주두룩 하자구나.
동사들 : 하하하하.
천 명 : (계면쩍어) …겨, 경맨 끝났어요?
孔主學 : 응, 二三七四 상자다. 조합의 수수료, 채권, 배급품대, 기타 제하구두 一萬八千餘円도 찾게 되겠다.
천 명 : 그럼 빨리 기선회사루….
천명과 孔主學이 밖으로 나가려 할 때 요란한 急救車의 싸이렌 소리.
천 명 : 뭘까?
희 녀 : 또 누가 짐 풀다 기중기에 쳤나봐.
이때 이어서 요란한 오토바이의 싸이렌 소리.
희 녀 : 수상경찰서 오토바이야.
孔主學의 妻, 야채꾸러미를 들고 뒷걸음으로 들어온다.
孔主學 : 누가 쳤어?
孔主學의 妻 : 지금 축항에 들온 윤선에 전염병 환자가 타고 있었다는구료?
孔主學 : (싹 얼굴이 변하며) 전염병?
孔主學의 妻 : 네, 해관 관내는 전부 소독하구 사람들두 못 지나 댕기게 해놨읍디다. 난 그래서 돌아서 왔오.
이때 연합회 門前에 오토바이가 정지한 소리.
常務理事 황급히 나온다.
常務理事 : 고-상, 큰일 났오. 아까 내디린 일천구백원 절수하구 지금 매상전표 그대루 가지구 계시우.
천 명, 孔主學 : 네?
常務理事 : 저 생선에 지부스균이 들어있을 염려가 있다하오. 지금 수상경찰서서 고기 전부 압수하러 왔오.
천 명 : 호열자균요?
常務理事 : 상핼 출범하든 날부터 어제까지 일주일을 앓구 모두 바다에다 게우구 했다는구료. 그렇지 않구라두 똥오줌이 어데로 갔겠오? 생선들이 물론 그걸 받아 먹었을 테니 전부 그 균을 가지고 있을 거라구 하오.
孔主學 : 그렇지만 일단 매매가 끝난 것을….
常務理事 : 미안하지만 전부 취소하기로 했오.
천 명 : 그럼 고기들은?
常務理事 : 수상경찰서서 압수해서 전부 태워버린다 하오.
一 同 : (愕然하여) 태워요?
常務理事 : 여기선 위험해서 태울 수 없으니 그대루 다시들 싣구 내려가서 용류 주재소장 タチアイ 아래 二十四時間內로 내라구 하오.
一同 망연히 서 있을뿐.
幕
第四幕
翌日.
용류도 천명의 집. 第一幕과 같은 무대.
일동은 고기를 다시 싣고 돌아왔다.
막이 오르면
천명 마루 끝에 혼자 앉아서 생각에 잠겨 있다.
희녀 행길에 나타난다.
천 명 : 어떻게 왔어?
희 녀 : 지금 배에 왔어
천 명 : 연합회 문 닫았어?
희 녀 : 응 생선전 문두 닫았어. 그리구 인천에 들온 고기배는 전부 수상경찰서서 압수해서 태워버렸어. 어머니 어디갔어?
천 명 : 갈매기 알 따러 앞섬에 가셨어.
희 녀 : (안으로 들어온다. 그리운 듯이 복숭화나무를 쳐다보며) 이 낭구야?
천 명 : 뭐가?
희 녀 : 천명이를 묶어놨다는 나무 말이야.
천 명 : 응.
희 녀 : 요전에 천명이 얘기 듣구 나서부터 나두 가슴속에 바다 물이 밀려 들온 것 같어. 그리구 가슴이 부풀어 올라오는 것 같구. 어제밤엔 내 배 속으루 조기, 민어, 갈치, 준치들 생선이 자꾸 들어오는 꿈을 꿨어.
천 명 : …….
희 녀 : 응, 그리구 불□□ 용류하구 바다가 그리워서 죽겠어. 그래서 달려왔어.
천 명 : …….
희 녀 : 천명이 어데가 아퍼?
천 명 : …아-니….
희 녀 : 얼굴이 아주 안 됐군. 너무 걱정해서 그렇지 않어?
천 명 : 걱정은 무슨?
희 녀 : 고길 태우게 돼서 말이야.
천 명 : 뭘.
희 녀 : 목숨을 내걸구 잡아온 고길 모두 태우라니 오죽 속이 상하겠어? 그렇지만 너무 낙망하지 말어. 고기란 천명이 말대루 무진장하지 않어? 황해 바다를 앞 마당 우물루 맹근다면서 이까짓 변에 낙망해서 쓰겠어?
천 명 : (아무 말없이 조용히 바다에다가 팔매질한다)
희 녀 : 어려서 천명인 이 낭구 밑에서 너이 큰 성 작은 성들이 고길 잡아가지구 들오는 걸 보고 자랐다지? 이젠 나두 천명이가 봉죽을 바람에 펄펄 날리구 조기, 갈치, 준치, 민어를 뱃전이 철철 넘게 잡아 가지구 들오는 걸 바라보구 살구퍼.
천 명 : 정말?
희 녀 : 응.
천 명 : 그렇지만 너희 아버지가 가만두시진 않을 걸.
희 녀 : 천명 어머니가 천명일 그렇게 못 나가게 해두 천명인 바다에 나가지 않어? 우리 아버지가 날 암만 때리구 막아두 결국 난-.
천 명 : 넌 어떡한단 말이야? 나한테 온단 말야?
희 녀 : …몰라.
천 명 : 하하….
이때 노틀하라범 급히 들어온다.
노틀하라범 : 빨리 삼춘네 좀 가봐라. 동사들이 너이 삼촌을 붙들고 월급 내노라구 야단이다.
천 명 : 동사들이요?
노틀하라범 : 너희 삼춘두 돈을 二百여원이나 손핼 보시구 별르구 별르던 발동선은 못 찾게 되구 군수어는 못 수송 하게 되구 얼마나 타격이 크냐 말야. 그런데 아무리 돈두 돈이지만 당장 월급을 내라구 듸려대니 이런 일이 어딨단 말이야?
(直指寺, 判成, 長達 등 孔主學에게 따라 들어온다. 낙경이도 따랐다.)
直指寺 : 여보이소. 주인장 이익이야 배당으루 한다지만 한 달 품삯만은 줘야 할게 아닝기요?
孔主學 : 어디 내가 돈을 받고 안 준단 말인가? 생선이 전부 매매 취소가 돼서 조합에 도로 물러주지 안 했나? 고기 열두 척 한 마리두 못 팔구 고스란히 가지고 돌아온 걸 번연이 눈으루 보구 이러는 건 너무 심해.
장 달 : 사실 우리 동사들 처지도 딱하지 않소, 호열자 때문에 고기를 못 잡으면 다들 제 집엘 가야겠는데 어디 빈손 들구야 떠날 수 있나요.
다른 동사들 : (일제히) 암 그렇죠.
판 성 : 선주님이야 처자가 굶고 있지는 않지요?
孔主學 : 이게 무슨 소리야?
直指寺 : 이런 일이란 이 남을 때두 있구 손해볼 때두 있지 손해봤다고 월급 모른다는 법이 어딨는기오? (동사들을 보고) 두말 할 것 없다. 자, 가자.
一 同 : 음. 가자. (화를 내고 퇴장)
노틀하라범 : 여보게들-. 여보게들-. 에이 이 일을 어떻게 한담. (하며 뒤따라 퇴장)
낙 경 : 여보게 주학이 저눔들이 이 길루 뿔뿔이 가버리면 어떡하누? 검령이 해제되면 곧 바다로 나가얄 텐데 누굴 붙들구 고길 잡는단 말인가.
공공고고孔主學 : 나두 동사들 월급만은 어떻게 해서라두 줄려구 은행에다가 배를 담보루 융통을 할려구 했었오. 허나 자금 통제가 돼서 신규 대부는 일체 중지했다는구료. 부동산을 팔려구 사방으루 거관을 놔서 돌아 댕기라구해두 이것두 작자가 곧 안 나타나는구료. 그렇다구 그물하구 배하구 이거야 팔수 있오?
낙 경 : 할 수 없네. 아까두 말했지만 내 말대루 하는 수밖에 없네.
孔主學 : (펄쩍 뛰며) 매부 아예 그런 소린 입 밖에두 내지 마슈. 망하면 차라리 이대루 곱게 망하지. 그런 무서운 짓을 어떻게 한단 말이요?
낙 경 : 그렇지만 군수어 공출기한이 자꾸 촉박해오지 않나? 첨부터 신용이 떨어져서야….
孔主學 : 인천 가서 대금업자들한테 다시 한번 사정 얘길 해보겠오.
낙 경 : 자네가 이렇게 손해본 소릴 다 알텐데 아무리 고리변이라두 취해주겠나? 내 말대루 하세. 내가 온 거 없이 하자는 게 아니라 믿는 데가 있어서 말하는 걸세.
孔主學 : 매부, 내 걱정은 마슈. 난 이대루 주저앉진 않소. 어떻게 해서라두 일어서구 말지…. 그리구 내 책임만은 무슨 일이 있드래두 깨끗이 다할 작정이요.
낙 경 : 에구 그럼 자네 좋을 대루 해보게.
낙경 나가버린다.
천 명 : 돈 주구도 통 먹을 게 없다는데 점심을 잡숫구 가시지요?
孔主學 : 내 입에 밥 들어가게 됐냐? 갈 사람들은 다 가라구 하구 노틀하라범하고 둘이서만이라두 생선들 모래사장에 끌어내려라. 그래서 댑싸리 얹구 빨리 태워라.
천 명 : 네.
孔孔主學 : 태울 때 잊지말구 駐在所 ヒラタ부장께 タチアイ해주시라구 해라. 난 돈 되는 대루 곧 내려올테니.
천 명 : 안녕히 댕겨오세요.
孔主學, 개로 나간다.
노틀하라범 : 그 옘병할 자식이 토할라면 제 에펜네 아가리나 가랭이에다 토하지. 바다에단 왜 토해가지구 애궃은 우리들을 이렇게 괴롭힐까?
尹尹僉知 : 어업이란 천우신조(天佑神助)야 하느님이 도웁구 선앙님이 봐주서야만 해먹는 법이야. 아무리 생각해도 금년은 하눌님하구 선앙님이 우리들한테 무슨 감정이 있으신 것 같어.
孔主學의 妻 : 전번 고사에 선앙님이 입에 맞으신 음식이 없었던 모양 아닐까?
尹僉知 : 그럴지도 모르지요.
孔主學의 妻 : 한번 고길 전부 검사를 해보면 어떨까?
천 명 : 한두 마리도 아니고 그걸 어떻게 일일이 검살 해? 피검사 한번 하는데두 십원 씩 한다는데, 한 마리 한 마리 검살해 보시요. 배보다 배꼽이 더 클테니….
일동들 떠들며 나간다.
짐에는 희녀만 남는다.
공씨 불길한 예감에 떨며 顔面 蒼白히 들어온다. 바구니를 이고 장대와 갈매기 한 마리를 들었다.
공 씨 : 이를 어쩌나. 이를 어쩌나?
희 녀 : 아주머니. 왜 그러세요?
공 씨 : 내가 꺼굉이(갈매기의 一名)를 죽였구나. 글세 꺼굉이를.
희 녀 : 어디 봐요. (공씨에게서 白鷗를 받어 尾部를 불어보더니) 정말.
공 씨 : 알을 따구 있는데 이게 에민 모양이야. 머리 위를 지나면서 캑캑 짖드구나. 난 그것두 모르구 한 바구니나 잡아 가지구 일어서는데 날아와서 목을 쪼는구나. 그래서 나두 모르게 장대루 내리쳤드니 캑하고 죽었다. 그렇지 않어두 재앙이 많은 집인데….
희 녀 : 미신이에요. 갈매기 죽였다구 변이 생긴다는 건….
공 씨 : 미신이 뭐냐? 내가 여러 번 사실을 봤는데.
희 녀 : 이리주세요. 가는 길에 묻어주구 가게.
공 씨 : 깨끗한 모래루 골라서 묻어라.
희녀、갈매기를 받아 가지고 나간다.
공씨 공포에 싸인 채 바구니에서 알을 꺼내 씻는다.
孔主學의 妻, 愴惶히 다시 돌아온다.
孔主學의 妻 : 형님, 큰일났오.
공 씨 : 응? 왜?
孔主學의 妻 : 큰일났오. 천명이 어데 갔오?
공 씨 : 배에 없든가? 나두 지금 막 들왔네. 무슨 일이 있었나?
孔主學의 妻 : 아제가 용류환 고길 그대루 싣구 가서 몰래 판데요.
공 씨 : 용류환 고길?
孔主學의 妻 : 네. 항구마다 생선 못먹게 해서 인천이나 군산엔 탄로 날 염려가 있다구 밤에 한강을 타고 올라가서 서울 마포에다 갖다 팔자구 하시는구료.
공 씨 : 자네더러 그러든가?
孔主學의 妻 : 나한테 왜 그런 소릴 하겠오. 직지사, 장달이, 판성이눔하구 주막에서 일 꾸미구 있는 걸 내가 지나가다 들었오.
공 씨 : 아-니, 그게 정말인가?
孔主學의 妻 : 정말이구 거짓말이구 가서 보시구료. 「어떡허든지 밑천은 건져야 한다」구 하면서 뒷 공론들 하다가 내가 들어가니까 뚝 그칩디다. 집에 아제두 안 계신데 이런 일을 저지르면 어떡헌단 말이요?
孔主學의 妻、급히 도로 나간다.
천명 개에서 들어온다.
공 씨 : 천명아, 느아버지가 동사들하구 짜가지구 고길 몰래 갖다 팔려구 흉괴를 꾸미구 있다는구나. 글쎄.
천 명 : 노틀하라범한테 개에서 들었어요.
공 씨 : 그럼 노하라범두 한 패에 끼었다든?
천 명 : 노하라범만 자긴 그런 짓 할 수 없다구 빠진 모양이야.
공 씨 : 그래 어데루 갔냐?
천 명 : 지금 주막에서 아버지 붙들구 말리구 있어.
이때 노틀하라범 급히 달려온다.
노틀하라범 : 암만 내가 말려도 느아버진 어느 개가 짖냐 식으루 코방귀두 안 뀐다. 들오시거든 네가 말려라. 난 윤첨지, 직지사한텐 다시 한번 잘 타일러서 밀리두룩 할 테니….
孔主學의 妻 : 오신다.
노틀하라범 다시 급히 나간다.
이윽고 落京 들어온다.
낙 경 : 베등거 빤 거 있거든 한 벌 꺼내줘.
공 씨 : (쏘아부친다) 도적질하러 가는데 그 옷 그대루 입구가지 새 옷이 뭐요?
낙 경 : (찔린 듯 □□하드니 다시) 없으면 그만 둬. (하고 방으로 들어가 보따리를 꾸려 가지고 나온다)
천 명 : (앞을 막아서며) 어델 가세요?
낙 경 : (허세를 부리며) 아무 델 가면 네가 무슨 상관이야?
천 명 : 수상경찰서 주재소로 통고를 해서 몇 상자 가지구 들온 걸 변변히 다 아는데 발각되면 어떡헐려구 그걸 갖다 판데셔요?
낙 경 : 한 쪽으로 태워가면서 밤중에 실어내는데 알긴 어떻게 알어?
천 명 : 설사 탄로가 안 난다구 하드래두 석유 묻힌 솜방맹일 아궁지마다 둘르는 격이지. 전염병 가진 고길 서울 장안에다 퍼트리신단 말이에요. 아무리 돈이 중하기루 사람의 목숨하구 바꿀 순 없을 거에요.
낙 경 : 듣기 싫어, 이놈아. 이를 테면 네가 애비한테 훈곌하는 거냐?
공 씨 : 애비한테 훈계 못 할 건 뭐요?
낙 경 : 그만해 둬. 너 저고기가 어데가 균이 들었단 말이냐? 응. 동사들 얘기 들으니까 잡는 직시루 매일들 날루 회두 쳐 먹구 저두 먹구 국두 끓여 먹었다든구나. 그래 느이들 중에 얨병 걸린 사람 생겼냐? 응. 얨병 걸린 사람 생겼어.
천 명 : 우리가 먹은 건 다행이 균없는 것이었지만 만일 가진 걸 먹었으면 다들 자빠졌을 거에요.
낙 경 : 닥디려. 나두 근거가 있어 하는 일이야. 내가 병신 되구 파산하구 처남의 밥을 얻어먹구 있으니까 네눔까지두 나를 우습게 여기지만 나두 육십 년을 바다에서 산 눔이야. 용유환 고기가 상해환 똥오줌을 안 받아 먹었다는 것 쯤은 짐작으루두 알 수 있다. 손톱에 장을 지지지 용유환 고기만은 까딱없어.
공 씨 : 임자 말대루 사실루 아무일 없다면 아범이 오거든 의논해서 하면 되지 않소.
낙 경 : 그 고지식한 사람이 내 말을 들을상 싶우? 이러구 있으면 공주학이는 아주 망하구말어. 더구나 □□□□ 주학이가 천명이한테 준 거 아니야? 이 기회에 우리두 한 밑천 잡지 않으면 안돼. (하며 밖으로 나가려 한다)
천 명 : (매달리며) 아버지. 제가 어떻게 해서든지 우리 집안을 일으켜 볼 테에요. 그래서 아버지가 다시 한 번 중선 부리시 게 해드릴 테에요.
낙 경 : 기대려서 될 일이 따루 있어.
천 명 : 눈 꿈쩍할 사이에도. 네. 아버지 이삼년만 눈 꽉 감구 기대려주세요. 저 고기만은, 저 고기만은-.
낙 경 : (손을 뿌리치며) 놔.
落京 개로 나간다.
천명, 「아버지」 「아버지」 하며 쫓아간다.
노틀하라범과 孔主學의 妻, 조금 전부터 들어와 듣고 섰다가-.
노틀하라범 : 동사들두 모두들 눈에 황이 나가지구 긴긴 엄동을 뭘 먹구 나란 말이냐구 날뛰는군요. 이렇게들 되믄 잽혀가거나 징역을 하거나 생각들 하나요 뭐?
孔主學의 妻 : 할 수 없지. 경찰서에다 고소하는 수밖에-.
공 씨 : (벌벌 떨며) 경찰서에?
孔主學의 妻 : 그 고긴 아범이 천명일 줬다지만 지금은 수상경찰서 고기지 어디 우리 고기요? 만일 그 고길 사먹구 한 사람이라두 환자가 생겨보우, 아범 얼굴은 어떻게 되겠오? 아범 신용은 어떻게 되겠오? 얼굴이구 신용이구 그런 건 나중 문젤꺼요. 당장 잽혀가 징역을 할 꺼 아니요? 아무리 아제지만 이 마당에 내가 그대루 보구 있을 수 있겠오? 못할 노릇이지만 주재소에 고해바치는 수밖에 딴 도리가 없오.
공 씨 : 어멈, 어멈.
천명 달려온다.
천 명 : 아주머니 잠깐 참으세요.
孔主學의 妻 : 놔라 네가 일를 것을 내가 대신 일르는 것 뿐이다.
천 명 : 아주머니 경찰서에만은 가지 마세요. 제가 아버질 못 나가시게 하겠어요.
孔主學의 妻 : 어떻게?
천명 부엌으로 들어가더니 까귀를 들고 나온다.
공 씨 : (愕然하여) 천명아, 이눔아. 그 까귀루 애빌 찍겠단 말이냐?
천 명 : 배를 부셔서 가란치는 수밖에 없어요.
孔主學의 妻 : 배를 가란치다니?
천 명 : 그 밴 얨평서 부자리가 갈라져 나가는 걸 내가 물통으루 때가지구 끌구 온 거에요. 부자리에 박았던 낭구를 다시 빼놓는 수밖에 없어요.
노틀하라범 : 그럼?
천 명 : 여우바위 채 못지나가서 부자리가 갈라질 거야.
공 씨 : (到來할 남편의 慘事에 恐怖하며) 그렇지만, 그건…. (하고 부들부들 떨뿐)
천 명 : (창백해진 입술을 □□하며) 캄캄한 감옥에서 고생하시는 것보단 그게 날 꺼에요.
孔主學의 妻 : (역시 動悸한다)
공 씨 : (나가려는 자식에게 매달려 까귀를 빼앗으며) 이눔아 네가 환장을 했냐? 귀신이 쎴냐? 제 애빌 배째 몰살을 시킨다는 게 무슨 도깨비 홀린 소리냐?
천 명 : 아버지와 동사들 몇 사람 때문에 애맨 사람들이 수천 명 수만 명 죽으면 어떡해요.
공 씨 : 그렇다구 제 손으루 제 아빌 죽인단 말이냐? 느아버지만은 다리가 부러져 다행이 아룻묵에서 돌아가실까 했는데 네가 느아버지마저 수장을 지내버리겠단 말이냐? 큰 눔 작은 눔처럼 고기밥을 맹글겠단 말이냐?
천 명 : …….
공 씨 : 여우바위 채 못 가서 가라앉는다니까 딴 녀석들이야 헤엄을 쳐서라두 겨올라오겠지만 느아버진 헤엄두 못치구 꼼짝 못하구 그대루 죽을 거다.
천 명 : 어머니. (하고 운다)
공 씨 : 차라리 그 아주멈 말대루 경찰서에다 고발을 해라.
孔主學 : 아즉 고기 안 태웠지?
孔主學의 妻 : 네. 그런데 어쩐 일이슈.
孔主學 : (이마의 진땀을 씻으며) 댐마에서 통운환으로 갈아 탈려는데 선생님들이 내리셔서 모시구 왔어. 군부에서 통고를 하셔서 우리 고길 전부 검살 해주시러 오셨대. 빨리 가서 모두들 고길 한테 봐놓으라구 일러.
孔主學의 妻 : 네.
하고 나간다.
위생기수, 촉탁의 따라 나간다.
孔主學 : 누님, 안심하시우. 도청하구 수상경찰에서 위생기수하구 촉탁의사가 내려오셨오.
공 씨 : …….
孔主學 : 누님 무슨 일이 있었오?
공 씨 : 여보게-.
낙경, 판성, 장달, 직지사 주재소 경관에게 포박을 당해 가지고 들어온다.
뒤따라 천명.
孔主學 : 매부.
낙 경 : (고개를 숙인다)
孔主學 : 대관절 어찌된 노릇이냐?
일 동 : (고개를 떨어뜨린 채 黙言)
孔主學 : 매부, 대관절 이게 어찌된 일이요?
경 관 : この 非常時に あんな恐ろしいことをたくらむなんて, 實に鬼みいな野郞達だ. 米英の野郞達より 又ひどい. お前達 前線の 皇軍勇士に對して恥かしくないか? え, 恥かしくないか?
일 동 : …….
孔主學 : 그렇게 중선을 다시 한번 부리구 싶다면 왜 진작 나한테 그 얘길 안 했오?
낙 경 : …….
孔主學 : 난 운신하기 어려운 매부한테 힘드는 펄일 하시래기가 미안해서 그랬거든요. 이런 줄 알았드면 대돈변을 내서라두 남 배 한 척 같은 건 장만해 디릴 것을….
낙 경 : 그냥 잠깐 나두 모르게 무슨 마가 쎠서 그랬네.
경관、 일동을 끌고 나간다.
천명은 참았던 울음이 터져 복숭아나무에 얼굴을 묻고 鳴咽한다.
공 씨 : 아범 어떻게 얘기해서 나올 수가 없겠나?
孔主學 : 누님 고길 염려마슈. 갖다 판 것두 아니구 배를 낼려다 붙들린 거니까 그렇게 큰 죄는 안 될거요. 더구나 남이 찔른 것도 아니구 천명이가 미리 일른거니까 곧 내주실 꺼요.
노틀하라범 : 그 얨병할 똥 갈긴 눔을 내가 쫓아가서 사월 파일에 조기 대강이 바시듯 짓이겨 놨으면 속이 시원하겠네.
이때 젊은 어업조합 書記와 龜區長 급히 달려온다.
서 기 : 조합장, 연합회에서 공문이 왔오. 배가 들오다 도중에 환자가 발생한 게 아니래요.
孔主學 : 뭐?
노틀하라범 : 그럼?
서 기 : 미국놈들이 전염병 가진 중국인 환잘 돈을 주구 매술 해가지구 인천 항구로 가는 여객선에다 몰래 태워보냈데요.
노틀하라범 : 그 눔들이 계획적으루.
희 녀 : 환잘 서에서 취조를 했더니 그자 고백이 그래요. 그래서 각 항구마다 철벽같은 방비진을 치구 입항하는 여객선을 도중에서 검사하기로 했수.
孔主學 : 참 鬼畜같은 눔들일세.
龜區長 : 정말 귀축같은 눔들이야. 전염병 환잘 밀항을 시켜 제일선 군대아닌 백성들을 죽일려는 건 신민이 공노할 노릇이야. 작년 사월 팔일에 동경에 비행기가 날러 왔을 땐 국민학교 교정에다 폭발탄을 던졌다지 않나? 적십자 병원선을 벌써 여섯 번째나 폭격을 해서 부상당한 군인들을 죽이더니 이제는 또 총후의 생산교란(攪亂)이야.
孔主學 : 그럴수록 우리들 어민은 노약남녈 가릴 것 없이 발분해서 일치단결 증산에 노력해야겠오. 그래서 제일선을 튼튼히 지켜 이 전쟁을 이겨야 하겠오.
龜區長 : 그 똥을 쌀 소리 말게.
孔主學 : 뭐요?
龜區長 : 증산, 증산. ××년 불란서 군함이 강화(江華)하구 인천에 들왔을 때처럼 적군 눔들이 댕구를 싣구와서 펑펑 내리 쏘는데두 증산할 수 있겠나? 증산은 늙은이나 부녀자들이 하면 돼. 젊은 눔들은 나가서 싸워야하네. 나두 옛날엔 열 다섯에 호패차구 영문(營門)에 들어갔었어. 아직두 이 동네엔 자각치 못하구 이 전쟁을 남의 집 초상같이 생각하는 눔이 있어. 남의 집 초상에 왜 상장을 집구 나가랴 하는 생각을 하구 있는 눔이 있단 말이야. 이건 우리 용류의 치욕만이 아니라 부천군(富川郡) 치욕이요, 경기도의 치욕이요, 나아가 조선 동포의 치욕이야.
孔主學 : 그게 대관절 누구란 말이요?
龜區長 : 누군 누구야. 자네하구 저 천명이눔이지.
천 명 : (찔린 듯이 몸을 떤다)
龜區長 : 저눔이 즈어머니더러 「이 눈으루 지원병을 어떻게 나가요?」하구 호통을 쳤다니 그래 저눔 눈깔이 사기 눈이란 말인가? 사팔뜨기란 말인가? 에이 괘씸한 눔, 핑계 잡을 게 따루 있지. 시굴 늙은이라구 그 따위 핑계루 즈어밀 속인단 말인가? 에이 괘씸한 눔.
龜區長 뱉는 듯이 던지고 나가려한다.
천 명 : (앞으로 나오며) 삼춘.
孔主學 : 응?
천 명 : 전 구장님 말대루 나가서 제일선을 지켜야겠어요?
孔主學 : 뭐?
천 명 : 전염병환자를 태워보내는 자들이 앞으루 무슨 짓은 못 하겠어요? 언제 비행기루 내리 폭격을 하구 군함을 가지구 들어와서 대포를 내리 쏠지 알어요? 우리가 정말루 황해를 지키구 앞으루 황해를 개척할려면 먼저 이 바다를 적군 눔들에게 더럽히지 말어야 하겠어요.
孔主學 : (천명의 손을 붙들며) 고맙다. 나가서 이 황해를 지켜라.
천 명 : (감격하여) 삼춘.
孔主學 : 중선은 내 혼자 부리마. 그리구 서에서 나오시는 대루 느아버질 네 대신 선장을 하시라구 하련다. 그리구 내가 수족 지치지 않구 살아 있는 한 누님하구 매분 돌봐 디릴테니 뒷 걱정 말구 맘 턱놓구 나가라.
천 명 : 삼춘, 고맙습니다.
孔主學 : 그러나 내가 한 가지 청이 있다.
천 명 : 네?
孔主學 : 같은 값이라면 남치마라구 똑같은 지원병이지만 해군을 나가다구.
천 명 : 그럼은요. 우리 용류는 옛날부터 용감한 해군을 많이 냈대요. 뒷산에 지금도 산소가 있지만 옛날 덕물도(德勿島) 태수(太守) 海目將軍, 李舜臣 밑에서 거북선 부리든 九龍將軍두 우리 용류 사람 아니에요? 그리구 불란서 군함이 들왔을 때 인천 굉이부리 포대에서 제일 먼저 대포를 쏜 사람두 우리 용류 사람이래요.
龜區長 : ……아니-.
孔主學 : (너무도 예상외라 어안이 벙벙히 서있는 구장에게) 구장님, 그러구 서있으실 것만 아니라 빨리 입소 수속을 해주슈.
龜區長 : (아직도 未審한 듯) 주학이 자네 정말루 천명일 내보낼 텐가?
孔主學 : 정말이다 뿐이겠오? 내가 왜 입때 동리서 지원병 나가는 걸 찬성치 안 한줄 아슈?
龜區長 : ……?
孔主學 : 난 육군지원병제가 실시되자 불원간 해군에두 실시되리라구 믿구 있었오. 그리구 속으루 그날 오길 여간 기대리구 있지 안했오. 낭구는 산에서 자란 눔이 잘 타구 배는 물에서 자란 눔이 잘타는 법이요. 난 세상사람들이 편벽하다구 생각할지 모르지만 뭍에서 난 눔은 뭍에서 죽구 물에서 난 눔은 물에서 죽는 걸 내 생활의 신조루 삼구 있오.
龜區長 : (감격하여 눈물 콧물을 연방 훔치며) 이 사람아 그렇다면 진작 천명이한테 나가라구 할 것이지….
孔主學 : 지원병은 자각한 청년들이 제 스스로 지망해서 나가는 제도요. 남이 나가라구 해서 나가는 건 그의 본의가 아닐 거요.
龜區長 : 자네 속이 용왕수(龍王水) 여울물처럼 그렇게 깊은 줄은 모르구 내가 공연이 오핼 했었네.
천 명 : 그럼 빨리 수속을.
龜區長 : (주머니에서 원서를 꺼내며) 수속은 네가 삼월에 인천 오든 날부터 해놨다. 駐在所에 가서 느아버지한테 도장만 하나 받으면 된다. 나가기 전에 우리 喜女하구 아주 혼인하구 나가라.
이때 개에서 「워-」하는 환성소리.
지와자를 부르는 소리. 챙철통을 두드리는 소리.
일동 (「무슨 소릴까?」) 하며 개를 응시할 때 喜女 달려온다.
희 녀 : 천명이, 용류환 고긴 전부 한 마리두 균이 없데.
일 동 : 응?
희 녀 : 豊島 근처서 잡은 水神丸 미너만 감염됐구 딴 밴 전부 무균이래.
어민들의 환성 점점 고조해간다.
龜區長과 천명은 駐在所로, 孔主學은 개로 각기 나간다.
孔氏 창황히 들어온다.
공 씨 : 喜女야 우리 천명일 좀 붙들어다구. 우리 천명일 좀 붙들어다구. 넌 천명일 좋아하지? 그앤 바다에 나가면 꼭 죽는다. 꼭 죽어.
희 녀 : 천명어머니.
공 씨 : 이젠 내 힘으룬 그눔을 붙들순 없다. 네가 나가지 말라면 그 녀석은 안 나갈거다. 고깃밸 타두 죽는다는데 녀석이-?
희 녀 : 천명 어머니 그건 공연한 걱정이에요.
공 씨 : 공연한 걱정이 뭐냐? 사실루 표적이 있는데….
희 녀 : 표적요?
공 씨 : 내 말이 거즛말인가 그애 눈을 보면 안다.
희 녀 : 눈요?
공 씨 : 그애 눈은 사시로 바다를 따라 변합니다. 바다가 잔잔한 날엔 그애 눈두 잔잔하구 총기가 돌지만 바다가 거친 날엔 눈두 검은 물결처럼 거칠어진다.
희 녀 : ……?
공 씨 : 그앨 낳든 날 밤은 무서운 노대가 내리치는 캄캄한 밤이었다. 모두들 펄에 나가구 나 혼자 아랫배를 쥐어 뜯으며 해산을 했다. 「응아」 소리가 나자 애길 끌어댕겨 보니까 검은 밤비가 퍼붓는 그날 밤 바다처럼 눈이 시꺼멓더라. 난 꼭 소경인줄 알았었는데 날이 새구 바다가 개자 어느듯 눈이 말갛게 개가지구 벙글벙글 웃구 있드구나. 불안하기두 하구 무섭기두 해서 곧 일어나 나루건너 무당을 찾아가 물어보니까 그건 바다에서 죽을 징조니 바다엔 내보내지 말라구 하드라.
희 녀 : 천명 어머니, 그건 바다에서 죽을 징조가 아니라 해군 장수 될 징조예요.
공 씨 : 뭐?
희 녀 : 저 산위 모신 海目將軍 눈이 그렇게 바다처럼 변했대요. 그래서 사람들이 해목장군이라구 했대요. 해목장군은 바다에서 죽긴 했지만 칠십여 살까지 살았다는데 죽는 게 뭐예요?
공 씨 : 칠십여 살?
희 녀 : 네. 천명인 아버지 원술 갚구 돌아올 꺼에요. 그래서 이 용류에서 저 바다를 지키면서 칠십여 살까지 살 꺼에요.
개에서의 탄성은 「孔天命 ばんざい」
소리로 전하며 점점 이리로 가까워진다.
孔氏 안도하여 喜女의 손을 꼭 쥐며 개를 내다본다.
이윽고 동리 사람들에게 환호 소리를 받으며 천명 들어온다. (등장인물 전원)
龜區長 : ローテンメイ バンザイ.
일 동 : バンザイ.
공 씨 : (자기도 모르게 손을 들어) バンザ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