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 직원들이 출근해서 주차가 끝날 때까지 다른 근로자들의 출입을 허용하되 주차를 하지 못하게 단속하는 것이 경비원들이 해야 할 일이다. 고 했다.
“강군, 이젠 직원들의 주차가 끝났으니 다시 초소로 가자.” “형님, 이런 일은 좀 아닌 것 같네요. 이 하천 뚝 길은 아파트공사장 땅이 아닌데 다른 사람들의 차를 주차를 못하게 하면 말썽이 많이 나겠네요.” “그럼, 오늘 아침은 조용히 넘어갔지. 다른 때는 여기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이 하천 길이 어디 저희들 땅인가? 주차단속을 즈그들은 못하면서 우리 보고 하라 한다. 그러다가 나중에는 밥도 떠먹여 달라고 안 하겠냐?”
다시 초소로 돌아오자 책상 서랍에서 열쇠 몇 개가 달린 꾸러미를 꺼내 보여 주며 설명을 했다.
“강군아, 우리가 낮에는 초소에 있는 시간이 많지 않으니 항상 문단속을 잘해야 한다.”
가로세로 2미터가 채 되지 않을 듯한 1평짜리 컨테이너 경비초소는 초장지구 주택단지 공사장입구에서 근무하던 곳에 있는 컨테이너하고 모양이 같은 것이었다. 공사장 안에 있는 경비초소들이 한꺼번에 기계에서 찍어 낸 것처럼 모두 다 크기나 모양이 같았다.
“어디 나간다거나 초소를 비울 때는 이 열쇠로 문을 닫고 다녀야 한다. 이 카드는 사무실 보안회사 방범작동 세팅카드니 잃어버리면 안 된다.”
이영곤은 다시 한 번 당부했다. 탁상용 시계 모양의 기계를 책상 서랍에서 꺼낸다. 그리고 24시간 숫자가 그려진 별지 한 장을 들고 따라오라고 했다. 공사현장 각 모서리 진 곳마다 순찰함이 만들어져 있고 안에는 체크 시계를 열 수 있는 열쇠가 들어 있다.
“여기가 1번이야, 이렇게 열쇠로 연 다음 우리가 순찰을 저녁 10시부터 도니까는 시계바늘을 몇 시에 맞춰야 하겠는가? 22시에 맞춰야 하겠지, 이렇게 맞춰 놓고 뚜껑을 닫고 열쇠를 넣어서 우(右)로 돌리면 찰칵하고 현재 시간이 찍히는 거여, 이제는 2번 순찰함이 있는 곳으로 가는 거야.” 영구에게 다음 순찰함이 있는 곳으로 가면서 할 수 있겠냐고 묻는다.
“강군아, 할 수 있겠냐?” “천천히 배우면서 하면 되지 않겠습니까?” “강군아, 여기가 2번이다. 니가 한번 해 보렴.” 영구가 시계 모양의 체크기를 받아 들었다. “열쇠로 기계를 열고 별지를 여기 22시를 맞춰 끼운 다음에 별지 맞추기가 좀 어렵네요.” “지금은 연습이니 4번 순찰함이 있는 곳까지 이런 식으로 한다는 것만 알면 된다.”
순찰 시간은 밤 10시, 12시, 새벽 2시, 4시까지 총 4회 순찰을 한다고 했다.
“강군아, 순찰시계 체크 할 수 있겠지?” “조금은 어리둥절합니다. 그래도 해 보지요. 뭐.” “초소 열쇠는 여기 있고 나는 퇴근하고 내일 아침에 올 테니 니는 현장 출입구 쪽 도로에 주차단속을 하러 가라고 어디 나갈 때는 필히 문을 잠그고 나가야 한다.” “형님, 알았어요.”
건설회사직원들이 8시 10~20분 전에 출근하며 다른 현장 근로자들은 8시부터 일을 시작해, 오후 5시에 퇴근을 한다. 공사장 현장 출입구 쪽에는 시공회사 안전 과에서 고용한 잡다한 안전시설물 기구들을 관리하는 오재문 반장이 나와 있다가 영구를 발견하고 묻는다.
“아저씨가 오늘부터 근무하기로 했습니까?” “예, 오늘 처음이니 잘 모르는 것이 있으면 가르쳐 주십시오.” “이씨가 가르쳐준 대로 하면 됩니다. 여기 도로에 주차되어 있는 차량들을 전화해서 차를 빼라고 하면 됩니다. 잠시만 한눈팔아도 사람들이 주차하니 그 사람들만 아저씨가 단속하면 될 것입니다.”
2단지 아파트 공사장 출입구 쪽에는 아직 완공되지 않은 상가건물에 공간을 안전교육장으로 사용했다. 옆방에는 오 반장이 근무하면서 안전시설물과 다른 장비들을 모아 보관 하며 한편에 소파와 책상 하나가 놓여 있었다. 아파트공사현장에 작업하는 작업도구들이 기준에 적합한지, 그리고 규격에 맞는 기구인가를 점검해주고 있었으며, 안전과장의 안전교육을 먼저 받아야만 근로자들이 작업에 임할 수 있다고 했다.
주차되어 있는 승용차에 전화번호를 확인하고 전화를 걸어 차를 주차장으로 옮겨 달라고 전화를 하고 있는 사이에 오 반장이 영구를 불렀다.
“아저씨, 와 보셔요.” “무슨 일입니까?” “안전교육장 안에서 탁과장이 부릅니다. 가보십시오.”
교육장 안에는 조금 후에 8시부터 교육할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는지 탁두만 안전과장이 앉아 있었다. 어제 전반장이 현장사무실에 탁두만 안전과장에게 인사를 시킬 때, 명찰에 소속직급을 익혀 놓았던 이름이다.
“아저씨, 공사장 안에서는 여하를 막론하고 안전화와 안전모를 착용해야 합니다. 그러니 아저씨는 경비원 모자는 밤에 순찰을 돌 때만 쓰고 안전모를 착용해야 합니다. 오늘부터 아저씨가 해야 할 일은 공사장 안에 작업자들이 안전모를 쓰고 작업을 하게 해야 합니다. 그리고 출입구 전후방 50미터 안에는 주차하지 못하게 해야 하고요.”
영구처럼 공사장에 10여 명의 경비원들은 안전과에 소속이라 한다. 경비원들의 업무는 안전과장인 탁두만이 지시를 하고, 보고를 받는다. 그렇지만 20명이 넘는 사무실 전체 직원들의 감시간섭도 따라야 한다고 했다. 탁두만과장은 영구에게 안전모를 내주며 앞으로 잘해보자고 악수를 청했다. 의외로 안전모의 무게가 가볍다. 태어나서 처음 써 보는 안전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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