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개산행 제147차 번개산행(홍천 금학산, 231209)

[수촌]

2023년 12월 9일(토) 07시40분에 여유를 부리며 느긋하게 집을 나섰다.

오늘은 이삼일 전 갑작스럽게 성사된 홍천 팔봉산에 가는 날이다.

백두대간을 종주했다는 산행 마니아 아미고님을 대장으로 하고 성실의 모범을 보여주는 베네딕도 친구와 셋이서

의기투합했다.

당고개역을 향해 4호선 전철을 타고 가며 한해를 뒤돌아보니 세월이 참 빠르다, 빠른 정도가 아니다.

체중을 75kg이하로 줄이겠다고 자신과 다짐했던 것이 물거품이 된 식탐을 어떻게 줄일지 생각하던 차, 수유역을

지나는데 베네딕도님의 전화다

“8시09분에 당고개역을 지나쳐서 별내역에서 돌아가려하니 8시36분차여서 많이 늦겠다”고 한다.

어쩌겠냐고, 천천히 오라고 안심시키고 시간을 보니 나도 8시38분에 도착한다고 한다.

손목시계를 보니 오호통제라~ 스마트폰과 연동이 안되어 있고, 6분정도가 늦게 가고 있다.

오늘의 산행대장 겸 운전하시는 아미고님께 연락을 드렸다. 늦어서 마안하다고 하니 괜찮다고 한다.

그렇게 헤프닝을 만들며 당고개역에 도착하니 건너편 택시정류장 앞에서 아미고님이 기다리고 있다.

많이 미안했다. 조금 기다렸다가 베네딕도님을 만나, 셋이서 8시50분경 당고역을 출발하여 팔봉산으로 향했다.

오늘은 마음이 홀가분하다.

오랜만에 책임을 내려놓고 따라가는 입장이다 보니 그런 듯하다.

10시가 한참 지나서 팔봉산입구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팔봉산 안내사진을 찍고 있는데, 아미고님이 난감해

한다. 12월4일부터 3월 까지 팔봉산입산금지 현수막을 본 것이다.

아차 싶었다. 국립공원이나 도립공원등 일부 산행지는 겨울에 산불방지나 결빙에 따른 안전사고로 통제하는

경우가 많은데 잠시 잊어버리고 있었다.

그래도 산행대장이라서 그런지 아미고님은 “꿩 대신 닭이라도 잡자는 식으로 중얼거리며, 근처 5km부근에

위치한 금학산으로 가자”고 제의한다.

우리같은 졸개들은 대장이 “까라고 하면 까야지”별 수 있나, 처음 들어본 산 이름에 호기심이 발동한 것도

사실이었다. 수십년간 여러 산악회를 통해 전국의 산을 많이 올랐다고 생각했는데, 조금은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다. 아미고 대장은 백두대간의 100대 명산을 모두 종주했고, 블랙야크가 선정한 프러스 알파의 산들도

많이 다녀왔다고 하니, 우리산악회의 차기 대장이 여기에 있을 줄이야. ㅋㅋㅋ

10시40분쯤 금학산이 있는 노일분교(폐교)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금학산 입구에 도착하니 10시45분이다.

잿빛하늘과 한적하고 평화로워 보이는 오지에 가까운 시골마을에는 팬션과 세컨하우스가 많은 듯 하며, 아이가

없어 폐교가 된 학교를 보니 걱정이 많다.

경주김씨 제각을 지나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하여 남릉을 지나고 능선 삼거리를 오른 후 12시경 커피타임을

가졌다. 정상은 저멀리 보이는데, 내리막이 없이 계속 오르기만 하는 금학산은 산허리까지는 꼿꼿한 소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었는데, 중턱을 넘어서니 굴참나무가 앙상한 모습으로 우리를 반긴다.

쉽게 산을 오르는 것을 허락하지 않겠다는 듯 적당히 아름다운 바위들이 등산로를 가로막고 우리를 힘들게

오르게 하였고, 겨울을 못이기고 떨어진 참나무의 잎들은 등산로에 쌓여서 흙이 보이지 않아 우리의 발걸음을

더디게 하고 미끄러움을 안겨줘 짜증스럽기도 하였지만, 어느 산이고 만만히 올랐던 적은 없지 않은가 생각하니

이것도 산행의 묘미라 생각했다.

평소와 달리 전문산악대장을 따라 오르다보니 쉴틈없이 땀을 뻘뻘 흘리며 오르니 하산하던 산객이 하는말

“ 모자가 땀에 흠뻑 젖은걸 보니 힘드신가 봐요”한다. 누굴 놀리나? “너도 내 나이가 되어봐라.

그런 소리가 나오나”하고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렇게 우리는 금학산 정상에 올랐다. 13시가 조금 넘은 시각이다. 약2시간20여분을 오른 듯하다.

정상에는 데크로 잘 정돈되어 있고 전망대를 만들어 놓아 기분이 좋았다.

16도를 넘는 온화한 날씨에 바람 한 점 없는 봄 날씨 같았지만, 뿌연 안개인지, 미세먼지인지로 시야는 맑지

못했지만, 산 아래 역동적으로 태극모양으로 굽이치는 홍천강의 물줄기는 주위의 자연들과 어우러져 탄성이

나올만큼 장관을 연출하고 있었다.

홍천군은 전국에서 가장 땅이 넓다고 하며, 91km가 넘는 거리를 나란히 하며, 미약골에서 발원한 홍천강은

140여km를 흐른다고 한다.

이런 맛에 정상에 오르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며 정상아래 설치된 사각정의 벤치에 앉아 아미고님이 가져온

 쑥 송편과 베네딕도님의 과일과 쑥떡, 수촌이 가져온 단감과 김장김치를 안주삼아 막걸리를 곁들여 컵라면으로

점심식사를 대신하였다.

정상에서 먹는 음식들은 언제나 꿀맛이어서 오늘도 100그램은 살이 오르겠지 생각했다.

드물게 만난 젊은이들은 스틱도 없이 운동화를 신고 오른 것을 보니, 젊음이 좋다는 것을 또 느꼈다.

13시50분, 멋진 성찬을 끝내고 하산을 시작하니, 낙엽은 미끄러움이 더해져 베네딕도님이 드디어 엉덩방아를

찍었다. 우리는 더욱 조심하기로 했다.

우리의 호프이신 아미고 대장은 내려가면서 낙엽을 쓸어주고 한참을 가다가 기다려 주곤 하는 모습이 6070

산악회를 이끌만한 인재를 만난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죽을둥 살둥 아미고대장을 쫓아가며 금학산을 오르내리다보니 15시30분에 노일분교(폐교)주차장에 도착할 수

있었으며, 낯선 사람을 만난 동네 개가 어찌나 짖어대는지 시끄러워서 얼른 자리를 떠나야 했다.

15시50분에 출발하여 서울로 향하는데, 특히 12월 연말에 들어서면 누구나 그러하듯이 세월의 흐름에 아쉬움이

많은데, 오늘은 세월의 무게를 더 느낀 것 같다.

금학산은 홍천의 절경 9경중 4경이며, 652m 높이로 오늘 우리는 14,000보를 걸었으며, 약 9km가 넘는 거리로

추정되었다.

가평 휴게소에 잠시 들려, 커피한잔으로 뒤풀이를 대신하고, 당고개역까지 태워다줘 고맙다는 말만하고 헤어져

아쉬움이 컸다.

대신 아미고님 몫을 더해 배내딕도님과 둘이서 장충 족발집에서 뒤풀이 겸 저녁식사를 하고 마무리를 하였다.

아미고님! 오늘 함께하며 좋은 추억 만들어줘서 고마웠습니다.

베네딕도친구! 늘 그러하듯 함께여서 즐거웠네~

회색빛 콘크리트, 사각의 건물들이 자연을 등진 체 서있는 도시 속 정경은 전기불로 밤을 밝히고 그 속으로

기어드는 나는 헤일 수 없이 많은 시간들을 자아를 잃고, 다람쥐 챗 바퀴 돌리듯 같은 패턴으로 살아왔는데,

어느덧 여기에 이르고 보니 아쉬움이 묻어나는 2023년 12월 한해의 끝자락에서, 그래도 지금이 행복하다는

생각으로 내일을 또 기다리며 하루하루를 설계합니다. 끝.

[바다]

대장님 베네딕도님 아미고님! 멋지십니다!!!!!

[해수]

금학산은 제도 첨 듣네요.
세원이 가면 산도 많아지나!
ㅎㅎㅎ 같이 하지 못해 아쉽구요.
모두 후고 하셨습니다.

[아미고]

월요일부터 팔봉산 입산이 통제되어 모처럼 명산탐방 기회를 놓친데다, 대체산행지인 금학산이 제가 생각했던것 보다는 다소 까칠하여 민망하였으나, 좋게 이해해 주시니 증말 감사합니다. 늦가을부터 봄까지 결빙 및 산불방지 차원에서 입산통제되는 산이 많으므로 사전 check는 필수인것 같습니다. 다행히 어제 날씨가 포근하여 좋았어요.
제가 마치 전문산악인쯤 되는 것으로 써 주신것은 지나치게 과~~장된 표현입니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