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종경 교의품 23장】 근기에 따른 교화법
대종사 말씀하시기를 [나의 교화하는 법은 비하건대 나무의 가지와 잎사귀로부터 뿌리에 이르게도 하고, 뿌리로부터 가지와 잎사귀에 이르게도 하나니, 이는 각각 그 사람의 근기를 따라 법을 베푸는 연고이니라.]
핵심주제
【류성태】 근기에 따른 교화법
【한종만】 원융통달한 교화법
【신도형】 원융무애하신 교화법
대의 강령
나의 교화하는 법은 근기를 따라 베푼다.
1) 나무의 가지와 잎사귀로부터 뿌리에 이르게도 한다.
2) 뿌리에서 가지와 잎사귀에 이르게 하는 방법이다.
용어 정의
근기(根機) 부처님의 법을 수행해 증득해가는 능력. 종교적인 소질·능력·정성·취미. 법을 듣고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그릇의 크기와 판단력의 우열에 따라 여러 가지 차이가 있으나, 보통 상근기·중근기·하근기로 구분한다. 상근기는 정법을 보고 들을 때에 바른 판단과 신심이 생겨나서 마음공부를 자신있게 하게 된다. 중근기는 마음공부에 대한 확신도 없고 그렇다고 해서 신성이 전혀 없지도 아니하여 항상 의심을 풀지 못하고 법과 스승을 저울질 하게 된다. 하근기는 정사(正邪)를 잘못 분별하지만 의심과 사량계교가 없어 스승의 지도에 순응하게 된다. 근기의 차이는 학식의 유무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발심·서원·신심·공부심에 따라 좌우된다. 스승은 제자의 근기따라 설법 교화하게 되고, 근기따라 도가의 인물 되어가는 것이 달라지게 된다.
원융(圓融) 원(圓)은 모자람이 없이 원만구족 하다는 뜻, 융(融)은 융통·융화의 뜻. 천차만별의 모든 법의 사리(事理)가 구별없이 널리 융통하여 하나가 된다는 말.
통달(通達) ⑴사리에 통하여 걸리고 막힐 것이 없는 것. 이무애 사무애 이사무애의 경지를 얻는 것. ⑵학문이나 기술에 조예가 깊은 것. ⑶모든 일에 막힘없이 훤히 통하는 것. 익숙하고 숙달한 것.
무애(無碍) 생사를 해탈하고 사리에 통달하여, 바깥 경계에 걸리고 막할 것이 없는 것. 항상 모든 일에 자유로운 것.
원융무애(圓融無碍) 원만구족하고 융통·융화해서 조금도 거리낌이 없고 막히는 것이 없다. 대도 정법이나 불보살의 인격을 나타내는 말.
수기설법(隨機說法) ⑴부처님이 수행자들의 근기를 보아서 거기에 맞게 설법하는 것. ⑵스승이 제자의 근기에 따라 설법하는 것. 수기설법이기 때문에 같은 주제를 가지고도 제자의 근기에 따라 설법 내용이 달라진다. ⑶대중을 상대로 설교할 때에 대중의 소질과 지식 정도에 맞추어서 이해할 수 있도록 가르치는 것. 대기설법(對機說法).
주석 주해
【류성태】 원불교 교리의 특징이자 소태산 대종사의 교화법은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것으로 근기에 맞게 설해져 있다. 그리고 상하, 좌우, 전후, 체용에 융통하는 근기법을 고려해 본다면 소태산 대종사의 교화법은 본체와 현상, 현상과 본체의 상호 밀접한 상즉적 측면이 강조된다. 근기에 따른 설법은 수기 설법이기도 하다. 소태산의 가르침은 나무뿌리에 따라, 줄기에 따라, 가지에 따라 상황 상황에 맞게 설해주는 교법이기 때문이다. 교법 전개의 원만성이 여기에 나타난다.
【박길진】 신수와 혜능과 같이 돈오와 점수를 근기 따라 활용하여 성불의 문에 들게 한다. … 어떤 사람은 소소한 것까지도 관심을 갖고 나무라기도 하고, 또 어떤 이는 소소한 것은 모르는 척하고 큰 것을 들고 가르쳐 나가기도 한다. 근기에 알맞게 교화해 나가는 것이다.
【한종만】 원융 통달의 교화법은 대각여래위이다. 일체생령을 제도하되 만능이 겸비했으며, 수기웅변(그때 그때의 상황이나 기틀에 따라서 신축성있게 일을 잘 처리하는 것)하여 교화하되 대의에 어긋남이 없는 것이다.
【신도형】 무유정법(無有定法, 무어라 규정할 수 없이 넓고 큰 대도 정법)인 무상대도에 근거하시므로 수연(隨緣, 바깥 인연에 따라 육근을 작용하는 것)설법, 대기설법을 하시는 것이요,
천하에 똑같은 근기와 똑같은 경계는 없는 것이므로 교화 또한 천편일률로 고정할 수 없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현상 그 자체를 본말로 설명할 수는 있으나 사람을 교화하는 순서에 있어서는 본말에 고착할 수 없는 것이다. 예 : 정신은 본이요 육신은 말이며, 도덕은 본이요 과학은 말이며, 교화는 본이요 사업은 말이라 할 수 있으나, 기아에 시달리는 사람에게 정신만을 주어 제도할 수 없는 것이요, 과학자에게 도학만을 설명하는 것은 교화가 어려울 것이며, 사업이 말이라 하여 교화만을 주장한다면 원만한 교화는 될 수 없는 것이다.
관련 법문
【대종경 교의품 24장】 송 도성(宋道性)이 여쭙기를 [제가 전 일에 옛 성인의 경전도 혹 보았고 그 뜻의 설명도 들어보았사오나 그 때에는 한갓 읽어서 욀 뿐이요, 도덕의 참 뜻이 실지로 해득되지 못하옵더니 대종사를 뵈온 후로는 차차 사리에 밝아짐이 있사오나, 알고 보니 전에 보던 그 글이요, 전에 듣던 그 말씀이온데, 어찌 하여 모든 것이 새로 알아지는 감이 있사온지 그 이유를 알고자 하나이다.] 대종사 말씀하시기를 [옛 경전은, 비유하여 말하자면, 이미 지어 놓은 옷과 같아서 모든 사람의 몸에 고루 다 맞기가 어려우나 직접 구전 심수(口傳心授)로 배우는 것은 그 몸에 맞추어 새 옷을 지어 입는 것과 같아서 옷이 각각 그 몸에 맞으리니, 각자의 근기와 경우를 따라 각각 그에 맞는 법으로 마음 기틀을 계발하는 공부가 어찌 저 고정한 경전만으로 하는 공부에 비할 바이리요.]
【대종경 신성품 2장】 대종사 말씀하시기를 [모든 공부인의 근기(根機)가 천층 만층으로 다르나 대체로 그를 상·중·하 세 근기로 구분하나니, 상근기는 정법을 보고 들을 때에 바로 판단과 신심이 생겨나서 모든 공부를 자신하고 행하는 근기요, 중근기는 자세히 아는 것도 없고 혹은 모르지도 아니하여 항상 의심을 풀지 못하고 법과 스승을 저울질하는 근기요, 하근기는 사(邪)와 정(正)의 분별도 없으며 계교와 의심도 내지 아니하여 인도하면 인도하는 대로 순응하는 근기라, 이 세 가지 근기 가운데 도가에서 가장 귀히 알고 요구하는 것은 상근기이니, 이 사람은 자기의 공부도 지체함이 없을 것이요, 도문의 사업도 날로 확장하게 할 것이며, 둘째로 가히 인도할 만한 것은 하근기로서 독실한 신심이 있는 사람이니, 이 사람은 비록 자신은 없다 할지라도, 법을 중히 알고 스승을 돈독히 믿는 데 따라 그 진행하는 정성이 쉬지 않으므로 필경은 성공할 수 있나니라. 그러나, 그 중에 가장 가르치기 힘들고 변덕이 많은 것은 중근기니, 이 사람은 법을 가벼이 알고 스승을 업신 여기기 쉬우며, 모든 일에 철저한 발원과 독실한 성의가 없으므로 공부나 사업이나 성공을 보기가 대단히 어렵나니라. 그러므로, 중근기 사람들은 그 근기를 뛰어 넘는 데에 공을 들여야 할 것이며 하근기로서도 혹 바로 상근기의 경지에 뛰어 오르는 사람이 있으나, 만일 그렇지 못하고, 중근기의 과정을 밟아 올라가게 될 때에는 그 때가 또한 위험하나니 주의하여야 하나니라.]
【대종경 실시품 38장】 대종사 대중에게 상벌을 시행하시되 그 근기에 따르시는 다섯 가지 준칙이 있으시니, 첫째는 모든 것을 다 잘하므로 따로이 상벌을 쓰지 아니하시는 근기요, 둘째는 다 잘하는 가운데 혹 잘못이 있으므로 조그마한 흠이라도 없게 하기 위하사 상은 놓고 벌만 내리시는 근기요, 세째는 잘하는 것도 많고 잘못하는 것도 많으므로 상벌을 겸용하시는 근기요, 네째는 잘못 하는 것이 많은 가운데 혹 잘하는 것이 있으므로 자그마치 잘하는 것이라도 찾아서 그 마음을 살려 내기 위하사 벌은 놓고 상만 내리시는 근기요, 다섯째는 모든 것을 다 잘 못하므로 상벌을 놓아 버리고 당분간 관망하시는 근기니라.
【대종경 부촉품 9장】 대종사 말씀하시기를 [내가 이 회상을 연지 이십 팔년에 법을 너무 해석적으로만 설하여 준 관계로 상근기는 염려 없으나, 중·하 근기는 쉽게 알고 구미호(九尾狐)가 되어 참 도를 얻기 어렵게 된 듯하니 이것이 실로 걱정되는 바라, 이 후부터는 일반적으로 해석에만 치우치지 말고 삼학을 병진하는 데에 노력하도록 하여야 하리라.]
【정산종사법어 법어 무본편 52장】 말씀하시기를 [부처님께서는 근기 따라 읽게 하는 세 가지 경전을 설하시었나니, 첫째는 지묵으로 기록된 경전들이요, 둘째는 삼라만상으로 나열되어 있는 현실의 경전이요, 세째는 우리 자성에 본래 구족한 무형의 경전이라, 지묵의 경전보다 현실의 경전이 더욱 큰 경전이요 현실의 경전보다 무형의 경전이 더욱 근본되는 경전이니라.] 또 말씀하시기를 ["성인이 나시기 전에는 도가 천지에 있고 성인이 나신 후에는 도가 성인에게 있고 성인이 가신 후에는 도가 경전에 있다" 하시었나니, 우연 자연한 천지의 도가 가장 큰 경전이니라.]
【정산종사법어 법어 법훈편 54장】 말씀하시기를 [상근기는 천연적으로 선한 근성을 가진 사람이요, 중근기는 배워 안 후에야 선을 행하는 사람이요, 하근기는 배워 알고도 선을 행하지 못하는 사람이니라.]
【정산종사법어 법어 공도편 35장】 말씀하시기를 [중근기의 단합은 모래와 같아서 아무리 모아 놓아도 낱낱이 부스러지고, 하근기의 단합은 진흙과 같아서 낱은 가늘지마는 뭉치면 덩이를 이루고, 상근기의 단합은 큰 바위와 같아서 그대로 큰 단합을 이루나니라.]
【정산종사법어 법어 생사편 2장】 말씀하시기를 [생사 거래에 세 가지 근기의 차가 있나니, 하나는 애착 탐착에 끌려서 거래하는 근기라, 가고 오는 길에 정견을 하지 못하고 항상 전도가 되어 닥치는 대로 수생하여 취생 몽사하며 또는 원한이나 증오에 끌려 악도에 타락함이요, 둘은 굳은 원력을 세우고 거래하는 근기니, 정법 회상에 철저한 신념과 발원을 가지고 평소에 수행을 하며 최후의 일념을 청정히 하면 오나 가나 부처님 회상에 찾아 드는 것이 마치 자석에 쇠가 따르는 것 같이 됨이요, 셋은 마음의 능력으로써 생사를 자유하는 근기니, 이는 철저한 수행의 결과 삼대력을 원만히 얻은 불보살 성현들이 육도 거래를 임의로 하심이니라.]
【대산종사법어 제1 신심편 29장】 대산 종사 말씀하시기를 「전압이 강하면 기계가 고장을 일으키고 전압이 약하면 기계가 작동하지 않듯 제자와 후진을 가르치는 것도 근기(根機)에 맞는 지도가 필요하나니, 근기가 높은 제자나 후진이 있을 때에는 나보다 큰 스승에게 법맥과 신맥(信脈)을 이어 주어 더 큰 법기로 성장하도록 하는 것이 바른 지도법이니라.」
위 내용은 【류성태(2008), 대종경 풀이 上, 143~145】, 【신도형(1974), 교전공부, 568~569】, 【원불교 용어사전】, 【원불교 경전법문집】에서 발췌한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