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장
자처(自處)한 인질(人質)
(금검존의 검갑이 비어있다!)
요문천은 순간적으로 금검존이 빈 검갑을 짊어지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그렇다는 건...)
이어 요문천은 곁눈질로 자기 뒤쪽에 붙어서있는 철접의 몸을 빠르게 살펴보았다. 철접의 가슴에는 전체가 황금빛인 보검이 꿰뚫고 들어가 그 끝이 등쪽으로 삐져나와있다.
(이 여자의 몸을 꿰뚫은 보검은 금검존의 애검 낙일금검(落日金劒)이었구나. 금검존은 어검술(馭劍術)을 써서 이 여자를 격중시켰을 테고...)
"포기하라 계집! 천지개벽해도 네년이 빠져나갈 길은 없다!"
철접과 요문천의 앞에 내려선 금검존이 온몸에서 폭풍같은 기세를 흘리며 눈을 부릅뜬다.
"함부로 장담하지 마라 금검존! 만일 내가 오늘 이곳에서 죽어야한다면 필히 저승으로 동행을 데려갈 것이다!"
스윽!
철접도 서늘한 시선으로 금검존을 마주 보며 비수의 날을 요문천의 목젖에 더욱 바짝 밀착시켰다.
"사... 살려 주십시오 뇌영반!"
철접이 차갑게 내뱉는 것에 맞춰서 요문천도 다급히 외쳤다.
"장... 장가도 못 가고 죽기는 싫습니다! 제발 이 여자 손에서 날 좀 구해주세요"
요문천은 겁에 질린 표정으로 금검존에게 애원했다.
(쯧! 호부(虎父)에 견자(犬子) 없다는 옛말도 틀릴 때가 있군! 어쩌다 황사같은 대인(大人)에게서 저런 약골이 나왔단 말인가?)
금검존은 입맛이 썼지만 내색하지는 않았다.
"너무 걱정 말게! 그 계집이 소부주의 털끝 하나 건드리지 못하게 해주겠네!"
"제... 제발 그래주십시오 뇌영반!"
금검존의 말에도 요문천은 여전히 울상을 지으며 애원했다.
"비천한 오랑캐 계집과 말을 섞는다는 것 자체가 탐탁치 않다만... 상황이 상황이니 도리가 없군. 네년이 원하는 것을 말해봐라!"
금검존은 벼락이 뿜어지는 것같은 눈으로 철접을 노려보며 말했다. 철접이 비록 대역의 죄인이긴 하나 황사인 요광효의 유일한 핏줄 요문천의 안위를 도외시 할 수는 없다.
"나는..."
철접은 말을 하려다가 멈추었다. 금검존이 오른손을 그녀의 들어 막았기 때문이다.
"미리 경고하겠는데... 무리한 주문은 삼가하라! 우리에게는 소부주의 목숨보다는 대역죄인인 네년의 목숨이 더 중요하니...!"
(여차하면 내 목숨은 돌보지 않고 척살해 버리겠다는 뜻이군!)
금검존의 말에 요문천은 내심 쓴 입맛을 삼켰다.
"걱정마라! 내가 원하는 것은 단 하루의 시간뿐이다!"
"단 하루의 시간을 원한다? 무슨 뜻이냐?"
금검존이 찡그리며 되물었다.
"하루가... 지나면 이 글 벌레를 돌려보내겠다! 이하조 당주의 명예와... 우리 대화일족(大和一族)의 시조이신 아마테라스(天照大神)님의 이름에 걸고 맹세한다!"
"섬나라 난쟁이들의 시조 나부랑이에는 관심 없다! 다만 네년도 본좌와 같은 무사이기에 믿어줄 뿐이다!"
금검존은 말하면서 손을 들어 옆으로 저었다.
슥! 스슥!
그러자 건물을 에워싼 포위망 중 한쪽이 썰물처럼 갈라져서 길을 낸다
"하고 싶지는 않으나 이 말은 꼭 해야겠다!"
철접은 요문천을 끌고 포위망 밖을 향해 걸어가면서 말을 이었다.
"고맙다!"
"흥!"
철접의 말에 금검존은 같잖다는 듯이 냉소할 뿐 대꾸는 하지 않았다.
하지만 요문천은 그 순간 느껴지는 것이 있었다.
(고맙다는 말은 금검존이 아니라 나한테 한 거로군!)
그 사이에 철접은 요문천을 끌고 사람들이 터준 길을 지나갔다.
"죄송합니다 소부주님!"
"속하들의 무능을 용서하여주십시오 도련님!"
승상부의 호장무사들은 분해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물러서서 철접을 포위망 밖으로 내보냈다.
헌데 철접이 막 포위망 밖으로 나섰을 때였다.
"잠깐!"
금검존이 다시 철접을 불러 세웠다.
철접은 혹시 금검존이 생각을 바꾼 게 아닌가 하여 가슴이 서늘해졌다.
하지만 그녀는 내색하지 않고 금검존을 돌아보았다.
"할 말이 더 있느냐?"
"본좌의 검은 놓고 가야 하지 않겠느냐?"
금검존은 냉소하며 철접의 몸을 가슴에서 등 쪽으로 관통하고 있는 황금색의 보검 낙일금검을 턱으로 가리켰다.
철접은 금검존의 말에 내심 안도했다.
"물론 그래야겠지!"
그러나 일체 표정으로 속내를 드러내지 않으며 왼손으로 자신의 가슴을 관통한 낙일금검의 손잡이를 잡았다.
스윽!
이어 그녀는 일체의 망설임도 없이 낙일금검을 가슴에서 뽑아냈다.
낙일금검은 철접의 몸통을 관통한 궤적 그대로 빠져나오는데 특이하게도 피는 함께 흘러나오지 않았다.
(독한 계집! 생살이 갈라지는 데도 신음소리 한 마디도 안 내다니...!)
(과연 동영의 인자들은 다르구나!)
장내의 모든 사람들이 숨을 죽이며 보는 가운데 이윽고 철접은 낙일금검을 완전히 몸에서 뽑아내었다.
(뭔가 특별한 조치를 한 모양이로구나. 낙일금검에 관통당한 상처에서는 피가 전혀 흘러나오지 않는 것을 보니...)
요문천은 낙일금검의 끝이 마침내 철접의 몸 밖으로 빠져나오는 것을 곁눈질로 보며 마른 침을 삼켰다.
"오늘 진 빚은 기억해 두겠다 금검존!"
철접은 서늘하게 말하며 가슴에서 뽑아낸 낵일금검을 금검존에게 던졌다.
쐐액!
그녀의 손을 떠난 낙일금검은 마치 활로 쏘아진 것처럼 빠르고 정확하게 금검존에게 날아갔다.
"흥!"
금검존은 자신에게 날아드는 낙일금검을 보며 냉소와 함께 턱을 오만하게 위로 젖혔다.
퉁!
그러자 금검존의 가슴으로 날아들던 낙일금검이 보이지 않는 힘에 의해 허공으로 퉁겨져 올라갔다.
슈욱! 철컹!
뒤이어 허공에서 꿈틀거리며 방향을 튼 낙일금검은 금검존이 등에 짊어지고 있는 검갑으로 빨려들 듯 들어갔다.
(어검술이다!)
(과연 황실제일검이시다.)
호장무사들과 금의위 위사들은 낙일금검이 저절로 검갑을 찾아들어가는 것을 보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하루만 기다려라. 내일 안으로 이자는 확실히 돌려보낼 테니...!!"
몸통에서 낙일금검이 제거된 철접은 왼팔로 요문천의 허리를 끌어안으며 돌아섰다.
휘익!
이어 철접은 요문천을 한 팔로 끌어안은 지면을 박차고 날아올랐다. 방금 전까지 심장 부분이 검이 관통 당한 상태였던 것이 믿어지지 않는 날렵한 경신술이었다.
"도련님! 존체보중하십시오!"
"약속은 지켜라 계집!"
승상부 호장무사들의 분노에 찬 외침을 배경으로 철접은 이내 승상부 밖으로 날아나갔다.
"육시를 해도 시원잖을 오랑캐 계집년...!"
금검존은 철접이 사라진 곳을 노려보며 이를 부득 갈았다.
"정말 괜찮겠습니까 영반?"
금의위 위사들중 좀 나이가 지긋한 인물이 금검존의 눈치를 보면서 말을 건넸다.
"만에 하나... 폐하를 시해하려 했던 대역죄인을 놓친다면 심각한 문제가 될 수도 있는데...!"
"대역죄인을 잡는 것도 중요하지만 승상각하의 일점혈육의 안위를 무시할 수도 없는 일이다!"
금검존은 차갑게 말하며 고개를 저었다.
"그렇기는 합니다만...!"
"괜한 걱정은 하지 마라!"
불안한 표정으로 말 끝을 흐리는 나이든 위사의 말을 금검존은 확신에 찬 어조로 끊었다.
"바뀌는 것은 단 한 가지! 저 왜국의 계집년 목이 하루 늦게 떨어진다는 것뿐이다!"
"예...!"
금검존의 말에 나이 든 위사는 미진한 표정으로 수긍하며 물러섰다.
"천라지망을 더욱 넓게 펼쳐라! 저 계집을 포함하여 단 한명의 대역죄인도 놓쳐서는 안된다!"
파앗!
금검존은 허공으로 새처럼 날아오르며 금의위 위사들에게 지시했다
"존명!"
"봉명하겠습니다 영반각하!"
금의위 위사들은 철접이 사라진 쪽으로 날아가는 금검존을 향해 일제히 포권하며 외쳤다.
휙! 휘휙!
이어 그들은 일제히 날아올라 사방으로 흩어졌다.
이제 정원에는 승상부의 호장무사들만이 남아 분루를 삼키고 있는데...
“무슨 일이냐? 도련님이 인질이 되었다는 게 무슨 소리야?”
화악!
천둥치는 듯한 고함 소리와 함께 거구의 여자가 거센 회오리를 몰고 장내에 내려섰다. 물론 그 여인은 뒤늦게 변고를 알아차리고 대청에서 요문천의 거처로 한 달음에 날아온 섭대낭이었다.
뒤이어 금의위 부통령 곽산해와 승상부 호장무사들의 수령 석호륜도 황망(慌忙)한 표정으로 현장에 도착했다.
“마... 마님... 그것이...”
승상부의 호장무사들은 사색이 되어 고개를 떨구었다.
그리고 현장에 있었던 호장무사들중 가장 나이가 많은 무사 진영(陳永)이란 인물이 전후의 경과를 서둘러 보고했다.
“이... 이 무능한 밥버러지들...”
쾅!
진영의 보고가 끝나기도 전에 머리카락이 곤두선 섭대낭이 이를 갈며 오른 발로 세차게 바닥을 굴렀다. 그녀가 구른 오른 발 아래에서 정원 바닥이 직경 삼장, 깊이 세자 정도로 움푹 들어갔다.
드드드!
그와 함께 정원 전체가 마치 지진이라도 난 듯이 뒤흔들리면서 요문천의 거처인 은천각도 파도 위의 조각배처럼 요동을 쳤다..
(방금의 진각(振脚)에는 신비각 사대영반에 못지 않은 공력이 실려 있었다.)
승상부의 호장무사들과 함께 비틀거리며 곽산해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가 알기로 섭대낭은 결코 그 정도의 공력을 지니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섭대낭은 순간적으로 자신의 진짜 공력보다 두 세배 더 강력한 힘을 몸 밖으로 내뿜었다.
그것은 그녀가 타고난 살기, 천살지기를 몸 안에 품고 있어서 분노가 극에 달하면 순간적으로 몇 배 더 강력한 힘을 토해낼 수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만에 하나 도련님의 신상에 불미한 일이 생긴다면...!”
드드드!
진흙 바닥처럼 뒤흔들리고 출렁이는 지면을 딛고 선 채 섭대낭은 이를 갈며 호장무사들을 둘러보았다.
그녀의 눈에서 뿜어지는 시퍼런 안광에 호장무사들은 숨통이 콱 막히는 듯한 충격을 받았다.
“네놈들을 모두 내 손으로 때려죽이고 나 역시 죽을 것이다!”
섭대낭이 사납게 토해내는 살기는 승상부 내의 모든 숨 쉬는 존재들의 숨을 멈추게 할 정도였다.
***
북경의 동북방을 휘감고 흐르는 조백하(潮白河)의 북쪽 강변에는 무려 수천만 평에 이르는 광대한 폐허가 자리하고 있다.
그 폐허는 오십이 년 전까지만 해도 원나라의 황궁을 제외하면 천하에서 가장 웅장하고 화려했던 장원의 흔적이다.
-천독친왕부(千毒親王府)!
폐허가 된 장원의 이름이다.
이 장원의 주인은 천독친왕(千毒親王) 갈태독(葛太毒)이란 인물이었다.
몽고족이 세운 원(元)나라 말기 최고의 권세가였던 그는 원래 무림인이었다.
일개 낙척한 서생이었던 갈태독은 강남을 여행하던 도중 우연히 한 권의 독경(毒經)을 얻어 독문제일인(毒門第一人)이 되었다.
사실 갈태독의 무공은 평범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온갖 종류의 독을 자유자재로 쓰고 치명적인 독공(毒功)을 구사하는 갈태독과 싸울 경우 세상 어떤 고수라도 목숨을 부지할 수 없었다.
마음만 먹으면 누구든 죽일 수 있는 갈태독의 이같은 능력은 원나라 황실의 주목을 끌게 되었다.
당시 원나라 황실은 고질적인 내분과 부패, 군벌들의 득세등으로 인해 중원에 대한 통제 능력을 급격하게 상실해가고 있었다.
이에 편승하여 백련교(白蓮敎), 즉 홍건적(紅巾賊)을 중심으로 한 반란이 도처에서 일어나 몽고족에 의한 중원의 지배를 종식으로 몰아가는 중이었다.
그런 위기상황에서도 몽고족 군벌들은 황실의 명을 따르지 않았으며 황제 직속의 군대는 그 질이 형편없어 요원의 불길처럼 일어나는 반란을 진압하기에는 턱도 없었다.
궁여지책으로 원나라 황실은 누구든 죽일 수 있는 능력을 지닌 갈태독을 회유하여 자신들에게 반기를 드는 세력들을 제거하게 하였다. 파격적인 보상을 약속하면서...
탐욕스러운 성격이었던 갈태독은 한족(漢族)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몽고족의 정권인 원나라 황실의 앞잡이가 되어 가공할 혈겁을 일으켰다.
원나라에 대한 반란을 일으켰던 숱한 한족 출신의 반군들과 이에 동조한 무림의 명숙들이 갈태독이 쓰는 치명적인 독과 끔찍한 독공에 의해 불귀의 객이 되었다.
갈태독의 활약에 만족한 원나라 황실은 일개 무부(武夫)였던 그에게 천독친왕(千毒親王)이라는 왕작(王爵)을 내렸으며 약속했던 것 이상의 후한 보상을 해주었다.
갈태독은 원 황실로부터 막대한 보상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자신이 죽인 반군들과 무림인들의 재산까지 가로채 주머니를 채웠다.
그 결과 갈태독은 오래지 않아 천하제일의 거부(巨富) 소리를 듣게 되었다.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막대한 재물을 모은 갈태독은 이곳 조백하 북쪽 강변 위에 자신만의 성채를 구축하였다.
그것이 바로 천독친왕부다.
그러나 영원할 것같았던 갈태독의 좋은 시절은 너무도 빨리, 그리고 갑작스럽게 끝이 났다.
강남에서 몸을 일으킨 풍운아 주원장(朱元璋)이 파죽지세로 중원을 장악한 후 원 제국의 심장부인 북경으로 육박해온 것이다.
갈태독은 원나라 황실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안위와 부귀영화를 위해 주원장의 군세를 저지하려고 했다. 원 황실이 무너지면 갈태독 자신의 부귀영화도 끝이 나기 때문이다.
당시 북경으로 쇄도해온 주원장 군세의 수장은 명장 서달(徐達)이었다.
주원장의 고향 친구이기도 한 서달만 죽이면 주원장의 군세도 사상누각처럼 무너질 것이다.
이에 갈태독은 단기필마로 서달의 군막(軍幕)으로 잠입하여 그를 암살하려고 했다.
서달은 중원의 역사를 통틀어도 몇 손가락 안에 드는 명장이고 전략가다. 그에 비견되는 인물이라면 백기(白起), 한신(韓信) 정도가 있을 뿐이다.
하지만 일신 무공은 평범한 수준이라 서달의 신변에 접근할 수만 있으면 갈태독의 능력으로 그를 죽이는 것은 식은 죽 먹기나 다름없었다.
헌데 갈태독은 서달의 군막에 돌입한 직후 어이없는 패배를 당하고 치명상을 입었다.
서달의 옆에는 한명의 젊은 검객이 있었는데 약관을 갓 넘긴 그 젊은 검객에게는 갈태독의 어떤 공격도 통하지 않았다.
젊은 검객의 몸을 뒤덮고 있는 푸르스름한 빛의 장막은 갈태독이 구사한 지독한 독과 끔찍한 독공을 너무도 간단히 분쇄해버렸던 것이다.
반면 젊은 검객이 휘두른 검에서 내뻗힌 삼엄한 검기는 여지없이 갈태독의 몸을 갈라버렸다.
치명상을 입은 갈태독은 필사적으로 서달의 군영을 탈출했다.
젊은 검객을 제외한 그 누구도 갈태독이 뿌리는 독을 견디지 못하는 덕분에 갈태독은 사지를 탈출할 수 있었다.
중상을 입은 갈태독은 자신의 거처인 천독친왕부로 숨어들어갔으며 오래지 않아 북경을 함락시킨 주원장의 군세가 천독친왕부에도 들이닥쳤다.
그러나 주원장의 막강한 군세도 천독친왕부를 함락시키지는 못했다. 갈태독이 추격을 뿌리치기 위해 그동안 모아두었던 막대한 양의 극독을 천독친왕부 일대에 뿌려버린 때문이다.
갈태독이 뿌린 지독한 독은 주원장의 군세를 막아낸 대신 천독친왕부에 거주하던 그의 수하와 일족, 측근들까지 남김없이 몰살시켜버렸다.
또한 천독친왕부의 어디론가 숨어들어간 갈태독 역시 두 번 다시 사람들 앞에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후 오십 년이 넘는 세월동안 천독친왕부는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귀역(鬼域)이 되었다.
처음에는 갈태독이 숨겨둔 막대한 재물을 노리고 수많은 인간들이 천독친왕부로 들어가 수색을 하였다.
하지만 갈태독이 뿌려놓은 지독한 극독으로 인해 천독친왕부에 들어갔던 자는 그 누구도 살아서 돌아 나오지 못했다.
자연히 천독친왕부는 한번 발을 들여놓으면 결코 살아서 돌아 나오지 못하는 사지(死地)로 소문이 나게 되었으며 인적이 완전하게 끊겨버렸다.
***
(여긴 천독친왕 갈태독의 저주가 서려있다는 귀역 천독친왕부인데...)
요문천은 놀람을 금치 못하며 주변을 곁눈질했다.
휘익!
그는 지금 철접의 왼팔에 허리가 안긴 채 허공을 날고 있는 중이었다.
승상부를 빠져나온 철접은 촌각도 허비하지 않고 곧장 천독친왕부로 달려왔다.
철접의 왼팔에 허리가 안긴 채 허공을 날면서 요문천은 수시로 그녀의 얼굴을 살폈다.
철접의 안색은 시시각각으로 하얘지고 있는데 이제는 너무 하얘서 금방 내린 눈을 연상케 하는 얼굴이 되어 있다.
홍옥같이 붉던 입술도 탈색이 되어 옅은 청색을 띠고 있다.
그것은 다량의 피를 흘린 것뿐만 아니라 어떤 이유로 인해 철접의 몸에서 생기가 빠져나가고 있다는 증거다.
하지만 창백해져가는 안색과 달리 그녀의 눈빛은 시간이 갈수록 밝고 선명해진다.
(아마도 동영의 인자들이 익히는 술법중에 생명을 태워서 힘을 내는 비결이 있을 것이다.)
요문천은 곁눈질로 철접의 안색을 살피며 침을 삼켰다.
여자는 한 끼를 굶으면 배로 예뻐지고 병이 깊을수록 미녀가 되어간다는 말이 있다.
생기가 소멸되며 창백해지는 철접의 얼굴은 넋이 나갈 정도로 아름다워서 눈을 떼기가 어렵다.
(헌데 이 여자는 왜 이 죽음의 귀역으로 달려온 것일까?)
요문천은 주체할 수 없게 철접에게 끌려가는 마음을 다 잡으려고 주변으로 시선을 돌렸다.
스으 스으...
천독친왕부는 전체가 검푸른 안개같은 것에 덮여있다.
그것은 갈태독이 주원장 군세의 추격을 뿌리치기 위해 뿌려놓은 지독한 독들과 그 독에 희생당한 사람들의 시체가 썩으며 만들어낸 독장(毒瘴)이다.
독장이 처음 천독친왕부를 뒤덮었을 무렵에는 한 모금만 마셔도 오장육부가 썩어 들어가 죽어야만 했다.
하지만 오십이 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독장은 많이 옅어지고 독성도 약해졌다. 지금은 지나치게 오랜 시간만 아니라면 천독친왕부 내에 머물러도 죽지는 않는다.
그래도 숱한 사람들이 독장을 마시고 죽어간 사실 때문에 사람들은 겁을 먹고 천독친왕부 주변에는 얼씬도 하지 않고 있다.
(머리가 아프고 속이 메스꺼워서 기분이 안좋아진다.)
요문천은 철접이 눈치 채지 못하게 헛구역질을 했다. 철접의 팔에 안겨 천독친왕부의 깊은 곳으로 들어오는 동안 마신 독장 때문일 것이다.
(조금만 더 시간이 지나면 견디기 힘들 것 같은데...)
요문천이 억지로 구역질을 참으며 혼미해지려는 정신을 추스르고 있을 때였다.
휘익!
마침내 철접이 질주를 멈추며 바닥에 내려섰다.
콰당탕! 퍼억!
그러나 바닥에 발을 댄 직후 철접은 무너지듯 나뒹굴었고 그 바람에 그녀의 팔에 끼어있던 요문천도 바닥에 팽개쳐졌다.
첫댓글 헉!! 갑자기 왠 일이십니까? 내 눈이 의심스러워 자꾸 보게됩니다.
간만에 글이 올라왔네요. 감격...ㅠㅠ
저도 감격..ㅠ.ㅠ
감사합니다
2년만에 올라왔네요
감사 합니다.
오호~~드디어^0^
감사히 읽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기대되네요
즐감에ㄱㅅ
잘 읽었습니다
잘봅니다.
즐독..............
감사합니다
ㅈ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