훨훨 날아가는 갈매기
옛 친구같이 찾아올 7월이 오면
이육사를 만나는 것으로 첫날을 열어 보리
활활 타오르는 태양이
소낙비처럼 쏟아질 7월이 오면
청포도를 맛보는 것으로 첫날을 시작하리
<재미 시인 오정방 시, '7월이 오면'>
올해도 장마와 함께 7월이 열리나 봅니다.
해마다 이 맘때면 '청포도' 시가 떠오르고 이 시가 주는 메시지를 나름 음미해 봅니다.
조국 광복을 염원한 거냐? 의열단 윤세주*에 대한 그리움이냐?
육사와 윤세주의 우정과 동지애는 이 글 뒤부분에 소개되는 고은주 작가의 장편 <그 남자, 264>에 잘 그려져 있으며
정대재 작가의 장편 <떠오르는 지평선> 2권에 다루어져 있습니다
*종형=사촌 형님
*윤세주=육사를 의열단에 가입시킨 인물
<사진 1. 이육사 스스로 자신의 시 중 가장 좋아했다는 '청포도'>
3.1운동이 일제의 무력진압으로 끝나자, 이 땅의 젊은 피들이 중국 길림에 모여 투쟁방법을 바꾸게 됩니다.
신채호의 조선혁명행동강령에 의거하여 21살 김원봉과 18살 윤세주 등이 주동, 무력투쟁단체 의열단을 결성한 것입니다.
"정의의 사(事)를 맹렬히 실행한다"
<사진 2. 의열단 관련 이미지>
1925년 북경 군사정치사관학교를 졸업한 21살 이육사도 의열단에 가입합니다.
시인은 펜 대신 총을 잡은 것입니다.
한창 피어나는 꽃 같은 청춘들이 그렇게 하나 둘 무장테러와 전투에서 희생됩니다 .
<사진 3. 의열단 소재 영화 '밀정' 중>
이육사의 시신을 수습한 우리 집안의 여성 의열단원이었던 이병희 여사입니다.
<사진 4.이병희 여사>
생전에 대구에서 몇 번 뵌 적이 있습니다.
베이징 감옥에서의 마지막 육사에 대한 증언을 들으며, 모진 고문에 몸은 피폐해지고 결핵까지 앓고 있었는데 약이나 한첩 제대로 드셨을까 생각하니 가슴이 미어졌습니다.
수인번호 264를 취음해 호로 쓴 이육사는
'일제 강점기 역사를 도륙낸다', '치욕의 역사를 찢어 죽이겠다'는 의미에서 '육사(戮史)'라는 호를 먼저 사용했습니다.
시에는 '청포', '은쟁반', '모시수건' 등의 귀족적인 시어를 써서 우리 민족의 우월성을 은유하고
혼돈의 역사에 처절하게 저항하며 미래를 염원했습니다.
"내 고장은 조선이고, 청포도는 우리 민족인데, 청포도가 익어가는 것처럼 우리 민족이 익어간다고...
그러면 곧 일본도 끝장난다고...."
<사진 5. 큰댁 4째 원조 형님(월북 문학 평론가)이 펴 낸 유고시집 '육사시집'>
이육사 가계도 입니다
육사는 경상북도 안동시 도산면 원촌에서 진성 이씨 가호(家鎬, 퇴계 13대손)의 차남으로 태어났습니다. 본명 원록(源祿).
표에 나와 있지 않지만 저는 육사의 숙부 세호(世鎬)어른의 만득자입니다.
표의 가호 어른이 제 백부님이 되시고, 육사를 포힘 6분의 종형(사촌)이 계십니다.
영남일보, 한국섬유신문에서 일했던 저는 천학비재하고 시와는 거리가 멀어 육사 시에 대해 끄적이고 있다는 것이
언감생심입니다
<사진 6. 이육사 가계도>
'높은 뜻 펼 길 없어 청한으로 자조하고
부조위한 정성은 후곤위해 바치셨네.
호연한 기상을 어디에서 찾아볼꼬
우뚝한 아양루에 임의 정취 서리었네'
선친 이세호(李世鎬, 영남대하교 전신 대구대학 재단이사 겸 동양철학과 교수)의 묘비명입니다.
(족친 이완재 교수 찬)
육사 3형제가 투옥되는 등 독립운동으로 멸문지경에 이른 큰댁의 종손들을 애육하여 장성시키셨습니다.
<사진 7. 선친 내외분 묘소ㆍ묘비>
그렇습니다.
육사가 희망을 노래한 '청포도' 시(詩)는 그와 함께 싸우며 저항하다 쓰러진 어린 의열단원에 대한 헌정의 글이며,
울며 읽어 내려간 조문(弔文)이었습니다.
죽음으로 일제에 저항했던, 채 마흔이 안된 짪지만 매운 초인적 삶에 대한 자명(自銘)*이며
끊임없는 향수와 기다림, 그리고 미래를 향한
염원이었습니다.
*자명=스스로 쓴 묘비명
<사진 8. 육사문학관 내 동상ㆍ시비>
이육사가 노래했던 내 고장 '청포도'가 와인으로 재탄생합니다.
‘264 청포도 와인’으로 명명된 이 와인은 안동시 지역특화사업의 일환으로 이육사의 고향 안동시 도산면 일대에
청포도(품종: 청수) 재배단지를 조성하고 육사문학관 인근에 와이너리를 완공하여 광야, 꽃 등 육사 시 제목을 시리즈로 하여
본격 시판에 나서고 있습니다.
<사진 9. 청포도 와인 시리즈>
'오늘의 작가상'에 빛나는 고은주 작가는 '비밀의 여인'이 들려주는 이육사의 처절한 삶과 강철 무지개 같은 시에 대한 이야기,
장편소설 <그 남자 264>를 발표했습니다
소설 <그 남자 264>가 시작되는 1939년, ‘청포도’시가 발표되었던 바로 그 시절에 육사가 살았던 종암동에는
그를 기념하는 ‘문화공간 이육사’가 건립되었습니다
그리고 몇해 전, 이 기념관에서 <그 남자 264>를 원작으로 하는 낭독극 <264, 그녀가 말하다>가 공연됐습니다.
이어 육사의 외동딸 이옥비님과 원작자가 참여하는 좌담회가 이어졌습니다.
이 '문화공간'를 운영하는 성북문화재단 페이스북에서 낭독극을 시청할 수 있습니다
<사진 10. 낭독극 장면>
근래 국내 유수의 작곡가들에 의해 육사 시에 곡을 붙인 주옥 같은 가곡이 발표되고 연주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CMAK음악인연합회는 지난 5월 18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이육사 탄생 120주기 탄신일에 즈음하여
'차마 바람도 흔들지 못해라' 주제로 정기연주회를 가졌습니다
2부 프로그램 '이육사와 거닐다'에서는 육사의 종손녀인 소프라노 이영규의 독무대로 펼쳐져 더욱 의미가 깊었습니다
이육사 시 홍신주 작곡의 가곡 교목, 청포도, 강 건너간 노래 등 3곡을 독창했는데 횃불처럼 강렬하고 날선 바위처럼 비장한
육사의 결기를 잘 표현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게는 재종손녀가 되는 이영규는 경북대학교와 이탈리아 음악 명문대학을 졸업한 재원으로
독창자와 오페라 등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사진 11. 공연 후 기념촬영. 이영규(무대복)와 필자, 족친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