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덕 고개…. 그곳에서 걷던 한북 정맥 길이 생각나서 다시 그곳을 찾아 갑니다. 사실 올해 여러 번 그곳이 생각났습니다. 잊지 못한 한북 정맥 라인. 정말 장쾌하게 뻗은 그길. 그렇지만, 다른 길에 순위가 밀려서 다시 그 길을 걷지는 않았습니다. 국망봉, 강씨봉, 오뚜기령, 그리고 청계산 등 정말 하나하나 기억에 생생한 봉우리들입니다.
그래서 그 길을 다시 나서 보려고 하는데, 지금은 그때 걸었던 만큼 걸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왜냐면 해가 짧아졌기 때문입니다. 오후 4시만 되면 어둑어둑해져서 청계산을 거쳐 난이도 높은 길마봉을 오르고 노채고개까지 가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래서 방향을 조금 바꾸어 보았습니다. 광덕 고개에서 백운산 방향이 아닌 그 반대인 북쪽으로 가볼까 합니다.
얼마 전 명성산 억새가 한참일 때, 광덕산부터 한번 걸어볼까? 했다가 잠시 접어 두었던 길이 있었습니다. 그 길은 한북 정맥 중의 두 산인 광덕산과 백운산의 중간에 위치한 광덕고개부터 시작하여 광덕산을 오르고, 그 곳에서는 한북 정맥을 따라가지 않고 그곳에서 분기되는 지맥을 따라 명성산까지 이어집니다. 이름하여 명성 지맥입니다. 한북 정맥에서 분기되는 몇 개의 지맥을 경험 했었는데, 명지 지맥, 화악 지맥, 천마 지맥이 있고 명성 지맥도 비슷한 부류의 지맥인 것 같습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올해는 주로 이미 가본 길을 다시 걷거나 또는 국립공원처럼 제도권 하에 길이 좋을 수밖에 없는 길을 주로 걸었는데, 이번 명성지맥은 지난 여름쯤 걸었던 고대산-금학산-지장산 라인에 버금가는 터프한 길로 예측되는 길로 예측이 됩니다. 그리고 당연히 그 길만큼 터프하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사실 처음 가보는 길은 호기심이 발동함과 동시에, 조금은 고생을 각오해야 하는 길이기도 합니다. 일단 지맥이라면 크게 알려진 길은 아니고 산꾼들만 다니는 길이기 때문에 분명 길은 있으되 있는지 없는지 모를 정도로 길이 희미하기 때문입니다. 가뜩이나 가을도 깊고 겨울도 가까워 오면서 낙엽 때문에 길의 난이도는 증가함이 분명합니다. 길 찾기도 어렵고 또한 걷기도 어려울 것 같습니다. 낙엽 길은 얼음 길과 난이도가 비슷합니다.
결론은 우여곡절(?) 끝에 출발지에서 목적지까지 무사하게(?) 완주했습니다. 거리는 24킬로 조금 넘는 아주 먼 길은 아닌 길에도 불구하고, 걷는 도중 인생 최대의 난관(?)에 부딪혀만 했던 순간이 있었던 길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거리도 몇 킬로 늘어났습니다. 그래서 다른 어떤 길보다도 영원히 잊지 못할 Trekking이 되었고, 특히 광덕산 박달봉은 아마 일평생 두고두고 생각날 봉우리가 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이번 명성 종주의 경험을 반면교사로 삼아 앞으로는 좀더 진지한 도보 여행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어쨌든 오래간만에 좋은 환경에서 걸었던 길…. 역시 그 맛에 길은 나서게 됨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습니다.
광덕고개로 가는 유일(?)한 방법은 동서울 터미널에서 강원도 사창으로 가는 버스를 타는 것입니다. 얼마전 지리산에 갔을 때가 불과 두 주 전인데, 다시 한번 출발점인 동서울버스 터미널로 향합니다. 이제는 날이 많이 짧아져서 동서울버스 터미널은 한참 어둠 속에 갇혀 있습니다. 다만 지방 곳곳으로 향하는 사람들의 발길은 분주하게 움직이는 터미널입니다. 강원도 방향, 그리고 경기 북부, 그리고 충북과 경북 지방으로 향하는 이런 터미널이 집에서 멀리 있지 않음에 고맙기까지 합니다. 터미널이 멀었다면 아마 저의 도보도 크게 바뀌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만일 사당 근처에 살았다면 안내 산악회를 많이 다녔을 것 같습니다. 어떻게 보면 전국 방방곡곡 도보 여행 차원에서는 그것이 더 좋았을런지도 모르겠습니다.
지난 11월 5일 지리산에 갈 때 예전보다 요금이 살짝 올랐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역시 이런 안내가 있었습니다. 그때는 밤중이라 이런 안내 문을 자세히 읽어보지 않았고, 또한 마음은 지리산에 이미 가 있어서 그런지 터미널까지 그냥 직진했던 것 같습니다.
지리산 때도 그렇지만, 이번에 보니 대략 1000원 ~ 2000원 정도 구간에 따라 차등적으로 버스 요요금 오른 것 같습니다. 내려가는 것은 없고 오르는 것만 있으니, 참 재미 없는 세상입니다.
잠시 터미널 저편으로 잠실 월드 타워를 바라 보았습니다. 아직도 불이 훤합니다.
강원도 사창리로 향하는 버스에 오릅니다. 06:50 버스인데, 의외로 손님이 많습니다. 대략 좌석의 2/3 이상 찬 것 같습니다. 등산객들이 이렇게 많아? 하고 둘러 보니 등산객은 저를 포함해서 딱 3명 정도이고, 일반인(?)이 대부분입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예쁘게 차려 입은 젊은 처자들이 의외로 많은 것이 놀랍습니다. 잘은 모르겠지만 아마 면회 가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듭니다. 이른 첫 버스에 멀리 가는 버스를 타는 것이 쉽지는 않은데요.
그런데 요즘 사창리에 있는 27사단 이기자 부대의 이동설 때문에, 사창리라 정적에 쌓였다는 뉴스를 보았는데 아직은 군 부대가 완전히 철수를 하지는 않은 모양입니다.
노고단으로 향하는 버스는 스톱되었지만, 백무동으로 가는 버스는 아직도 서비스 중입니다. 백무동으로 가는 버스는 남부터미널에도 있고, 동서울버스 터미널에도 버스가 있는 것 같습니다. 대략 행선지 별로 버스 터미널을 나누어 갖는 것 같은데, 지리산 백무동은 예외 지역인 것 같습니다. 지리산 부군, 그리고 지리산 둘레길 부근의 도시 이름을 보니 다시 지리산으로 마음이 달려 갑니다. 아직 후기도 적지 못했고, 겨우 두 주 밖에 되지 않았는데 지리산이 생각나는 것을 보니 아직 지리산 앓이를 하는 것 같습니다.
지리산이 열리는 날이 5월 1일으로 붙박이 이듯이, 함양 지리산 고속 서비스 기간도 5월 1일부터 11월 14일로 붙박이인 것 같습니다. 사실 이래야 외기 편하고 좋습니다. 제가 11월 5일 버스를 탔고, 11월 14일은 월요일이라서 운행이 없었으니, 제가 탄 이후 꼭 한번 (토, 일) 더 운행하고 올해 지리산 노고단행 버스는 스톱이 되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내년 5월 1일을 기약해보며, 5달 반 후의 지리산의 모습을 다시 한번 그려 봅니다. 함양, 노고단…. 마음을 설레게 만드는 지명입니다.
작년 한북정맥을 걸으러 갈 때는, 과연 잘 걸을 수 있을까 하고 초조해하며 창 밖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이번에는 완전 딴판입니다. 버스가 출발하자마자 잠을 자기 시작해서, 깨어보니 일동 부근이었습니다. 중간에 버스가 몇 번 정차를 했을 터인데 그것도 모르고 그냥 꿈나라에 다녀왔습니다. 이제 버스 타고 잠을 자는 것에는 이력이 붙었나 봅니다. 특히 동서울버스터미널 출발 버스는 마치 지리산으로 가는 야간 버스 같은 착각이 들어서인지 꿈나리에 가는 것이 그냥 일상인 것 같습니다.
드디어 버스는 광덕 고개에 도착했고, 버스에서 하차하니 그곳의 전경이 눈에 들어 옵니다.
한묵 정맥 길을 따지자면, 백운산 들머리 맞은 편에 광덕산에서 하산하는 길이 있어야 하는데, 그곳에 도로가 생기고 또한 차단 철책이 생겨서 출입이 가능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광덕산으로 오르거나 하산을 하려면 잠시 이 마을을 통과해야 합니다. 조금만 오르면 광덕산 들머리가 나타납니다.
광덕산의 늘씬한 나무들…. 이 나무만 봐도 벌써 광덕산으로 오르고 싶어집니다. 가평과 양평, 그리고 포천 지역의 산들은 모양이 비슷합니다.
드디어 들머리를 발견했습니다. 사실 처음이지만, 사전 조사를 해서 들머리가 이쪽으로 옮겨졌고 산객들이 이곳을 통해 광덕산에 오르고 내린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제 생각에는 들머리만 잘 찾아도 70% 이상은 먹고 들어가는 것 같습니다. 날머리는 어떻게든 출구를 찾게 되는데, 입구 찾기는 가장 어려운 문제입니다. 이렇게 들머리를 쉽게 찾아서 오른 산행은 잘 풀릴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렇지만 현실은 정 반대였습니다. 어떤 사건 때문에…
그런데 입구는 영 시원치 않습니다. 어떤 민가 옆으로 난 자그마한 계곡? 아니 도랑 수준인데 요즘 같은 가뭄에도 물이 흥건하게 젖어 있습니다. 들머리가 좀 쌈빡했으면 좋은데, 기대와 같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들머리를 어렵지 않게 찾은 것만으로도 감사하며 산을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한북 정맥 라인에 오르니 이제 마음이 좀 놓이며, 늘씬한 소나무들을 맞이하니 기분이 한껏 좋아졌습니다. 국립공원에서 맛보지 못한 이 맛.. 역시 가평, 양평 및 포천 지역에서 맛볼 수 있는 산의 맛입니다. 거친 등로와 낙엽, 그리고 가끔 소나무 아래의 솔잎향… 이것을 느끼면서 걷다 보면 에너지가 뿜뿜 솟아나는 것이 아니라, 산의 에너지 뿜뿜 몸 속으로 들어오는 것이 느껴집니다.
광덕산 정상으로 오릅니다. 한북 정맥 라인을 걷다보면 볼 수 있는 이정표입니다. 물론 예전 이정표도 볼 수 있습니다.
편안한 숲길이 이어집니다. 소나무 아래라 솔잎이 대부분이고 아직 참나무 낙엽을 나타나지 않고 있습니다. 말로만 듣던 광덕산으로 가는 기분이 좋습니다.
예전 한북정맥의 이정표입니다. 표시된 거리가 맞는지 살짝 의문이지만, 아주 오래전부터 산꾼들이 이 안내목 하나 의지하면서 걷던 생각을 하면 그냥 뽑아버리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새로운 이정표가 설치 되었다고 하더라도 이런 예전의 표식은 남겨 두면 좋겠습니다. 물론 거리 정보는 조금 의심스럽습니다만.
드디어 낙엽길이 시작되었습니다. 아직은 그리 깊지 않습니다. 그래도 길이 미끄럽습니다. 아직은 버틸만하여 스틱을 뽑지는 않았습니다. 나무 향내를 맡으면서 걷는 기분이 참으로 근사합니다. 산객을 만나는 것이 이상할 정도로 광덕산에서는 한 명도 사람을 만나지 못했습니다.
간들간들한 안전 줄. 발은 미끄럽지만 줄을 잡지 않고도 오를만 합니다.
하늘금 위로 빼곰하게 하얀 돔이 보입니다. 조경철 전문대 근처에 있는 기상레이다입니다. 예봉산의 기상 레이다와 비슷한 모양입니다. 가끔 날씨 예보를 보면 광덕산 이야기가 나오는데, 바로 이곳에서 기상 정보를 획득하고 이 정보를 수퍼컴에 돌려서 날씨 예보를 하게 되는 것입니다. 저는 처음에 이곳이 조경철 천문대인가 싶었는데, 겉 모양이 천문대 모양이 아닌 예봉산 레이더 모양이라서 기상 관측하는 곳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나무는 모두 겨울나목이 되었고 나무 아래는 수북하게 낙엽이 쌓여 있습니다. 오늘 이 낙엽을 얼마나 밟아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정말 낙엽 밟는 소리만 들립니다. 사각사각….
나무 사이로, 한북정맥이 스카이 라인이 보입니다. 백운산, 도마치동, 도마봉, 국망봉, 견치봉, 민둥산, 강씨봉…. 봉우리 이름을 외고 다녔던 2년 반 점의 일이 생각납니다. 그때 트랭글을 처음 시작한 날이었습니다. 아마 짐꾼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마침내 광덕산에 올랐습니다. 지도도 보이고 여러 안내목도 보입니다. 그리고 정상석도 보이는 것 같습니다.
트랭글은 이미 정상밈을 알렸지만, 정상석을 보니 다시금 반가운 마음이 듭니다. 고도 1000미터 넘는데, 그 고도만큼 근사한 정상석인 것 같습니다. 말끔한 것으로 보아, 오래 전에는 다른 정상석이 세워져 있었지 않을까 짐작해 봅니다.
정상 부근은 너른 공터 수준입니다. 바위에 걸터 앉아서 산꾼들이 휴식을 취했을 것 같은 상상이 듭니다.
멀리 철원 너른 평야가 보입니다. 그리고 그 뒤로는 금학산. 1킬로를 가장 깔끔하게 오른 산으로 기억하는 금학산입니다. 그런데 이 광덕산에서 그 금학산을 볼 수 있다는 것을 전혀 기대하지 않았는데, 멀리서 금학산을 보니 반갑기 그지 없습니다. 바로 앞에 있는 각흘산과 연계된 산보다도, 그리고 그 위에 있는 너른 철원 평야보다도 저 멀리 아련하게 있는 금학산이 가장 반가운 존재입니다.
광덕산에 올랐고 가야 할 길이 구만리이기 때문에 바로 각흘산으로 가야 하지만, 이곳까지 올랐으니 일단 조경철 천문대와 국립기상대로 향합니다. 크게 난이도 없이 그냥 평평한 길이기 때문에 더욱 다녀와야 합니다. 이곳까지 왔는데 그 곳에 가지 않는다면 평생 한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이렇게 평평한 길을 걷습니다. 바람도 살랑살랑 불어 줍니다.
광덕산 기상 레이더에 도착했습니다. 날씨 예보에서 말로만 듣든 바로 그곳입니다.
레이더 사진을 찍으려고 했는데, 그보다 우선 레이더 앞에 있는 조경철 천문대가 눈에 들어 옵니다. 천문대까지는 가지 않고 사진만 찍씁니다. 어릴 때 방송에 나와서 별 이야기를 하시던 조경철 박사가 아직도 생생합니다. 옷도 참 멋지게 입으셨던 교수님이었습니다. 당시로는 가장 유명한 교수이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이제 다시 광덕산 방향으로 향하며 기상 레이더의 우람한 모습을 관찰합니다. 축구공 모양의 레이더가 재미있습니다. 월드컵이 곧 시작된다고 하는데, 예전 같은 열기가 느껴지지 않습니다. 큰 사건 때문에 아직도 차분한 분위기가 유지되는 것 같습니다. 벌집도 6각형, 축구공도 6각형 모양의 패치… 6각형이 도형적으로 가장 안정적인 구조라는 말을 어디서 들은 것 같은 생각이 났습니다. 레이더도 6각형 모양이네요.
명성지맥…. 지맥은 알고 시작했지만, 지맥 두 글자를 확인하니 조금 으시시해집니다. 오늘은 또 얼마나 고생을 할까? 하는… 광덕산까지는 길도 좋았고, 한북정맥 때문인지 길도 선명했는데, 지맥은 절대 다른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어쨌든 오늘 목적으로 하고 있는 명성산 지명을 보니 반갑기도 합니다.
또 다른 이정표인데, 이 이정표는 정말 눈에 익습니다. 왜냐면 바로 반바지 때문입니다. 동두천 6산 종주로 뿐 아니라 축령산, 화채봉 등 경기북부, 가평 등 많은 곳에서 만났던 얼굴도 모르는 이 반바지씨. 이분 덕분에 정말 안심하고 길을 걸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한동안 반바지, J3, 비실이 부부 리본을 보지 못했는데, 오늘 드디어 다시 만나게 되었습니다. 반바지씨를 보니 반가웠습니다.
이런 넘어져 있는 나무를 몇 개 넘어야 했습니다. 태풍 때문인지 폭우 때문인지 모르겠습니다만, 한북정맥 라인과 달리 지맥길은 길 상태가 터프합니다. 조심해서 넘어 갑니다.
각흘산에 대한 안내는 1도 없습니다. 그냥 지도보면서 이동을 하는데, 이런 이정표가 있습니다. 겉보기에는 큰골 갈림길로 가는 중입니다. 그런데 큰 골은 어딘감? 일단 큰 골은 모르겠고 각흘산 뱡향으로 향하는 등로를 따라 계속 걸어 갑니다.
정말 리본도 없습니다. 그런데 다행히 이런 비닐 끈이 계속 이어져 있습니다. 이것이 지맥의 특징 중의 하나일까요? 지맥을 다니는 사람은 다른 길보다 상대적으로 가난한 것 같습니다. 제대로 된 리본도 없이 이럴 비닐끈으로.. 그래도 이 비닐끈이 바로 생명의 이정표였습니다. 워낙 사람도 다니지 않아서 바닥의 수북한 낙엽 위로는 길 표시가 나지 않습니다. 핑크색, 그리고 가끔 푸른 색 비닐 줄이 정말 소중했습니다.
길인지 아닌지.. 그냥 낙엽 바다인 길이 이어집니다.
워낙 밋밋한 길이다 보니 이런 썩은 나무도 특이한 풍경입니다. 마치 오대산의 동대산을 지나 밋밋한 길을 걸을 때 만나던 차돌박이 같은 느낌이랄까요?
각흘산 안내는 1도 없습니다. 큰 골로 가는 분기점이 나타났는데, 저는 큰 골 방향이 아닌 댁운 계곡 주차장 방향으로 향합니다. 주차장이 각흘산보다 더 중요한 포인트인 것 같습니다. 광덕산과 각흘산이 싸우나?...
이정표 비닐 색깔이 푸른색입니다. 붉은 색 비닐이 다 떨어졌나 봅니다. 그렇지만 색은 아무래도 상관없습니다. 길을 이렇게 표시한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누군지 모르지만 마음 속으로 감사의 메시지를 전달했습니다.
이러다가 주차장으로 가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 정도로 내리 주차장 안내 뿐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길도 있는지 없는지 모르는 길 위에 이런 이정표가 세워져 있다는 것만 해도 신기할 정도입니다. 이곳에 사람들이 다니나?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 정말 깡촌 산길이고, 저의 낙엽 밟은 소리만 천지에 진동을 합니다. 낙엽을 밟기보다는 그냥 쓸고 다닌다는 표현이 맞는 것 같습니다.
진짜 리본을 보니 반갑습니다. 무한도전, J3, 무영객 등.. 그런데 비실이 부부님의 리본은 보이지 않네요. 내내 볼 수 없었습니다. 잘 계신지 모르겠습니다.
드디어 잠시 원점 회귀해야 하는 박달봄에 이르렀습니다. 깊은 경사 길인데 낙엽이 하도 쌓여 있어서 허리까지 낙엽입니다. 원점 회기가 마음에 들지 않지만, 그래도 등로에 멀리 있지 않아서 다녀오려고 합니다. 그런데 첫 발자국부터 푹 빠집니다. 그런데 결론적으로 이 곳을 4번이나 다녀오게 되었습니다. 그 이야기는 나중에 해드리겠습니다.
박달봉에 도착했습니다. 박달 나무가 많은가? 그런 생각이 드는 봉우리였습니다. 따로 정상석은 없고 그 주차장으로 가는 길 도중에 있는 봉우리였습니다. 그런데 정상은 너른 곳이라서 이곳에서 쉬기 딱 좋은 것 같습니다. 그래도 갈 길이 구만리이니 다시 길을 원점 회기 포인트로 되돌아 갑니다.
박달봄 주변의 너른 곳… 역시 낙엽으로 가득합니다.
원점 회기점으로 가면서 바위 뒷면이 보였습니다. 바위 사이로 나무들이 자라나 바위가 벌어지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덕유산 향적봉으로 가면서 보던 바위 사이의 나무와 느낌이 비슷합니다만, 이건 좀 작은 사이즈입니다.
가까이서 본 바위 사이의 나무
다시 허리 높이의 도랑에 도착했습니다. 줄을 잡는 것은 별로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옆에 있는 나무들을 잡으면서 올라 갑니다. “내 이곳에 다시 오나 봐라” 이렇게 말하면서 올라갔는데, 운명이 장난을 하는 것이 분명합니다. 이곳을 다시 한번 오게 되었고 결국 총 4번 오르고 내리게 되었습니다. 인생은 단언하면 안된다는 것을 다시금 뼈저리게 느끼게 되었습니다.
다시 원점 회기하며 멀리서 보이는 박달봉을 바라 봅니다. 밤송이처럼 생겼습니다.
아주 작은 철계단도 있습니다. 귀엽고 앙증맞습니다. 그래도 예전에는 이곳에 사람들이 많이 다녔나 봅니다. 반드시 있을 필요는 없을 것 같은데, 이런 곳에도 자그마한 철 사다리가 세워져 있으니까요.
첫댓글 광덕산으로 가는 길, 백운산 아래 도평리는 군복무시 카튜사로 군무하면서 18개월을 머물렀던 곳이기에 추억의 장소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새천년이었던 2000년 3월 한북정맥을 걸으면서 추억을 만들었던 곳이기도 하지요. 이야기가 시작되는군요. 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