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호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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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 들꽃
김광식
들녘 빈 땅,
화단과 공간마다
지천에 깔린 꽃,
연유가 무엇이더냐?
네게 눈길 주려 하는 하소연 이었더냐?
시리고 아려 작디작은 네 모습...
난
이쁜 것인지 안 이쁜 것인지
네 진정성은 몰라도
너의 몸부림과 하소연은 알 듯도 하겠구나
아,
야윈 가슴이여!
서러움의 응석받이 눈물이여!
너의 웅변은
남의 가슴을 차마 못 연다 할지라도
너의 속내는 노랗게 드러난다
민들레여!
아무런 곳에서나
아무렇게나 피어난 너,
너는 분명,
온갖 수난을 견뎌내는
눈물의 대변인!
너는,
장미와 잡초 사이에 서서
세상의 눈물을 대변하는,
넌 위대한 웅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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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
김광식
이 보시게
자넨 뭐가 급하시길래
그리도 바쁘고 움직임이 빠르신가
하기사
난 자네의 그 재촉이 싫기에
될 수 있으면 시간을 느리게 흐르는 방법을 항상 연구 중이라네
난 그래서
메마른 시간 위에 꽃 몇 송이를 심으며 가꾼다네
그렇지
자네의 발걸음이 빠르건 말건
봄은 오고 꽃이 피고
강물은 흐르고
새들은 숲을, 구름을 노랠 할 걸세
하니 나 또한
그 유유히 흐르는 강물처럼 그리 살려네
세월이여!
시간이여!
삶이여!
세월이 빨리 흐른다고
난 결코 서두르지 않으리
오직,
내게 주어진 오늘의 시간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희망을 가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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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김광식
나 여기,
무엇을 하기 위해
빈 손으로 왔는가
옷 한 벌을 얻어입기 위함인가?
허울을 걸치는 것은 가식이니
그것이 이유가 될 수는 없고...
아님
시간을 따라 소풍을 하는
바람같은 그 허무를 위해서인가?
발자국도 남지않는 그림자는 그 또한 의미가 없는 것이니
그것도 아니고...
그렇담 나 여기
무엇을 위해 태어나 서 있는 것인가
삶은
구름처럼 머물다
바람처럼 사라지는 이슬도 아닌 것이건만
나는
날카로운 시간 위에 덩그러니 서서
아픈 눈물만을 흘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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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초
김광식
님의 소식 궁금하여
그 찬바람 부는 언덕에서
고갤 내밀었더냐
휜 눈 속에서도
의연한 복수초야
네 밝은 모습에는
푸념도 처량함도 보이지 않구나
복수초야
너는 시련을 모르는 봄의 전령사,
모든 서려움과 매서운 추위 속에서도
굽힐 줄 모르는 의지로
오늘의 따뜻함을 모든 사람들에게 전하려는
넌
춘삼월의 참신한 봄의 온화한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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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에 묻다
김광식
온화한 봄부터
입고
걸치고
치장을 하고,
그러면서 또
그 추운 겨울날은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헐벗은 이유가 도대체 뭔가!
흐르는 바람은
나무의 그 깊은 속내를 알기나 하는 것일까?
나무는 왜,
도대체 무슨 사연이 있길래
그리도 자신의 모든 것을 보여주고,
베풀고,
그러면서 결국은 그 하얀 속내를 드러내는 것일까
혹 그것은
자신의 모든 것을 다 드러내보이는 것이
결국은 자신이 살아남는다는 우리 인간들에게 웅변하는 것은 아닐까
자신의 모든 허울을 까발리는 것이
결국은 자신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어떤 암시적인 하늘의 그 높은 뜻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