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비가 내렸다.
영등포에서 그녀를 기다리며- 옛날, 동성로에서, 신천동, 대명동에서 그녀를 기다렸을 때가 떠올랐다. 1975년- 77년 그녀는 내 언니였다. 어린 나이에 감당해야 했던 객지 생활에서 그녀는 내 버팀목이 되어주었고 위안이 되었다. 우리는 참으로 많은 얘기를 했고 만나면 수다로 밤을 지새웠다. 부끄러움 많고 소심한 나에 반해 그녀는 위풍당당하며 보스기질의 카리스마로 가득찼다. 그런 그녀를 난 늘 부러워했다.
사실, 오래전부터 난 그녀에 대한 피해의식이 있었다. 이제까지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은 어떤 사건을 토로하고자 한다. -아마 그녀도 전혀 모르는 - 내 초등학교 육학년 담임선생님은 당신께서 만들어 놓은 불문율을 지키기 위해 나를 부회장 선거에 등록시키셨다. 앞서 당신반에서 전교 회장부회장을 배출한 반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계셨다. 내 의지보다는 어쩌다 보니까 떠밀려 선거운동을 해야했다. 난 그 때 나만의 울타리에서 살고 있는 어린 소녀였다. 친구들과 어울려 놀기보다는 아버지께서 늘 보시는 명천극장의 외화보기를 따라하고, 역사소설에 빠져 이불속에서 몰래 보는 독특한 아이였다. 우리 또래의 놀이문화는 전혀 동참을 하지 않는 아이였다. 그런 내가 감히 활달하고 많은 여자 아이들의 무리를 이끌어 가는 그녀를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개표 결과 그녀가 144표, 난 140표, 4표로 낙선을 맛보았다. 그날 저녁 난 오래도록 냇가 모래사장에서 패배의 아픔을 삼키고 있었다. 난 담임선생님께 죄인이 되었다. 그녀가 될 줄은 짐작했지만 선거에서 참패는 내 명예에 큰 상처였다. 그 때 많은 선생님들은 나를 어여삐(?) 여겼던지 문교부 장관 -모범학생으로 추천을 해주셔서 표창장을 교감선생님과 함께 대구에 있는 경북교육청에 가서 받게 되었다.1971년도에 갔던 그 곳을 1981년에 가서 임용장을 받은 곳, 내 평생 직장이 될 줄을 누가 짐작이나 했겠나! 그녀 말대로 우리 인생은 다 정해져 있는가!
그녀가 전교 부회장이 되고나서 우린 다시-아니 난 그녀와 공부 라이벌이 되었다. 공부 욕심이 많던 그녀를 가까이 보며 난 독서시간을 줄이고 그녀를 따라했다. 우린 매일 학원에서 만났고 함께 웃으며 6학년을 보냈다.
중학교로 진학해서도 늘 함께 붙어 다니며 어울려 다녔다. 아마 그 때 우리도 한 조직을 만들었던 것같다. 그녀는 3월생이라는 이유로 언니로 자처하며 날 지켜주었다. 함께 대구 연합고사를 보기위해 방과후에도 해가 지기전까지 교실에서 공부하다가 어두워지면 교무실로 가서 공부했다. 돌아오면서 라면을 함께 먹으며 수다를 떨기도 했다. 아마 내 평생에 그녀와 함께 한 그때의 학습량이 가장 많았다고 생각한다.
그후 그녀는 대구에, 난 서울에서 보낼 때도 그녀가 보고싶으면 추야와 함께 밤차 입석을 타고서 내려가기도 했다.우리들은 많은 사랑과 이별을 하고, 서로를 보담아주는, 허물을 덮어주며 보냈다.
많은 세월이 흘러 이제는 멀리서 각자 살아가지만 우린 정말로 오랜 친구이다. 내게 소중한 그녀가 있으므로 동창회에 오고 싶고, 그녀가 없으면 허전하고 보고싶고 ...... .
앞으로 우리 삶이 어떻게 전개될 지는 모르지만 그녀가 있으므로 난 행복하다. 또 다음에 그녀를 만나러 와야지, 그녀는 날 만나러 언제오려나, 나 혼자만의 짝사랑은 아닐거라 믿으며!
첫댓글 ㅎㅎ...내 오랜친구 그대여!!! 참으로 많은것도 기억하는구나.....아득한 옛날 기억 저편에서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는 우리들의 지난날을 잊지않고있다니....그 시절이 그리울때가 가끔은 있더라....나를 너무 좋게 생각해줘서 고맙구나....내가 널 만나러갈날이 곧 올거야 혼자만의 짝사랑이 아니란걸 보여줄께....만나서 반가웠고 지은이도 더불어 만나서 좋았다네.....
헤어져 돌아와 갑자기 옛날 일들이 그리웠고 이제 마음을 확인해보고 싶어서 주저리주저리 펼쳐보았어. 자주 이 곳에서 만나자.
오늘 너 내려가는데 잘 가라고 빠이빠이해주러 동서울 터미널까지 나간 친구는 그럼 어떤 친구 니??? ㅎㅎㅎㅎ
그러찮아도 너무 짧은 만남을 슬퍼했다. 좀더 서둘러 일찍 만났더라면 아님 지난 밤에 만날것을 하고 안타까워했다. 곧 편지 한 편을 쓸게. 아침에 미역국 끊이고 반찬 몇 개해서 생일상 차려 대접했다.그리고 맘껏 자다가 들어왔다.
친구같고, 언니같은 친구. 누구 누구는 좋겠다. 이런 추억이 있다는게 얼마나 좋아 칠순이 되어도 이런 기억을 하면서 웃을수도있고.....
용숙아, 그날 정말 미안했다. 모처럼 나들이었는데 그렇게 아쉽게 이별하고 안부전화도 못했다. 한 주전만 되었어도 편하게 만나고 했을 것을, 가끔 포항에 놀러와! 언제 너희들이 자랑하는 창원에 놀러 갈께!
세상에 진정한 친구한명이 있다면 쑥이는 세상만사 부자일세...멋진 친구들이구먼...원래 맹자행님이 한카리스마 한다네..ㅋㅋ지금도..
권은님, 몇 번의 서울 나들이때마다 만나지 못했군요. 언제 기회가 되면 볼 수 있겠지!
김문쑥님 기회만들어보시더...ㅋㅋㅋ 이상혀~ 문쑥님 하니깐..ㅋㅋ 야~문쑥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