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맣게 그을은, 시무룩한
남자아이 보고 붕어빵 아줌마,
너도 고생이 많구나, 라 하고
남자, 빨간 한우고기 한 도시락 들고 종종걸음으로 돌아와
아까 소리쳐 미안하다, 오늘은 우리 아들 생일이다 라고 하고
장흥 시장에선 아까 만난 사람을 자꾸 또 만난다
9월의 장흥 시장에는 손수 만든 악세사리를 사이좋게 팔고 있는 일본 아낙과 필리핀 아낙이 있고
독특한 디자인의 모자와 스카프와 토시를 팔고 있는 노점 아주머니가 있고
반쯤 벌어진 무화과 열매와 단감과 표고버섯과 채소들이 있고
오랜만에 읍내 나오면 영양보충을 꼭 해야 한단 듯
무엇보다 한우 고깃집들과 ‘고기 사오면 구워줍니다’란 간판들이 많고
장흥 토요시장 야외무대는
매주 첫째 주 셋째 주 공연은 좀 늦게 시작한다
근처 초등학교 수업이 아직 안 끝나서다
차일 밑 의자엔 아까부터 노인들이 앉아 기다린다
초등학교 아이들 하교 시간이 되자
빨간 머리끈 질끈 매고 빨간 양말 신은 장타령꾼이 무대에 뛰어올라
아부지들 어무이들 모두 건강하시지라?
요샌 거지도 대학 나와야 한다는 거 아시지라?
어느 대학 나왔냐믄~
삼청교육대학~
수석으로 졸업이지요 잉
아, 생일 빵빠레를 울려 달라는 분이 계신데
공짜로는 안 되고 만 원만 받겠습니다 잉?
일곱 살 생일을 맞은~ 김태현 군?
내 살다~살다~ 일곱 살짜리 빵빠레는 첨 터뜨려 보요~
희끗한 게 섞여가는 곱슬머리
하얀 티셔츠
반바지,
남자, 무대 앞까지 나와 덩실덩실 춤을 춘다
“우리 아들 생일이야요!”
아이 엄마는 어디 있을까?
장흥 토요시장에는 아들과 둘이 생일을 축하하는 아버지가 있고
장미삣 스카푸 한번 불러주쇼
그 아버지 주머니에서 자꾸 나오는 파란 돈이 있고
아, 당신도 더럽게 가난한 거 같은데 주머니 좀 그만 여쇼
남 걱정하는 장타령꾼이 있고
근심하는 얼굴의 일곱 살 아이가 있고
장터 식구들이 있고
지나가는 등산객이며 나 같은 떠돌이들이
단감 깎아 모르는 사람끼리 한 쪽씩 나누어 먹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