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대한민국 이야기 3 - 화성 사강시장 겨울 별미와 전곡항 설경을 찾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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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jy9713
2024.05.12. 06:58조회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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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 사강시장
겨울 별미와 전곡항 설경을 찾아
함박눈이 내리는 날이거나 그 다음날쯤 바닷가로 맛집 탐방을 겸한 드라이브를 하고 싶다면 자동차에 제설장비를 싣고 경기도 화성시로 떠나보자. 화성시의 명소인 전곡항, 제부도, 궁평항, 화옹방조제 등으로 갈 때 자연스럽게 거쳐야 하는 곳이 사강시장이다. 305번 지방도 뒤편, 송산버스터미널 부근에 형성된 사강시장은 2일과 7일에 닷새장이 서는 전통시장이고, 305번 지방도 대로변에 펼쳐진 사강시장은 횟집과 해산물 좌판이 늘어선 어시장이다. 굴밥 등 별미도 맛보고 수산물 쇼핑도 겸할 수 있는 곳이 사강시장이다.
조개탕을 곁들인 사강시장의 굴밥
사강시장에 가면 프랑스 소설가가 떠올라
사강시장으로 들어가면서 프랑수아즈 사강(1935∼2004)이라는 작가가 떠올랐다. 프랑스의 소설가 말이다. 단지 이름이 같다는 이유만으로. 19세에 장편소설 《슬픔이여 안녕》을 발표해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사강은 “유럽 문단의 매혹적인 작은 악마”, “지나칠 정도로 재능을 타고난 소녀”라는 평을 들었다. 한국인에게 알려진 소설집으로《어떤 미소》, 《한 달 후, 일 년 후》, 《마음의 파수꾼》, 《고통과 환희의 순간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등이 있다. 특히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는 남녀 간 데이트 신청의 은유적 표현으로 지금도 사랑받는 문장이다.
연애소설을 잘 썼던 프랑스 작가의 삶을 떠올리면서 대로변 사강시장의 한 식당으로 들어가 겨울철 최고 인기 메뉴가 무엇인지 묻고 그것을 주문한다. 정답은 활어회가 아니라 굴밥이다. 서산 간월도나 통영에서도 그렇지만 경기도 화성에서도 겨울철 대표 먹거리는 역시 굴밥이다. 사강시장에 자리한 16개 횟집 중 하나인 중앙회센터의 주인아주머니는 “우리 동네 식당들 굴밥에 들어가는 굴은 주로 영흥도 주변 갯벌에서 캔 것을 쓴다”고 말한다.
해산물 좌판 | 횟집과 해산물 판매점이 모인 대로변 사강시장 |
겨울철 최고 인기 메뉴는 굴밥
일단 2인분을 주문하자 그때부터 밥을 짓는다. 돌솥이나 무쇠솥에 쌀을 안치고 자잘한 굴을 올린다. 여기에 밤, 대추, 표고, 은행, 잣 등을 더 넣어서 영양가를 높인다. 중앙회센터는 채 썬 무를 넣어 소화력이 좋아지도록 한다. 이처럼 굴밥의 맛을 살리는 비법은 식당마다 다르다. 구수한 향, 짭조름한 바다 향을 품은 굴밥이 완성되기까지는 약 20분이 걸린다.
드디어 밥상에 굴밥이 담긴 솥을 중심으로 시원한 조개탕이 딸려 나오고 비벼먹을 양념간장도 오른다. 달래를 썰어 넣고 깨소금을 뿌려 향긋함과 고소함을 살려준다. 빈 양푼에 굴밥을 덜어낸 후 양념장에 비벼서 한술 뜨는데 ‘굴맛’이 아니라 ‘꿀맛’이다. 거기에 뜨끈한 조개탕 국물을 한 숟가락 떠먹으니 이마와 콧등에 땀방울이 송송 맺힌다. 이런 음식이 바로 한국인의 겨울철 소울 푸드(soul food)가 아닐까?
한 해 동안 고생한 가족을 위한 주말 나들이니 좀더 호사를 누려보자고 간장게장도 추가로 주문한다. 굴밥 위에 게살 한 점 올려 입으로 가져간다. 굴밥과 게살이 혀 위에서 살살 녹는다. 누가 흉볼까 싶어 먹는 속도를 조절하려고 하나 쉽지가 않다. 산뜻한 달래는 비타민C를 많이 함유해 굴밥과 멋진 조화를 이룬다.
비타민과 미네랄의 보고인 굴은 여러 종류의 영양소를 골고루 갖춰 나폴레옹과 고대 로마의 황제들도 사랑했다고 한다. 굴은 5월부터 8월까지가 산란기로 이 시기에 독성이 있고 부패의 위험이 높아 유럽에서는 ‘r’자가 들어가지 않는 달에는 굴을 피한다. ‘바다에서 나는 우유’로 불리는 굴은 빈혈, 신경쇠약, 뇌일혈, 불면증, 체력 회복 등에 좋고 강장·강정 효과도 우수한 식품이다.
영양 만점의 겨울 별미 굴밥
우럭매운탕, 바지락칼국수, 조개구이의 향연
사강시장 횟집거리에는 굴밥 외에 활어회, 우럭매운탕, 조개구이, 바지락칼국수 등 별미가 푸짐하다. 어느 식당의 간판이건 여행자들의 식욕을 자극한다. 추운 겨울바람을 맞으며 바다여행을 즐겼다면 사강시장 별미촌에 발을 들여놓지 않을 수 없다. 다양한 이름을 가진 조개류, 말린 박대나 장대 같은 건어물, 싱싱한 꼴뚜기나 낙지 같은 생물들은 귀갓길 쇼핑 품목으로 좋다.
겨울철 횟감으로는 전통의 어종인 숭어, 우럭, 광어, 노래미 등이 보이는데 아무래도 날씨 탓인지 추위를 달래려고 우럭매운탕을 선호하는 이들이 많다. 우럭은 서해의 대표 어종으로 살이 탄탄해서 매운탕으로 끓여도 잘 부스러지지 않아 씹는 맛이 좋다. 대가리와 뼈에서 우러나오는 시원한 맛 또한 우럭매운탕의 진가를 보여준다. 조선 후기의 실학자 정약전은 《자산어보》에서 우럭을 ‘검어(黔魚)’라고 표현했다. 우럭의 색깔이 검은 편이라서 그 같은 이름이 붙었으리라 추측된다.
주머니가 가벼운 여행객들에게는 바지락칼국수를 추천한다. 바지락에서 우러난 감칠맛, 쫄깃한 면발, 시원한 국물이 조화롭다. 사강시장의 굴밥과 바지락칼국수는 프랑수아즈 사강이 다시 살아나 한국을 방문한다면 추천해주고 싶은 메뉴이다. 조개구이를 주문하면 큼직한 키조개를 중심으로 대합, 삐뚤이소라, 명주조개, 우럭조개 등 다양한 조개가 불판에 오른다. 조개의 종류는 그날그날 공급 사정에 따라 조금씩 달라진다.
한편, 대로변의 사강시장 뒤로 들어가면 곡물가게, 한약재상, 떡집, 분식집, 순대국밥집, 아귀탕집, 이불집 등이 몰려 있는 전통의 사강시장을 만날 수 있다. 1980년대 후반 마이카 붐으로 제부도 등지를 찾는 주말 여행객이 늘어나면서 활기를 띠었으나 지금은 어시장에 과거의 명성을 물려주고 뒷전으로 물러앉아 장이 서는 2일, 7일에나 잠깐 활기를 띨 뿐이다.
사강시장 분식집 | 장대라고 불리는 생선을 말리는 모습 |
홍난파 생가 거쳐 전곡항과 궁평항으로
사강시장에 가는 날 함께 둘러보기 좋은 화성의 명소로 홍난파 생가, 남양성모성지, 전곡항과 궁평항 등이 있다. 먼저 홍난파 생가에 가면 초등학교 때 배웠던 노래 <고향의 봄>에 얽힌 추억이 되살아난다. 1986년에 복원된 생가는 ‘ㄱ’자형 초가집으로 방 2개와 마루, 부엌이 옹기종기 이어진 구조이다. 황토색 흙벽에는 선생의 사진 몇 장이 걸려 있다.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생전의 모습을 비롯해 서울에서 최초로 가진 재즈 연주회, 결혼사진 등이 그의 흔적을 전해준다.
눈 내리는 날의 홍난파 생가
남양성모성지는 천주교 신자가 아니어도 한 번쯤 들러볼 만한 사색의 명소이다. 성모상과 예수상, 과달루페 성모상을 모셨고 십자가의 길, 묵주기도의 길이 조성돼 있다. 성체조배실 입구에 세워진 요한 신부 동상 앞에는 항아리를 모아두었다. 남양, 비봉, 마도 지역에서 수집한 이 항아리들은 남양성모성지 순교자들의 옛 모습을 말해주는 유물들이다. 성지 인근의 활초리와 백학마을은 천주교 박해 당시 교우들이 숨어 살던 마을이다. 항아리를 내다 팔며 생계를 이어간 그들은 항아리 밑바닥에 십자가를 새겨 전도활동을 했다고 한다.
겨울바람을 온몸으로 맞으며 바다를 보고 싶다면 탄도항 가는 길의 전곡항이나 화옹방조제가 시작되는 지점의 궁평항으로 달려갈 일이다. 전곡항은 매년 경기국제보트쇼와 코리아매치컵 세계요트대회가 열리는 관광 명소이다. 선착장에서 서쪽을 바라보자면 하얀 돛을 펼치고 바다 위를 미끄러지는 요트들 너머로 정면에는 누에섬 등대, 왼쪽에는 제부도가 누워 있다. 전곡항 일대의 풍경을 조망하려면 항구 남쪽에 조성된 전망대가 좋다. 마리나 시설 내에 들어선 2층 카페와 3층 레스토랑도 전곡항의 조망 명소이다.
궁평항도 낙조를 감상하기에 좋은 곳이다. ‘궁평 낙조’는 화성8경 중 하나로 손꼽힌다. 항구 오른쪽 방파제의 정자각이 낙조 감상 포인트. 여기서는 당진화력발전소, 국화도, 입파도, 풍도, 도리도 등이 보인다. 궁평항 수산물직판장의 광어, 우럭, 농어 등이 꼬리를 치며 식객들의 발길을 붙잡고 놓아주질 않는다.
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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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 사강시장 - 겨울 별미와 전곡항 설경을 찾아 (한국관광공사의 아름다운 대한민국 이야기, 한국관광공사, 유연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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