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학년도 추계 시나리오 공모전 심사평

[이나(조교)]

심사평이 늦게 도착하여...ㅠㅠ

다시 한번 수상자들, 축하합니다!!

2016년 추계 시나리오 공모전 예심 심사평

2016년 12월. 추계 시나리오 공모전의 예심이 진행되던 이 시기는 우리 사회가 발현시킨 극적인 스토리와 수많은 캐릭터, 날카롭고 강력한 세력들의 치열한 성패를 낱낱이 목도할 수 있었던 역사적 시기였습니다.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사건이 등장하는 가운데, 많은 시민들이 자신들이 직립(直立)한 우리 사회의 진정한 정체를 깨달았으며, 근원적인 갈등에 대해 고민하였습니다. 그리고 ‘광장’이라는 이야기의 강으로 자연스럽게 모였으며, 우리 사회의 갈등을 해석하고, 반성하고, 근원적인 해결을 위해 진심으로 노력했습니다.

시나리오작가 윌터 번스틴은 자신에게 스토리의 키워드는 언제나 ‘갈등’이며, 스토리의 ‘갈등’이 무엇인지 찾기 위해 노력했다고 했습니다. 윌터 번스틴의 한마디 속엔 스토리 내의 ‘갈등’이란 둘도 없는 친구이며, 유일한 믿음의 대상이라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허구적인 이야기를 통해 진정한 감동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갈등’을 해석하는 온전한 힘을 이해해야 합니다. 그것은 우리 사회와 우리라는 사람들 속의 실제적 ‘갈등’을 이해하고, 해석하는 힘에서 비롯됩니다. 따라서 추계 시나리오 공모전에 출품한 학생들은 앞으로 우리 사회를 이해하는 것에 나태하지 않기를 희망하며, 기원하며 예선 심사 작품에 대한 심사평을 몇 자 적어봅니다.

2016년 추계 시나리오 공모전 예선에는 11편의 시나리오와 5편의 시놉시스가 최종 응모하였습니다. 그 중, 시놉시스 부문에서는 <인공지능 피오/최경윤 작>, <꽃 파는 여자/임다슬 작> <당신이 모르는 이야기/서유진 작>이 예선 심사를 통과하였습니다. 그리고 시나리오 부문에서는 <다이버/고소현 작>, <서교/한가을 작>, <언데드/오병현 작>, <마스터피스/신서경 작>, <당신이 모르는 이야기/서유진 작>이 예선 심사를 통과한 작품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시놉시스 부문에서 <인공지능 피오/최경윤 작>의 경우, 인공지능 로봇의 바른 인격 형성을 위한 트레이너가 되기까지 주인공 병수가 겪은 다사다난한 모험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 작품입니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빅 히어로>를 연상케 하는 <인공지능 피오>의 경우, 아기자기하게 펼쳐지는 다양한 모험 속에서 엄마를 사랑하는 주인공의 태도가 비교적 섬세하게 그려져 있었습니다. 다만, 적대자의 뚜렷함이 필요하며, 사건의 강약 조절이 미흡했다는 것, 메시지가 좀 더 지향하는 점이 분명하지 못했다는 약점이 있었습니다. 이러한 약점을 극복한 시나리오로 완성되기를 희망해봅니다.

<꽃 파는 여자/임다슬 작>의 경우, 우리 사회의 의료 복지 정책과 약자를 위한 사회의 책임에 대해 묻고 있는 작품입니다. 복합 부위 통증증후군을 앓고 있는 아들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진통제 대용 마약을 만들고 있는 엄마 동희에게 발생한 연쇄적인 사건을 빠른 템포로 그려내고 있고, 처절하지만 아름다운 모성애를 결말로 이끌어내는 점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다만, 자료조사의 미흡이 드러나고, 3막 구성에서 클라이맥스의 완결성이 부족하여, 뒷부분에 지구력이 부족한 상태를 보여준다는 점은 아쉽게 느껴졌습니다. 차후, 차분한 자료조사와 치밀한 구성을 이끌어 낸다면, 훨씬 좋은 작품으로 탈바꿈할 것으로 보입니다.

시놉시스 부문의 마지막 본선 진출작은 <당신이 모르는 이야기/서유진 작>입니다. <당신이 모르는 이야기>의 경우엔 최근의 스토리가 품고 있는 트랜드를 반영하는 영리함과 무리하지 않은 판타지 장르 내의 표현들이 돋보였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적대자와의 대결 구도가 미흡하게 처리되었고, 긴장감을 생성하는 사건의 처리와 힘을 모으는 임팩트가 조금 부족한 느낌을 주었습니다. 톤 앤 매너를 재점검하고, 이미 쓰여진 시나리오를 각색한다면, 훌륭한 마무리를 보여줄 것으로 여겨집니다.

시나리오 부문에서 <숙명의 적/박성훈 작>의 경우, 재치와 웃음을 담은 대사와 알박기를 한 주인공과 적대자 사이에 발생하는 갈등을 유쾌하게 풀어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나레이션이 과도하게 사용되어 스토리의 전진을 더 빠르게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과 지문에서의 재치가 과도하여 어버페이스 된 상태가 있어, 읽을 때는 웃을 수 있어도 막상 영상으로 제작되면 좀 괴상해질 수도 있다는 약점이 드러났습니다. 그리고 씬의 강약 조절은 좋으나, 그에 반해 씬 대비 페이지 분량이 좀 과용했다는 점도 약점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최태수가 유언비어로 조장비를 몰락시키는 부분의 디테일이 부족하였고, 77씬 이후부터 갑자기 급해지면서 방향을 잃은 듯 한 해결로 몰아가는 것은 안타까웠습니다. 그럼에도 <숙명의 적>은 이러한 약점을 극복할 만큼 인상적인 시나리오였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려웠습니다. 박성훈 학생에게 격려를 아끼지 않습니다.

<다이버/고소현 작>의 경우 좌충우돌하는 청춘 다이빙부를 소재로 했다는 점 자체가 독특하여 인상을 끄는 작품이었습니다. 씬 하나 하나에 깊게 쏟은 정성, 씬과 씬의 연결에 애를 쓴 점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주인공 상우의 변화가 전학을 간 학교에 도착하기 이전에 이미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과 다자가 등장하는 시나리오에서 각 인물의 캐릭터에 일정한 분량을 할애하다보니 주도 인물에 대한 초점이 흐려졌다는 점이 아쉬웠습니다. 그리고 몽타주기법의 과도한 사용은 과유불급하였습니다. 그럼에도 <다이버>는 시나리오를 개선할 수 있는 가능성이 큰 작품입니다. 부디 시나리오를 수정하여 각색 시나리오를 더 큰 경쟁력을 갖기를 바랍니다.

<서교/한가을>의 경우 서교라는 다리와 연결된 세 명의 주인공을 각각 보여주는 옴니버스 영화 시나리오라는 특징이 드러난 작품입니다. 안정적인 지문과 대사의 쓰기가 이루어지고 있고, 세대의 차이가 느껴지는 주인공에 대한 해석을 깊게 하려고 노력했음이 엿보이는 작품입니다. 특히 편의점에서 일하는 우진과 채영의 러브스토리는 차라리 하나의 단독 시나리오로 써도 될 정도로 소재의 가능성이 있었습니다. 아쉬운 점은 아직 씬에 담은 사건을 모으는 힘이 부족하다는 점과 필요한 지문만을 쓰는 압축미가 완성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또한, 옴니버스임에도 우진과 채영의 러브스토리에 비해 건어물 장사꾼 선봉의 이야기는 분량과 비중 면에서 상대적으로 소외시켰다는 점도 아쉽습니다. 오히려 <서교>는 옴니버스 형태를 해체하고 단독 시나리오로 써나간다면 이후에 가능성이 더 크지 않을까 싶습니다. 한가을 학생의 좋은 판단을 바탕으로 힘 있는 작품을 쓰길 기원합니다.

<언데드/오병현 작>의 경우, 불멸교라는 사이비 종교의 광기어린 연구와 실험이 만든 인류의 파멸 속에서 살아남은 주인공과 주변 인물들이 극적인 생존을 위한 투쟁을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언데드>는 <부산행>, <워킹데드>, <28일 후>, <감기> 등의 재난 속의 인간의 군상을 표현한 작품의 동일선상에 놓여있다고 말할 수 있는 시나리오이며, 과감한 상상력과 묵직한 주제가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기존의 영화를 뛰어넘는 새로움의 창조가 미흡하고, 불안정한 글쓰기 솜씨가 남아있다는 점이 눈에 띄었습니다. 무엇보다 너무 많은 모티브를 혼합하여, 이로 인한 스토리 전개가 담백하지 않았다는 점은 아쉬운 점입니다. 이런 점을 보강하여 개선한다면 눈에 띄는 발전이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마스터피스/신서경 작>의 경우, 무엇보다 안정적인 글 솜씨와 상황 전개의 세련됨이 돋보였던 작품입니다. 특히, 최근에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 위작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현 시점에 어울리는 적합한 범죄*형사물로 미술품 위조 부분은 매우 흥미롭게 전개되고 있었습니다. 다만 아쉬운 점으로는 상황 전개의 세련됨에 비해 씬이 비교적 건조하게 표현되고 있다는 점, 이로 인해 씬의 밀도감이 깊게 형성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따라서 작가는 시나리오에서 처리한 사건이 품고 있는 감성적 측면까지 고려했으면 좋았을 것입니다. 또한, 주인공 우준과 동식의 첫 조우가 씬61에서 이루어질 만큼, 1막과 2막 전반부의 길이가 길게 처리되었다는 점은 아쉬웠습니다. 그리고 <내부자>의 톤이 엿보이는데, 이는 추측이나 작가가 영향을 받지 않았나 싶었습니다. 그럼에도 <마스터피스>는 매력적인 이야기로, 각색을 하면 더욱 더 진정한 색깔이 드러날 것으로 여겨집니다. 작가에게 수고했다는 격려를 보내고 싶습니다.

<당신이 모르는 이야기/서유진 작>의 경우, 저승에서는 저승사자를 한번 경험해야 다시 인간의 삶에서 환생할 수 있다는 판타지 작품입니다. 주인공 희명은 과거의 큰 고통으로 인해 환생을 주저하던 중, 아직 생명을 다하지 않았으나 생령의 몸이 된 지민의 몸에 들어가게 되고, 지민인척 살아가며 여러 가지 사건을 겪게 됩니다. 희명이 이생에서 살아가며 부딪히는 과정의 사건들은 꽤 흥미롭습니다. 그리고 시퀀스가 8개 정도로 구성시킨 분별력도 좋았습니다. 가장 아쉬운 점은 스토리의 강약조절이 부족하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리고 대사의 입체감을 좀 더 살려주었으면 좋았을 것으로 여겨집니다. 그럼에도 칭찬을 아끼지 않습니다.

시나리오는 영상언어라는 후행(後行) 창조를 위한 선행(先行) 창조를 하는 문학입니다. 따라서 시나리오 문학은 영상언어로 전환시킬 특별한 감성 논리가 필요하며, 그러한 창의력은 쉽게 획득되기가 어렵다고들 합니다. 본 공모전에 응모한 작품들은 이러한 매체의 생경함을 극복하려는 학우들의 노력이 담긴 작품이라고 생각됩니다. 따라서 애정 어린 마음으로 심사에 임하였습니다. 추계 시나리오 공모전에 공모한 모든 학우들에게 행복과 행운이 가득하길 빌며 심사평을 마칩니다.

2016년 12월 31일 심사위원 하원준

<본심> - 유선동 감독님

2016년에서 2017년으로 넘어가는 지금.
가히 믿기지 않는 플롯의 정치 드라마가 대한민국을 강타하고 있습니다.
브라운관과 스크린이 아닌 현실 속에서 말입니다.
어쩌면 지금의 시국이 창작하는 사람들에게(도) 가장 힘든 시기일 것 같습니다.
혹자는 창작의 자유를 침해하는 ‘블랙리스트’에 분노하고,
혹자는 도무지 나아지지 않는 작가에 대한 처우 때문에, 주머니 사정 때문에 펜을 놓기도 합니다.
또 혹자는 ‘리얼’에서 펼쳐지는 흥미진진한 뉴스보다 별 재미없는 자신의 작업물을 보며 자괴감을 느끼는 사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스토리텔러들의 역할은 더더욱 중요합니다.
현실을 꼬집고 비판하며, 부정(不正)에 대해 엄중히 경고하는 이야기,
현실을 위로하고 다독이는 이야기,
현실을 잠시 잊을 수 있는 유쾌하고, 환상적인 이야기.
우린 힘든 때일수록 이야기를 통해 ‘소통’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우린 지금, 여기서 과연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까...
그리고 우리에겐 어떤 이야기가 필요한 걸까...
스토리텔러로서의 초심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는 요즘입니다.  
 
이번 공모전 심사를 하며 젊은 스토리텔러들의 머릿속을 엿볼 수 있어 즐거웠습니다. 전체적인 소감을 말씀드리면 이렇습니다. 학생이 쓴 글임에도 불구하고 기성 작가 못지않은 완성도를 갖춘 글을 보며 감탄했습니다. 저 역시 대학생 때 몇 편의 허섭스레기 같은 시나리오를(정확히 말하면 ‘시나리오’ 형식에 가까운 잡문을) 써봤던 사람이기에 더더욱 그러했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론 심사를 하며 이런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어디선가 본 듯한 기시감. 마치 2016년을 풍미했던 히트 상품들이 연상되는 것입니다. 스토리텔러가 트렌드에 예민한 건 옳은 태도일 것입니다. 하지만 자칫 트렌드를 좇으려다가 오히려 트렌드에 뒤처지는 일이 발생할 수 있으니 꼭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이건 제가 직접 몇 번의 비슷한 시행착오를 겪었기에 드리는 말씀입니다. 역설적이지만 큰 히트작은 히트 공식이 깨질 때 나온다는 사실도 꼭 주지하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냉정한 말씀을 드리며 총평을 마무리하겠습니다.
감히 장담컨대 그 어떤 수상작도 지금 쓰인 그대로 완성되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어찌 보면 지금까지 거쳐 온 과정보다 더 지난한 (상상하는 그 이상으로 훨씬 지난한!) 과정을 겪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 지난한 과정을 뚫고 나오는 사람만이 마침내 웃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이번 공모전 수상을 ‘결과’가 아닌 ‘시작’으로 생각해주시길 부탁드리며, 앞으로 진정 훌륭한 결과물로 다시 만나게 될 수 있기를 기원하겠습니다.

<숙명의 적>.

부동산 경매라는 소재부터 매우 신선합니다.
학생이 이런 소재를 다뤘다는 점도 놀랍지만, 소재 자체가 줄 수 있는 무거움과 생경함을 재밌게 풀어서 설명하는 작가의 능력은 더 감탄스러웠습니다.
(물론 ‘빅쇼트’ 등 기존 작품이 떠오르기도 하지만 그 정도는 문제될 게 없다고 생각합니다.)
소재 자체에 함몰되지 않고 캐릭터와 갈등 구조를 안정적으로 잘 쌓은, 그래서 상업적인 가능성까지 높게 느껴지는 작품입니다.
많은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가독성이 높은 리드미컬한 문체를 보면 작가가 자신의 문체를 만들기 위해 많은 시간 노력했다는 게 느껴집니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위에 언급한 장점들, 이 작품만이 가지는 신선함, 형식적인 재미, 리드미컬한 전개가 후반 결말부에 이르러서 다소 익숙한, 많이 봐왔던 방식으로 마무리된다는 것입니다.
물론 익숙하다는 건 대중적이고 상업적이란 뜻일 수도 있기에 나쁘다고만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어쩌면 중반부까지 가졌던 기대감이 컸던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만약 이 작품이 가지고 있는 개성을 결말부까지 뚝심 있게 이어간다면,

우린 주목할 만한 웰메이드 상업 영화를 만나게 될지도 모릅니다. 
              

<언데드>.

<부산행>이라는 작품이 2016년 최고 흥행작이 되면서 마침내 ‘한국에서 좀비물은 흥행이 안 된다’는 불문율이 깨졌습니다.
그런 면에서 <언데드>라는 작품도 과거보다 더 주목받을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언데드>의 경우 단순히 시류를 빠르게 받아들였기에 좋은 점수를 주었던 건 아닙니다.

좀비 호러 장르에 대한 작가의 애정이 크게 느껴졌으며, 그로 인해 장르에 대한 연구가 충분히 이루어졌다는 것입니다.

훌륭한 좀비물은 현 사회를 비추는 거울과도 같습니다.
<언데드> 역시 절체절명의 상황 속에서 드러나는 계급, 종교, 소수자 문제에 대해 공정하고도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 주목할 만했으며, 더 큰 장점으로는 장르의 외연을 넓힐 수 있는 ‘가족애’ 코드를 작품 전반에 잘 녹였다는 점입니다.
다만, 이야기가 여운 없이 갑작스럽게 마무리되는 감이 있는데, 어쩌면 이는 이미 작가의 머릿속엔 후속 이야기가 시리즈로 구상되어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마스터피스>.

 위조 미술품을 소재로 한 통쾌한 사기극입니다. 수상작들 중에서 가장 ‘대중 영화’의 틀을 가진 작품이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소재 면에서는 ‘인사동 스캔들’이라는 작품이,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에선 ‘내부자들’이 살짝 떠오르기도 했고요.)
하지만 상업적인 모양새를 띠고 있음에도 ‘기대만큼의 재미’를 느낄 수 없었다는 점이 <마스터피스>를 쓴 작가에게 가장 드리고 싶은 말씀입니다.
쓴 소리를 더 하자면 <마스터피스>가 작품화되기 위해서는 과연 이 작품만의 차별화되는 ‘재미’가 뭔지에 대해 더 집요하게 파 들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사기극을 통한 복수극’은 앞에 언급한 영화들 뿐 아니라 최동훈 감독의 영화까지 꽤 많은 흥행작들이 있었습니다. 그 얘긴 이미 대중들에게 어느 정도 익숙한 플롯의 이야기이며, 그런 류의 작품들에 대해선 (투자, 제작사를 포함한) 대중들의 눈높이가 높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이는 <마스터피스> 뿐만 아니라, 정확한 셋팅값의 ‘대중 영화’를 생각하고 있는 작가들 모두에게 드리고 싶은 말씀입니다. 

<당신이 모르는 이야기>.

인간의 몸으로 들어가게 된 저승사자의 이야기.
흥미로운 설정입니다만 최근 이승과 저승을 넘나드는 다른 콘텐츠들('도깨비', '신과 함께' 등)이 이미 나왔거나,

나올 예정이라는 게 좀 걸리긴 합니다.

 <마스터피스> 작품 평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그럴수록 자신만의 이야기가 가진 개성이 더욱 분명해야 합니다.
이를 테면 이 작품의 장르가 휴먼 드라마인지, 휴먼 코미디인지, 아니면 로맨틱 코미디인지, 슬랩스틱 코미디인지가 좀 더 분명할 필요가 있다는 뜻입니다. 만약 '휴먼'을 강조한다면 '달력 제작'에 관련한 플롯이 더 강화되어야 할 것이고, '코미디'를 강조한다면 쉽게 말해 더 웃겨야 됩니다. '웃음'과 '감동'. 지겨울 정도로 익숙한 표현인데요, 요런 걸 능수능란하게 잘 쓰는 사람이 바로 '프로'라고 생각합니다.

<꽃파는 여자>. 강력한 모성을 가진 인물이 주인공이기에 도입부부터 감정적으로 강한 드라이브가 걸리는 작품입니다.
더군다나 주인공이 마약 제조까지 하는 인물이라니 더더욱 그렇습니다.

하지만 중반부를 넘어가면서부터 이야기의 동력이 급격히 떨어집니다.
시퀀스 자체가 부족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범죄 드라마라면 범죄 드라마에 맞는 엔딩을 찾아야 될 것 같습니다.
지금의 엔딩은 범죄 드라마와 사회 드라마 사이에서 어정쩡하게 위치한 느낌입니다.

좋은 예로는 봉준호 감독의 '마더'를 들 수 있겠습니다.
거칠고 투박한 글이지만 이를 상쇄하는 장점이 있었기에 이 상을 드립니다.

수상하신 모든 분들 진심으로 축하드리며, 지옥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