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1122 200일 만에 중단된 도어스테핑…"좀스럽다"vs"잘했다"
대통령실 비서관과 MBC 출입기자와의 설전의 여파로 윤석열 정부의 대표 브랜드 중 하나인 대통령실 출근길 문답(도어스테핑)이 잠정 중단됐다. 첫 도어스테핑 이후 200여일 동안 코로나19 확산을 이유로 잠정 중단된 적은 있었지만 언론과의 갈등으로 인해 중단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통령 대변인실은 언론 공지를 통해 “11월 21일부로 도어스테핑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변인실은 그 이유로 "최근 발생한 불미스러운 사태와 관련해 근본적인 재발 방지 방안 마련 없이는 지속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며 “도어스테핑은 국민과의 열린 소통을 위해 마련됐다. 그 취지를 잘 살릴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된다면 재개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설명했다.
불미스러운 사태는 지난 11월 18일 도어스테핑에 있었던 이기정 홍보기획비서관과 이기주 MBC 출입기자 간 충돌을 가리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윤석열 대통령은 MBC 취재진의 대통령 전용기 탑승 불허 조치와 관련 “악의적인 행태를 보였기 때문”이라고 했고, 이기주 MBC 기자는 집무실로 이동하는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뭐가 악의적인가”라고 물었다. 그 직후 이기정 비서관이 이를 제지하는 과정에서 고성이 섞인 언쟁을 벌였다.
◆ 점점 짧아지고 축소되어 온 도어스테핑… 재개 불투명?
도어스테핑은 윤석열 대통령의 대표 브랜드 중 하나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참모 뒤에 숨지 않겠다’며 언론과 격의 없는 소통을 강조했고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도어스테핑에 대한 애착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러나 도어스테핑에서 대통령의 정제되지 않은 말들이 논란이 되고 이로 인해 지지율이 하락하기 시작하면서 도어스테핑은 점차 짧아지거나 빈도수도 적어졌다. 지난 7월에는 대통령실 출입기자 11명이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으면서 대통령실은 청사 내 방역 수준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출근길 문답을 잠정 중단했다.
도어스테핑이 재개된 이후에도 질의·응답 수가 2∼3개 수준으로 줄어들었고 민감한 질문에는 답변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 7월 18일에는 취재진이 “대통령실 ‘사적 채용’ 논란과 관련, 윤석열 정부의 공정이 무너졌다며 국정조사를 요구하는 목소리까지 있는데 ‘부실 인사’ 전반을 짚어볼 계획이 있느냐”는 물음에는 “다른 말씀 또 없느냐”며 답하지 않았다. 이어 ‘채용 이야기는 안 하는 것이냐’는 연이은 질문에 자리를 떴다.
윤석열 대통령이 권성동 국민의힘 전 원내대표에게 이른바 “(당 대표) 내부총질” 문자가 공개된 후 이후에는 휴가 등을 이유로 12일간 도어스테핑이 중단하면서 대통령이 민감한 시기에는 의도적으로 도어스테핑을 피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그럼에도 도어스테핑이 축소되거나 코로나19나, 외부일정 등으로 중단된 적은 있지만 언론과의 갈등으로 중단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언론은 지난 미국 순방에서 논란이 됐던 비속어 발언 이후 관계가 급속도로 악화했다. 특히 이를 처음으로 보도한 MBC를 이번 동남아 순방 당시 전용기 탑승 배제 조치를 내리면서 갈등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상황이다. 대통령실 출입기자단은 해당 조치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현하는 공동성명을 내기도 했다. 그러나 대통령실은 MBC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기류가 강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대통령실과 출입기자단 사이 여진이 이어진다면 도어스테핑이 재게 여부도 불투명하다.
◆ 野 “좀스러운 대응” 與 일각 “도어스테핑 중단 잘한 결정”
이런 결정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안호영 수석대변인은 “참 권위적인 발상이고 좀스러운 대응”이라고 비판했다. 안호영 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에서 “불편한 질문을 거부하는 것은 닫힌 불통”이라며 “윤석열 대통령은 국민과의 벽을 허물고 야당과의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민주당 박용진 의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설치한 것은 언론용 가림 벽이 아닌 국민을 향한 오만의 벽, 불통의 벽, 옹졸의 벽”이라며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이 형편없는 언론관으로 유명하지만, 윤석열 대통령 정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도 “내 말을 듣지 않으면 영원히 소통하지 않겠다는 엄포는 기가 찰 노릇”이라며 “언론과 국민 사이에 벽을 세우려 한다면 대통령은 국민 불신이라는 벽을 마주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여당은 이번 사태의 책임을 MBC에 돌리는 모양새다. 국민의힘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도어스테핑 잠정 중단은 MBC가 초래한 것”이라며 “MBC는 공영방송이지만 지금까지 일련의 모든 논란에도 사과 한마디조차 없다”고 비판했다. 지난 9월 윤석열 대통령의 뉴욕 방문 당시 불거진 MBC의 자막 보도 논란에서부터 최근 대통령실 참모와 공개 설전을 벌인 MBC 기자의 언행 등을 싸잡아 비판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여당 일각에서는 도어스테핑 중단한 것 자체를 잘한 결정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었다. 그동안 도어스테핑 자체가 지지율 하락 요인이라는 분석과 함께 정무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소속인 홍준표 대구시장은 이날 SNS에 “때늦은 감은 있지만 참 잘한 결정”이라며 “대통령의 국정 능력에 대한 자신감으로 시작한 것이지만, 파이널 디시전(최종 결정)을 하는 대통령이 매일같이 결론을 미리 발표하는 것은 적절치 못했지요”라며 이같이 평가했다. 준표홍 대구시장은 “국민과 가까워지려는 대통령의 뜻은 모르는 바가 아니지만, 그래도 매일매일 마음 졸이며 바라보는 사람들도 많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면서 “대통령의 말씀은 태산같이 무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논란의 MBC 기자에… “예의부터 배워라”
돌아선 윤석열 대통령 뒤에 ‘MBC가 무엇을 악의적으로 했느냐’고 질문한 데 이어 현장에서 이기정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과도 설전을 벌인 MBC의 대통령실 출입기자를 겨냥, 기자 출신 국민의힘 의원들이 11월 21일 일제히 ‘예의’가 부족하다는 취지로 강하게 비판했다. 중앙일보 전문기자 출신인 김행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은 이날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MBC 기자와 이 비서관 사이에 있었던 설전 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진행자의 질문을 받고 “이게 참 부끄러운 일”이라고 답했다. 이어 “청와대 출입기자는 그 언론사의 1호 기자”라고 강조했다.
김행 비대위원은 가장 실력 있고 예의범절을 갖춘 기자가 ‘1호 기자’가 된다면서, “사회부 기자나 검찰 기자처럼 범죄를 취재하는 기자들, 범죄자를 보도하는 기자들과 상당히 다르다”고 밝혔다. 그는 “1호 기자는 대통령이 직접 브리핑하시는 경우에는 예의범절을 갖추는 것을 가르쳐 내보낸다”고 덧붙였다. 앞서 동남아시아 순방을 마치고 온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1월 18일 오전 출근길 문답을 마친 후 돌아서자 대통령실 입구 한쪽에서 “MBC가 뭘 악의적으로 했다는 거죠?”라는 질문이 나왔다. 해당 질문을 한 기자는 MBC 소속이며, 질문과 별도로 슬리퍼를 신은 채 현장에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추가로 논란이 일었다.
중앙일보 편집국장 출신인 김종혁 국민의힘 비대위원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너무 무례한 것 아닌가”, “대통령이 아니라 남대문 지게꾼과 만나도 슬리퍼를 신고 나갈 수는 없다”, “팔짱 끼고 슬리퍼 신고 회견장에 서 있는 모습은 기자라기보다 주총장을 망가뜨릴 기회를 찾는 총회꾼 같아서 씁쓸하다” 등 글을 적었다. 그러면서 “언론의 자유는 반드시 존중되어야 하지만 언론의 책임과 기자이기 전에 인간으로서의 예의도 한 번 생각해 보시길”이라며 “기자는 깡패가 아니어야 하지 않나”고 되물었다.
김종혁 비대위원도 라디오에서 “제가 대변인 시절에도 대통령이나 비서실장이 인터뷰를 하시는 경우에는 모든 출입기자들이 넥타이도 갖추고 제대로 정자세로 대통령의 인터뷰를 들었다”며 “그 대통령은 기자분들을 전부 다 양복입고 정식으로 의관을 갖추고 대하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계속해서 “대통령 등 뒤에 대고 대통령 인터뷰 끝나고 대통령 등 뒤에 대고 소리를 지르는 기자, 이거는 상상할 수 없는 대통령실의 풍경”이라며 “이것이 앞으로 대통령실과 언론과의 관계를 악화시키게 된다면 제일 큰 피해는 국민이 입고, MBC를 뺀 다른 언론사의 수습기자들도 상당한 피해를 볼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리고는 대통령실 출입기자단에서 해당 문제를 삼고 넘어가야 한다는 생각도 언급했다.
경향신문 기자 출신인 같은 당 이용호 의원도 지난 11월 20일 자신의 SNS에서 “대통령실은 시장 뒷골목이 아니다”라고 MBC 기자를 비판했다. 이용호 의원은 “(대통령실은) 대통령뿐 아니라 외빈들의 출입이 잦은 곳”이라며 “어디서 배운 버르장머리인지 모르지만, 기자이기 이전에 예의부터 배울 필요가 있겠다”고 날을 세웠다. 나아가 “언론의 자유가 기자에게 무례할 자유까지 허용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그러고 보니 전용기에 안 태우길 잘한 것 같다. 전용기에서는 내의만 입고 돌아다녔을지 누가 알겠는가”고 꼬집기까지 했다.
신천지 교인 탄 버스 5중 추돌… 사상자 32명
경부고속도로 북천안 IC 인근에서 버스 3대를 포함한 5중 추돌사고로 버스 운전기사 1명이 사망하고, 31명이 부상했다. 사고가 난 버스 중 2대에는 대구에서 열린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이하 신천지) 신도 수료식을 마치고 상경하는 신도 80여 명이 타고 있던 것으로 파악됐다. 11월 21일 충남경찰청과 천안서북소방서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8시 22분 쯤 천안시 성거읍 삼곡리 경부고속도로 상행선 350㎞ 지점 북천안IC 안성방향 1㎞부근 1차로에서 버스 3대와 카니발 1대, 승용차 1대가 잇따라 부딪히는 5중 추돌사고가 일어났다.
소방당국은 천안서북소방서 긴급구조통제단을 가동하는 등 차량 36대와 대원 105명을 동원해 구조작업을 벌였다. 사고 수습은 다음날 오전 0시 50분 쯤까지 이어졌다. 이로 인해 사고 발생 지점 4~5㎞ 구간에선 늦은 시간까지 극심한 교통정체가 빚어졌다. 이 사고로 버스 운전자 A씨(58)이 심정지 상태로 인근 병원에 이송됐지만 숨졌으며 중상을 입은 2명은 응급실로 이송됐다. 경상을 입은 29명도 병원으로 옮겨졌다. 버스 승객 등 100여 명은 천안 입장휴게소로 대피했다가 귀가했다.
경찰조사 결과 A씨가 몰던 버스가 앞에 있던 버스를 들이박고 그 여파로 앞서 있던 또 다른 버스와 승용차를 밀며 연쇄추돌 했다. A씨를 뒤따라 오던 카니발 차량도 A씨의 버스를 피하지 못하고 A씨의 버스와 부딪혔다. 경찰은 A씨가 약 100㎞/h 속도로 주행하다 앞서가던 버스가 속력을 줄이는 모습을 늦게 발견하고 제때 감속하지 못해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사고 버스 탑승자 등에 따르면 사고가 난 버스 3대 중 2대에는 신천지 시몬지파 소속 신도 등 신천지 관계자 80여 명이 타고 있었다.
시몬지파는 서울 일부와 경기 서북부를 관할하는 지역본부로 파악된다. 이들은 이날 정오 대구광역시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린 시온기독교선교센터 113기 수료식에 참석한 후 상경하던 길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신천지에 따르면 이날 수료식에는 전국 각지에서 온 10만여 명 신도가 운집했다. 사망한 A씨의 버스도 신천지 신도들을 태우고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대전일보는 사고 상황 파악과 사후처리에 대해 질의하기 위해 신천지 총회로 연락을 취했으나 닿지 않았다. 경찰은 정확한 사고 원인 등을 파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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