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선 전 민주노동당 부대변인과 함께
종북(從北) 성향의 전국 순회 토크쇼를 공동 진행한 사람은 신은미(53)씨다. 황 전 민노당 부대변인은 2005년 평양 원정
출산 등으로 ‘종북 인지도’가 있는 인물이지만, 신씨가 누구인지에 대해서는 재미(在美) 동포라는 것 외에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프리미엄조선 취재 결과, 신씨의 외할아버지는 1948년 제헌국회(制憲國會) 때 당선돼 3선(選)을 한 자유당 소속의 전직 국회의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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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은미씨 /뉴시스
신씨는 본인의 북한 여행기를 엮은 책에서 ‘저는 대구에서 태어나 아주 보수적인 기독교 집안에서 자랐다. 개신교 목사였던
외할아버지는 제헌국회를 시작으로 자유당 정권이 몰락할 때까지 국회의원을 지낸 보수 정치인이셨고, 아버지는 한국전쟁 때 육군장교로
참전, 조국의 최북단까지 진군했던 군인이었다’고 썼다.
국회 헌정회와 신씨 주변 인물 등에 따르면, 신씨의
외할아버지 성명은 박순석(朴順碩)이다. 1904년생인 박 전 의원은 경북 영일 출신으로 대구 계성중학교와 경성신학교를 졸업했다.
흥해교회 등에서 목사로 활동했다. 1948년 제헌국회 때 경북 영일갑에서 무소속으로 당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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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은미씨 외할아버지 박순석 전 의원 /헌정회 제공
이후 3·4대(1954~1960년) 국회에서 자유당 소속으로 경북 영일갑에서 당선됐다. 4·19 혁명으로 자유당 정권이
붕괴되기 직전까지 국회의원을 지낸 것으로, “외할아버지는 제헌국회를 시작으로 자유당 정권이 몰락할 때까지 국회의원을 지냈다”는
신씨의 말과 일치한다. 박 전 의원은 자유당 원내부총무와 자유당 경북도당 부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국가보안법의 틀을 만드는데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은미씨는 2011~2013년 6차례 방북했다. 그는 인터넷 매체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활동하며 총 53편의 방북기를 연재했다. 신씨의 방북기 중 몇 대목을 소개하면 이렇다.
“2011년 10월, 여행을 좋아하는 남편에게 이끌려 내키지 않은 북한 여행으로의 첫 발을 내디뎠다. 다소 교만하고 냉소적인 마음으로 떠난 첫 번째 북한 여행. 이 여행으로 저는 저의 거짓 신앙과 삶을 뒤돌아볼 수 있었다.”
“내 생애 가장 아름답고도 슬픈 여행을 통해 뜨게 된 마음의 눈.”
“우
리 부부는 북한 여행을 앞두고 인터넷으로 평양의 거리 사진들을 많이 봤었다. 하지만 그 어디에도 이런 모습은 없었다. 대부분의
사진들이 남루한 옷차림에 인상을 쓰고 있는 사람들, 텅 빈 거리 등을 담은 것들이었다. 심지어 ‘북한 사람들은 공개된 장소에서
손을 잡는다든가 하는 애정 표현도 할 수 없다’는 글을 읽기도 했다. 그런데 지금 내 눈앞에 펼쳐지고 있는 광경은 과연 지금
평야에 있는 것이 맞나 싶을 정도로 내 눈을 의심케 했다.”
“다채로운 색상의 한복 차림 속에 간혹 흰 저고리에
무릎 밑 길이의 검정색 치마를 입은 학생들이 섞여 있었다. 북한 대학생들의 교북 중 하나라고 (북 안내원이) 설명해줬다. 유관순
언니가 생각났다. 예쁘고 당당해 보였다. 그리고 왠지 곧은 절개 같은 것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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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은미씨 /신씨 페이스북
“평양에서도 휴대전화를 쓴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특수 계층에 있는 극소수의 사람들만 가지고 있지 이렇게까지 일반화돼 있을 줄을 몰랐다.”
“북한 사람들의 모습을 (TV로) 보면서 ‘저 위선적인 가면은 언제쯤 벗어던질 수 있을까’라고 생각했던 것도 떠오른다. 그때를 떠올리니 부끄러워 얼굴이 화끈거린다.”
이
처럼 신씨의 방북기는 대부분은 북한의 문화·풍속·제도의 긍정적인 면을 전달하는 것들이었다. 과거 북한에 대한 그의 ‘보수적
생각’은 무지와 오해에서 비롯된 것으로 방북을 통해 많이 깨닫고 반성했다는 식이었다. 북한에 대해 부정적이거나 비판적인 내용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신씨는 이후 오마이뉴스에 연재한 방북기를 엮어 2012년 11월 ‘재미동포 아줌마, 북한에
가다’라는 단행본을 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이 책을 2013년도 상반기 문화관광부가 인증하는 ‘우수문학도서’에 선정했다. 통일부도
2013년 9월 11일 신씨를 통일부 홍보 출연시켰다가 ‘종북 토크쇼’ 논란이 일자 뒤늦게 관련 영상을 삭제했다. 신씨는
미국에서도 책의 논조와 비슷한 내용의 강연 활동을 하고 다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신씨의 방북기는
엄밀히 보면 관광기”라며 “북한 정권이 보여주고 싶은 것만 보고 와서 그것이 북한의 실상인 것처럼 책을 쓴 것”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실제로 북한에서 살았던 수만명의 탈북자들은 하나같이 북한의 열악한 인권·식량 문제를 증언하고 있다”며 “북한 현실과
북한 관광은 다르다는 의미”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