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대한 건축가 김수근을 만나볼 수 있는 경동교회 -
세상을 자신의 뜻대로 살아가기는 어려운 일이다.
목적하는 대로 되지않을 때 좌절하고 실망하기도 한다.
그러나 자신의 인생은 자신이 책임져야 한다 고로 자신을 다독이며 가야하는 게 인생이다.
바쁜 스케줄속에서 나를 다독이는 방법이 있다.
바로 보물찾기를 하는 것이다.
출장가는 길에 그곳의 문화재나 맛집 등을 기억해두었다가 잠시 짬을내어 찾아보는 것이다.
새벽일찍 일어나 집을 나설 때도
밤하늘에 떠있는 달을 찾아본다든가 아름다운 풍경을 바라보는 것으로 보물찾기를 한다.
유명 화가의 작품 한 점 취할 수 없는 형편이지만
차창에 비친 빗방울에 어린 수채화같은 풍경 한점을 스마트폰에 간직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해질 수 있다.
오늘은 이동중에 잠시 장충동에 머물렀다.
이곳에는 우리나라 현대 건축사에서 큰 족적을 남긴 김수근과 그의 제자 승효상 건축디자이너가 남긴 경동교회가 있기 때문이다.
붉은 벽돌을 쌓아 만든 경동교회는 우리나라 아름다운 교회에 손꼽히는 건축물이다.
정면에서 바라본 모습은 마치 두 손을 마주하고 기도를 올리는 모습이고 측면에서 볼 때는 두 손을 깍지끼듯 모아서 갈구의 기도를 올리는 형상을 하고있다.
이 교회 건물이 갖는 의미를 말하라고 하면 나는 네 가지 정도를 설명하고 싶다.
첫째는 깨진 붉은색 파벽돌로 쌓았다는 것이다.
아마도 붉은색의 깨진 벽돌은 예수가 흘리신 보혈을 상징하는 동시에 세상에 쓸모없다고 여겨지는 사람들을 모두에게 열려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느껴졌다.
두 번째는 예배당으로 들어가는 길이다.
교회 회중에 들어서기 위해서는 건물 뒤쪽으로 돌아 들어가야 한다.
직선같기도 곡선같기도 한 계단은 예수가 십자가를 지고 걸었던 골고다의 언덕을 그려놓았다.
계단을 오르면서 세속의 번잡을 순화함과 동시에 예수의 고난을 통해 주님이 우리에게 들려주고 싶었던 얘기들을 상기하게 하는 특별한 길이다.
세 번째는 예배당에는 창문이 없고 오로지 십자가위에 열린 공간에서 내려오는 햇빛이 있을 뿐이다.
이는 종교박해를 피해 지하에 몰래숨어 기도하던 '카타콤'의 순례자를 통해 우리가 사회에 어떤 역할자로서 존재해야 하는 가를 묻는 것 같았다.
마지막으로 네 번째는 건물에 십자가가 없다는 것이다.
마치 교회를 상품화하려는 듯 온갖 네온싸인 간판을 외벽에 내걸거나 현행법으로 전부 불법인 십자가를 가장 높고,커다랗게 세워두는 교회들이 많지만 이곳은 건물 자체로도 누구나 교회건물임을 짐작할 수 있기에 그 흔한 십자가가 없다는 것이다.
나는 경동교회를 돌아보면서 위대한 건축가 김수근에 대해 머리를 숙였다.
날로 대형화되고 화려해지는 교회들을 떠올리면서 비록 규모는 작지만 신에 대한 외경심이 절로 생겨나는 경동교회가 갖는 시대적 의미를 되새겨보게됐다.
일요일 전철을 타고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에서 내려 약 200m 거리에 있는 경동교회를 꼭 방문해서 아름다운 건축미도 느껴보고
신에 대해서도 알아가기를 권해본다.
* 경동교회 근처에는 1970년에 문을 열어 2대째 운영하는 중화요리집 덕화장이 있습니다.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덕화면'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다음 보물찾기로 덕화면을 킵해놓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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