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의 회사에 대한 손해배상책임
- 대법원 2012.7.12. 선고 2012다20475 판결 -
서애경|한국기업지배구조원 변호사
Ⅰ. 사실관계
가. 망 소외 1(이하 ‘망인’이라고 한다)은 2001. 5. 1. 원고의 대표이사에 중임되
어 2009. 11. 16. 사임할 때까지 그 직에 있던 사람이고, 피고들은 망인의
상속인들이다.
나. 1) 망인이 2010. 1. 19. 사망한 후 원고는 피고들에게 망인이 원고로부터 차
용한 돈의 변제를 요구하였고 피고들과 사이에 대여금의 액수에 관하여
논의하던 중, 2010. 9. 2. 피고들과 다음과 같이 대여금의 변제방법에 관
한 약정(이하 ‘이 사건 약정’이라고 한다)을 체결하였다.
양도·양수 합의서
제1조(목적)
본 합의서는 망인이 원고로부터 차입한 원금을 원고와 피고들이 근거자료 등을 협의·확인하여 금액을
확정하고 그 금액의 정리방법으로 양도물건을 정하여 양도하기 위한 필요한 제반사항을 정함을 목적으
로 한다.
제2조(양도물건의 표시)
본 합의 목적에 따른 양도물건을 다음과 같이 결정한다.
① 판교 상업시설 신축개발사업의 수익금 일부(이하 ‘판교 수익금’이라고 한다)
② 원고발행 주식 보통주 126,000주(1주 금액 10,000원, 이하 ‘이 사건 주식’이라고 한다)
제3조(양도물건의 평가)
① 판교 수익금은 성남 판교 택지개발사업지구 (지번 생략)번지의 상업시설 신축개발사업의 수익금 중
원고가 대여한 2,908,665,000원으로 확정한다.
제4조(양도조건)
① 본 양도물건은 망인이 원고로부터 차입한 원금에 이자를 가산한 금액(이하 ‘차입원리금’이라고 한다)
과 상계하는 조건으로 한다.
② 이 사건 주식은 차입원리금 중 판교수익금 상계분 2,908,665,000원을 제외한 금액 전액(2009년도
결산서 상의 망인에 대한 단기대여금)과 일괄 상계 처리한다.
제5조(차입원리금의 확정)
① 본 계약에서 상계 처리할 차입원리금은 원고의 2009년도 결산서의 대여금(망인)으로 확정한다.
2) 피고들은 이 사건 약정에 따라 원고에게 판교 수익금 및 이 사건 주식의
양도의무를 모두 이행하였다.
다. 원고는 1995. 10. 23., 1996. 2. 10. 2회에 걸쳐 소외 6 교회의 목사인 소외
2와 수원시 장안구 정자동 소재 소외 6 교회 노유자시설의 신축공사에 관한
도급계약을 체결하고 공사에 착수하여 1997. 4.경 공사를 완료하였다. 그러
나 소외 2는 원고에게 공사대금을 지급하지 못하고 있던 중 2006. 12. 22.
원고에게 그 당시까지의 공사대금 및 지연손해금 합계 1,393,022,017원 중
일부로 1억 5,000만 원을 지급하였다. 위 지급 당시 원고의 대표이사이던 망
인은 이사회 결의 등 필요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소외 2에 대한 나머지
공사대금 1,243,022,017원을 소외 6 교회에 헌금하는 것으로 하여 그 채무
를 모두 면제하였다.
라. 망인이 2006. 12. 22. 소외 2의 원고에 대한 공사대금 채무를 면제하여 줄
당시 원고의 감사였던 소외 3도 그 자리에 함께 있었고, 그 후 원고는 망인이
사망할 때까지 소외 2에게 공사대금을 지급하라고 요청한 적이 없었고 소외
3도 이러한 사정을 알고 있었으며, 원고의 2008년, 2009년 사업결산서의 미
수금 명세서에는 소외 2( 소외 6 교회)에 대한 공사대금 미수금이 기재되어
있지 않았다.
2. 원심판결
가. 1심판결 - 서울중앙지방법원 2011.8.12. 선고 2010가합134054 판결
먼저 1심 판결은 「망인이 2006. 12. 22. 소외 2의 원고에 대한 공사대금 채무를
면제하여 줄 당시 원고의 감사였던 소외 3도 그 자리에 함께 있었던 사실, 그 후
원고는 망인이 사망할 때까지 소외 2에게 공사대금을 지급하라고 요청한 적이 없었
고 소외 3도 이러한 사정을 알고 있었던 사실, 원고의 2008년, 2009년 사업결산서
의 미수금 명세서에는 소외 2( 소외 6 교회)에 대한 공사대금 미수금이 기재되어
있지 않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위 인정사실에 비추어 보면 소외 3은 2006.
12. 22. 망인이 소외 2의 원고에 대한 공사대금 채무를 면제하였다는 사실을 알았
다고 할 것이고, 소외 3은 당시 원고의 감사로서 원고의 이익을 정당하게 보전할
권한을 가진 임원이었으므로 결국 원고의 망인에 대한 손해배상채권의 소멸시효는
소외 3이 망인의 소외 2에 대한 공사대금 채무의 면제사실을 알게 된 2006. 12.
22.부터 진행된다고 봄이 상당하다. 그런데 원고의 이 사건 소는 위 소멸시효의 기
산일로부터 3년이 지난 2010. 12. 29.에야 비로소 제기된 사실은 기록상 분명하므
로, 원고의 망인에 대한 손해배상채권은 시효로 소멸하였다고 할 것이다. 이에 대
하여 원고는, 소외 3이 망인과 공동불법행위를 한 자이므로 소외 3이 망인의 불법
행위를 안 때를 소멸시효의 기산점으로 삼아서는 아니된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소
외 3이 망인의 위 면제행위 당시 그 자리에 함께 있었고 위 면제사실을 알았다는
점만으로는 소외 3이 망인의 불법행위에 가담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소외 3이 망인과 공동하여 원고에 대한 불법행위를 하였다는 점을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원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또한 원고는, 망인의 위 채무 면제 당시 원고
의 대표는 망인과 소외 4가 각자 대표이사로 있었으므로 망인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채무의 소멸시효 기산점은 불법행위에 가담하지 않은 다른 대표이사인 소
외 4가 그러한 사실을 인식한 시점을 기준으로 하여야 한다고 주장하나, 주식회사의
대표가 각자 대표이사인 경우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채무의 소멸시효 기산점을
원고 주장과 같이 보아야 할 아무런 근거가 없으므로 원고의 위 주장도 이유 없다.」
라고 판시하여 소외 3이 망인과 공동불법행위를 하였다고 인정할 수 없고, 소외3은
당시 원고의 감사였으므로 그가 채무 면제사실을 알게 된 2006. 12. 22.부터 손해배
상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진행된다고 보면서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였다.
나. 2심판결 - 서울고등법원 2012.2.3. 선고 2011나73665 판결
2심판결 또한 1심과 마찬가지로 「살피건대, 소외 3이 원고의 감사로서 원고가
주장하는 것과 같은 관리감독의무를 소홀히 하여 원고에게 어떠한 손해를 가하였
다 하더라도 공동불법행위가 성립하려면 객관적으로 피해자에 대한 권리침해가 공
동으로 행하여지고 그 행위가 손해발생에 대하여 공통의 원인이 되었다고 인정되
어야 한다. 그런데 이 사건에 있어서 망인의 행위는 원고에 대한 소외 6 교회의
채무를 임의로 면제한 행위이고, 소외 3의 행위는 망인의 위와 같은 채무면제 사실
을 알면서도 원고의 이익을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것이다. 따라서
망인의 행위에 의하여 침해되는 원고의 권리는 소외 6 교회에 대한 채권인 반면
소외 3의 행위로 침해되는 원고의 권리는 망인에 대한 손해배상채권으로 서로 구
별되고, 망인의 행위와 소외 3의 행위가 경합하여 소외 6 교회에 대한 원고 채권의
소멸이라는 단일한 결과를 발생시킨 것이 아니라는 사정 등에 비추어 보면 위와
같은 소외 3의 행위가 독자적으로 원고에 대한 불법행위에 해당할 수 있음은 별론
원고가 주장하는 사정만으로 망인의 채무면제행위와 소외 3의 관리감독의무를 소
홀히 한 행위 사이에 객관적인 공동성이 인정된다고 할 수 없으므로, 위와 같은 망
인의 행위와 소외 3의 행위가 공동불법행위에 해당함을 전제로 한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고 판시하여 원고의 주장을 배척하였다.
3. 대법원 판결
대법원은 먼저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의 단기소멸시효의 기산점에 대
해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의 단기소멸시효 기산점은 ‘손해 및 가해자
를 안 날’부터 진행되며, 법인의 경우에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은 통상 대표자가
이를 안 날을 뜻한다. 그렇지만 법인 대표자가 법인에 대하여 불법행위를 한 경우
에는, 법인과 대표자의 이익은 상반되므로 법인 대표자가 그로 인한 손해배상청구
권을 행사하리라고 기대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일반적으로 대표권도 부인된다고
할 것이어서, 법인 대표자가 손해 및 가해자를 아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따라서
위 경우에는 적어도 법인의 이익을 정당하게 보전할 권한을 가진 다른 대표자, 임
원 또는 사원이나 직원 등이 손해배상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을 정도로 이를 안 때
에 비로소 단기소멸시효가 진행하고, 만약 임원 등이 법인 대표자와 공동불법행위
를 한 경우에는 그 임원 등을 배제하고 단기소멸시효 기산점을 판단하여야 한다.」
고 판시하여 법인의 경우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은 통상 대표자가 이를 안 날을
뜻하지만 법인 대표자가 법인에 대해 불법행위를 한 경우에는 다른 대표자 임원
등이 손해배상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을 정도로 안 때에 소멸시효가 진행한다고 판
시하였다.
한편 위 사안에 관해서는 「갑 주식회사의 대표이사 을이 이사회결의 등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병의 갑 회사에 대한 채무를 면제해 주어 갑 회사에 손해가
발생하였는데, 채무면제행위 당시 갑 회사 감사 정이 그 자리에 함께 있었음에도
을의 행위에 대하여 유지할 것을 청구하거나 이사회 또는 주주총회에 보고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전혀 취하지 않은 사안에서, 을의 채무면제행위와 이에 대한 정의
고의 또는 과실에 의한 방조행위가 객관적으로 관련 공동되어 있고 이로 인하여
갑 회사에 손해가 발생함으로써 공동불법행위가 성립한 이상 정이 갑 회사를 대표
하여 을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권을 행사하리라고 기대하기는 어려우므로, 갑 회
사의 이익을 정당하게 보전할 권한을 가진 다른 임원 또는 사원이나 직원 등이 손
해배상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을 정도로 을의 불법행위를 안 때를 소멸시효의 기산
점으로 잡아 소멸시효의 완성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데도, 이와 달리 정이 을의 불
법행위를 안 때부터 을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진행된다고 본 원심
판결에 공동불법행위의 성립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판시하여 원심과
달리 정(위 사실관계에서 소외3)이 고의 또는 과실로 을(위 사실관계에서 망인)의
채무 면제 행위를 방조하여 을과 공동불법행위가 성립한다고 보고, 소멸시효의 기
산점 또한 정이 아닌 다른 임원 등이 을의 불법행위를 안 때로 잡아야 한다고 보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에 환송하였다.
Ⅱ. 관련 내용 검토
1. 이사의 책임
상법은 소유와 경영의 분리를 원칙으로 하면서 이사들에게 포괄적인 경영권을
부여하면서, 이사가 임무를 적절히 수행하지 못한 경우에 대비하여 이사의 책임에
대해서도 규정하고 있다.
이에 관해 살펴보면 먼저 상법은 주주총회의 결의로 언제든 이사를 해임할 수
있도록 하며(상법 제385조 제1항), 이사가 그 직무에 관하여 부정행위 또는 법령이
나 정관에 위반한 중대한 사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주총회에서 그 해임을 부결
한 때에는 발행주식의 총수의 100분의3 이상에 해당하는 주식을 가진 주주가 총회
의 결의가 있은 날부터 1월내에 그 이사의 해임을 법원에 청구할 수 있도록 소수주
주권 행사에 의한 이사 해임도 규정하고 있다(상법 제385조 제2항).
그러나 이러한 해임 등 간접적인 제도만으로는 이사의 적정한 업무수행을 담보
할 수 없으므로 상법은 나아가 이사에게 일정한 재산적 책임, 즉 손해배상책임을
지도록 하고 있다.
이사의 손해배상책임은 회사에 대한 책임과 제3자에 대한 책임으로 나눠볼 수
있는데 상법 제401조에 기한 이사의 제3자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은 제3자를 보호하
기 위하여 상법이 인정하는 특수한 책임이며, 상법 제399조에 기한 이사의 회사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이 선관주의의무 내지 충실의무의 위반으로 위임관계에 의한 채
무불이행책임이라고 볼 수 있다.
특히 이하에서는 위 판례와 관련 주요 판례를 중심으로 상법 제399조 이사의 회
사에 대한 손해배상책임과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 등 이사의 회사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에 관하여 살펴보고자 한다.
2. 이사의 회사에 대한 손해배상책임
이사는 회사로부터 위임을 받아 회사의 업무처리를 하는 자로서 위임의 본지에
따라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써 회사의 사무를 처리해야 할 의무가 있고(상법 제
382조 제2항, 민법 제681조), 법령과 정관의 규정에 따라 회사를 위하여 그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해야 할 의무(상법 제382조의3)가 있다. 따라서 이러한 의무가 있는
이사가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 또는 정관에 위반한 행위를 하거나 그 임무를 게을
리 한 경우에는 해당 이사는 회사에 대하여 연대하여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지게
된다. 또한, 이러한 위반행위가 이사회의 결의에 의한 것인 때에는 그 결의에 찬성
한 이사 역시 손해배상책임을 지며, 이의를 한 기재가 의사록에 없는 자는 그 결의
에 찬성한 것으로 추정된다(상법 제399조).
한편, 이사가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회사에게 손해를 가하여 민법
제750조상의 불법행위의 요건을 충족한 경우에도 회사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이 인
정되며, 앞서 살펴본 판례는 이사의 회사에 대한 손해배상책임 중에서도 특히 이러
한 불법행위책임에 관한 사안이라고 볼 수 있다.
이사의 임무해태가 동시에 민법 제750조상 불법행위의 요건을 충족한 경우, 즉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회사에게 손해를 가한 경우에는 상법 제399조
의 책임과 민법상 불법행위책임이 경합하게 된다. 이처럼 이사의 회사에 대한 손해
배상책임은 상법 제399조에 의한 책임 외에 민법상 불법행위책임도 포함한다고 볼
수 있다.
판례는 이러한 두 손해배상책임에 대해 개별 요건에 의해 발생한다고 보고 있으
며, 특히 소멸시효 중단의 효력과 관련해서는 「채권자가 동일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복수의 채권을 갖고 있는 경우, 채권자로서는 그 선택에 따라 권리를 행사
할 수 있되, 그 중 어느 하나의 청구를 한 것만으로는 다른 채권 그 자체를 행사한
것으로 볼 수는 없으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다른 채권에 대한 소멸시효 중단
의 효력은 없다고 할 것이므로, 원고가 피고를 상대로 상법 제399조에 기한 손해배
상청구의 소를 제기하였다고 하여 이로써 원고의 피고에 대한 일반 불법행위로 인
한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중단될 수는 없다(대법원 2002. 6. 14. 선고
2002다11441 판결).」고 판시하여 일반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과 상법 제
399조에 기한 손해배상청구권이 개별적으로 성립되므로, 상법 제399조에 기한 손
해배상청구의 소제기만으로는 일반 불법행위로 인한 손aÓ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
가 중단되지 않는다고 판시하고 있다.
2. 이사의 회사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의 제한
가. 제400조의 개정
상법 제399조에 따라 이사의 책임을 과다하게 인정한다면 전문경영인 입장에서
는 손해배상책임 때문에 적극적으로 기업경영을 하는 것을 꺼리는 영향이 나타날
수 있고, 회사 입장에서도 유능한 경영인을 영입하여 보다 적극적인 경영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손해가 생겼을 때에 그 손해에 대한 배상을 받는 것보다 중요할
수 있으므로, 상법 제400조는 특칙을 두어 이사의 책임감면을 규정하고 있다.
특히 지난 2011. 4. 14. 상법 개정에서 이사의 책임감면에 관한 제400조 규정도
개정되었다. 기존 상법 제400조는 ‘제399조에 따른 이사의 책임은 주주 전원의 동
의로 면제할 수 있다.’고만 규정되어 있던 반면, 현행법령은 기존 법령을 제1항으
로 하면서 제2항을 신설하여 ‘회사는 정관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제399조에 따른
이사의 책임을 이사가 그 행위를 한 날 이전 최근 1년간의 보수액(상여금과 주식매
수선택권의 행사로 인한 이익 등을 포함한다)의 6배(사외이사의 경우는 3배)를 초
과하는 금액에 대하여 면제할 수 있다. 다만, 이사가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손
해를 발생시킨 경우와 제397조 제397조의2 및 제398조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그러
하지 아니하다.’고 함으로써 정관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일정한 범위 내로 이사의
책임을 감경할 수 있도록 하였다.
나. 상법 제400조의 책임면제와 민법상 불법행위책임면제와의 관계
다만 이와 같은 상법 제400조에 의한 책임 면제가 위에서 살펴 본 민법상 불법행
위책임까지도 면제하는 것인지 문제될 수 있다. 이에 대해 대법원 판례는 「총주주
의 동의를 얻어 대표이사의 행위로 손해를 입게 된 금액을 특별손실로 처리하기로
결의하였다면 그것은 바로 상법 제400조 소정의 이사의 책임소멸의 원인이 되는
면제에 해당되는 것이나 이로써 법적으로 소멸되는 손해배상청구권은 상법 제399
조 소정의 권리에 국한되는 것이지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까지 소멸되는
것으로는 볼 수 없다(대법원 1989.1.31. 선고 87누760 판결).」고 보면서, 상법 제
400조에 의한 책임면제는 상법 제399조의 책임을 면제하는 것일 뿐 민법상 불법행
위책임도 면제하는 것이 아니므로, 불법행위책임까지 면제하려면 민법 제506조상
일반 채무면제의 절차를 거쳐야 ÿÿÿÿÿÿÿÿÿÿþ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
다. 책임면제규정과 관련한 정관변경 사례
제400조 제2항에 의해 일정한 범위내로 이사의 손해배상책임을 제한하는 것과
관련하여 상법 개정 후 처음 있었던 지난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많은 회사들이
이사의 책임감경규정을 정관에 신설하려고 하였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코스피
200 구성종목 12월 결산법인 190개사 중 이사의 책임 감경을 허용하는 조항을 삽
입한 회사는 총 73개사이며, 그 중 주주총회 결의를 별도로 거치도록 한 회사가
61개사, 이사회 결의만으로 감경이 가능하도록 한 회사가 12개사로 나타난 바 있
다. 특히 주요 회사만 해도 현대자동차, 포스코, LS, 대림산업, KCC, 동국제강,
효성그룹 계열 상장사 등 많은 회사에서 이사의 손해배상책임을 제한하는 정관 개
정안을 상정하였다.
상정 결과 대림산업은 주주총회 이전에 이사책임 감경 조항을 정관변경 안건에
서 삭제하였고, 포스코는 주주총회에서 반대의견에 따라 관련 조항을 철회하였으
며, 풍산홀딩스, 풍산은 관련 조항을 수정하여 주주총회 결의를 거쳐야만 책임 감
경이 가능하도록 한 후 주주총회에 상정하였으나, 그 밖에 현대자동차, 한진, LS,
KCC, 효성그룹 등 대부분 회사에서는 해당 정관 개정안이 그대로 통과된 바 있다.
Ⅲ. 이사의 회사에 대한 손해배상책임 관련 주요 판례 검토
1. 손해배상책임의 법적성질 및 소멸시효기간
가. 판례의 태도
상법 제399조상의 이사의 회사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의 법적 성질과 소멸시효기
간이 문제되는데 이에 대해 대법원 판례는 「주식회사의 이사의 회사에 대한 임무
해태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은 일반불법행위 책임이 아니라 위임관계로 인한 채무불
이행 책임이므로 그 소멸시효기간은 일반채무의 경우와 같이 10년이라고 보아야
한다. 원심이 이와 같은 취지에서 위 피고의 소멸시효 주장을 배척한 조치는 정당
하고, 거기에 소멸시효기간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없다(대법원 2006.8.25.
선고 2004다24144 판결).」고 판시하였다.
나. 검토
이사의 회사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이 어떤 법적성질을 갖는지에 따라 그 소멸시
효기간도 달라지므로 손해배상책임의 성질이 문제된다. 이에 대해 상법이 이사의
회사에 대한 책임을 규정한 것은 이사라는 지위의 특수성을 감안하여 민법상의 채
무불이행책임이나 불법행위책임과는 다른 특수한 책임을 인정한 것이라는 견해도
있으나 통설의 태도는 위임계약의 불이행으로 인한 책임이라고 보는 입장이다. 이
러한 견해에 의할 때 소멸시효기간은 민법 제162조 제1항에 따라 일반채권소멸시효
기간인 10년이 될 것이며, 판례도 같은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2. 이사가 다른 업무담당이사의 위법하다고 의심되는 업무집행을 방치한 경우
- 대법원 2011.4.14. 선고 2008다14633 판결
가. 사실관계
갑회사는 제27기(1997년) 사업연도 재무상태가 실제로는 자산은 24조 3,416억
원, 부채가 34조 4,152억 원, 자기자본이 (-)10조 736억 원임에도 자산 합계 10조
1,193억 원 및 부채 합계 22조 9,444억 원을 각 허위로 감소시키고, 자기자본 합계
12조 8,251억 원을 허위로 증가시킴으로써 마치 자산이 14조 2,223억 원, 부채가
11조 4,708억 원, 자기자본이 2조 7,515억 원으로서 부채비율이 416%에 불과한 것
처럼 대차대조표와 손익계산서 등의 재무제표를 허위로 작성하였다. 갑 회사의
1996, 1997 회계연도에 피고 1이 피고 5, 4에게 분식결산을 지시하고, 피고 5, 4는
실무자들에게 이를 지시함에 따라 실무자들이 허위의 재무제표를 작성하여 주주에
대한 이익배당과 법인세 등의 납부가 이루어졌는데, 피고 2는 갑회사의 감사로서
상법 제447조의3에 따라 이사로부터 재무제표를 제출받아 이에 대한 감사보고서
를 작성하는 등 이사의 회계에 관한 업무집행을 감시할 임무가 있음에도, 이러한
감사의 직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아니한 과실로 인하여, 1996, 1997 회계연도에 각
분식결산된 허위의 재무제표가 작성되도록 방치하였고, 이로 인하여 갑회사는 위
각 회계연도에 부당하게 이익배당을 하거나 법인세를 납부하는 손해를 입었다.
나. 판례의 태도
위 사안에 대해 대법원은 「주식회사의 이사는 이사회의 일원으로서 이사회에 상
정된 의안에 대하여 찬부의 의사표시를 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담당업무는 물론
다른 업무담당이사의 업무집행을 전반적으로 감시할 의무가 있으므로, 주식회사의
이사가 다른 업무담당이사의 업무집행이 위법하다고 의심할 만한 사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방치한 때에는 이로 말미암아 회사가 입은 손해에 대하여 배상책임
을 면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다. 검토
이사에게는 다른 이사의 업무집행을 감시. 감독할 감독권. 감사권 내지 감시의무
가 부여되어 있으므로 다른 이사의 업무집행을 방치한 경우에는 이러한 감시의무
위반이 된다. 사안의 경우 1992 회계연도부터 1996 회계연도까지 당기순손실이 발
생하였는데 위 각 회계연도의 재무제표는 순이익이 발생한 것처럼 허위로 작성되
었다. 또한 피고는 이사로서 위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음에도 그 임무를 해태
하여 분식결산을 방치함으로써 위 각 재무제표로 인하여 부당 이익배당이라는 손
해가 초래되도록 한 것이다. 따라서 이사인 피고는 감시의무 위반으로 갑회사가 입
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게 되며, 판례도 이러한 취지에서 손해배상책임이 있다
고 판단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3. 내부적인 사무분장에 따라 각자의 전문 분야를 전담하고 있는 경우
- 대법원 2008.9.11. 선고 2006다68834 판결
가. 사실관계
당시 갑회사는 무역부문과 건설부문이라는 두 업무 영역이 조직상 뚜렷이 구분
되어 운영되었는데, 회사의 내부적인 사무분장에 의하면 회사 전체의 회계자료 통
합 및 결산재무제표 작성 업무는 무역·관리부문 부사장인 피고 5의 소관으로서 무
역·관리부문의 회계본부장인 피고 9의 지휘·감독 하에 수행되었다. 갑회사는 이 사
건 회계분식은 1998. 1.경 갑회사의 자기자본이 완전히 잠식되어 부채비율을 산출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막대한 적자가 발생하여 배당조차 할 수 없게 되는 등 재무
구조 및 경영성과가 부실한 것으로 나타난 자체 결산보고를 받은 피고 1이 무역·관
리부문 사장인 피고 2와 위 피고 5에게 갑회사의 부채비율을 400% 이하로 조작하
고, 배당률을 2%로 맞추되, 단기차입금을 1996년도의 실제 금액 수준으로 줄이라
고 지시하자 피고 2, 5는 위 피고 9에게 그대로 지시함에 따라 이루어졌을 뿐, 갑
회사의 공동대표이사로서 직제상 건설부문을 총괄하는 업무를 수행하던 피고 4나
공동대표이사이자 이사회의 의장인 피고 3이 이 사건 분식회계에 관하여 직접 지
시하거나 보고받지 아니하였다. 피고 3, 4 등 분식 과정에 직접 관여하지 아니한
갑회사의 이사들은 분식회계의 가능성에 대비한 그 어떠한 주의도 기울인 바 없었
고, 따라서 분식 과정에 직접 관여한 임직원들은 다른 임직원들로부터 아무런 제지
나 견제도 받지 아니하였으며, 당시 갑회사에서는 실제 이사회를 개최하지 아니하
고 이사회 업무를 담당하던 부서에서 이사회 회의록을 작성한 후 이사회 사무국에
서 보관하고 있던 임원들의 인장을 날인하는 것이 관행처럼 되어 있어 실제로는
이 사건 재무제표의 승인을 위한 이사회가 개최되지도 아니하였다.
나. 판례의 태도
위 사안에 관해 대법원은 「대표이사는 회사의 영역에 관하여 재판상·재판외의 모
든 행위를 할 권한이 있으므로(상법 제389조 제3항, 제209조 제1항 참조) 모든 직
원의 직무집행을 감시할 의무를 부담하는 한편, 이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다른 대표
이사를 비롯한 업무담당이사의 전반적인 업무집행을 감시할 권한과 책임이 있다
할 것이므로, 다른 대표이사나 업무담당 이사의 업무집행이 위법하다고 의심할 만
한 사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감시의무를 위반하여 이를 방치한 때에는 이로 말미
암아 회사가 입은 손해에 대하여 배상책임을 면할 수 없다.
감시의무의 구체적인 내용은 회사의 규모나 조직, 업종, 법령의 규제, 영업상황
및 재무상태에 따라 크게 다를 수 있는바, 고도로 분업화되고 전문화된 대규모의
회사에서 여러 대표이사 및 업무담당이사들이 내부적인 사무분장에 따라 각자의
전문 분야를 전담하여 업무를 처리하는 것이 불가피한 경우라 할지라도 개개의 이
사들은 합리적인 정보 및 보고 시스템과 내부통제시스템을 구축하고 그것이 제대
로 작동하도록 배려할 의무가 있는 것이므로, 이러한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노력
을 전혀 하지 아니하였거나 이러한 시스템이 구축되었다 하더라도 이를 이용한 회
사 운영의 감시·감독을 의도적으로 외면한 결과 다른 이사의 위법한 업무집행을 지
속적으로 방치하였다면 그로 인하여 발생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고 판시하였다.
다. 검토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이사에게는 기본적으로 다른 이사에 대한 감시의무가 있
으므로, 각 부문이 분업화되고 전문화된 회사라고 하더라도 내부통제시스템을 구
축하고 제대로 된 절차에 의해서 업무가 행해지고 있는 지 감시하는 등의 의무를
수행할 수 있는 한 다른 부문에 대해서도 여전히 감시의무가 부여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위 판례 또한 이러한 견지에서 각 개별 이사들은 합리적인 정보 보고 시스템 및
내부통제시스템을 구축하고 그것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배려할 의무가 있으므로,
이러한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았거나 감시. 감독을 의도적으로 외
면하여 다른 이사의 위법한 업무집행을 방치한 것이라면 그로 인해 발생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보았다.
이사는 기본적으로 다른 이사를 감독할 책임을 지는데 개별 이사들이 전문분야
를 전담하고 있다는 이유로 이러한 기본적인 감독 기능도 수행하지 않는다면 한
이사의 행위로 인해 회사에 손해가 발생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따라서 내부 통제
시스템을 구축하고 이러한 시스템이 잘 작동되도록 하는 정도까지는 이사의 책임
이 인정된다고 보아야 하므로 위 판례는 이러한 견지 하에서의 당연한 결론이라고
할 것이다.
4. 이사가 업무 일체를 다른 이사 등에게 위임하고 일체 관여하지 않은 경우
가. 사실관계
원고는 수산물수입ㆍ판매상 등에게 수산물을 양도담보로 잡고 자금을 대출해주
기 위하여, 2001. 4. 20. 부산지역에서 오랜 동안 냉동수산물을 수입ㆍ판매하고
있는 피고 주식회사 영웅(이하 피고 회사)에게 수산물검품대행용역을 주었고, 원
고는 위 수산물검품확인서 상의 대출가능가격으로 대출금액을 결정하되 피고 회사
와 상호 협의하여 대출금액 등을 조정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피고 회사의 일상적인 업무는 피고 2의 동생으로서 이사인 피고 3이 범인인감
을 사용하여 수행하고 있었는데, 대표이사인 피고 2는 다른 회사를 경영한다는 이
유로 원고와 위 수산물검품대행계약을 체결한 후에는 피고 3으로 하여금 수산물검
품업무를 전적으로 담당하게 한 뒤 그 수산물검품업무수행에 대하여 아무런 실태
파악이나 점검을 하지 않았는데, 피고3은 실제 구매가격을 알 수 있는 영수증이나
세금계산서, 수입면장 등의 서류를 확인하여 첨부하지 않은 채 위 차주들이 주장하
는 금액을 임의로 기재하고, 냉동창고에 입고된 지 1년이 지난 수산물에 대하여도
일률적으로 상급으로 기재하는 등 검품을 제대로 하지 않고 검품 업무를 하였고,
원고는 피고 회사가 제출하는 수산물검품확인서에 기초하여 이 사건 차주들에게
하였다.
나. 판례의 태도
위 사안에 대해 대법원 판례는 「주식회사의 대표이사가 대표이사로서의 업무 일
체를 다른 이사 등에게 위임하고 대표이사로서의 직무를 전혀 집행하지 않는 것은
그 자체가 이사의 직무상 충실 및 선관의무를 위반하는 행위에 해당하는 것이므로,
이 사건에서 피고 회사의 명의상 대표이사에 불과하다고 주장하는 피고 2에게도
상법 제401조 제1항에 의한 손해배상책임이 있다고 판단한 원심의 조치 역시 위의
법리에 따른 것으로 옳고, 거기에 이사의 제3자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에 관한 법리
오해 등의 위법이 없다.」고 판시하였다.
다. 검토
이사가 위임의 취지에 따라 충실의무와 선관주의의무로서 업무를 수행하는 것은
이사로서 행해야 하는 당연한 의무이다. 따라서 명의상 대표이사라고 해서 이러한
의무가 면제되는 것은 아닐 뿐 아니라 대표이사의 명의를 가진 이상 기본적인 이사
로서의 의무는 다해야 할 것이다. 또한 이러한 의무를 수행하지 않으려면 이사직을
사임하면 되는 것이므로 이사가 직무상 충실 내지 선관의무를 위반하여 회사에 손
해가 발생한 경우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지는 것은 당연한 결론이라고 할 것이다.
판례도 이러한 취지에 따라 피고2에게도 제3자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것
이라고 볼 수 있다.
5. 경영판단의 원칙의 적용 문제
- 대법원 2007. 12. 13. 선고 2007다60080 판결
가. 사실관계
피고 1은 갑회사의 이사로서 1996 회계연도 재무제표에 대한 결재를 하는 과정
에서 재무담당자 소외 1로부터 “적자가 발생하였으나 김포매립지에 대한 장부가액
과 기준시가의 차이를 감안하여 다른 계정에서 자산 등을 계상하여 이익이 난 것으
로 결산하였다”는 취지의 보고를 듣고도 위 재무제표를 그대로 결재하고 이것이 주
주총회의 승인을 거쳐 공시되도록 방치하였고, 이로 인하여 갑회사는 위 재무제표
에 의해 법인세를 납부하고 이익배당을 함으로써, 부당하게 납부한 법인세 상당액
과 부당하게 배당한 이익 상당액의 손해를 입었다.
이에 대해 피고들은 동아건설이 1996, 1997 회계연도 결산 결과를 사실대로 공
시하지 못하고 분식결산을 한 것은 리비아 대수로 3차 공사의 수주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위 공사 수주가 무산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경영적 판단 때문이었는데,
당시 동아건설이 재무제표를 적자로 공시하여 리비아 대수로 3차 공사의 수주를
무산시키고 주주 이익배당금 및 법인세를 지급하지 아니하여 얻는 이익보다 흑자
공시로 리비아 대수로 3차 공사를 순조롭게 수주하는 것이 동아건설에 더 큰 이익
을 준다고 판단하여 위와 같이 회계조정을 하였던 것이므로, 피고 2, 3 등이 이사
또는 감사로서 임무를 해태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하였는데, 당시 구 주식회사
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1998. 1. 8. 법률 제5497호로 개정되어 1998. 4. 1.부터
시행되기 전의 것) 제20조 제2항은 주식회사의 이사, 감사가 증권관리위원회가 재
무부장관의 승인을 얻어 제정한 기업회계기준에 위반하여 허위의 재무제표를 작
성·공시한 때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도록 규정
하고 있었다.
나. 판례의 태도
위 사안에서 대법원은 「상법 제399조는 이사가 법령에 위반한 행위를 한 경우에
회사에 대하여 손해배상책임을 지도록 규정하고 있는바, 이사가 회사에 대하여 손
해배상책임을 지는 사유가 되는 법령에 위반한 행위는 이사로서 임무를 수행함에
있어서 준수하여야 할 의무를 개별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상법 등의 제 규정과 회사
가 기업활동을 함에 있어서 준수하여야 할 제 규정을 위반한 경우가 이에 해당된다
고 할 것이고, 이사가 임무를 수행함에 있어서 위와 같은 법령에 위반한 행위를 한
때에는 그 행위 자체가 회사에 대하여 채무불이행에 해당되므로 이로 인하여 회사
에 손해가 발생한 이상,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손해배상책임을 면할 수는 없다 할
것이며, 위와 같은 법령에 위반한 행위에 대하여는 이사가 임무를 수행함에 있어서
선관주의의무를 위반하여 임무해태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이 문제되는 경우에 고려
될 수 있는 경영판단의 원칙은 적용될 여지가 없다.」고 판시하였다.
다. 검토
경영판단의 원칙(Business Judgment Rule)은 영미 판례를 통해 이사의 책임제
한에 관한 법리로 형성되어 온 것으로, 회사의 이사나 임원들이 선의로 선량한 관
리자의 주의를 다하고 그 권한 내의 행위를 하였다면, 그러한 행위로 인하여 회사
에 손해를 끼쳤다고 하더라도 회사에 대해 개인적인 책임은 부담하지 않는다는 논
리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러한 경영판단의 원칙을 적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견해가 대립하는데, 대법원 판례는 「경영판단의 원칙은 이사가 임무를 수행하다가
선관주의의무를 위반하여 임무해태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이 발생한 경우에 적용될
여지가 있는 것이므로, 법령에 위반한 행위는 그 자체로 채무불이행에 해당하는 것
이어서 경영판단의 원칙 자체가 적용될 여지가 없다.」고 보아 적어도 법령에 위반
한 행위에는 경영판단의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위 사안의 경우는 갑회사의 이사 또는 감사이던 위 피고들이 기업회계기준에 위
반하여 허위의 재무제표를 작성ㆍ공시하거나 또는 허위작성된 재무제표가 작성ㆍ
공시되도록 방치한 것인데, 이와 같은 행위는 위 구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에서 금지하고 있는 행위에 해당하였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법규정 위반의 경
우로서 경영판단의 원칙이 적용될 여지가 없다는 이유로 피고들의 주장을 배척한
것이다.
이 외에도 대법원은 이사인 피고가 회사에서 자금을 인출하여 당시 대통령에게
뇌물공여를 함으로써 회사에 손해를 입게 한 사례에서도, 「회사가 기업활동을 함
에 있어서 형법상의 범죄를 수단으로 하여서는 안 되므로 뇌물 공여를 금지하는
형법규정은 회사가 기업활동을 함에 있어서 준수하여야 할 것으로서 이사가 회사
의 업무를 집행하면서 회사의 자금으로서 뇌물을 공여하였다면 이는 상법 제399조
에서 규정하고 있는 법령에 위반된 행위에 해당된다고 할 것이고 이로 인하여 회사
가 입은 뇌물액 상당의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대법원 2005. 10. 28. 선고
2003다69638 판결).」고 판시하여 뇌물 공여를 금지하는 형법규정 위반이므로 경
영판단의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다.
또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사안에서도 「상법상 자기주식 및
모회사주식 취득금지 규정과 자기의 주식을 취득 또는 소유하고 있는 계열회사의
주식을 취득하는 것을 금지하는 구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2002. 1.
26. 법률 제665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9조를 위반한 행위에 경영판단의 원칙
이 적용될 여지가 없다(대법원 2011.4.14. 선고 2008다14633 판결).」고 판시하여
경영판단의 원칙을 배척한 바 있다.
현행 법령을 위반한 경우까지 경영판단의 원칙을 적용한다면 사실상 법률 위반
을 묵과하는 것이 되므로 이러한 판례의 태도는 경영판단의 원칙 적용까지 가지
않더라도 당연한 결론이라고 할 것이다.
Ⅳ. 결론
이사는 선관주의의무와 충실의무를 가지고 위임의 본지에 따라 이사의 직무를
수행해야 할 의무가 있으며, 이러한 의무에 위배하여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 또는
정관에 위반한 행위를 하거나 그 임무를 게을리 한 경우 회사에 대하여 손해를 배
상할 책임을 지게 된다. 또한 이러한 이사의 손해배상책임의 법적 성질에 대해 대
법원 판례는 일반 불법행위책임이 아니라 위임관계로 인한 채무불이행책임이므로
그 소멸시효기간은 일반채무의 경우와 같이 10년이라고 보아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다. 한편 이사의 임무해태가 동시에 민법 제750조상 불법행위의 요건을 충족한
경우, 즉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회사에게 손해를 가한 경우에는 해당
이사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도 부담하게 된다.
이러한 기본적인 관점 하에서 서두에서 본 판례를 살펴보면, 위 사안은 법인 대
표자가 법인에 대하여 불법행위를 한 경우에 손해배상책임에 관한 것으로 특히 손
해배상책임의 소멸시효가 만료되었는지 여부가 문제된 사안이라고 볼 수 있다.
불법행위의 경우 소멸시효는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부터 진행되므로, 법인의
경우에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은 통상 대표자가 이를 안 날을 뜻한다고 볼 수 있
다. 그런데 법인 대표자가 법인에 대하여 불법행위를 한 경우에는 법인과 해당 대
표자의 이익이 상반되므로 대표자가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을 기준으로 소멸시효
를 판단한다면, 대표자는 불법행위로 회사에 손해를 가하고도 소멸시효의 적용을
받아 책임까지 면제되는 사례가 발생할 수도 있다. 따라서 이러한 경우 대표자 외
에 적어도 법인의 이익을 정당하게 보전할 권한을 가진 다른 대표자, 임원 또는 사
원이나 직원 등이 손해배상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을 정도로 이를 안 때에 비로소
단기소멸시효가 진행한다는 것이 판례의 태도이다. 해당 사안의 경우에도 채무면
제행위 당시 갑 회사 감사 정이 그 자리에 함께 있었고 그 감사 정에게는 갑 회사를
대표하여 을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권을 행사하리라고 기대하기는 어려우므로, 다
른 임원 또는 사원이 손해배상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을 정도로 을의 불법행위책임
을 안 때부터 소멸시효가 진행된다고 본 것이다.
최근 대선을 앞두고 각 당이 앞다투어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을 제출하였는데, 그
중 화제가 된 것 중 하나가 이사의 업무상 배임죄와 경영판단의 원칙 문제이다. 이
사가 업무상 배임을 하는 경우 회사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지게 되며, 업무상 배
임인지 아닌지 여부는 경영판단의 원칙하에 있었는지, 즉 회사의 이사나 임원들이
선의로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를 다하고 그 권한 내의 행위를 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될 수 있으며 실제로 관련 논의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특히 기존에 대선을 앞두고 대선공약과 연계되어 논의가 진행되어 왔던 것과 달
리 이제는 대통령이 선출되었으므로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에 대한 심사가 더욱 체
계적으로 이루어질 것이다. 또한 지난 주주총회에서 많은 회사들이 이사의 손해배
상책임을 제한하는 정관규정을 신설하였으므로 앞으로는 이사의 회사에 대한 손해
배상책임과 관련해서도 더욱 많은 사례와 판례가 나오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사에게 어느 정도의 판단여지를 줄 것인지 여부가 문제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이사가 회사에 대해 충실의무와 선관주의의무를 가지고 본인에게 주어진
업무를 다해야하는 것이 기본이므로 앞으로도 이사가 이러한 의무를 충실하게 수
행했는지 여부에 따라 손해배상책임을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또한 이러한 이사의
의무에 기초한 판단이 전문경영인이 적극적인 기업경영을 하도록 보장하면서도 회
사 나아가 주주의 이익을 보호할 수 있는 절충안이 될 수 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