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저기, 잠깐만요! ]
(애석히도 참석은 못했지만, 친구들의 모습을 떠올리며)
재구 12사우회
남한산성 총동창회 소감?
(작성자 금당맛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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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었다. 늙은 것은 사실이다. 그래도 늙었다고 생각하면 웬지 모르게 서글프다. 한 발 더 나가 늙어빠졌다는 생각이 들면 서글프다 못하여 비참해 지기까지 한다.
그래도 설렌다. 어디를 간다고 하면 설렌다. 아침 일찍 어디를 간다고 하면 날마다 아침 저녁 반반씩 나누어 수행하는 호흡을 전날 저녁 한꺼번에 몰아서 해치우기 때문에 시간도 많이 걸리고 몸에 무리가 온다.
반찬도 변변찮은 저녁식사 를 잘 마쳤다. 무엇이든 가리지 않고 잘 먹는 식성 때문에 먹는 문제로 신경을 써보지는 않는다. 그런데도 어제 저녁 무리를 해서일까 아침에 일어나니 몸이 영 시원찮다. 6시에 집을 나서야 하는데, 아침 먹을 시간도 없거니와 갑자기 입맛도 싹 떨어졌다. 몸이 아주 안 좋다. 자꾸 피로하고 누워버리고 싶다.
갈까? 말까? 그래도 가야지. 망서려지는 마음을 가야한다는 마음이 꽉 눌러 버린다.
가자! 몇 년마다 한번씩 드문드문 만나는 얼굴들이 그립다. 보고 싶다. 궁금하다. 얼마나 더 변했을까? 얼마나 더 늙었을까? 청소년 시절의 홍안의 얼굴, 청초하고 가련할 정도의 여친들 모습, 얼마나 달라졌을까?
이런 것들이 그립지도 않고, 보고 싶지도 않고, 궁금하지도 않다면 나는 익어가는 사람이 아니라 멍청하게 말라가는 사람이다.
나뭇잎이 익으면 꽃보다 아름다운 단풍이 되고, 나뭇잎이 마르면 볼품없는 가랑잎이 된다. 곡식이 잘 익으면 탱글탱글한 낟알이 되고 시들시들 마르면 쭉정이가 된다.
나무에 달린 열매가 시절을 잘 만나면 먹음직한 과일이 되고 바람과 우박을 견디지 못하면 보기 흉한 낙과로 전락한다. 하물며 만물의 영장이라는 사람이야 더 말해 무엇하랴!
가자! 가서 그리움, 궁금함 다 풀고 오자.
아침 7시에 동아쇼핑앞에서 대구 친구들을 태운 버스는 출발했다. 나처럼 그냥 익지 않고 마르기 싫어서 나온 동창들이 22명 그 중에서 남친 19명, 여친 3명이다. 대구 회장 김재일군이 시종일관 타고난? 코믹한 끼를 발휘해서 유쾌한 분위기를 이끌어 가는 지도력 진행솜씨가 돋보였다.
역시 타고난? 강골 안민수 총무는 전날 우리 회원들이 먹을 간식을 봉다리(봉지)마다 알찬 군것질로 꽉 채워 놓아 입이 심심치 않다. 뿐만 아니라 우리 일행이 타고 가는 버스요금은 남정달 회원이 거의 몽땅 지불하여 공짜 여행이다.
공짜, 공짜! 무슨 근거인지 공짜 좋아하는 사람은 머리가 다 빠져 대머리가 된다는데 그래서일까? 나도 대머리 대회에 나가면 탈락할 염려 따윈 안해도 될만큼 머리칼이 빠져 늘 모자를 쓰고 다닌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내가 지금까지 남에게 준 것보다 받은 것이 많으니까 당연한 귀결이다. 회장 외 김학성 김이우 회원도 금일봉 찬조해서 대머리 신세 면하려 애쓴 것 같다.
동창을 위하는 남정달 박사의 숭고한 우정은 이번에 또 <사랑의 미소> 링타이 선물로 빛을 내었다. 대구 친구들은 이미 받았지만 서울, 부산, 안동, 영주에서 참석하는 친구들을 위하여 링타이 선물을 준비했으니 나처럼 받기만 하는 사람은 백번을 죽어 다시 환생해도 못할 일이다.
이 것 하나하나 만드는데 울릉도 향나무를 구하여 판을 뜨고 조각칼로 새기고 다듬고 하느라 여자보다 더 섬세하고 예쁜 친구의 손가락에 물집이 생기고 꾸덕살(굳은살)이 박혀 손이 온통 험한 일만 하는 농삿군 손이 되었다. 천만금을 줘도 이런 우정은 사지 못한다. 12사우회 회원들은 이런 훌륭한 친구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치매 안 걸린다는 핑계대고 어제 참석했던 정다운 면면들을 각 지역별로 점검해 본다. (가나다 순)
(대구)
-권재기(투박한 얼굴의 맨재기)
-권종원(파룬궁 득도한 삼행시 도사)
-김경화(여자인 줄 알고 가슴 설레었더니 알고 보니 남자)
-김광남(사촌마을 600년 역사를 쓴 향토 사학자)
-김대운(서예의 달인 운수 대통한 사나이)
-김윤중(팔척장신에 크루즈를 타고 대양을 누빈 사나이)
-김이우(풍찬노숙이 무슨 상관 나는야 못말리는 자유인)
-김재일(여자를 기쁘게 하는 천부적 소질을 타고난 코믹한
사나이, 바둑의 신)
-김학성(대구의 산신령, 실제로 피테칸트로프스: 기묘생)
-남정달(사통팔달 통달한 진짜 박사, 자랑스런 한국인)
-박 홍(수필의 귀재, 숨어 사는 양반 선비)
-손성일(엄앵란 뺨치는 사모님 남편, 입담이 찰떡 같다)
-신대석(신립 장군 후손, 체구는 작아도 큰 바위 얼굴)
-안민수(백성이 편안해야 나라가 산다. 대작을 버리고
민수로 개명한 이유, 타고난 강골 산 사나이)
-윤상홍(수필의 대가, 첨단 기기 박사, 기술의 달인
상심마라 홍도야 오빠만 믿어)
-이태호(태산 같은 믿음 정이 많으면서도 호리호리한
몸매를 자랑하는 사나이)
● (故)전신웅(전신만신 사나이, 첨단기기 박사 기술자)
-최용식(첫정을 못버리는 순정의 남자. 묵묵히 시를 쓰고 페이스북을 종횡무진 누비는 사나이)
-하재웅(청안정사 독야청청 세파를 흘려보는 무심의 사나이)
-석옥자(돌을 깨고 갈면 옥이 되는 여자, 하법사 초등동창)
-신춘지(새봄이 오고 가도 언제나 꽃피는 여사)
-윤상희(수필의 대가. 12사우회 자존심, 음역을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소프라노)
(서울)
-강동원(전직 대학 학장, 동원통조림주식회사 회장)
-강정훈(전직 조달청장, 교수 박사, 문화유산에 필적하는
성서화 저자. 아름답고 곱게) 늙어가는 남자)
-김갑진(일편단심 애국애족, 보수의 상징)
-●(故)김민석(옥강~옥황상제가 강림하시는 좋은 이름 버리고 자나깨나 민생을 걱정하는 위대한 사나이)
-김우홍(세상을 유람하는 글로벌 김삿갓. 5000m 산정을 맨몸으로 등정하는 초강골 사나이. 우지마라 홍도야 오빠가 있다)
-김희열(기쁘다 구주가 오신들 이보다 기쁠소냐. 만능 기획 스무쓰한 추진력 부러워 미치겠다)
-남홍명(홍도야! 명년 사월 꽃피면 내 너를 찾으리라
기다리라 나는 영국 신사다)
-이한걸(섬세하고호리호리한 여성적인 호걸이다 너무 예뻐 늙기도 아깝다)
-정용한(지적이고 추상적인 위대한 시인. 성대포의
수제자. 올곧은 마음 늙지도 않는다. 팽팽한 얼굴 피부 부러워 환장하겠다)
-김경자(백합꽃처럼 환한 태극기 여사. 남성들의 곁눈질 아시나 모르시나)
-김영자(어릴 적 같이 놀던 옛친구 권상헌. 앞집 총각 뒷집 처녀 벌써 잊었는가?)
-심애자(박근혜를 능가하는 영남의 여걸. 세월을 못 만나
대통령은 못됐지만)
-심위규(세상을 주유하는 글로벌 멋쟁이. 가뭄을 막아내는 빗소리~낭만과 함께)
-정정자(故김태현이가 자주 회자하던 여사님, 맨재기와는
교생실습 동기였다. 추억은 아름다워)
그 밖의 분은 하도 세월이 오래 돼서 누구신지 몰라 죄송
(안동)
-김세호(세월아,호형호제하자 너만 가면 국물도 없다)
-김용달(서예의 대가. 두루두루 사무치는 쓸모있는 양반)
-권상헌(하느님 은총을 듬뿍 받고 누리는 만능 재주로
재능 기부하며 금당맛질을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 천국으로 만들어낼 의인)
-류중영(전형적인 양반 마을 무실의 빛난 얼을 만방에
선양하는 향토사학자요 터주대감)
-서금석(성악가에서 장로님으로 변신한 입이 무거우신 현대판 군자)
-송영길(충신 송상현의 후예? 의리와 정이 많고 강직한 품성 남의 칭찬에 후한 의인)
(영주)
-박수명(안사를 빛낸 명 지휘자. 만능 재주꾼. 입담도
수준급)
-이윤길(금당맛질 사위, 영문학 박사 청산유수 재담가)
-장건진(영주공화국 총통, 소백산 산신령, 소탈 담백
유머 기지가 넘치는 기인, 대문장가)
(부산)
-신정자(학창 시절 가을 배추 속처럼 훤하고 탐스럽던
인상 지금도 여전해요. 스토킹 걱정 말아요)
-안동순(안동에서 순수하게 보낸 토종 여사가 아니었던가?)
(경주)
-김수희(시를 사랑하는 여류 시인. 신라 천년의 미소를
세상에 알린 분의 며느님)
(2017년 9월 21일 삼성에서)
(출처 : Daum. 옮긴 이 註 : ●(故)-작고한 친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