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유 악기점
박남희
새를 말하려 하는 것이 아니다
시냇물을 말하려는 것도 아니다
새가 날아간 자리
시냇물이 흘러간 자리에 핀
꽃을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꽃이 시들어 떨어진 자리에 기어가는
개미를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개미의 행렬을 따라가다가 만나는
노을을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새가 날아가고 꽃이 진자리에도 끝끝내 남아
소리의 행방을 찾고 있는 그늘을 말하려는 것이다
조금 더 솔직히 말하면
그 그늘의 주인을 말하려는 것이다
이곳의 악기점엔 주인이 따로 없다 주인이 악기이고 악기점이다
온 몸에 소리를 숨기고 울음을 참아온 구름에게도 동무가 있다면
그 동무도 악기점이다
푸름을 떠받치는 것이 그늘이
그늘이 자라야 푸름이 무성해진다
악기를 켜는 일은 그늘 속의 소리를 찾는 일이다
그늘 속에서 오랫동안 잊고 산
어머니의 울음소리를 찾는 일이다
푸르다는 것은 그늘의 울음을 잊지 않는 것이다
그늘 속의 환유를 찾아 그 울음을 키우는 일이다
그리하여 울음 속으로 끝없이 미끄러지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