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에 이런 손님이 있었다.
호텔의 사전적 의미는 서양식의 고급여관을 말하며
여관이란 일정한 돈을 받고 여객을 묵게 하는 집이라는 뜻이다.
여기서 여객이란 여행하는 사람을 말하며 국내든 국외든, 사업이든 관광이든
여행을 목적으로 한 사람이 편히 쉬기 위한 장소가 호텔인데
우리나라는 옛날에는 기생관광으로, 요사이는 변종호텔 즉 모텔이
우후죽순 많이 생겨 숙박업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들 모두다
포주 비슷하게 취급하는 경향이 되었다.
심지어 동기들 조차도 호텔업이라 하면 첫째로 묻는 질문이 여자도 있냐고
음흉하고 의미심장한 듯한 웃음과 함께 여자 타령부터 먼저 한다.
물론 나는 대한숙박업중앙회 사상지회의 정회원(!^^)으로서 숙박업 종사자에 속하며
년1회의 공중위생법에 의거 위생교육도 받는다.
위생교육에 가서는 정수기 판매, 협회비 납부하고 아까운 4시간을 허비한다.
간단히 교육비만 내고 교재만 보내면 될 것을 바쁜 사업자들을 묶어 놓는다.
알고보면, 협회는 협회를 운영하는 경비가 필요하여 위생교육을 실시하는 것인데
관리인 봉급을 주기 위하여 관리실을 만드는 격이다.
각설하고,
호텔에 이런 사람(X) 손님이 있다.
객실에 새집 냄새가 난다는 고객
객실이 덥다거나 춥다는 손님
TV가 잘 안나온다는 손님
객실이 시끄럽다는 손님
시트에 똥도 싸고 오버이트하는 손님
객실료가 비싸다고 하는 손님
벨보이가 없다고 불평하는 손님
커피배달 안된다고 어문 유리컵 박살내는 손님
부산 원정와서 외도하면서 생일파티하다가 객실에 불 낸 손님
그러나 나는 무엇보다도 이런 손님이 가장 무섭다.
종업원이 불친절하다고 하는 손님이다.
중국관광객은 방1실에 꼭 2명이 투숙하는데 요즈음은 그래도 나은 편이나
객실내 부착되어 가져갈 수 없는 것을 빼고는 다 가져가는 경우가 많았다.
치약, 칫솔, 목욕가운, 빗, 컵, 슬리퍼, 타올, 심지어 헤어젤, 에프킬라까지.
나도 15여년전 사이판 여행갔을 때 그런 생각을 하고 가져 올 수 있었으면
목욕가운과 타올은 가져왔을 것인데.
세상은 돌고 도는 것인가?
기념으로 가져갔겠지 하고 TV 안가져간 것으로 위로한다.
일본인들은 인근 공단에 사업차 내한하는 비즈니스맨(관광객들은 시내나 해운대 특급호텔로 간다)들이 대부분인데 가격보고 객실보고 잠자보고는
좋으면 또 오는 것이고 불만이 있으면 다음에 오지 않으면 된다는 식이니
편하지만 무서운 고객이다.
좋은 소문은 가까운 고객만 데려오지만
나쁘다는 소문은 관계없는 고객까지 못오게 하기 때문이다.
이야기가 나왔으니 APEC 정상회의때의 일을 소개한다.
우리 호텔이 2005년 11월 APEC정상회의의 공식호텔로 지정이 되어
브루나이사람이 묵게 되었다.
국왕을 데리고 온 전용비행기의 기장과 승무원, 요리사의 숙소로 사용되게 되었는데
총 25실중 7명이 NO SHOW(예약했으나 나타나지 않은 고객)되어
11/16일부터 11/19일까지 4일간 최종 18명이 투숙하였다.
비행기 승무원이 그렇게 많은 줄 그때서야 알았다.
통상의 경우, 오후 6시가 넘으면 예약을 재확인하는데
국왕의 보안상 도착시간을 확인해 주지도 않고
그 날 오후 늦게 11시 넘어서야 체크인하는 것이었다.
사전에 투숙객 명단을 최종 확정해주면 NO SHOW된 부분은
우리가 판매할 수 있는데 오후 11시에 체크인하면서 7명이 빵꾸나니
그 시간대에 체크인하는 고객이 없어서 부득이 공실로 비워두어야 했다.
없어서 못파는 가장 성수기때 객실을 7실이나 그냥 비워두어야 하는 심정은
고시에 패스한 아들, 하숙집 딸에게 빼앗긴 엄마가
아끼다 똥 된 마음이상일 것이다.
하여간 그건 사전계약에 의해 위약금을 배상받기로 하면
될 것이라 생각하며 아쉬운 마음을 접으려 하는데
일행인 비행기 조리장이 이상한 상자 4개(개당 50킬로이상)을
가지고 와서는 2개는 냉동고에 1개는 냉장보관하여야 한다나?
저녁 12시도 넘은 시각에 그만한 냉동고와 냉장고를 어디서 빌리나
황당하기 그지 없었다.
그리고 기내식을 요리할 호텔내 식당 주방도 빌려 달라 한다.
호텔내 뷔페와 식당들은 다 퇴근하고 없으니 걱정이 태산이라.
무심코 본 큰 아이스박스같은 상자에 VVIP라고 써여져 있었다.
처음에는 몰랐는데 기내 조리장(작대기 2개)에게 물어보니
국왕이 기내에서 먹을 음식이라네.
뒤늦게 안 건데 VVIP가 Very Very Important Person의 약자이란다.
에그머니나!
객실도 7개 빵꾸내더니만 애물단지 하나 걸려 들었다 생각이 들었다.
그 놈의 상자 잘못되는 날이면 안기부 남영동분실이 문제인가?
이러니 나같은 사람은 바다이야기같은 배포가 필요한 사업은 절대 못벌인다.
할 수 없이 인근의 24시간 식당에 사정하여 냉장고 빌려 보관시키고
밤새 안녕한 지 노심초사하였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뷔페 식당 지배인이 출근하자마자
즉시 호텔내로 옮겼다.
마음속으로 이건 냉동, 이건 냉장
또 지배인에게 이건 냉동이고 냉장이오.
잘 보관하시오, 냉장고는 잘 돌아가요.
종업원보고 절대 못건드리도록 조심시키세요. 등등
오전오후 문안인사를 드렸다. 박스한테.
이건 완전히 주객전도다.
객실에 투숙한 독일인 기장과 부기장 기타 승무원보다
오직 박스 안전에 온 신경이 간다.
20년만에 아내가 첫임신을 하여도 그렇게 애지중지하지 않을 것이다.
도착 다음날 조리장이 나한테 SOS를 청하고
간단한 조리기구와 야채를 구입하러 같이 가잔다.
비용은 우리가 먼저 계산하면 정산해 주겠다 했다.
그래서 1분정도 거리에 있는 대형 할인점인 이마트로 데리고 갔다.
우리는 동네 마트가 이 정도 수준이야 하면서 목에 힘을 주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동남아 사람들 다 그렇지만 그 나라 사람들 얼굴 생김새도 짝달막한 것이
볼품없고 가엾이 보이는 터라 그리 해도 될 것 같았다.
그런데 그들이 주문하는 대로 물건을 다 사고 계산대에서
물건값을 계산하려는데 이 사람 나를 부르더니 물건값이 1백만원이면
150만원정도 청구하란다. 이게 무슨 황당 시튜에이션인가?
말인즉슨 자기네 나라 국왕 돈 많으니 많이 청구하라는 뜻이었다.
알아보니 볼품없는 국민이 사는 나라가 세계에서 제일 부국이라 하네.
아뿔사! 생김새만 보고 그 앞에서 대한민국 폼을 잡은 얄팍한 심사를 탓한다.
재벌회장이 티코를 타고 오는 격이니
어찌 호텔 벨보이가 문을 열어주겠는가?
드디어 노심초사의 3일이 지나고 그들이 귀국하는 날
오후에 국왕이 출국하는데 귀국하는 내일 오전 9시부터
기내식 요리를 준비하여야 하니 당일 오전 5시부터
문제의 냉동상자 고기를 해동시켜 놓으라는 주문이다.
이 말 전하니 부페 지배인은 잘못되면 그도 청와대에 불리어 갈 수 있다고
주방장과 조리과장을 호텔에 하루 재우며 대기시켰다.
그도 나와 같이 새(그렇다고 참새는 아니고 꿩 정도)가슴인 것 같았다.
당일 오전 5시가 못되어 부페식당 주방에 내려가니
벌써 주방장과 조리과장이 와 있다.
군기가 완전이 든 상태로.
청와대가 호랑이보다 무섭기는 무서운 모양일쎄.
그도 나와 마찬가지로 완전히 벼락치는 날 피뢰침 들고 서있는 꼴로
바짝 쫄아 있었다.
나는 안다. 그들 보관 음식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이슬람계통의 국민들은 소고기나 닭고기 등 식품을 아무거나 먹지 않는다.
반드시 사원에서 의식을 치른 고기만 먹는다.
만약 냉동이 잘못되었거나 분실이라도 되는 날이면
원재료를 구할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구서동 이슬람사원까지 가야되는데
누가, 언제 그 의식을 치른단 말이고?
하여간 고기 잘못되는 날이면
그 날 바로 나는 고기와 같은 신세로 나의 제삿날 의식부터 치러야 되는 셈이다.
다행이 알라신이 불쌍하게 여기셨는지 애물단지 무사하게 계시고
조리도 순조롭게 마쳤다.
덕분에 국왕이 먹을 닭요리를 맛볼 기회가 있었는데
그건 고기가 아니고 쫀득한 천상의 아이스크림을 먹는 기분이었다.
나중에 내 손자가 태어나면 나는
"이 할아버지는 브루나이 국왕 식사를 했다"를
토씨 좀 붙여서 이렇게 이야기할 것이다.
이 할아버지는 브루나이 국왕과 식사를 같이 했다고....
드디어 그 날 오후 2시경 체크아웃하여 떠나는데
사람은 뒷전이고 아까 요리한 것 챙기는데 온 신경을 다 기울이며
공항으로 떠날 차에 옮겨 실었다.
이제 걱정 끝이고 그동안 성심껏, 노심초사 대접했고
나도 조그만 애국을 한 것에 뿌듯한 마음이 들 순간,
조리장이 헐레벌떡 차에서 내려 달려온다.
국왕요리가 실린 아이스박스가 없다는 것이다.
조리장! 장가가는 놈이 뭐 떼놓고 간다더니.
조리장이 시퍼렇게 질려가지고 묻는데 있을 곳이라곤 그곳밖에 없어서
부페 냉장고에 가니 예의 그 아이스박스가 중풍환자처럼
턱하니 모셔가도록 기다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간이 떨어졌다 붙었다. 그도 나도 바쁜 하루였다.
국왕소유 롤스로이스 자가용만 1,000대 가량 되는 나라,
천연가스가 무궁무진한 나라,
국민 70%의 급료를 왕이 지급하는 나라,
그 나라의 국왕 전용기를 몰고 있는 승무원들이
언젠가 이 조그마한 동방의 나라,
우리나라 사람을 만났을 때
이 조그마한 정성을 잊지만 않고 이야기해 줄 수 있다면
그 고생의 대가는 충분히 보상받는 것이며 고마울 것이다.
굿바이! 브루나이
주: 이 글을 의성에서 고생하는 우리 동기 양준영사장에게 바친다.
첫댓글 ㅎㅎㅎ 한편의 픽션 같은 넌픽션 소설이네. 정말 고생많았수다 나중에 청와대에서는 무슨 감사의 인사라도 있었수?
그때 청와대는 성인오락실 상품권 업자 선정한다고 바빠서 신경을 못썼을걸^^
ㅎㅎㅎ,니 호텔에 그 오락실 안만들기 천만 다행이지....
전지 전능한 알라신이여!.고생한 원규에게 앞으로 계속하여 방이 꽉꺽 차게하는 행운을 내리소서.
아저씨는 다음글 준비하고 계시지요? 갈수록 흥미진진한 "약국에 이런 사람~ (3)" 히히
큰일났는데.준영이가 스트레스 주네.이젠 밑천이 바닥 나가는데 3편을 준비하라니.그만 이제 제대 해버랄까?
누구 맘대로?!!
당연히 그렇게 되겠지. 하여간 재미있게 읽었수. 등단하는 것 심각하게 고민해 보슈.
우와..국왕과 식사를 함께? ㅎㅎㅎ 후손들이 가문의 영광으로 생각 하겠네. 몇달 후에 각국 정상들로 부터 많은 호텔들이 감사의 편지와 선물들을 받았다던데 블루나이 국왕은 아직 소식이 없었나 보구만.. 조금 더 기다려 보시게 혹 롤스로이스라도 한대 보내 주려는지... 그래..수고 많았고 애국도 했네만..양 사장과 이 글은 무슨 상관관계가 있는지???? 또..의성 아니고 영천 ?틀렸나?
의성 맞지!!
정국장이 자유게시판에 올린 "약국에 이런 사람이 있다(2)"편의 양사장 리플을 참조하세요.
아하..호텔에 이런사람 꼭 있다!" 별도 게시 요청!! 이라는 댓글...접수.
어! 끝까지 열심히 읽었는데 마지막에는 소인께 이 글을 주신다니 머리가 띵~ 하요. 그라고 나도 남의 나라 호텔서 빗 같은거 쫌 갖다 쓴거를 고백하요. ㅎㅎ 약국도 2탄이 있었는데 앙콜!!! 입니다.
여기가 도시보다 나은 점도 있습니다. 크게 고생스럽지는 않소. 고맙소!!
아주 리얼한 넌픽션.. 잘 읽었습니다. 수익도 좋지만 신경쓰는 일이 생명 단축(?)시키는것 같아 우쩨 조금은..ㅎㅎ 아주 재미나게 잘 읽었습니다. 2펀을 기대합니다..
정사장..원규글이 넌픽션인것 같은데? 리얼한 픽션?ㅎㅎㅎ.어제 공치고 소주 쎄게 마싰나?
오직 사실만을 쓰며 친구간의 신의를 지키고 우의를 돈독히 한다. 단, 음악은 공짜로 듣는다. -민양이하그룹 임원일동- 픽션은 하나도 없습니다.(인용하면 인용한다고 써야지 안그러면 김병준파동납니다^^. 우리 홈피지기가 보통이 아니거든요)
다음엔 어느 나라 백성이 다녀갈런 지 차차기 APEC을 유치해 봐야겠다. 그런데 잠을 설쳐가며 간이 콩알만 해지도록 애썼는데 아직도 브루나이에선 초청한다는 소식이 없는가벼?
친구가 미국으로 초청해도 갈 시간이 없는데 그깟 브루나이에서 초정한다고 내가 간다? 택도 없는 소리입니다. 우헤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