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일요일 아침에는 가족들과 함께 집 부근 중앙공원에 산책을 나갔었다.
아파트주변 화단에 목련과 산수유가 꽃피어 있었고, 중앙공원에는 진달래와 개나리꽃이 활짝 피어 있었다.
봄이면 추억과 함께 떠오르는 꽃들이 많다.
어릴 적 구천리 뒷동산을 하얗게 뒤덮은 살구꽃과 빙계서원에 봄 소풍 갔을 때 흐드러지게 핀 벚꽃, 철들었을 때
목련꽃 아래에서 추억들, 논산 훈련소 갈 때 열차 차창밖으로 끝없이 이어져 보이는 노랗게 핀 개나리 등 많은
추억들이 있지만, 나에게 있어서 진달래는 어릴 적 소중한 추억과 함께 봄꽃으로 가장 와 닿는다.
중앙공원에 피어 있는 진달래꽃을 보면서 어릴 적 추억을 되돌아 보았다.
진달래를 어릴 적에 참꽃이라고 불렀었다.
우리 조상들은 먹을 수 있는 진달래 꽃을 참꽃이라 불렀고, 진달래와 비슷하지만 못 먹는 철쭉은 개꽃이라 불렀
다. 참꽃은 꽃이 먼저 피고 나중에 잎이 나지만, 철쭉은 꽃과 잎이 거의 동시에 피기때문에 쉽게 구별할 수 있다.
어릴 때 동네친구들과 아리갱분(원래 아래강변이었으나 경상도 발음으로 아리갱분으로 바뀐 듯) 건너편에 있는
마굿덤(마귀 산등성이에서 바뀐 듯)에 참꽃을 꺾으러 가곤 했었다. 그 산에는 참꽃 군락지가 있었다.
참꽃을 따먹으며 입술이 새파랗게 물들은 상태로, 우리는 꽃을 꺾었고, 참꽃을 한 아름씩 꺾어다가 집에 와서 빈
병에 꽂아 두곤 하였다.(당시만 해도 집에 변변한 꽃병도 없었다) 참꽃을 따러 산에 가면, 산에서 부는 찬바람이
옷 속을 스며들어 맨살에 닿는 기분, 폐부 깊숙이 들이키는 그 프레쉬한 느낌의 차가운 공기가 나는 좋다.
아버지께서는 봄에는 구천리 뒷산의 예수덤(예수:여우의 경상도 사투리, 덤:산등성이, 즉 여우 등성이로 옛날
에는 여우가 많이 살았나 보다) 부근에서 땔감용 나무를 해 오곤 하셨는데, 깔비나 나무를 지게에 가득히 지고
우리에게 주시려고 참꽃 몇 송이를 꺾어 나무등덜미 사이에 꽂은 채 그 먼길을 지게지고 오셨다. 참꽃을 보고
좋아 할 자식들을 상상하며, 무거운 지게짐도 아랑곳하지 않으시고 어깨에 걸친 수건으로 연신 땀을 닦으시며
쉬지 않고 기쁜 마음으로 오셨으리라. 마치 요즈음 내가 간혹 퇴근시에 애들을 위해 과자를 싸 들고 아이들의
좋아하는 모습을 상상하며 발길이 가볍듯이...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예나 지금이나 나는 감정표현에 익숙하지 못해서 "아, 참꽃이다!"라고만 하고 무덤덤하게
받아 꽃잎을 따먹거나 꽃꽂이를 하고 했다. 그 때는 왜 요즈음 애들처럼 기쁨과 고마움을 적극적으로 표현하지
못했을까?
우리의 시인들은 진달래를 어떻게 노래했을까?
굳이 소월의 영변 약산 진달래를 들지 않더라도,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노래가사에 나오는 진달래를 보면
- 동요 고향의 봄(이원수 작사)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 진달래
울긋불긋 꽃 대궐 차린 동네 그 속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
- 김성길의 봄이 오면(김동환 작사)
봄이 오면 산에 들에 진달래 피네 진달래 피는 곳에 내 마음도 피어
건너마을 젊은 처자 꽃 따러 오거든 꽃만 말고 이마음도 함께 따가주
- 이용복의 어린시절
진달래 먹고 물장구 치고 다람쥐 쫓던 어린시절에
눈사람처럼 커지고 싶던 그 마음 내 마음
아름다운 시절은 꽃잎처럼 흩어져
다시 올수없지만 잊을수는 없어라
- 정훈희의 꽃길
진달래 피고 새고 울면은 두고 두고 그리운 사랑
잊지 못해서 찾아 오는 길 그리워서 찾아 오는 길
- 백남숙의 연분홍 사랑
가슴에 싹이 트는 연분홍 사연이 봄맞이 진달래 꽃처럼 붉게 타네
내님은 어디에 내님은 어디에 쌓이는 그리움 기다리는 내 마음은
내 마음은 연분홍 사랑
- 박재란의 산넘어 남촌에는
산넘어 남촌에는 누가 살길래 해마다 봄바람이 남으로 오네 아~~~~~
꽃피는 사월에는 진달래 향기 밀익은 오월이면 보리 내음새
- 김란영의 기러기 아빠
산에는 진달래 들엔 개나리 산새도 슬피우는 노을진 산골에
엄마구름 애기구름 정답게 가는데 아빠는 어디 갔나 어디서 살고 있나
- 김용만의 청춘의 꿈
청춘은 봄이요 봄은 꿈나라 언제나 즐거운 노래를 부릅시다
진달래가 생긋 웃는 봄 청춘은 싱글벙글 윙크하는 봄봄봄
⇒ 이 노래는 중학교 때 체육선생님이셨던 이경수 선생님께서 봄 소풍 갔을 때 멋들어지게 부르셨는데..
아무튼 어릴 적 기억 저 너머에 있던 참꽃에 대한 추억 하나를 꺼내어 보았다.
그때 참꽃 같이 따던 친구들아, 이제 다시 만나면 진달래 꽃 가지 꺾어 수 놓으며 소주한잔 하세 그려..
첫댓글 참![꽃](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_7.gif)
따 먹으러 비봉산으로 갑시다![!](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54.g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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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이 경 수 선생님께서 멋들어지게 불렀지.한데,제목이 <청춘의 꿈> 이구나.난 -- '봄' 인줄 알았다. '마굿덤'은 '말' 키울 때 생기는 오물을 버리면서 쌓여져 '무덤' 같이 만들어진 곳이 아닐까? 히히,심심해서 시비 걸어 봤다^*^ 아니긴 아니겠다.퇴적물로 쌓아놀 게 있었겠나, 거름으로 썼겠지 그쟈?
친구가 똑똑하고 공부 잘한건 모르겠지만,어릴 때 부터 감수성 풍부하다 싶었는데 역시 'fresh'한 글을 써 내는구나! 우리 중학교 때 "고전반" 하면서 나하고 경쟁했던 게, 그 위력을 발휘하는가 보다 ㅋ ㅋ ^*^
당시 이경수선생은 김용만의 "청춘의 꿈"을 그 위쪽 박재란의 "산넘어 남촌에는" 박경관 선생이 멋드러지게 부르곤 했지요. 나이들고보니 사는게 만만치 않아 말그대로 그때가 봄날이 아닌가 싶으네요.ㅎㅎㅎ 선배님 그날 반가웠습니다. 내려올때 전화인사도 못드리고 왔는데 늘 건강하시고 다시 뵐날이 있을런지....
어릴적 아련한 추억, 회상, 봄향기 처럼 마음 뒤숭숭 설래게 해놓네 일도 하기싫은데 책임지고 소주 한타스 쏴라ㅋㅋ,밥갑구려 ~~
서울에서는 그것도 도심 속에서 철쭉은 많이 보지만 참꽃 보기는 정말 힘드네요..
명숙아 기명선배님따라 11일날 비슬산와라..거기참꽃엄청많타 .
마음이야 따라 가고 싶지~
마음이야 따라가고 싶은데...몸이 안따라준다는 말쌈~~ㅋㅋㅋ
어린 시절의 추억이 새록새록 ~~선배님의 이 글 다 모으면 멋진 책이 될 것 같아요.
워낙 정갈하게 잘 쓰셔서..교과서 읽는 기분이 드네요~!^*^ 빙계계곡에는 지금쯤 벚꽃이 피었겠네요..그 주변에 참꽃도....이경수선생님 안경너머 빠꼼한 눈으로 쳐다보며, 18곡 청춘의 봄을 신나게 부르던 모습이 선합니다...그립네요..정년퇴직하시고 뭘 하고 사시는지~~
참말로 여 오이 고향 냄새가 물씬 풍기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