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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이름은 적무강(2) 적무강과 철홍은 하성문에게 허락을 구하고 밖으로 나왔다. 어차피 이제 적무강도 할일도 없는지라 하성문은 흔쾌히 허락했다. 두 사람은 이야기를 나누며 길을 걸었다. 주로 이야기하는 쪽은 철홍이었고, 적무강은 주로 듣는 쪽이었다. 철홍은 한시도 쉬지 않고 많은 이야기를 했다. 그는 주로 자신이 들어간 참호대에 대해 이야기를 했는데 덕분에 적무강 조차 한 번도 보지 못한 참호대의 인원구성이나 대주인 광도수의 성격을 환하게 파악했을 정도였다. “정말 광대주님은 열혈의 성정을 조금만 죽였으면 지금쯤 더 좋은 곳으로 승진할 수 있었을 텐데. 하여간 그놈의 급한 성정 때문에 참호대처럼 일선부대의 대주로 있으니. 정말 아까워.” “후후······! 넌 어떠냐? 무공은 익힐 만하냐?” “말도 마라. 난 무공이라고 해서 대장간에 있을 때처럼 팔다리만 휘두르면 되는 줄 알았는데 머리도 좋아야 하더라. 그래서 지금 머리가 아파 죽겠다. 너도 알다시피 내가 그렇게 머리가 좋은 것은 아니잖냐. 요즘은 참호대들이 수련하는 진법까지 같이 병행하는데 덕분에 머리카락이 한 뭉텅이는 빠진 것 같아. 내 머리숱이 좀 줄어든 것 같지 않냐?” “그러고 보니 조금 줄어든 것 같기도 하다.” “그치? 내 그럴 줄 알았다니까. 아~! 정말 허무한 청춘이어라.” 적무강의 말에 철홍이 엄살을 떨었다. 친구의 엄살에 적무강은 그저 희미한 웃음만 지었다. 말은 그렇게 해도 철홍이 얼마나 노력을 기울이는지 잘 알기 때문이다. 철홍은 너무나 늦은 나이에 무공을 시작했다. 비록 그의 자질이 뛰어나다고 할지라도 절정무인이 되기에는 많이 늦었다고 봐야했다. 철홍 역시 그 점을 잘 알고 있었다. 때문에 그는 남들의 배는 수련에 투자했다. 그러나 아직 그가 햇병아리라는 것에는 변함이 없었다. 떠들다 보니 어느새 주루가 있는 골목에 도착했다. 골목길의 양옆에 쭉 늘어서 있는 주루들, 이곳이 바로 십자성의 유일한 환락의 공간이었다. 십자성은 기본적으로 남자들을 주축으로 이루어진 공간이었다. 수많은 남자들이 모여 있는 공간이다 보니 그들의 욕망을 풀어줄 필요성이 있었다. 때문에 십자성에서는 예전부터 이곳을 만들어 남자들의 욕구를 풀어주는 공간으로 활용했다. 그러나 적무강과 철홍이 들어간 곳은 청루나 홍루가 아니었다. 그들은 이곳 주루들 중에서도 가장 구석에 위치한 허름한 곳으로 들어갔다. 이곳은 적무강과 철홍이 술을 입에 대기 시작할 무렵부터 찾았던 단골술집으로 이름이 월하루(月下樓)였다. 그러나 이름만큼 풍취를 기대한다면 어리석은 일이다. 이곳은 단지 이름만 멋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어서들 와. 정말 오랜만이네.” 그들이 들어서자 오십대의 넉넉한 인상의 아주머니가 그들을 맞았다. 그녀가 바 로 월하루의 주인인 철낭낭이었다. 철낭낭은 외모에서 보이듯 무척이나 푸근한 성격의 소유자로 적무강과 철홍을 마치 자신의 친자식처럼 아껴 주었다. 철홍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여전히 월하루는 파리만 날리는군요. 그러게 다른 홍루나 청루처럼 기녀들을 들 이지요. 맨날 이게 뭡니까? 난 도대체 철낭낭이 뭘 먹고 살아가는지 모르겠다니 까. 매일 이렇게 파리만 날리는데.” “쓸데없는 소리하지 말고 자리에나 앉아. 그렇게 계속 수다만 떨다가 이곳에 있 는 파리가 네놈 입안에 들어가겠다.” “하하하!” “이층으로 올라갈 거지?” “두말하면 잔소리지요. 이층으로 늘 먹던 것 갖다주세요.” “알았다. 올라가서 기다리고 있어.” 매일같이 파리를 날려도 월하루의 이층은 무척이나 경치가 좋았다. 월하루는 매 우 절묘한 위치에 자리를 잡고 있어 이곳 환락가가 한눈에 들어왔다. 때문에 월하 루의 이층에 있으면 많은 구경을 할 수 있었다. 그들은 밖의 전경이 잘 보이는 창가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이곳은 월하루를 오 면 늘 그들이 앉는 자리였다. 수많은 남자들이 오늘도 하룻밤의 쾌락을 찾아 환락가에 몰려들었다. 적무강과 철홍은 월하루의 이층에서 그 모습을 내려다보았다. 문득 철홍이 말했다. “근데 넌 언제까지 철방에 있을 거야? 이젠 너도 무공을 익혀야 되지 않아?” “훗! 네 걱정이나 해.” “하여간 너의 속은 알다가도 모르겠다니까. 남자의 꿈은 뭐니 뭐니 해도 검 한 자 루를 들고 중원을 누비는 것 아니냐. 그러려면 십자성의 참호대 만큼 좋은 곳이 어디 있냐? 하여간 굴러들어온 복을 제 발로 걷어차다니.” 철홍의 눈은 어느새 몽롱해져 있었다. 고아로 자란 그의 꿈은 무림의 협객들이 그러하듯 검 한 자루에 의지해 중원을 누 비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제 참호대의 말단에 불과한 그가 독립을 한다는 것은 무 척이나 요원한 일이었다. 참호대가 비록 십자성의 얼굴이긴 하지만 그들에게는 영약이나 신병이기가 지급되지는 않았다. 참호대는 어디까지나 얼굴일 뿐 실질적 인 주력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것은 이곳 십자성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원래 중요한 것은 결코 밖으로 내보이지 않는 법이니까. 갑자기 철홍의 눈이 크게 떠졌다. 적무강은 철홍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렸다. 철홍의 시선이 닿은 곳, 그곳에는 사남일녀가 길을 걷고 있었다. 기품 있는 모습과 고급스런 의복이 한눈에 보기에도 그들이 범상치 않은 인물이 라는 것을 보여 주었다. 적무강은 그들을 바라보다 철홍에게 물었다. “누구야?” “아······! 넌 저들을 모르겠구나. 저들이 바로 이번에 십자성에서 새로 발족한 웅풍 대(雄風隊)의 부대주들이야. 하나같이 천하에서 알아주는 기재들이지. 정말 저들 에 비하면 난 새 발의 피밖에 안된다니까.” “음!” 철홍의 말에 적무강이 안력을 돋워서 다시 그들을 바라봤다. 그러자 그들의 모습 이 눈에 또렷이 들어왔다. “저들 중 가장 가운데 있는 풍채 좋고 인상 좋은 남자가 바로 백씨 세가의 차남 인 백만우야. 그야말로 검의 귀재라고 알려져 있지. 그리고 그의 왼쪽에 있는 남 자가 제갈호, 듣기로는 웅풍대의 지낭이라고 알려져 있어. 그 이외의 사람은 그 리 알려진 바가 없어. 아! 제일 뒤에 있는 여자 보이지? 그 여자가 바로 강소성 양 주서가의 장녀인 서문아야. 이미 몰락했다고 알려진 양주서가가 저 여인으로 인 해 부활할 거란 이야기가 돌만큼 대단한 재녀지. 또 저 미모 좀 봐. 정말 대단하 지 않냐? 여기까지 빛이 나는 것 같아.” 웅풍대는 요 근래 다시 준동하고 있는 천왕성에 맞서기 위해 십자성에서 심혈을 기울여 만든 조직이었다. 천하를 뒤져 절세의 기재 백 명을 뽑아 그들에게 온갖 영약과 신병이기를 지급했다. 십자성에서는 그들을 정예조직으로 키우길 원했다. 때문에 그들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크하~! 나도 웅풍대에 들어갔으면 소원이 없겠다. 저들은 기본적으로 일갑자의 내공을 지원받는다고 하더라구. 하긴 온갖 영약을 복용하는데 그 정도도 안 된다면 말도 안 되지.” 철홍은 몽롱한 눈으로 웅풍대의 사람들을 바라봤다. 그에게 있어 웅풍대는 감히 넘볼 수 없는 거대한 벽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그에겐 숭배의 대상이었다. 적무강의 시선은 웅풍대의 부대주들을 훑어 보다 서문아의 얼굴에 머물렀다. 순 간 그의 얼굴에 이채가 떠올랐다. 아름다운 얼굴, 무척이나 고아한 분위기, 그러나 그와는 어울리지 않는 그녀의 차 가운 눈동자를 보았기 때문이다. 분명히 동료들과 웃고 떠들지만 그녀의 눈은 차 갑게 빛나고 있었다. 때문에 그녀는 매우 독특한 매력을 뿌리고 있었다. 적무강이 그녀에게 시선을 때지 않은 채 물었다. “저들이 웅풍대의 부대주들이라면 대주는 누구지?” “대주? 이건 비밀인데 특별히 너니까 알려줄게. 웅풍대의 대주는 바로 이곳 십자 성의 소성주인 마정옥 대공자야. 마정옥 대공자가 십자성의 후계자라는 것은 변 함없는 사실이니까 그의 직속 부대인 웅풍대 역시 차기 권력의 핵심에 가장 근접 해 있다고 보는 게 옳을 거야.” “마정옥이라······.” 적무강이 나직하게 중얼거렸다. 마정옥은 이제 이십대 초반의 남자로 현 십자성주인 마영백의 뒤를 이을 강력한 후계자로 떠오르고 있었다. 아직까지 외성은 물론 내성에서조차 그를 본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하지만 그를 본 사람들은 한 결 같이 입을 모아 말했다. 천하에 서 그보다 더 완벽한 사람은 없을 거라고. 문무겸전은 물론 외모까지 천하제일이라고 불리는 남자, 그가 바로 대공자 마정옥이었다. 천하가 뒤집어 지는 일이 없는 한 그가 십자성주에 오른다는 것은 결코 변하지 않는 사실이었다. “음!” 그때 적무강이 나직하게 신음을 터트렸다. 그러자 철홍이 물었다. “왜 그러는데?” “아무것도 아냐!” 적무강은 가볍게 손을 흔들며 별일 아니라는 듯이 웃었다. 그러나 그는 무척이나 놀란 상태였다. ‘분명히 나의 시선을 느꼈다. 그 거리에서······.’ 조금 전에 서문아는 적무강을 똑바로 쳐다봤다. 그것은 분명히 그녀가 적무강의 시선을 느꼈다는 말이기도 했다. 그녀와의 거리는 이십여 장, 그 정도의 거리에 서 시선을 느꼈다면 그녀의 수준이 범상치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였다. 곧 시선을 돌리기는 했지만 서문아는 적무강이 있는 곳을 정확하게 바라봤다. 순 간 적무강은 아찔한 느낌을 받았다. 그것은 무어라 형용할 수 없는 종류의 느낌이 었다. 그러나 이내 서문아 고개를 돌렸기에 그 이상은 그녀의 얼굴을 볼 수 없었 다. 서문아를 비롯한 웅풍대의 부대주들은 월하루 근처의 주루로 들어갔다. 때문에 더 이상 그들의 얼굴을 볼 수는 없었다. 그리고 그때 철낭낭이 술과 안주를 들고 나왔다. 그녀가 탁자위에 음식을 차려놓고 내려간 후 두 사람은 술잔을 기울였다. 철홍이 푸념을 했다. “세상은 너무 불공평해. 누구는 선택을 받아 저렇게 온갖 혜택을 모두 받고, 누구 는 죽을 둥 살 둥 무공을 익혀도 그들의 발끝에도 미치지 못하니.” “후후~! 또 신세타령이냐?” “그래! 신세타령이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어떻게 살아가겠냐? 우리 같은 사 람이야 아무리 노력해도 한계가 있는 걸. 나도 좋은 집 자식으로 태어났으면 저 들 못지않게 잘할 자신이 있다.” 사실 이 시대에 신분의 상승을 꿈꾸는 것은 그야말로 한낱 꿈에 불과하다. 일반 무인이 제아무리 무공에 대한 재질이 뛰어나다 할지라도 온갖 혜택을 받고 수련을 하는 명문가의 자제들을 뛰어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철홍은 무척이나 아까운 사람이었다. 비록 자질은 뛰어나지만 그가 익힐 수 있는 무공은 한계가 있었고, 또한 내공 또 한 한계가 있었다. 더구나 무공을 익히기 시작한 나이가 너무 늦어 절정에 오르기 는 힘이 들 것이다. 그에 반해 웅풍대의 대원들은 모두 좋은 집안에서 태어나 어 려서부터 수많은 혜택을 받았고, 훌륭한 무공을 일찍부터 배웠다. 거기에 십자성 에 발탁되어 체계적인 수련과 함께 수많은 영약과 절세 비급을 지원받으니 어찌 철홍이 그들을 따라잡을 수 있겠는가? 이미 그가 웅풍대를 따라잡을 수 있는 가 능성 따위는 추호도 없는 것이다. “조금 있으면 마정옥 공자의 스물두 번째 생일이다. 아마 성주께서는 이번 기회 를 빌려 대공자를 후계자로 선포할 거야. 그렇게 되면 이 거대한 성이 대공자의 것이 되는 거지.” “음!” “정말 선택받은 사람이야.” “후후~! 넋두리는 그만하고 술이나 마시자.” “아! 내가 너무 신세타령만 했나? 그래 술이나 마시자. 건배!” 창! 두 사람은 술잔을 부딪쳤다. 술이 들어가자 금세 목구멍이 화끈해졌다. “크으~! 좋다. 정말 철낭낭의 술은 정말 최고라니까. 지금 그들이 마시는 것은 철낭낭이 비전의 솜씨로 만든 죽엽청주로 이곳 월하루 의 손님이 아니면 절대 마실 수 없는 것이었다. 때문에 적무강과 철홍은 우연히 이곳에서 죽엽청주를 마신 후 술을 마실 때는 반드시 이곳으로 왔다. 본래 죽엽청주는 산서성 특산의 술이기에 적무강은 철낭낭이 산서 사람이 아닌 가 짐작을 했다. “그런데 영감님은 이제 철방에 나오지 않는 거냐? 요즘 통 안보이시던데.” “음! 이제 늙으셔서 기력이 많이 떨어지셨으니까. 하지만 가끔 나와서 작업하시 는 것을 지켜보시기는 해.” “그래! 이제는 편히 쉬실 때도 되었는데. 하아저씨도 있고, 너도 있으니 이제 철 방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잖아.” “아직 나는 멀었어. 그분과 나의 실력은 아직 비교조차 할 수 없으니까.” “헤~! 그래도 내가 보기에는 네 실력이 천하제일이야.” 그들이 말하는 사람은 하가철방의 주인인 하노인이었다. 적무강의 실력은 모두 하노인에게서 물려받은 것이다. 그러나 아직 적무강의 실력은 하노인에게 못 미 쳤다. 분명 외적인 실력으로는 하노인과 대등했으나 아직 적무강은 한 가지를 갖 추지 못했다. 그것은 바로 연륜이었다. 오랜 세월 쇠와 함께 호흡을 해온 하노인의 실력은 쇠를 구분하지 않는다. 어떤 쇠라도 그의 손에 들어온다면 그는 그 성질 그대로를 살려서 필요한 물건을 만들 었다. 그러나 그는 일상적인 물품을 주로 만들었지 검이나 도 같은 살상무기에는 거의 손을 대지 않았다. 만약 그가 검이나 도를 만들었다면 내성에 있는 철방은 모두 문들 닫아야 했을 것이다. 하노인은 그야말로 십자성의 숨겨진 명장이었다. 적무강은 다시 술잔을 들이켰다. 아직 그가 원하고자 하는 바를 이루기에는 실력 이 모자랐다. 철방의 사람들이나 철홍은 그의 실력을 추켜세우지만 적무강 본인 은 결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후~! 어차피 평생을 걸어도 모자랄 길,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자.’ 적무강의 상념이 계속되는 가운데 어둠이 내려앉기 시작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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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고맙습니다
즐감 하고 갑니다
ㅎ늘 감사 히 잘읽고 갑니다
즐독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