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밤
이호우
낙동강 빈 나루에 달빛이 푸릅니다.
무엔지 그리운 밤 지향없이 가고파서
흐르는 금빛 노을에 배를 맡겨 봅니다.
낯익은 풍경이되 달 아래 고쳐 보니
돌아올 기약없는 먼 길이나 떠나온 듯
뒤지는 들과 산들이 돌아돌아 뵙니다.
아득히 그림 속에 정화(淨化)된 초가집들
할머니 조웅전(趙雄傳)에 잠들던 그날 밤도
할버진 율(律) 지으시고 달이 밝았더이다.
미움도 더러움도 아름다운 사랑으로
온 세상 쉬는 숨결 한 갈래로 맑습니다.
차라리 외로울망정 이 밤 더디 새소서.
- <문장>(1940) -
해 설
[ 개관정리]
● 성격 : 평시조, 연시조, 서정시, 낭만시
● 표현 : 선경후정의 구조
정중동(靜中動)의 이미지
● 중요시구 풀이
* 낙동강 빈 나루에 달빛이 푸릅니다 → 고요하면서도 적막한 정서
* 금빛 노을 → 달빛에 반짝이는 물결을 은유적으로 표현
* 돌아돌아 뵙니다 → 옛날을 회상하는 자아의 아쉬움과 그리움의 정서
* 정화된 초가집 → 속세의 더러움이 깨끗이 씻어진 초가집
* 조웅전 → 옛날 이야기, 우리나라 고전소설 작품
* 율 → 율시, 한시의 한 형태
* 온 세상 쉬는 숨결 → 온 세상 사람들이 한 마음이 되는 세계
* 이 밤 더디 새소서 → 환상의 세계에 더 오래 머물고 싶은 화자의 심정을 표출한 말
● 주제 ⇒ 평화롭고 아름다운 세상에의 염원
[ 시상의 흐름(짜임) ]
● 제1수 : 달밤에 배를 타고 나가는 정경
● 제2수 : 배를 타면서 보이는 강변의 정경
● 제3수 : 평화롭던 어린시절의 추억 회상
● 제4수 : 평화롭고 아름다운 세상에 대한 간절한 염원
[ 이해와 감상의 길잡이 ]
이 시조는 작자가 1940년 7월 <문장>지에 발표한 첫 작품으로, 혼탁한 갈등과 억압의 세계를 벗어난 평화로운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보여 준다. 낙동강에 배를 띄우고 평화로웠던 어린시절의 추억을 회상하며 '달빛'처럼 아름답고 사랑으로 가득찬 세상을 기대하고 있다. 일제 하의 여러 시들에서 볼 수 있는 어두운 이미지의 '밤'과는 달리 이 시조는 머물고 싶은 밝은 이미지의 밤인 것이다.
제1연은 달밤에 배를 타고 나가는 상황을 제시했다. 제2연은 배를 저어가면서 보이는 강변의 정경을 표현한 것이다. 종장의 '돌아 돌아 뵙니다'라는 구절을 통해 무엇인가 아쉬움이 남는 마음을 드러내고 있다. 제3연은 아득히 보이는 초가집들을 매개로 동심의 세계로 돌아가 평화롭던 어린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고 있다. 제4연에는 시인의 간절한 염원이 나타나 있다. "차라리 외로울망정 이 밤 더디 새소서"라는 종장의 표현에는 달빛으로 온 세상이 정화된 달밤처럼 평화롭고 아름다운 세상을 간절히 소망하는 시인의 심경이 잘 드러나 있다.
[작가소개]
이호우[李鎬雨]
출생 – 사망 : 1912년 ~ 1970년
성격 : 시인
출신지 : 경상북도 청도군
성별 : 남
본관 : 경주(慶州)
저서(작품) : 달밤, 비가 오고 바람이 붑니다, 이호우시조집
대표관직(경력) : 대구일보 문화부장
<정의> 1912∼1970. 시조시인.
<개설>
본관은 경주(慶州). 아호는 본명에서 취음하여 이호우(爾豪愚)라 하였다. 경상북도 청도 출신. 아버지는 이종수(李鐘洙), 어머니는 구봉래(具鳳來)이며, 누이동생 이영도(李永道)도 시조시인이다.
<생애 및 활동사항>
향리의 의명학당(義明學堂)을 거쳐 밀양보통학교를 졸업하고 1924년 경성 제1고등보통학교에 입학하였으나, 1928년 신경쇠약증세로 낙향하였다.
1929년 일본 도쿄예술대학에 유학하였으나 신경쇠약증세 재발과 위장병으로 학업을 포기하고 다음해 귀국하였다. 1934년에는 김해(金海) 김씨 김순남(金順南)과 혼인하였다.
광복 후 『대구일보』 편집과 경영에 참여한 것을 시작으로 1952년 대구일보 문화부장·논설위원 등을 지냈고, 1956년에는 대구매일신문 편집국장 및 논설위원을 지냈다.
한편으로는 시작 활동을 하여 지방문화 창달에 공적을 남기기도 하였다. 시작 활동은 1939년『동아일보』 투고란에 「낙엽(落葉)」을 발표하면서부터 시작되었으며, 1940년 『문장(文章)』 6·7호 합병호에 시조 「달밤」이 이병기(李秉岐)의 추천을 받음으로써 본격적으로 전개되었다.
작품집으로는 첫 시조집 『이호우시조집(爾豪愚時調集)』이 1955년영웅출판사(英雄出版社)에서 간행되었다. 이어 누이동생 영도와 함께 낸 시조집 『비가 오고 바람이 붑니다』 중의 1권인 『휴화산(休火山)』(1968)을 발간하여 화제를 모으기도 하였다. 이것은 『이호우시조집』 이후의 작품들을 모아 엮은 시조집이다.
그의 시조관은 『이호우시조집』 후기에 잘 나타나 있다. 그는 여기서 한 민족, 한 국가에는 반드시 그 민족의 호흡인 국민시가 있어야 하는데 그것을 시조에서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국민시는 간결한 형(型)과 서민적이고 주변적이며 평명(平明)한 내용을 갖추어야 한다고 하였다. 이러한 태도는 그의 작품에 잘 반영되어 있다.
추천 작품 「달밤」에는 이러한 점이 잘 나타나고 있는데 “아무 억지도, 꾸밈도, 구김도 없다.”는 선자(選者)의 말과도 같이 범상적인 제재를 선택하여 평이하게 쓴 것이 특징이다.
이러한 범상적 제재와 평이성이 초기 시조의 세계라면, 후기 시조 『휴화산』의 시편들은 인간 욕정의 승화와 안주하는 경지를 보인 점이 특색이다.
한마디로 한국의 고전적 시조를 현대 감각이나 생활 정서로 전환시켜 독특한 시적 경지를 개척한 것이 시조 시단에 남긴 공적이라 할 수 있다. 편저로 『고금시조정해(古今時調精解)』가 있다.
<상훈과 추모>
1972년 대구 앞산공원에 시비가 세워졌다. 1955년 첫 작품집인 『이호우시조집』으로 제1회 경북문화상을 수상한 바 있다.
<참고문헌>
「정형에의 향수와 일탈」(김창완,『한국현대시문학대계』22, 지식산업사, 1983)
「이호우론」(한춘섭,『시조문학』, 1976.12.)
「이호우론」(김윤식,『현대시학』, 1970.8.)
「이호우론」(김제현,『현대문학』, 1970.3.)
[네이버 지식백과] 이호우 [李鎬雨] (한국민족문화대백과, 한국학중앙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