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6월 17일
합천 가야산
주중에 휴가를 내어 설악산을 다녀왔다.
시작부인 한계령의 잔뜩 찌푸린 날씨와 곰탕조망탓에
체력단련이나 하고 오겠구나라는 낮은 기대치가 있었는데,
대청의 마루에서 빚어지는 형언하기 어려운 작품을 만끽하고 돌아왔다.
그 첫 사진으로 이틀 후인 오늘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런대로 몸이 풀린 느낌으로 차에 올랐다.
살이 빠졌다는 주변의 평을 인사치례로 받는다.
그렇게 드라마틱하지는 않을텐데...
자주 뵙던 분들이 몇 분 안보이시네.
정들 먼들 회장님 내외분, 다큐대장님도 안보이시지만,
다수의 친숙한 분들과 변함없는 끈끈한 교감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오늘 아토산 산악회가 같은 코스를 잡았다는 이야기를 오래전에 전해들었다.
우리가 40분 뒤 시간으로 기획이 되어서,
부지런히 오르면 그들이 식사하고 있는 시간 정도에 마추질 수 있겠다는 기대가 있었다.
같은 팀으로 안해도, 산행하다 만나면 늘 반갑고 즐겁다.
여름의 가야산은 처음인데....
이력을 살펴보니, 가을과 겨울에 두번씩 다녀왔었다.
(왠지 더 많이 다녀온 것 같은 익숙함이 있었는데... ^^)
오늘 A코스는 2014년에 만물상코스가 몇십년만에 개방한다는 이슈로 붐을 탈때, 한번 다녀왔었는데,
가을 단풍시기라 곳곳 정체의 혼돈속에서 진행했던 기억과,
만물상을 넘어가는데 힘들었던 기록이 있다. 물론 감동은 좋았고.
그 때의 기억을 살려 5시간 반으로 설정해 놓은 A코스 시간이 조금 타이트하다는 의견과
만물상을 우회하여, 용주골코스로 쉽게 올라 A코스와 합류하는 것도 좋으니 좀 약하신 분들께 권할만 하다는 의견을 현대장께 드렸는데,
다들 만물상의 기대가 큰 탓인지, 백운동 출발 팀은 모두 단일 코스로 힘차게 닻을 올렸다.
다만 시간은 6시간으로 약간은 좀 더 확보되었다.
도착하여 하차하고 있는데, 어째 주위가 낯설어서 지도를 연다.
아하~ 약간 아래의 가야 휴게소라는 곳이구만.
윗쪽에 널찍한 주차장에서만 시작을 해봤는데, 뭐 거기나 여기나.
B, C코스 가야하니,
단체사진을 찍고, 즐겁게 들머리를 향하여 오른다.
하늘은 파랗고, 비쥬얼만 놓고 보면 큰 어려움 없이 진행될 거 같은 형국이었으나,
10시가 안된 시간인데도, 태양이 내뱉는 에너지가 약간 부담을 준다.
가야산 신화공원으로 오른다.
신성한 의식을 하듯 여기서 내려다 보이는 조망을 카메라에 담는다.
이제 진정한 시작이다.
도로를 따라올라, 만물상 입구까지 거침없이 오른다.
미처 아까 단체사진 촬영에 불참하신 충곡님이
사진 안찍냐는 물음과 함께, 촬영 불참에 아쉬움을 표하신다. ㅎ
B, C 코스 분들은 사진만 찍고, 다시 차에 올라 각자의 행선지로 가셔야 하기 때문에,
순식간에 진행된 절차이긴 했다. ㅎㅎ
자 올라볼까아~~
살짝 들머리를 놓친 척 하면서 편하게 포장길을 따라가면서,
용주골로 오를까 하는 사악한 마음도 생길법 하지만,
아직까진 만물상의 화려함에 대한 기대가 더 크다.
모두 힘차게 가파른 만물상 들머리로 발길을 돌린다.
가파른 경사에 다들 말소리가 잦아들고, 호흡의 소리가 점점 거칠어 간다.
나는 그제 서락의 거친 서북능선을 타고 온 다리 덕인지, 일단 편하게 시작을 한다.
오래지 않아서, 주변의 흙기가 옅어지면서, 맨 돌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서서히 만물상의 모양을 보여주려는 듯.
얼마 안되어 저 위의 산등성이와 파란 하늘이 함께 보인다.
이때만해도 뭐... 금방이겠지.. 하는 안일함이 있었다.
올인대장님이 앞에서 힘차게 오르시는데,
나중에 들으니, 대기상태여서, 참석을 못하는 걸로 아시고,
금요일 밤 무리한 운동을 하다가, 암표가 생겨 급참 하시는 상황이라,
몸이 상당히 훼손된, 준비되지 않은 상태로 와서 애로사항이 있으시다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페이스는 여전히 선두권이다. 관록이 대단.
깨끗한 국립공원이라 쓰레기도 없을 거라시더니, 일찌감치 봉지에 쓰레기가 의미있는 양으로 채워져 간다.
뒤를 돌아 나한테 음료를 권하는데, 일단은 시작부라 고사를 한다.
"뒤돌아 보는 센스를 발휘하시고오~~"
뒤따르면서 모델을 청해보기도 하고.
만물상의 도입부가 이렇게 서서히 우리의 기대를 달구고 있다.
아직은 체력도 괜찮다.
이따금 나오는 조망속의 바위와 능선이 가슴을 뛰게 한다.
한껏 물오른 포즈솜씨도 발휘해 본다.
오늘 세명의 산대장이 와서, 앞에는 바른길대장님, 내가 중간, 현진아빠 수석대장님이 후미를 서는데,
어째 서서히 뒤쪽으로 무리가 몰리는 형상.
시간이 낮을 향하면서, 햇살의 열기가 올라오고, 바람은 야속하게 미동정도.
파란하늘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만물상의 조각품과 산세의 형상은 훌륭하긴 한데,
체력이 쉬이 고갈되어간다.
"아토분들 만났어요~"
듣던 중 반가운 바른길 대장님의 무전.
40분 앞서 진행했던 아토의 꼬랑지가 잡힌 모양이네.
그럼 좀 더 힘을 내어 얼굴이나 볼까나~~
"아하~ 천천히 진행하시라 하세요~~~"
먼저 나타난 분들은 나도 생소한 분들이라, 적당히 반가움만 주고 받고 지나가는데,
가까운 위쪽에서 낯익은 분이 내 시야에 들어온다. ㅎㅎ
"백리향 고문님~~~!!"
항상 대포카메라를 들고 온갖 산의 구석구석을 담고자하는 의욕이 강하신 분.
나에게 포즈를 요구하고
"니 얼 쌍 크으~~!!"
하나 둘 셋 넷의 중국어 같은데, 좀 이상하다.
의도하는 중의적인 뜻은
니 얼(굴) 쌍(당히) 크으(어) 란다.
찍힌 후, 내 폰 카메라로 화답을 한다.
ㅎㅎ 늘 인상적인 포즈라 여기서도 한 컷 소개를 한다.
마음에 들면 따라하셔도 될 거 같고. 난 한동안 따라한 적이 있다.
체력이 소진이 되어 속도가 그리 나지 않는다.
앞에서 올인 대장님도 고전하고 계시는 듯 한데, 차분히 그 뒤를 숨을 고르면서 오른다.
냉동실에 넣어둔 본가에서 넘어온 떡이 있었는데,
얼마전에 산에서 식사 대용으로 써 보았는데, 아주 만족도가 높았어서,
오늘도 포장된 떡을 한 웅큼 집어왔다.
시간은 좀 이르지만, 일단 그늘에 앉아 잠시 쉬면서, 취식.
체력이 제법 살아나는 듯 하다.
올라가면서, 힐끔힐끔 뒤돌아 볼때 펼쳐지는 만물상의 모습이
수시로 감동을 일으킨다.
마침 지쳐서, 쉴 겸 해서 수시로 조망을 카메라에 담는다.
서성대에 근접하면서 서서히 울퉁불퉁한 암릉의 기운이 잦아들고,
육산의 기운으로 전환되면서,
다채로운 만찬을 즐기시는 아토의 중심멤버들을 본다.
아낌없이 무언가 주려는 넓은 마음을 애써 고사를 하면서, 담소나 즐기고 있다가,
머리에 좋다는 거나 먹고 가라고 하여, 뭔가 보았더니, 호두 견과류.
"사람이 적당히 잊어야지 그렇게 기억을 잘 하면 안돼여~"
"빌려준 돈은 필사적으로 기억해야지~"
서성대 도착. 크~ 벌써 2시간이 지났네.
일단 가져온 떡은 반을 소진을 했고, 적당히 올라서, 나머지를 처리.
밑에서 용주골 코스는 여기 서성대에서 만난다.
4차례 온 중 세번은 그렇게 용주골 코스로 편하게 오르고, 한번만 만불상코스로 왔었는데,
거의 1시간에 가까운 시간 차가 나는 거 같다.
여기서 부터는 좀 편하다가, 정상까지 계단을 치고 오르긴 하는데,
만물상 코스에서 처럼 오르내림이 있지는 않아서, 크게 애로사항은 없어보인다.
여기서 부터 펼쳐지는 조망도 참 좋다.
조망을 담으면서 쉬면서... 를 반복하며 서서히 정상과의 고도차를 좁혀 나간다.
뒤에서 후미를 보시는 현진아빠 대장님이
생각보다 고전하는 상황에 당황되는 듯. 평소보다 말 수가 적다. ㅎ
수시로 대화를 청하는 무전에 상당수는 씹히다가, 어쩌다 새어나오는 소리는
"무전기 들 힘도 없습니다!!"
혹은 "중탈이 이어지고 있슴다~~"
보아하니, 만물상을 넘어서고 나서, 목표달성으로 치고 용주골로 내려가는 팀이 생긴 거 같다.
사실 만물상 만으로도 훌륭한 감동이긴 하다.
오늘같이 더운 날 말고, 날 좋을때 정상은 찍으면 되는 것이지.
산은 그대로 있으니.
만물상이 아기자기한 형상의 조각품의 전시장이라고 한다면,
그 위는 굵직한 암반위의 거친 피부가 특색이라고 할 수 있겠다.
사다리나 데크를 둘러멘 남성미 넘치는 큰 바위들이 연이어 앞을 가로막고 있다가,
길을 내어주면서, 아래에서 잘가라고 인사를 한다.
첫댓글 앞에서 간간히 뒤돌아보면 다소 무거워 보이는 발걸음인가 싶은데 저력이 대단함을 다시 느꼈습니다. 수고했어요. 감사합니다.
참 힘들었어요.
뒤에서 따라가면서, 정상컨디션이 아니심에도 선두권에서 진행하시는 모습에 든든함과 대단함을 느꼈습니다.
늘 건강하세요.
산행후기 잘보고 갑니다
이렇게 멋진 후기는 처음입니다ㅎ
수고하셨습니다 ~~
일기 쓰는 거에요~~^^
기억에 오래 남겨둘라고 구체적으로.. ^^
오우~
후기 즐감요
서락과 가야산
한주에 명산 2곳이나 찍으시고
좋은 기운 받아서
좋은일이만 가득 하시길요~
저는
뜨건 여름 날씨에 가야산 산행
개인적으로 좋아 하는데
못가서 아쉬웠내염~^^
오늘은 속리산 문장대로 마무의리.
몸이 좀 쉬게 해달라는 느낌. ^^
힘드네요.
무전기 잃어버렸다가 찾고 타산악회 무전기 습득하고ㅋㅋ더위 먹은 모양
타산악회 무전기 주워 전달했으니,
우리 무전기 분실 잘못은 상쇄.
무죄입니다.
오늘 후미에서 거의 반이상의 회원님들 끌고 다니신 듯 한 느낌이었는데,
수고 정말 많으셨습니다. 수석대장님~~^^
설악산에 이어 가야산, 그리고 문장대까지 정말 대단하십니다요. 그런데 다이어트 너무 심하게 하시는거 아닙니까요?^^
일기 잘 읽었습니다.^^
어쩌다 일정이 그렇게 된거죠~
이번에 좀 더 대화할 기회가 있어서 좋았습니다.
종주하시느라 수고 하셨습니다.
제사진도 있네요. 감사합니다. 재밌는 산행기 즐독이요.
감사합니다. 걷다보니 주변에 사람들이 적어서 힘들었던 느낌이나 주저리 열거한 느낌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