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프로 스포츠는 외부 요인에 민감하다. 국제 대회에서의 성적이 리그 흥행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다. 이번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는 프로야구가 최고의 수혜자로 떠오르고 있다. 프로축구는 기대에 미치지 못한 올림픽 대표팀의 성적표 탓에 전혀 플러스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올림픽 호재'를 기대하기 어려운 K리그
야구 대표팀은 대회 기간 동안 전 국민에게 감동과 재미를 안겼다. 미국, 쿠바, 일본 등 내로라하는 야구 강국들을 줄줄이 물리치고 들어올린 금메달은 모든 팬에게 박수를 받을 만 했다. 프로야구가 '올림픽 특수'를 기대하는 것은 전혀 무리가 아니다. 총 504경기 중 383경기를 치른 25일 현재 이미 입장관중 수는 지난해에 비해 20% 증가했다. 목표였던 500만 관중 돌파는 물론이고, 역대 최다관중기록(540만6374명)도 훌쩍 넘어갈 수 있으리란 전망도 나온다.
지난 2005년 5월 수원-첼시전을 보기 위해 구름관중이 수원월드컵경기장을 가득 채우고 있다. 제공 | 수원 삼성 |
이와 반대로 K리그의 2008 베이징올림픽 특수는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이번 올림픽 성적표는 앞으로 K리그 흥행에 오히려 악재로 작용할지도 모르겠다. 이번 올림픽에서 축구대표팀은 최선을 다했음에도 팬들에게 어필하고 감동을 선사하는 데 실패했다. 경기력은 차치하고라도 그동안 한국 축구의 트레이드 마크로 여겨지던 투지와 승부 근성마저 실종됐다는 분석이 나올 정도였다. 올림픽 대표팀의 근간을 이루는 프로축구 선수들에 대해서도 색안경을 낀 시각이 늘어났다. 사실 프로축구 선수는 한국 엘리트 체육 선수 중 최상급의 대우를 받는다. 평균 연봉이 9500만원(2007년 12월 K리그 중장기 발전계획 공청회 자료 참조)에 이른다. 단연 타 종목을 압도한다. 올림픽 때 유행한 '축구장에 물 얼려라 김연아 스케이트 타게', '축구장 골대 줄여 핸드볼 훈련하자' 등 축구장 '굴욕' 시리즈에는 국내 최고의 대우를 받으면서도 상대적으로 열악한 여건의 타 아마추어 선수들보다 훨씬 떨어지는 국제 경쟁력을 갖춘 축구 선수들에 대한 비아냥이 담겨 있다.
◇K리그, '월드컵 특수'를 지키지 못한 역량 부족
K리그에는 한 때 '월드컵 특수'라는 게 있었다. 지난 98 프랑스월드컵, 2002 한일월드컵 이후 구름관중이 K리그 경기장에 몰려 들었던 현상을 일컫는 표현이었다. 98 프랑스 월드컵이 끝난 뒤에는 고종수, 안정환, 이동국이 '트로이카 체제'를 구축하며 'K리그의 르네상스'를 이끌었고, 2002 한일월드컵 이후에는 '4강 신화'의 태극전사들이 K리그 무대에서 주목 받았다. 그러나 열기는 오래 가지 못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었다. K리그는 밀려드는 팬들을 바라보며 함박웃음만을 지었을 뿐, 즐거운 마음에 장미빛 미래만을 꿈꾸다가 허탈함을 맛봤다. 구름 관중이 경기장을 찾아왔지만 '좋지 못한 상품'을 계속 보여줘 팬들의 외면을 받았다. K리그는 두차례의 '월드컵 특수'를 1년도 지키지 못하고, 썰물처럼 빠져 나가는 팬들의 뒷모습을 쓸쓸히 바라봐야만 했다. 생각지 않은 호재가 와도 이를 제대로 활용할 내부 역량과 비전이 턱없이 모자란 결과였다.
성남 일화 선수단이 2004년 8월 리그컵 우승을 확정지은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제공 | 성남 일화 |
2006 독일월드컵 당시 한국프로축구연맹은 기자간담회를 열어 "이번에는 K리그를 사랑해 달라고 호소하고 싶지 않다. 우리 스스로 보여줄 수 있는 상품을 제대로 만들고 경기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초점을 맞추겠다"며 월드컵을 통해 한껏 올라온 축구 분위기를 K리그로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런데 이번에는 기대했던 '월드컵 특수'가 아예 찾아오지 않았다. 월드컵이 끝났지만 K리그 팬은 증가하지 않았다.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아쉬운 성적표, 강한 인상을 남기지 못한 월드컵 경기 내용 등이 이유였다.
◇진화를 꿈꾸는 K리그, '비전 프로젝트 K'가 탈출구 될까
지금 프로축구에 필요한 과제는 무엇일까. 옆동네를 바라보며 한숨 짓기 보다는 98년, 2002년 절호의 기회를 날려버린 원인을 철저하게 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내부 역량을 길러야 할 때다. 올림픽 특수를 기대했지만 단순한 바람에 그쳤다. 앞으로도 이런 불확실성에 리그 전체의 명운을 맡기는 것은 위험한 도박이다.
그런 의미에서 축구에 대한 국민적 인식이 저점을 찍고 있는 이 시기에 K리그가 중요한 도약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는 점은 반갑다. 1년 이상 프로축구연맹이 공들여온 K리그 중장기 발전계획이 서서히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는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프로축구연맹은 지난해 3월부터 곽정환 연맹 회장이 사재를 털어 출연한 수억원으로 한양대 스포츠산업마케팅센터와 한국생산성본부로 구성된 태스크 포스팀을 꾸려 '비전 프로젝트 K'를 연구했다. 지난해 말 한차례 공청회를 거쳤던 프로축구연맹은 최근 이사회에서 '비전 프로젝트 K' 최종 보고를 마치고 9월초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추진을 위한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다. 추진위원회는 각 구단 사무국장과 외부전문가 등 12명 내외로 구성된다.
K리그 엠블럼 |
'비전 프로젝트 K'의 비전은 무엇일까. 지난해 12월 공청회 자료를 참조하자면 20년 뒤 500억원의 수익을 내겠다는 계획이다. '엔조이 K리그', '글로벌 K리그'를 두가지 비전으로 삼고 단기(5년)에 K리그 통합시스템 구축, 중기(10년)에 K리그 수지 개선, 장기(20년)는 아시아 최고의 K리그 등을 실행 목표로 삼고 있다.
◇5년후의 K리그 잠시 상상해보기
비전 프로젝트 K에 담긴 세부 시행계획을 토대로 5년 후의 K리그 경기장 모습을 잠시 상상해보자.
축구 경기장에 가기가 즐거워진다. 경기장 주변에 도착하면 '감성 터치 페스티벌'이 벌어지고 있다. 지역 축구팀 경기 및 선수 사진의 전시회가 개최되고, 경기장 주변 공간에 대규모 먹을거리 장터가 열린다.
경기장에 갈 때 아이들을 데려가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탁아시설이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간식거리로 더이상 컵라면과 김밥은 인기가 없다. 오직 해당 경기장에서만 먹을 수 있는 축구장 명물 먹을거리를 사기 위해 사람들이 매점에 길게 줄을 선다.
경기가 열리지 않는 날에도 축구장에 놀러가볼 만 하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스타디움 투어가 인기 있듯 각 K리그 구단들이 마련한 투어 프로그램이 갖춰져 있다. 이천수 이동국 조재진 등 스타플레이어들이 라커룸에서 사용하는 캐비넷과 샤워시설도 직접 살펴볼 수 있다.
선수들도 바쁘다. 구단과 계약을 할 때 1주일에 1~2시간씩 사회 활동을 하도록 명시된다. 선수들은 유소년 축구 지원은 물론 봉사단체나 사회 소외계층을 찾아가 축구선수의 좋은 이미지를 심게 된다.
"K리그는 행복한 세상을 향한 즐거운 에너지입니다." 최근 프로축구연맹이 공모를 통해 선정한, K리그의 비전을 함축적으로 표현한 슬로건이다. "스토리 있는 축구 콘텐츠로 열정과 헌신을 다해 팬들에게 감동과 행복한 세상을 선사하며 지역 커뮤니티 발전에 즐거운 에너지를 제공하여 선진화된 삶을 추구하게 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프로축구연맹이 야심차게 추진하는 '비전 프로젝트 K'가 어떤 성과를 거둘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일단 25년째 이어온 난개발이 아니라 설계도에 의해 새롭게 집을 짓기 시작했다는 사실 자체에는 큰 의미를 둘 수 있겠다. 만약 이 계획이 성공을 거둔다면 앞으로 '올림픽 특수'니 '월드컵 특수'니 하는 말이 사라지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잉글랜드가 유로2008에 나가지 못했다고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흥행에 아무런 타격이 없었듯 말이다.
이지석기자 monami153@sportsseoul.com
http://news.naver.com/sports/index.nhn?category=soccer&ctg=issue&mod=read&issue_id=407&issue_item_id=8320&office_id=073&article_id=0001970109
첫댓글 제발 이렇게 된다면.... ...
9월초 정말 확실한건가. 드디어 비전 프로젝트k가 공개되는 건가.
ㅉ....이번 올림픽 여파가 여튼 후기리그에 엄청난 영항을 미치긴 할것임.
9월 초 공개 한다 해놓고.. 또 발표시기 연기 하는건 아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