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수와 미녀>류승범&신민아-열혈청년, 아름다운 소녀를 만나다 |
시대의 청춘 배우들이 가장 아름다운 에너지를 뿜어내는 장르는 로맨틱 코미디가 아닐까. 올 가을, 풋풋한 류승범과 싱그러운 신민아가 달콤한 로맨스로 조우한다. 영화 <야수와 미녀>는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이 귀여운 커플의 연애담을 알콩달콩 담아냈다. 에너지가 팔팔 뛰다 못해 넘쳐흐르는 매력의 열혈청년 류승범, 소녀 같은 감성의 수줍은 마력의 미소를 머금은 신민아가 만났다. 범상치 않은 두 기류의 배우가 스크린에서 합을 이루니 그야말로 톡톡 튀고 사랑스러운 로맨틱 코미디가 ‘짠’하고 등장했다. 이름하여 <야수와 미녀>. 자신감 없는 외모 때문에 연인에게 본의 아닌 거짓말을 하게 되고, 그 바람에 인생일대 끔찍한 연애의 위기에 봉착하게 된 커플의 좌충우돌 로맨스를 담은 이 영화는 더없이 착하고 순진하다. 그런 영화의 좋은 기운 때문일까. 두 배우들이 입을 모아 말하는 공통된 사실은 <야수와 미녀>의 촬영이 “긴장감 넘치는 ‘일’이 아니라 편안하고 즐거운 ‘놀이’ 같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놀이의 흥겨움의 끝에서 류승범은 자신을 대중 앞에서 꺼낼 줄 아는 여유의 마침표를 찍었고, 신민아는 배우로서 하나의 껍질을 벗겨내는 밝은 긍정의 힘을 얻게 됐다. 전혀 다른 개성 안에서 극중의 ‘야수’와 ‘미녀’로 조화로운 존재감을 엮어갔던 두 청춘 배우는 그렇게 토닥토닥 서로의 어깨에 힘을 북돋아줬다. |
<야수와 미녀> 촬영하고 나서 민아 씨는 이미지가 훨씬 밝아진 것 같다. 신민아(이하 민아) 마음에 있는 것을 본래 표현을 잘하지 못하는 성격이에요. 성격 자체가 낯가림도 많고요. 그런데 놀랍게도 요새 주위 분들이 “너 완전 아줌마야!”라고 놀릴 정도로 밝아지고 명랑해졌어요. 심지어 얼마 전에는 백화점에서 모르는 아주머니랑 대화까지 나눴을 정도예요. 가만히 생각해 보면 <야수와 미녀>의 해주로 살면서, 극중 해주처럼 연기하기 위해서 무의식적으로 밝아지려고 노력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아니면 그 전에는 제가 어리고 미숙해서 제 안의 것을 말로 표현하는 것과 생각하는 것을 일치시키지 못해서 힘들었던 것 같기도 하고요. 일하는 현장에서는 단 한 번도 ‘논다’, ‘즐긴다’라는 감정을 느껴본 적이 없는데, 이 작품 하면서는 그런 감정을 처음으로 느껴봤을 정도로 현장이 무척 즐거웠던 거 같아요. 제 감정 상태가 전체적으로 꽤 많이 이완되지 않았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요. 그럴 수밖에 없지 않나. 극중에서 모든 남자의 주목을 받고 사랑을 받는 여자를 연기하는 데 말이다. 어떻게 기분이 안 좋을 수가 있겠는가. 민아 하긴 그렇기도 하네요.(웃음) 그렇지만 영화 찍기 전에는 자기표현도 강하고, 밝고 명랑한 해주를 제가 과연 연기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있었어요. 그만큼 해주에 많이 몰입하고 의지했지요. 반면에 류승범 씨의 경우는 육체적으로 힘든 영화들만 하다가 처음으로 말랑말랑한 로맨틱 멜로물을 찍었다. 처음으로 이 장르의 영화를 찍어 봤다는 의미도 있을 테고, 그간 했던 육체적 고행에 비하면, <야수와 미녀>는 조금 쉬어가는 느낌의 작품이라는 생각도 든다. 류승범(이하 승범) 근 2년 동안 성격이 센 장르 영화만 하다 보니까 육체적으로 많이 지쳤던 것 같아요. 쉬고 싶은 마음도 있었던 것도 사실이지요. 그런데 실은 저, 로맨틱 코미디를 장르적으로 싫어하는 사람이거든요. 그런데 어느 순간 돌아보니까 내가 너무 이 장르를 이유 없이 배제한 게 아닌가 싶더라고요. 그렇게 생각이 발전해 나가니까 대중과의 호흡이 조금 더 간절해졌어요. 한 마디로, 본격 상업영화에 출연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예전에는 제가 출연하는 영화에 관객들을 끌어올리고 모아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한 번쯤 내가 대중들에게 한 발짝 다가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그런 의미에서 바라본다면, <야수와 미녀>는 쉬어가는 쉼표의 영화는 아니에요. 이 영화는 무언가 내가 생각하고 있는 바를 완성해 주는 또 다른 마침표의 영화라고 보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네요. 대중들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가는 당신의 선택은 어떻게 들으면 흥행 배우가 되어서 좀 더 좋은 작품과 캐릭터를 고를 수 있는 입지에 오르고 싶다는 이야기처럼 들린다. 승범 그건 오히려 그 반대로 생각해 볼 수도 있지 않을까요. 많이 봐주는 사람들이 생겼기 때문에 제가 가고 싶은 길로 한 걸음 더 빨리 갈 수 있는 것이라고. 그렇게 매번 따져서 걸어도 계획대로 되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에요. 그런데 정말 제가 작정하고 그런 입지에 오르고 싶다면, 더 쉬운 방법은 쇼 프로그램에 나가거나 인지도가 높을 것 같은 드라마에 출연하는 것 아닌가요. 민아 씨의 경우는 꽤 오랫동안 공백 기간이었다가 올해 다작 배우가 됐다. <달콤한 인생> <새드무비> <야수와 미녀>, 그리고 10월 말에 방영을 앞둔 드라마 <이 죽일 놈의 사랑>까지 말이다. 올해 뭔가 심기일전하는 한 해가 됐을 것 같다. 민아 한동안 본의 아니게 많이 쉬게 됐어요. 그래도 <달콤한 인생>은 분량이 적어서 사실 찍으면서 거의 놀다시피 했던 것 같은데, <새드무비> 촬영 준비하면서부터 지금 촬영 중인 드라마까지 쉬지 않고 달려왔어요. 많은 분들이 일부러 쉬었다가 왜 한꺼번에 몰아서 활동하느냐고 많이들 물으세요. 당연히 일부러 이렇게 계획한 건 아니죠. 제 생각에는 예전에는 제가 너무 어려서(불과 3년 전까지 신민아는 10대 후반이었다) 연기할 수 있었던 캐릭터가 꽤 한정됐던 것 같은데, 20대로 나이가 넘어서면서 해볼 수 있는 캐릭터가 자연스럽게 조금 더 늘어난 것 같아요. 마침 일이 한꺼번에 들어왔고, 주어진 캐릭터 모두에 욕심도 났고, 놓칠 수가 없어서 쉬지 않고 일하게 됐어요. <주먹이 운다> <야수와 미녀> 그리고 촬영을 앞둔 <사생결단>까지, 류승범 씨의 경우는 작품의 편수도 편수지만, 올해 <주먹이 운다>를 통해서 그야말로 획을 긋는 연기를 선보였다. 승범 올해는 제가 배우로서 가고자 하는 길을 걸어갈 수 있는 발판을 성립한 시기였다면, 내년은 제가 하고자 하는 연기를 마음껏 펼칠 수 있는 기회가 발현될 해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동안에는 장르 영화를 많이 찍으면서 장르에 접근하고 캐릭터에 접근하는 데에 치중했다면, 내년에는 보다 더 입체적인 캐릭터를 선보이는 데에 신경을 쓰려고요. 올해까지는 좌충우돌하며 무언가를 익히는 시기였다면, 내년은 배우로서 내가 원하는 세계로 한 단계 훌쩍 건너갈 수 있는 도약의 해가 될 것 같아요. |
그렇다면 배우로서 펼쳐 보이고 싶은 당신만의 세계는 뭔가? 승범 밝은 세계의 어떤 것들도 예술이 될 수 있겠지만, 개인적인 소견으로는 모든 예술은 음지에서 태어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그 음지에 있는 것들이 사람들에게 보다 많은 따뜻함을 건네줄 수 있다고 봐요. 내가 원하는 취향은 장르적으로 세고 강하지만, 따뜻한 느낌의 작품들이에요. 나라는 배우가 그런 아우라를 품을 수 있는 그 날이 오기를 고대할 뿐이지요. 극중의 동건(류승범)처럼 본의 아니게 연인한테 거짓말해 본 적은 없는가? 있다면 그 수많은 경우들 중, 딱 하나씩만 이야기해 달라. 승범 많이 하죠. 내가 제일로 많이 하는 거짓말은 “오늘은 진짜 술 안 먹어!” 나쁜 거짓말이 아니라 그 사람의 마음을 안심시켜 주는 선의의 거짓말이지요.(웃음) 민아 남자들은 술도 마시러 잘 다니면서 여자들한테는 집에만 있으라고 하잖아요. 그 말을 듣고 집에 있다가 관심을 좀 끌어보려고 “지금 밖에 있다”는 거짓말을 해본 적이 있어요. 누구 만나냐고 물어보면, “모르는 사람이야”라고 둘러대고요. 승범 얘는 나랑 거꾸로네. 나는 밖인데 “집!”이라고 거짓말하는데. 근데 나는 요새 그런 거짓말도 못해요. 우리 집 모든 문이 미닫이 문이거든요. 그래서 여자친구가 전화로 “자, 문 닫아봐!” 이러거든요. 근데 밖으로 나가면 웬만한 데에는 미닫이 문이 거의 없잖아요. 그럼 그 친구한테 바로 걸리는 거죠. 문소리로 거짓말 검사를 하다니! 집에 있는 문을 다 바꿔야겠어요. 미닫이 문 안 좋아요. 그럼 극중의 해주(신민아)처럼 마음이 통한다면, 외모를 따지지 않고 이성을 선택할 수 있는가? 민아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저는 전혀 외모를 보지 않아요. 말씀드리면 안 믿으실 지도 모르겠지만, 제 경우는 어떤 사람이 저한테 관심을 보이면 그냥 관심이 가요. 심지어 그 관심과 사랑이 나만 속는 사랑이라고 하더라도, 그 사람이 나한테 잘해주고 내가 거기에서 사랑을 느낀다면, 저는 그냥 무너져 버리는 타입이에요. 승범 전 외모, 되게 중요시 여겨요. 근데 그게 예쁜 걸 좋아하는 객관적인 외모를 말하는 게 아니에요. 되레 저는 이목구비 뚜렷한 사람 별로 안 좋아해요. 제가 보는 외모는 사람 그 자체예요. 그 사람의 성격이나 환경을 다 드러낼 수 있는 것, 말이에요. 그래서 그 사람이 표현하는 말과 제스처도 외모라고 봐요. 내가 말하는 외모는 그 사람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매력과 성품이에요. 자, 쉽게 예를 들어 볼게요. 소설가 이외수 선생님은 사회적으로 객관적인 미의 기준에서 미남이기보다는 추남에 속하는 편 아닌가요. 그런데 나는 그 선생님?단 한 번도 추남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어요. 그 사람한테 풍겨져 나오는 아우라, 그것이 아름다운 사람이 멋있고 좋아요. 처음으로 연기 호흡을 맞춰 봤는데, 연기 파트너로서 서로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승범 현장에서 많이 놀랐어요. 저는 실은 신민아 라는 사람을 경험해 보지 않은 데에서 갖게 된 선입견이 있었거든요. 작품에 임하는 민아의 자세가 참 좋아보였어요. 저도 제 안에 껍질이 많이 쌓여 있는 사람이지만, 작품하는 동안 신민아라는 배우가 그간 켜켜이 쌓였던 껍질을 훌쩍 벗고 나오려는 것이 현장에서 직접적으로 느껴져서 기분이 좋았어요. 동시대에 같이 연기하는 배우로서 그냥 그런 모습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흐뭇했어요. 좋은 배우를 봤을 때의 그런 흐뭇함, 아시죠? 그래서 저는 민아가 새로 준비하는 드라마에도 기대가 많아요. 민아가 앞으로 배우로서 펼쳐나갈 행보도 궁금하고요. 민아 촬영 때는 몰랐는데, 가편집 때 보니까 역시 류승범이라는 배우의 매력을 바로 느끼겠더라고요. 승범 오빠가 출연하는 매 장면 장면이 오빠만의 개성으로 톡톡 튀던데요. 아이 참, 그리고 오빠는 너무 웃기는 사람이에요. 승범 민아는 나를 너무 웃긴 캐릭터로 알아요. 이 친구는 제가 촬영 마치고 “민아야, 수고했다”라고 격려 문자를 보내면, 답장이 “오빠, 너무 웃겨요”예요. (극중 동건이 연기하는 과장된 성우 어투로) 민아야, 난 너에게 마냥 웃긴 아이인 거니?(웃음) 민아 승범 오빠한테는 ‘웃기다’라는 표현보다는 ‘재미있다’, ‘재치있다’는 표현이 더 맞는 것 같아요. 정말이지 현장에서 승범 오빠 때문에 얼마나 많이 웃었는지 몰라요. <무비위크>와 진행했던 승범 씨의 이전 인터뷰 기사를 보면, 배우로서 가질 수 있는 감정이나 경험의 폭넓은 영역 때문에 ‘빨리 서른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언급했던 코멘트가 무척 인상적이었다. 지금도 여전히 빨리 서른이 되고 싶은가? 승범 일단 이 자리를 빌려서 그 말에 대해서 다시 정정하고 싶어요. 그 인터뷰를 하고 나서 곰곰이 생각을 해봤어요. 그런데 갑자기 문득 드는 생각이 ‘어차피 세월은 가는 거고 때가 되면 너무나 자연스럽게 그 나이가 될 텐데 왜 그렇게 조급하게 생각했지?’ 하는 의문이 들더라고요. 또 20대에는 20대만이 가질 수 있는 고유한 감정의 영역이 있잖아요. 20대에만 품을 수 있는 풋풋한 열정이라든지, 살얼음처럼 팡팡 튀는 청춘의 감성 같은 것이요. 그런 소중한 감정들을 생각하면, 더 나이가 들기 전에 열심히 이것저것 더 많이 해봐야겠구? 하는 생각이 들어요. 민아 저도 승범 오빠랑 비슷하게 생각해요. 제가 올해 다작을 하게 된 이유도 극중의 각 캐릭터들이 지금의 나이 때에만 할 수 있는 그런 역할들이었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여자 배우는 남자 배우와 달리 나이에 대한 제한 및 한계가 더 심한 거 같아요. 나이에 따라 품을 수밖에 없는 배우가 지닌 외적인 요소에 더 많이 제한을 받게 되잖아요. 참 그런 거 생각해 보면, 요즘 제 시간은 너무나 빨리 흐르고 있어요. |
글 김수연 기자 | 사진 이전호 2005.10.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