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사람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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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을 가다 우연히 마주치고 싶었던
그런 사람이 있었습니다.
잎보다 먼저 꽃이 만발하는 목련처럼 사랑보다 먼저 아픔을 알게 했던, 현실이 갈라놓은 선 이쪽 저쪽에서 들킬세라 서둘러 자리를 비켜야 했던 그런 사람이 있었습니다.
가까이서 보고 싶었고 가까이서 느끼고 싶었지만 애당초 가까이 가지도 못했기에 잡을 수도 없었던, 외려 한 걸음 더 떨어져서 지켜보아야 했던 그런 사람이 있었습니다.
음악을 듣거나 커피를 마시거나 무슨 일을 하든간에 맨 먼저 생각나는 사람, 눈을 감을수록 더욱 선명한 그런 사람이 있었습니다.
사랑한다는 말은 기어이 접어두고 가슴 저리게 환히 웃던,
잊을게요 말은 그렇게 했지만 눈빛은 그게 아니었던, 너무도 긴 그림자에 쓸쓸히 무너지던 그런 사람이 있었습니다.
살아가면서 덮어두고 지워야 할 일이 많겠지만 내가 지칠때 까지 끊임없이 추억하다 숨을 거두기 전까지는 마지막이란 말을 절대로 입에 담고 싶지 않았던 그런 사람이 있었습니다. 부르다 부르다 끝내 눈물 떨구고야 말 그런 사람이 있었습니다.
- 비를 맞으며 걷는 사람에겐 우산보다
함께 걸어줄 누군가가 필요한 것임을. 울고 있는 사람에겐 손수건 한 장보다 기대어 울 수 있는 한 가슴이 더욱 필요한 것임을. 그대 만나고서부터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그대여 지금 어디 있는가. 보고싶다. 보고싶다. 말도 못할 만큼 그대가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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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절망의 꽃잎 돋을 때마다
옆구리에서 겨드랑이에서 무릎에서 어디서 눈이 하나씩 열리는가
돋아나는 잎들 숨가쁘게 완성되는 꽃 그러나 완성하는 절망이란 없다
그만 지고 싶다는 생각 늙고 싶다는 생각 삶이 내 손을 그만 놓아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
......그러나 꽃보다도 적게 산 나여
- 그대 진정 나를 사랑했었거든 사랑했다 말하지 말고
떠날 일입니다.떠난 다음에는 고개를 돌리지 말고 쓸쓸히 걷는 모습 또한 보여 주지도 말 일입니다. 서로 가는 길이 틀릴지라도 이 땅 위에 숨쉬고 있다는 이유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한 나는 그대에게 상처가 되고 싶지 않습니다.그대의 삶에 힘겨운 짐이 되고 싶지 않습니다.
그대 진정 나를 떠났거든 내가 있었다는 기억마저 잊어버릴 일입니다.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들이 더 많은 우리, 인연이 끊기지 않아 어쩌다 길 모퉁이에 서 마주치면 세상의 수 많은 사람중의 한 삶이 거니 가볍게 생각할 일입니다. 사랑했기 때문에 서로의 앞날을 기꺼이 축복할 수 있는 우리 두 사람이 될 일입니다.이별했다고 해서 서로의 가슴에 아픈 상처로 남아 있지 말 일입니다.
- 살다 보면 때로
잊을 날도 있겠지요. 잊지는 못한다 하더라도 무덤덤해질 날은 있겠지요.
그 때까지 난 끊임없이 그대를 기억하고 그리워할 것입니다. 잊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 안에 간직하기 위해서
살다 보면 더러 살 만한 날도 있겠지요 상처받은 이 가슴쯤이야 씻은 듯이 아물 날도 있겠지요.
그 때까지 난 함께 했던 순간들을 샅샅이 끄집어내어 내 가슴의 멍자욱들을 키워나갈 것입니다. 그대가 그리워서가 아니라 그대를 원망해서도 아니라 그대에 대해 영영 무감각해지기 위해서.
- 어디까지 걸어야 내 그리움의 끝에 닿을 것인지.
걸어서 당신에게 닿을 수 있다면 밤 새도록이라도 걷겠지만 이런 생각 저런 생각 다 버리고 나는 마냥 걷기만 했습니다. 스쳐 지나가는 사람의 얼굴도 그냥 건성으로 지나치고 마치 먼 나라에 간 이방인처럼 고개 떨구고 정처없이 밤길을 걷기만 했습니다.
헤어짐이 있으면 만남도 있다지만 짧은 이별일지라도 나는 못내 서럽습니다. 내 주머니 속에 만지작거리고 있는 토큰하나, 이미 버스는 끊기고 돌아갈 길 멉니다. 그렇지만 이렇게 걸어서 그대에게 닿을 수 있다면 그대의 마음으로 갈 수 있는 토큰하나를 구할 수 있다면 나는 내 부르튼 발은 상관도 안 할 겁니다.
문득 눈물처럼 떨어지는 빗방울, 그때서야 하늘을 올려다보았는데 아아 난 모르고 있었습니다. 내 온 몸이 폭삭 젖은 걸로 보아 진작부터 비는 내리고 있었습니다.
- 기쁨이라는 것은 언제나 잠시뿐, 돌아서고 나면
험난한 구비가 다시 펼쳐져 있는 이 인생의 길
삶이 막막함으로 다가와 주체할 수 없이 울적할 때 세상의 중심에서 밀려나 구석에 서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때 자신의 존재가 한낱 가랑잎처럼 힘없이 팔랑거릴 때 그러나 그런 때일수록 나는 더욱 소망한다.
그것들이 내 삶의 거름이 되어 화사한 꽃밭을 일구어 낼 수 있기를. 나중에 알찬 열매만 맺을 수만 있다면 지금 당장 꽃이 아니라고 슬퍼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 그대여
손을 흔들지 마라.
너는 눈부시지만 나는 눈물겹다.
떠나는 사람은 아무 때나 다시 돌아오면 그만이겠지만 남아 있는 삶은 무언가. 무작정 기다려야만 하는가.
기약도 없이 떠나려면 손을 흔들지 마라.
- 밤새 소리가 납니다. 내 혼곤한 잠 속으로 밀려와 자꾸만 울어예입니다.
이상한 일이지요. 그대와 만나고 온 날이면 내 꿈 속에는 꼭 밤새가 나릅니다. 이상할 것도 없지요. 떠나야 하나 떠날 곳 없는 밤새. 저 무성한 어둠을 뚫고 오늘은 또 어디서 네 피곤한 날개짓을 쉬게 할 것인지. 가세요, 슬픈 그대. 내가 당신에게 짐이 되었다면 훌훌 떨쳐 버리고 멀리 날아가세요. 사랑이 없는 곳, 아픔이 없는 곳으로.
- 누구나 조금씩은 눈물을 감추며 살지.슬픔은 우리 방황하는 사랑의 한 형태인 것을.
진정 잊어야 할 아픔에 무감각해지기 위해 더러는 가슴에 황혼을 묻어야 할 때도 있느니. 그리하여 힘겨운 날개짓에도 별빛으로 내리는 소망 같은 것 하나쯤은 남겨둘 줄도 알아야 하느니, 밤에 우는 새여 날아라. 더 가혹한 슬픔이 네 앞에 높인다 할지라도 그 슬픔을 앞서 날아라. 이별보다 먼저 날아가라. 결코 눈물 떨구지 말고, 훨훨훨...... .
- 당신은 아는가?
당신의 아픔을 함께 나누지 못함이 내게는 더 큰 고통인 것을. 당신은 나에게 위안을 주려 거짓 웃음을 짓지만 그걸 바라보고 있는 나는 더욱 안타깝다는 것을.
그대여, 언제나 그대 곁에는 아픔보다 더 큰 섬으로 내가 저물고 있다.
- 때로는
서럽게 울어보고 싶은 때가 있네 아무도 보지 않는 데서 넋두리도 없이 오직 나 자신만을 위하여 정갈하게 울고 싶네 그리하여 눈물에 흠씬 젖은 눈과 겸허한 가슴을 갖고 싶네
그럴 때의 내 눈물은 나를 열어가는 정직한 자백과 뉘우침이 될 것이다. 가난하지만 새롭게 출발할 것을 다짐하는 내 기도의 첫 구절이 될 것이다.
-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라면
한 자루의 촛불을 켜고 마주 앉아보라. 고요하게 일렁이는 불빛 너머로 사랑하는 이의 얼굴은 더욱더 아름다워 보일 것이고 또한, 사랑은 멀고 높은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아주 가깝고 낮은 곳에 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이 그리웁거든 한 자루의 촛불을 켜두고 조용히 눈을 감아보라. 제 한 몸 불태워 온 어둠 밝히는 촛불처럼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두 손 모으다 보면 당신이 사랑하는 그 사람은 어느새, 다른 곳이 아닌 바로 당신의 마음속에 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 동굴을 지나온 사람이라야 동굴을 안다.
그 습하고 어두운 동굴의 공포 때로 박쥐가 얼굴을 할퀴고 이름조차 알 수 없는 벌레가 몸에 달라붙어 뗄레도 떨어지지 않게 꽉 달라붙어 살점을 뜯고 피를 빨아먹는 으으 이 끔찍함! 발을 헛디뎌 수렁에도 빠졌다가 깨진 무릎 빠진 손톱으로 기어서 기어서라도 동굴을 지나온 사람이라야 동굴을 안다. 동굴 밖 햇빛의 눈부심을 안다.
- 물새떼 수평선 따라 날아갑니다. 그 중에 한 마리가 스스로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떨어집니다. 그런데 떨어지는 것은 새가 아니라 끼룩끼룩 그들의 울음입니다. 해류가 마주치는 곳에서 한 사나이가 그물을 치고 있습니다. 파도에 휩쓸려 떠다니는 물새울음을 건집니다. 먼 날 잃어 버린 자기의 꿈을 건져냅니다. 연한 부리가 저녁 햇빛 받아 빛 날 때, 비로소 물새는 발톱으로 수평선을 지우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지워지는 것은 수평선이 아니라 물결치는 물결치는 그 바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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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대는 아는가, 만났던 날보다
더 많은 날들을 사랑했다는 것을 사랑했던 날보다 더 많은 날들을 그리워했다는 것을
그대와의 만남은 잠시였지만 그로 인한 아픔은 내 인생 전체를 덮었다. 바람은 잠깐 잎새를 스치고 지나가지만 그 때문에 잎새는 내내 흔들린다는 것을
아는가 그대. 이별을 두려워했더라면 애초에 사랑하지도 않았다는 것을. 이별을 예감했기에 더욱 그에게 열중할 수 있었다는 것을
상처입지 않으면 아물 수 없듯 아파하지 않으면 사랑할 수 없네 만났던 날보다 더 많은 날들을 사랑했고 사랑했던 날보다 더 많은 날들을 그리워하고 있다는 것을, 그대여 진정 아는가.
- 그에게서 사랑할 만한 점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다고 말하지 마십시오. 사랑은 줄수록 샘솟는 것입니다. 하지만 노력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줄 수도 받을 수도 없는 것 누군가를 가장 사랑해야 할 때가 언제라고 생각합니까? 모든 게 순조롭고 편하게 느껴질 때? 그렇다면 당신은 아직도 사랑을 모르고 있는 것입니다. 못 믿을 사람이라고 세상 사람들이 손가락질할 때, 그 사람이 하던 일에 실패해 실의에 빠져 절망의 구렁덩이에서 벗어나지 못할 때 그런 때야말로 사랑이 진정 필요한 것입니다. 진실로 그를 사랑한다면 그가 이 자리에 있기까지 겪었던 슬픔과 고통, 그 모든 것을 끌어안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진정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 어느 순간,
햇빛이 강렬히 눈에 들어오는 때가 있다. 그럴때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게 된다. 잠시 눈이 멀게 되는 것이다.
내 사랑도 그렇게 왔다. 그대가 처음 내 눈에 들어온 순간 저만치 멀리 떨어져 있었지만 나는 세상이 갑자기 환해지는것을 느꼈다. 그리고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로인해 내 삶이 송두리째 흔들리게 될줄 까맣게 몰랐다.
- 그대여, 그립다는 말을 아십니까.
그 눈물겨운 흔들림을 아십니까.
오늘도 어김없이 집 밖을 나섰습니다. 마땅히 할 일이 있는 것도 아니었지만 걷기라도 해야지 어쩌겠습니까 함께 걸었던 길을 혼자서 걷는 것은 세상 무엇보다 싫었던 일이지만 그렇게라도 해야지 어쩌겠습니까 잊었다 생각했다가도 밤이면 속절없이 돋아나 한 걸음 걸을 때마다 천 근의 무게로 압박해오는 그대여, 하루에도 수십 번씩 당신을 가두고 풀어주는 내 마음감옥을 아시는지요 잠시 스쳐간 그대로 인해 나는 얼마나 더 흔들려야 하는지. 추억이라 이름 붙인 것들은 그것이 다시는 올 수 없는 까닭이겠지만 밤길을 걸으며 나는 일부러 그것들을 차례차례 재현해봅니다. 그렇듯 삶이란 것은, 내가 그리워한 사랑이라는 것은 하나하나 맞이했다가 떠나보내는 세월 같은 것 떠날 사람은 떠나고 남을 사람만 남아 떠난 사람의 마지막 눈빛을 언제까지나 떠올리다 쓸쓸히 돌아서는 발자국 같은 것.
그대여, 그립다는 말을 아십니까 그 눈물겨운 흔들림을 아십니까
- 그대에게 가는 길이 멀고 멀어
늘 내 발은 부르터 있기 일쑤였네. 한시라도 내 눈과 귀가 그대 향해 열려 있지 않은 적 없었으니 이쯤에서 그를 다시 만나게 하소서.
볼 수는 없지만 느낄 수는 있는 사람. 생각지 않으려 애쓰면 더욱 생각나는 사람. 그 흔한 약속 하나없이 우린 헤어졌지만 여전히 내 가슴에 남아 슬픔으로 저무는 사람. 내가 그대를 보내지 않는 한 언제까지나 그대는 나의 사랑이니 이쯤에서 그를 다시 만나게 하소서.
찬이슬에 젖은 잎새가 더욱 붉듯 우리 사랑도 그처럼 오랜 고난 후에 마알갛게 우러나오는 고운 빛깔이려니....... 함께 한 시간은 얼마 되지 않지만 그로 인한 슬픔과 그리움은 내 인생 전체를 삼키고도 남으니 이쯤에서 그를 다시 만나게 하소서.
- 햇살이 맑아 그대가 생각났습니다.
비가 내려 그대가 또 생각났습니다. 전철을 타고 사람들 속에 섞여 보았습니다. 그래도 그대가 생각났습니다. 음악을 듣고 영화를 보았습니다만 외려 그런때일수록 그대가 더 생각나더군요.
그렇습니다. 숱한 날들이 지났습니다만, 그대를 잊을 수 있다 생각한 날은 하루도 없었습니다. 더 많은 날들이 지나간대도 그대를 잊을 수 있으리라 생각하는 날 또한 없을 겁니다. 장담할 수 없는 것이 사람의 일이라지만 숱하고 숱한 날 속에서 어디에 있건 무엇을 하건 어김없이 떠오르던 그대였기에 감히 내 평생 그대를 잊지 못하리라 잊지 못하리라 추측합니다.
당신이 내게 남겨준 모든 것들 하다못해 그대가 내쉬던 작은 숨소리 하나까지도 내 기억에 생생히 남아있는 것은 이런 뜻은 아닐런지요. 언젠가 언뜻 지나는 길에라도 당신을 만날 수 있다면 스치는 바람편에라도 그대를 마주할 수 있다면 당신께 모조리 쏟아부어 놓고… 평펑 울음이라도… 그리하여 담담히 뒤돌아서기 위해섭니다.
아시나요 지금 내 앞에는 그것들을 돌려 줄 대상이 없다는 것 당신이 내게 주신 모든 것들을 하나 남기없이 들려 주어야 홀가분하게 돌아설 수 있다는 것을
오늘 아침엔 장미꽃이 유난히 붉었습니다. 그래서 그대가 또 생각났습니다.
- 낙엽이 떨어졌어요
내 마음 깊은 곳으로 그대를 만난 지 하루만 지나도 내 마음은 우울병을 앓는답니다. 어떤 독한 약을 먹어도 고쳐지지 안는
기다리지 않기로 해놓고 혼자 있을 땐 혼자의 생활에 충실하기로 해놓고 난 또 멍청히 전화기만 내려다봅니다. 지금쯤 연락이 올 때가 됐는데 연락이 오지 않으면 내 마음 그렇게 우울할 수가 없네요. 슬픈 나뭇잎만 가득 쌓인답니다
- 사랑할 수 없음은
사랑받을 수 없습니다. 사랑할 수도 없습니다.
사랑받지 못함은 견딜 만한 아픔입니다. 그러나, 사랑할 수 없음은 너무 아파 느낄 수도 없는 고통입니다.
- 나는 늘 혼자서 떠났다.
누군들 혼자가 아니랴만 내가 막상 필요로 할 때 그대는 없었다. 그랬다, 삶이라는 건 조금씩 조금씩 외로움에 친숙해진다는 것. 그랬다, 사랑이라는 건 혼자 지내는 데 익숙해지는 것.
늦은 밤, 완행열차 차창 밖으로 별빛이 흐를 때 나는 까닭 없이 한숨을 쉬었다. 종착역 낯선 객지의 허름한 여인숙 문을 기웃거리며 난 또 혼자라는 사실에 절망했고, 그렇게 절망하다가 비 오는 거리 한 구석에서 그리움이란 이름으로 당신을 떠올려 보았다.
- 삶의 길을 걸어가면서 나는 내 길보다
자꾸만 다른 길을 기웃거리고 있었네.. 함께 한 시간은 얼마되지 않았지만 그로 인한 슬픔과 그리움은 내 인생 전체를 삼키고도 남게 했던 사람. 만났던 날보다 더 사랑했고 사랑했던 날보다 더 많은 날들을 그리워했던 사람,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우다, 함께 죽어도 좋다 생각한 사람, 세상의 환희와 종말을 동시에 예감케 했던 한 사람을 사랑했네..... 부르면 슬픔으로 다가올 이름, 내게 가장 큰 희망이었다가 가장 큰 아픔으로 저무는 사람, 가까이 다가 설 수 없었기에 붙잡지도 못했고, 이미 끝났다 생각하면서도 길을 가다 우연히라도 마주치고 싶은 사람..... 바람이 불고 낙엽이 떨어지는 날이면 문득 전화를 걸고 싶어지는 한 사람을 사랑했네..... 떠난 이후에도 차마 지울 수 없는 이름, 다 지웠다 하면서도 선명하게 떠오르는 눈빛, 내 죽기 전에는 결코 잊지 못할 한 사람을 사랑했네...... 그 흔한 약속도 없이 헤어졌지만, 아직도 내 안에 남아 뜨거운 노래로 불려지고 있는 사람, 이 땅 위에 함께 숨쉬고 있다는 이유만으로도 마냥 행복한 사람이여....... 나는 당신을 사랑했네... 세상에 태어나 단 한 사람 당신을 사랑했네............
- 사랑한다 해도 그대는 고개를 돌립니다.
벼르고 별렀던 말, 내가 당신을 사랑한다 해도 그대는 웬일인지 눈물만 글썽입니다.
다른 말은 하나도 못 하겠습니다. 이 말을 꺼내기 위해 준비해 둔 숱한 말들 하나도 떠오르지 않습니다. 오직, 사랑한다. 사랑한다 그 말만 부지런히 되뇌었는데 그대는 웬일인지 찻잔만 매만집니다.
이제 나는 알았습니다. 내가 싸워야 할 상대는 그대가 아니라 그대를 둘러싸고 있는 현실임을 내 사랑을 받아줄 수 없는 그대의 현실, 그것과 나는 이제 한 판 싸움을 벌일 것입니다. 누가 나가떨어지든 간에 한 판 거창하게 싸움을 벌여볼 것입니다.벌여볼 것입니다.
- 그대 굳이 아는 척 하지 않아도 좋다.
찬비에 젖어도 새잎은 돋고 구름에 가려도 별은 뜨나니.
그대 굳이 손 내밀지 않아도 좋다. 말 한 번 건네지도 못하면서 마른 낙엽처럼 잘도 타오른 나는 혼자 뜨겁게 사랑한다.
나 스스로 사랑이 되면 그뿐 그대 굳이 사랑하지 않아도 좋다.
- 그대가 날 부르지 않았나?
난 창문을 열고 하루종일 밖을 내다보았다. 비오는 이런 날이면 내 마음은 어느 후미진 다방의 후미진 낡은 구석 의자를 닮네 비로소 그대를 떠나 나를 사랑할 수 있네 안녕, 그대여. 난 지금 그대에게 이별을 고하려고 하는 게 아니다. 모든 것의 처음으로 돌아가 다시 시작하려는 것이지 당신을 만난 날이 비오는 날이었고 당신과 헤어진 날도 오늘처럼 비 내리는 날이었으니 안녕, 그대여 비오는 이런 날이면 그 축축한 냄새로 내 기억은 한없이 흐려진다. 그럴수록 난 그대가 그리웁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고 싶다. 안녕, 그대여 비만 오면 왠지 그대가 꼭 나를 불러줄 것 같다.
- 산이 가까워질수록
산을 모르겠다. 네가 가까워질수록 너를 모르겠다.
멀리 있어야 산의 모습이 또렷하고 떠나고 나서야 네 모습이 또렷하니 어쩌란 말이냐, 이미 지나쳐 온 길인데 다시 돌아가기엔 너무 먼 길인데.
벗은 줄 알았더니 지금까지 끌고 온 줄이야. 산그늘이 깊듯 네가 남긴 그늘도 깊네.
- 서로 가슴을 주라
그러나 소유하려고는 하지 마라 그 소유하려고 하는 마음에 고통이 생기나니
추운 겨울날, 고슴도치 두 마리가 서로 사랑을 했네 추위에 떠는 상대를 보다 못해 자신의 온기만이라도 전해주려던 그들은 가까이 다가가면 갈수록 상처만 생긴다는 것을 알았네 안고 싶어도 안지 못했던 그들은 멀지도 않고 자신들의 몸에 난 가시에 다치지 않을 적당한 거리에 함께 서 있었네 비록 자신의 온기를 다 줄 수 없어도 그들은 서로 행복했네
사랑은 그처럼 적당한 거리에 서 있는 것이다. 멀지도 않고 가깝지도 않은 적당한 거리에서 서로의 온기를 느끼는 것이다. 가지려고, 소유하려고 하는 데서 우리는 상처를 입는다. 나무들을 보라 그들도 서로 적당한 간격으로 떨어져 있지 않은가 함께 서 있으나 너무 가깝게 서 있지 않는 것. 서로에게 상처를 입히지 않고 그늘을 입히지 않는 것 그렇게 사랑해야 한다. 그래야 사랑이 오래간다.
- '내가 길이 되어 당신께로' 중에서...-
- 조용히 손 내밀었을 때..
내 마음속에 가장 따뜻한 기억으로 남아있는 사람은 내가 가장 외로울 때 내 손을 잡아주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손을 잡는다는 것은 서로의 체온을 나누는 일인 동시에. 서로의 가슴속 온기를 나눠가지는 일이기도 한 것이지요..
사람이란 개개인이 따로 떨어진 섬과 같은 존재지만 손을 내밀어 상대방의 손을 잡아주는 순간부터 두 사람은 하나가 되기 시작합니다.
나 아닌 다른 사람에게 조용히 손을 내밀었을 때, 그때 이미 우리는 가슴을 터놓은 사이가 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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