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비실에 열쇠를 맡겨놓고 아침 일찍 집을 나섰다. 날씨도 맑고 깨끗하니 놀러가기는 정말 좋은 날씨다.
가까운 곳에 방역을 할 동안 갈 수 있는 계곡도 있지만 물 있는 곳까지는 갈 수 없는 남편을 생각해서 오늘은 조금 멀리 경주로 여행지를 잡았다. (살짝 말하자면 나를 위한 답사여행이다.)
언제부터 한 번 가려해도 조용히 답사여행을 할 수가 없었다.
경주는 열 번도 넘게 갔지만 다른 이들과 어울려 가다 보니 보문단지나 문화엑스포 정도로 아주 일부분만을 볼 수 있는 여행밖에 하지 못해 늘 아쉬움을 안고 와야했다.
꼭 보고 싶었던 것은 박물관과 불국사의 다보탑과 석가탑이었다. 박물관에서 신라토기의 우수함을 보고 싶었고, 다른 지방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 토우와 토용도 보고 싶었다. 특히 토우장식 토기를 보고 싶었는데 그 작품은 일본나라에서 열리는 '황금의 나라 신라전'전시에 대여되고 없어서 아쉬웠다. 그 외에도 많은 작품이 일본에 대여중이었고, 특히 안압지관은 수리중이라서 볼 수 없었음이 정말 아쉬웠다.
그리고 김해시의 상징물처럼 여기 저기 서 있는 '기마인물상토기'를 경주박물관 내 '국은 기념관'에서 볼 수 있었던 것은 큰 감동이었다. 국보로 지정된 그 작품은 김해박물관에 있어야 할 작품인데 집을 잘 못 찾아 들어간 느낌이었다. 물론 국은 이양선박사님이 소장한 작품이라 국은 기념관에 전시되고 있겠지만...그 작품은 가야것인데..
분황사 모전석탑(돌을 벽돌처럼 깎아서 탑을 만듬)을 직접 본 감동은 컸는데 단지 그 작품 한 점밖에 볼 것이 없는 분황사에서 1300원이라는 입장료를 받는 것은 너무한 느낌이었고,(전통을 이어서 만든 범종도 있긴 했다.) 야생화동산은 좀 더 짜임새 있게 관리했으면 좋겠다는 느낌. 잡초에 묻혀서 어느 것이 그 꽃인지 찾을 수가 없을 정도.. 관람객이 홀대를 당한 느낌이 들었다.
황룡사는 신라불교의 산실이었던 만큼 2만 5000평이라는 규모도 놀랍지만 목조 9층탑을 건축한 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라는 사실을 배운 탓에 (백제의 목공인 아비지가 1년 만에 건축함) 모형과 건축의 규모를 보고 그 때를 상상해 봄으로서 대단한 건축물이었음을 짐작하게 했다.고려시대 몽고 침입 때 소실되어 지금은 없지만... 지금 공법으로는 아직 당시의 규모로 9층목탑을 복원할 수가 없다고 한다.
더욱 놀라운 것은 경주는 네모 반듯한 계획도시였다는 사실이다. 동서로 연결된 직통도로에는 마차가 다닌 흔적이 발굴되었단다.
통일신라시대, 수도 경주에는 숯불로 밥은 짓고 노랫소리가 끊이지 않았다는 기록이 있었다더니 정말 그 유물로 짐작하는 경주의 모습 또한 대단하다는 느낌이었다.
석가탑과 다보탑을 보려고 불국사로 가려고 했으나 왕복 1시간 30분정도 소요된다고 하여 아쉬움을 뒤로 하고 박물관 야외정원에 설치된 복원탑만 보고 왔다.
죄우대칭의 완벽한 조형미를 자랑한다는 석가탑, 예전의 전통적인 탑모양을 벗어난 파격적인 탑인 다보탑, 누구나 가장 아름다운 탑으로 꼽을 정도로 사랑받는 탑이다. 10원짜리 동전 안에 숨어있어 천대받고 있다고도 할 수 있으려나?
덤으로 보물인 고선사 삼층 석탑을 박물관 뒷뜰에서 만났다.
돌아오는 길, 고기 좋아하는 남편이 언양은 불고기가 유명하다며 국도로 가길 원했다. 국도로 들어서서 오는데 표지판에 '반구대 암각화 11km'라는 표지판이 보여 시간도 있고 하여 가보기로 했다. 꼬불꼬불 산길을 돌아 내려가면서 간판에 쓰인 국사 문제까지 풀어보면서 한창 정비중인 도로를 따라서 반구대 암각화를 설레이는 마음으로 기대하며 갔다.
이미 박물관에서 복원품으로 보았고, 역사스페샬에서, 도록에서 많이 보았지만 실물 반구대 암각화를 멀리서나마 볼 수 있으려나 하는 기대를 안고 내려갔다. 역시 실물은 볼 수 없었다. 겨울 갈수기가 아니고는 물에 잠겨서 볼 수 없다고 한다.
아름다운 주변의 풍광을 본 것만으로도 큰 즐거움이었으므로 나름대로 행복했다.
35번 국도를 따라 오다 보니 또' 자수정동굴'가는길 안내판이 보여 다시 핸들을 돌렸다. 어차피 오늘 하루는 남편과 나를 위한 온전히 즐거운 여행을 하기로 했으므로.
자수정 동굴에 들어가니 시원한 폭포가 흐르고, 맑은 물이 흐르고 있었다. 바깥 공기와는 확연히 다르게 시원한 것이 마음에 들었지만 ,곳곳에 테마로 꾸며진 곳은 이집트나 원시 부족들의 생활상과 유물들을 소개하는 곳이라 왠지 자수정동굴과는 어울리지 않는 듯한 어색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자수정이 구석구석 박혀있는 줄 알았는데 자수정집은 아주 약간씩 벽에 묻어있는 정도였고, 그냥 돌을 파서 만든 동굴 같았다.
어깨도 아프고 다리도 아픈데 바로 옆에 온천단지를 두고도 따뜻한 온천물에 몸을 담글 수 없는 아쉬움으로 발길을 돌렸다.
마땅한 불고기 집을 찾지 못해 오리불고기로 저녁을 먹고 다시 고속도로로 올리니 벌써 어두워졌다.
첫댓글 그쪽 여행을 미숙님의 안내로 아주 잘했습니다.
우리부부 여행하는 모습과 정말 많이 닮아 있어 웃음 머금은채 잘 읽었습니다 십원동전에라도 자리를 틀었으니 다보탑은 행운이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