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자란 충북 충주시 앙성면 본평리 안골의 고향집은 매우 좋은 터다. 좋다고 하는 것은 태양의 기운이 오롯이 모이는 곳이라는 뜻이다. 겨울에 눈이 와도 햇빛이 좋아 일찍 녹고, 오후 늦게까지 햇빛이 든다. 김장을 해서 땅에 묻어도 쉽게 쉴 정도로 햇빛이 잘 든다. 늦게까지 햇빛을 받으며, 터가 안정감을 준다. 그곳에 가서 있으면 힘이 솟아난다. 하룻밤을 자고나면 스테로이드 주사를 맞은 것처럼 힘이 솟고 기운이 넘친다.
나도 터의 기운을 몰랐었다. 내가 처음 터의 기운을 안 것은 2001년이다. 고시 2차를 쳐놓고 가을에 과외를 할 때였다. 장소는 신림동 국제산장 아파트였다. 그곳은 매우 높은 산의 경사면에 있는데, 그 경사면은 북쪽으로 흐른다. 햇빛의 기운을 겨의 못받는 곳이다. 아파트에 해가 비추기는 하지만 오래 비추지 않고, 그 기운이 아파트 터에 모이지 않는다. 터는 비스듬히 햇빛을 받아, 마치 시베리아 벌판에 비추는 햇빛의 강도만 받을 뿐이다.
그곳에 과외하러 가면 중학교 3학년의 팔팔해야 할 남학생 넷이서 바닥에 뒹굴고 있다. 누워서 퍼져 있었다. 나도 그곳에서 과외를 하면 피곤하여 두시간을 채우는 것이 힘들 정도였다. 그곳만 가면 피곤하고 몸이 무거웠다. 그때까지도 몰랐다. 그것이 터 때문이라는 것을.
그 몇달 후, 그 집이 신림역 부근의 평지로 이사를 왔고,아파트는 남향이었고 햇빛도 잘드는 고층인데다가 앞에 가로막는 건물이 없었다. 그곳으로 이사를 가고나서, 과외를 가면 아이들이 생기있게 놀면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바닥에 누워 있는 경우는 없었다. 과외도 훨씬 힘이 덜 들었다. 그 때 알았다. 터 때문이었다고. 국제산장 아파트는 해의 기운을 거의 못받는 곳이었고, 그래서 그곳만 가면 피곤했던 것이다.
변호사 개업을 하던 2005. 나는 대치동 은마아파트로 이사를 간다. 은마아파트는 대치동에서 터가 가장 좋다는 생각에서다. 평지 끝에 위치하고 있고, 뒤로는 완만한 경사면이 이어지고, 앞으로는 넓은 평야가 이어진다. 즉 해의 기운을 잘 받으면서, 뒤에 야트막한 언덕이 있어 해의 기운도 모아주는 형상이다. 내가 고른 집은 정남향이었고, 동 앞에 넓은 공간이 있고 12층 건물의 꼭대기 층이라 햇빛도 잘 드는 집이었다. 그 집에서 살면서 몸이 매우 건강해졌다. 물론 그 기간 동안 술도 절제하고 운동도 많이 하고 몸 편히, 마음 편히 지내서인 것도 있지만 집이 주는 마이너스 적인 요소가 없었고, 집이 오히려 플러스 요소로 작용한 것으로 나는 확신한다. 그 때 나는 사실 10년 정도 젊어지는 경험을 한다.
현재 사는 아파트(관악구 봉천동 관악푸르지오 아파트)는 남쪽으로 흐르는 경사면에 있어서, 내 기준으로 보면 터는 괜찮은 곳이다. 그래서 그 곳으로 가는데 거림낌이 없었다. 아파트 동도 정남향이라 마음에 들었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가 이사한 집이 22층 건물의 3층이고, 왼쪽, 앞, 오른쪽에 22층 건물들이 성냥갑처럼 둘러싸고 있어서 우리 집에 햇빛이 드는 시간은 하루 2시간을 넘기기 힘들다는 것이다. 낭패였다. 우리 집 앞에 넓은 공터가 있는데 그곳에는 눈이 한 번 오면 안녹는다. 햇빛이 거의 안들기 때문이다. 눈이 안녹는 곳은 살면 안되는데,...
내가 이 집을 고른 것은 3층이라 땅의 기운을 받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땅의 기운보다 해의 기운이 열배가 중요하다고 누가 그러는데, 그 말이 맞는 것 같다. 이 집으로 이사오고나서, 몸이 많이 피곤하고, 기운도 별로다. 내가 이집을 보러왔을 때는 마침 햇빛이 드는 시간이어서, 나는 아무 의심 없이 이 집을 계약하였는데, 내 대실수였다.
마산 처가가 최근 이사를 했다. 원래 있던 집은 남쪽으로 흐르는 경사면에 있었고, 정남향이라 햇빛이 잘 들었다. 그곳에서는 특별히 몸이 피곤하다는 생각은 없었다. 그런데 이사를 한 곳은 남동쪽으로 흐르는 경사면에 있고 집도 동남향이다. 집에 햇빛이 드는 것은 오후 2시까지이고, 그 이후는 햇빛이 안든다. 집 뿐만 아니라 단지 전체에 햇빛이 안든다. 집에서 보면 해가 언덕너머로 넘어가 있는 것같다. 단지의 경사도 가파른 편이다. 새로 이사간 곳에서는 낮에 있다보면 자꾸 졸린다. 낮잠을 자고 일어나도 또 졸립다. 장모님은 그곳에 이사가서 잠을 잘 잔다고 하시는데, 그것은 터가 좋다기 보다는 몸이 무겁고 더 피곤해서 잠이 몰려와 그럴 수 있다.
첫댓글 고시원을 알아보려고 해서 고민중인데 적절한글.. ㄳ합니다.. 그런데 고시원은 다들 성냥값처럼 붙어있어서.. 햋빛을 잘받는곳은 찾기 어려울듯.. ㅠㅠ
헐, 현재 사시는 곳이 제가 살았던 곳이군요. 산을 끼고 있어서 좋긴 한데.. 겨울에 눈이 잘 안녹아서 많이 넘여졌던 기억이 나네요.
나중에 집살 때 참고해야겠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마산...제 고향이 마산이라 괜히 반갑네용 ㅋ
저도 이사하고는 계속 9시간씩 자서.. 고민이었는데 변호사님 글 읽으니, 원인을 알것같습니다.. 항상 도움되는글들.. 감사드립니다.
저는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은 사실들은 안믿는데 변호사님의 말씀과 제 경험을 비춰볼때 증명이 안됐다 뿐이지 맞는 것 같습니다 제가 원래 살던 집은 옆 빌라와 거의 붙어있어서 햇빛이 오후 12시정도에 딱 한시간만 들어옵니다 여기서는 쉽게 피로하고 공부도 안되고 그리고... 저희 어머니께서 올해 50세 되셨는데 암 걸리셨습니다... 이런거 보면 터가 주는 그 무엇이 아직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채 존재하는것 같습니다 그리고 저는 공부하려고 시골로 내려왔는데 이곳은 평야고 주변에 건물이 없어서 해가 정말 잘 들어옵니다 그리고 제가 살던곳에서보다 훨씬 공부도 잘되고 수면의 질도 좋습니다
풍수에서 명당의 첫번째는 배산 임수입니다,,, 겨울엔 바람을 막아 주고, 여름에 풍덩할수있는 시원한 물가,, 제 주변에도 집에 따라,, 사람이 바뀌는 것을 보았습니다. 일단 집이 남향이 최고 인것은 아침에 햇살이 가장 먼저 들기에 늦잠을 잘수 없어 게으른 사람이 드뭅니다. 둘째,지대가 높으면 환기가 잘되고, 환기가 잘된다는 것은 묵은 공기가 아닌 신선한 공기를 마신다는 것이고, 뇌에 신선한 공기를 공급하기에,, 지력이 좋아진다는 이야기.. 화초가 잘되는 집은,, 대부분 통풍이 좋은 집입니다.
결혼후 몇번 이사를 다니면서,, 통풍과 햇빛 정말 중요한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변호사님 사시는곳으로 자주 갈일이 있어,, 앙성 온천이라든지.. 국망산쪽으로 도보로 많이 다녔습니다.. 사시는 근처에 산림 욕장이 있는데 지금은 생각이 나지 않네요. 또 감곡 IC에서 서울 쪽으로 가다 보면 있는 한우 전문점도 생각이 나네요.. 좋은곳에 태어 나신 것 같습니다
풍수가 중요하다고하고 저또한 그렇게 생각합니다 사주를 보러가도 너는 어느 방향은 가지 말고 어느 방향은 좋다고 말해주는데,,, 저는 방향감각이 없는지 집이 어디가 남향인지 북향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나침반을 사야하나... ㅎ 암튼 집터나 묘자리로 후손의 흥망성쇠가 결정된다는 것들 또한 신기하고 쉽게 간과할 부분은 아닌 듯 싶습니다
유기체라는 말이 떠오르는군요.
사람과 그를 둘러싼 사람 및 자연,,,
당연, 상호 작용을 하겠지요.
반지하보다 옥탑방이 좋다는 말이 맞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