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하다보면 시골집엔 빙둘러 심은 나무가 있다.
지붕 위로 잎사귀가 무성하였고 바람이 불때면 흔들렷다.
멀리 차안에서 보면 그 나무에 폭 파묻혀 있는 집들은 하나같이 소박하니 안락도 하엿다. .
그나무 이름은 참죽 나무 였다. 그걸 안건 오리골 살면서다.
여나문개의 나무가 거친 갑옷 같은 껍질을 입고 쭉 뻗은후에 잎사귀를 하늘로 뻗치고 있는 모냥 이엿다. 언뜻 보면 야자수 처럼도 보이기도 하지만 그건 잘 가꾸엇을때 애기고 자연 그대로의 상태라면 눈에 뛸만큼 특별한 조형성을 갖고잇지는 않았다.
한 대공에 이파리가 아카시아 처럼 여러개 달리는데 그보다는 크기가 크며 건실하고 무성하여 바람이없는 날도 살랑 거렷다. 그것이 나는 보기가 좋앗고 듬직하니 집뒤에서 버텨주는 것이 믿음직하엿다..
그렇지만 그때 까지도 많은 농가에서 집뒤에 빙둘러 참죽 나무를 심는 이유를 몰랐다.
대숲처럼 바람막이 역할도 하는 것 같지는 않고 감나무처럼 감을 주는것도 아니고 소나무나 회양목 처럼 멋스럽지도 않은데 아래윗집 적어도 한 두구루는 꼭 가지고잇는 것이 의문도 스러웠지만 그러려니 했다.
그 이유를 한해를 보내고 봄이 와서 알았다.
어느 날엔가 집주인이 대에다 낫을 묶더니 높이 세워 이제 막 나오기 시작한 참죽나무 어린이파리를 따는 것이다. 한 두개 도 아니고 두어 푸대를 꽉곽 채우는 것이다.
저 어 아저씨 그거 가지고 모하시게요?
모하다니 먹지
먹어요 나무이파리를 먹어요?
허 이사람 참죽나물이란 말 도 못들어 봣나
그걸 어떻게 먹어요?
그냥두 먹고 데쳐두 먹구 부침두 해먹구 무쳐서두 먹구 쌈두 싸먹고
맛있어요?
맛있지 자네두 먹어봐 그러면서 한소쿠리의 이파리를 건네 주었다.
놀라움이엿다. 먹다니 나무 이파리를 먹다니
그때나 지금이나 혼자서 끼니를 해결하던 나는 노다지를 발견한것처럼 흥분을 안할 수가 없었다. 저 무성한 나무이파리가 모두 나물이엿다니
먹어보니 맛있엇다. 어떤 독특한 향이 나면서 밥맛이 저절루 나게 되었다. 처음엔 주로 끓는 물에다 살짝 데쳐서 고추장을 찍어 먹다가 그 향에 익쑥 해질 쯤엔 그냥 날로 먹게 되엇다. 밥 한 그릇 뜨고 바로 옆에서 이파리 따다가 행구고 먹으면 되었다. 손님이 와서 삼겹살을 구워도 부러 상추를 살 일도 없었다. 돈 두 돈이지만 너무 편리 하였다.
하지만 세상이 어디 그렇게 쉬운가. 어느 날엔가 집주인 친척들이 대량으로 오더니 나의 참죽나무 이파리를 모두 아도 쳐버리는 일이 발생하엿다. 그리고 그때 또 알았다. 참죽나무의 향은 중독이 된 다는걸...
밥을 보면 먼저 그 향이 입에서 맴돌아 견딜 수 없어 더디 싹 튀우는 나무의 꼭대기만 쳐다보게 되엇고 그렇게 무성하게만 보이던 잎들을 하나하나 셀 수도 잇을 것처럼 거기에 집중하게 되어 버렸다.
한 두번은 아래 윗집 으로 낫들고 동냥하러 다니다가 것두 하루 이틀이지 참다 못한 나는 산으로 가기로 하엿다. 참죽나무가 집주위에만 있으라는 법은 없다. 웬지 산속엔 이보다 더 좋은 해빛을 먹은 이파리가 무궁무진 할 것만 같앗다.
정말 산속엔 참죽나무가 많았다. 사람 손을 안타서인지 낫도 필요 없이 손 닿는 곳에 지천 이엿다. 금새 한 푸데를 채우고 흐믓 하여 돌아와 대자로 방바닥에서 잠 들엇는데 마루에서 주인집 아저씨 목소리가 들렸다.
아니 이사람이 죽을려구 환장을 했나. 이걸 도데체 모할려구 이렇게 따왓어?
무슨 소리이신가 나가 봣더니 아저씬 어이가 없는지
자네 이거 먹을려구 따온건가?
예. 왜요?
죽을려구 환장을 했구만.
왜요?
왜요라니 이건 옻나무 이파리 아닌가 이건 가죽나무 이파리이고.
예? 아닌데여 이거 참죽나무 이파리인데요.
참죽나물에 환장을 햇구만.. 쯧쯧...
허참 순간 난감하고 쪽팔리고 막막하고 그랫다. 그런적이 있었다.
그 후로 참죽나무를 비로서 알게 되었다. 참죽나무는 이파리가 맛있다는 것 외에 목재와 조각용의 소재로도 훌륭하다. 잘 마른 참죽나무의 껍질을 벗기고 톱질을 하면 형형 할수 없는 아름다운 붉은색상의 속살을 볼 수가 있는데 조상들은 이것으로 문갑을 만들고 책상을 만들고 하였었고 좀 산다는 집안의 좀 특별해 보이던 기둥이나 보가 참죽나무 엿다는 것도 그 후에 알았다. 금강으로 가는 안남면 개고기집에는 삼백년 보호수 그늘아래 에다 온통 참죽나무로 평상과 의자를 멋대로 뚝딱 뚝닥 만들어서 배치를 하였는데 볼때 마다 보기가 좋았다.
그러면 그렇지 우리 조상들은 쓸데없이 나무하나라도 기를 사람들이 아니다. 이파리는 고추장 찍어 먹고 지져먹고 나무는 시집가는 딸년 장농 해주고 기둥 만들고 버릴것 하나 없는 참죽 나무는 좋은 나무다.
이맘때면 언제나 그향에 침이 돌아 견딜수 없다.
첫댓글 글을 읽다가 취했답니다. 예전에 엄마가 하시던 튀겨먹던 가죽나무하고 비슷한것 같기도 하고.. 마치 내가 이파리따다 먹는 것 마냥 맛깔스런 글을 쓰셨네요.,
우리 어머니도 종종 참죽 나무 나물이나 튀김을 상에 올리셨는데 거칠게 보이면서도 맛있던 기억이 새록새록 되살아나는 군요. 와 !군침 돈다.
저희 시골집에 참죽나무가 조금 있습니다. 순이 나오면 그 향을 같이 맛보시죠. 4월말경...옛날 집 뒤에 참죽나무가 있었는데, 의식을 치루지 않고 베어 집을 짓고 나선 어머니가 아팠던 기억이...
참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재미있다는 것은 참 좋은 것 같습니다. 글 읽고 나서 기분이 좋아졌거든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