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추를 달다가
우리 이렇게 낡았구나
어느 새 이렇게 해졌구나
갈피갈피 얼룩진 숨은 속때가 살아난다.
'믿음'의 목을 조르던, 징글맞은 '의혹'의 흔적
가루비누 흠뻑 풀어 바락바락 문질러도
그예 지워지지 않던 불화의 기억 살아온다.
소맷부리 미어진 줄 나는 미처 못 보았다.
정이 식은 눈으로는 본다한들 소용없어
낡음낡음 해지도록 나는 보지 못하였다.
너 이렇게 마모되는 동안 난 또 얼마나 닳았을까.
달랑거리는 단추 하나 문득 눈으로 들어온다.
아슬아슬 실밥을 붙든 안간힘이 안쓰러운,
어느 순간 맥없이 손을 놓을 듯도 싶은,
너와 나 쓸쓸한 인연도 꼭 저럴 지 모른다.
데면데면 살기에는 너무 화사한 계절을
우리는 철이 없어 등 돌린 채 보내고
때 찌들고 바랜 셔츠로 볼품없이 마주서서
내려 쌓이는 세월이나 툭툭 털어주자니
어쩐지 눈물이 난다
우리 이렇게 늙는구나
시조 :신양란
*1962년 충남 서천에서 출생
충남대 국문과 졸업
1995년 <시조문학>추천
현재 파주여중 국어교사 재직중
화려한 언어도 아니고
기발한 수식어도 없고
거저 담담한 시어들이
'툭툭'털어주듯
삶을 관조하게 하는 시조 한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