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4년 8월 14일 목요일, 맑음. - 천부광장. 인민공원
아침 7시 30분에 숙소에서 제공하는 아침을 먹는다. 빵 3개, 콩물 하나, 게란 한 개다. 숙소로 올라와 컵라면과 함께 아침을 먹으니 먹을 만하다. 오늘 저녁 비행기를 타고 집으로 간다. 남은 돈으로 시장을 보기로 했다. 호텔 옆에 있는 재래시장에 갔다. 콩 종류를 구하기로 했다. 시장에 가니 구석에 곡물 가게들이 모여 있다. 녹두, 왕콩, 팥, 검은콩, 호두를 샀다. 무거워지는 배낭이 걱정이다. 숙소로 올라와 짐 정리를 한다. 체크아웃을 하며 숙소에 짐을 맡겼다. 친절하게 받아준다. 먼저 공항 가는 버스를 알아보기로 했다. 버스터미널 옆에 흐르는 금강을 따라 인민 남로 방향으로 걷다가 인민 남로에 걸친 다리를 건너면 금강 호텔 맞은편에 출발하는 공항버스가 있다. 자주 다니는 것 같다. 공항버스를 알아두었으니 이제는 시내 구경을 한다. 먼저 시의 중심부인 광장으로 간다. 광장 이름이 천부광장이다. 상해의 동방명주 로터리하고 비슷하다. 고층빌딩이 엄청 모여 있다. 뒤에는 사천과학기술 박물관이 자리 잡고 있다. 대 낯의 광장은 엄청 뜨겁다. 아내만 양산을 쓴 것이 아니라 대부분 중국 여성들도 양산을 쓰고 있다. 지하철 1,2호선이 만나는 곳이라 사람도 많고 여유도 있다. 모택동을 등지면 쭉 뻗은 대로가 인민남로다. 이 거리 이름 때문에 인민광장이라고도 불린다. 용 모양 형상물과 분수도 있다. 시간이 되면 음악 분수로 바뀐다. 너무 뜨거워 광장에 있는 지하도로 들어간다. 시원하고 현대식 고급 식당과 가게들이 줄지어 있다. 성도의 명칭은 사서에 의하면, 주나라 태왕이 양산에서 기산으로 와서, 첫해에는 읍을 세우고 3년째에는 도시를 세웠다. 이를 성도라 명하였다고 한다. 성도는 중국 역사상 두 가지 특별한 점을 가지고 있다. 첫째, 성도의 명칭이 2000녀 년 동안 바뀌지 않고 이어져 왔다는 것으로 중국 역사상 매우 드문 일이다. 둘째는 2000여 년 동안 성도는 사천과 그 일대인 중국 서남지역의 행정수뇌기구의 소재지 역할을 지속해 왔다는 것이다. 그리고 성도 내의 종교 인구에 관한 정확한 통계는 알려져 있지 않지만, 사천 성에는 불교 인구가 800만으로 가장 많고, 천주교가 약 35만 명, 기독교가 25만 명, 이슬람교가 약 8만 명, 도교가 약 2만 명으로 성 전체 인구에 비해 기독교 인구는 적은 편이다. 비록 1949년 모택동의 공산당에 의해 접수된 이후 신 중국으로 전환되었지만 여전히 티벳 불교가 장악하고 있으며 티벳, 사천성, 칭해성, 감수성, 신장을 잇는 거대한 티벳 문화권과 경제권을 형성하고 있다. 지하철을 타고 인민공원으로 간다. 제일 먼저 만난 것이 인민공원 앞에 서 있는 총 들고 진군하는 군인의 동상이다. 항일 전사자 기념상이다. 반바지에 칼을 메고 있는 모습이 이곳이 더운 지역임을 느끼게 해준다. 공원에는 그 나라 문화가 있다. 성도의 인민 공원은 시민들의 사랑을 받는, 사천성 제일의 공원이 어디냐고 묻는다면 주저 없이 일순위로 꼽히는 공원이다. 이곳은 주말을 말할 것 도 없고 평일에도 수많은 성도 시민들이 한가로운 대를 보내기 위해 항상 왁자지껄 사람 냄새가 난다. 공원을 거닐거나 연못에서 뱃놀이를 한다거나 심신수양을 위해 태극권을 하는 이가 보인다. 여럿이 모여 춤을 추는 장면도 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중국 전통악기나 혹은 서양 악기를 연주하는 아마추어 악단들이 그룹을 이워 연주하는 음악소리도 하루 종일 끊이지 않는다. 또한 한편에서는 찻집의 대나무 의자에 앉아 차를 마시거나 마작을 하거나 장기를 두는 이도 보이고 담소를 나누는 무리들이 일대 장관을 연출한다. 한국과 다르게 중국 공원에서는 젊은 사람도 장기를 두는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그리고 관찰력이 좋은 사람들 이라면 알겠지만 중국의 장기 알은 왕부터 졸까지 크기가 모두 같다. 등소평 이후 중국의 사회주의는 이런 곳에서도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 여기가지는 중국의 다른 도시의 공원과 별반 다를 바가 없다. 하지만 현재 이렇게 성도 시민들의 삶의 무대였던 이곳은 아이러니하게도 청나라 시기에는 한족들의 출입금지 구역이었다. 중국인들에게 치욕의 역사였던 중일전쟁 시기에 상하이에 중국인들이 다닐 수 없었던 곳이 있었듯이 만주족에게 나라를 빼앗긴 시기에도 한족들은 말 할 수 없는 수모를 당했다. 서쪽의 거점도시 성도에 파견된 만주족은 자신들만 기거하는 구역을 성도 시내 한복판에 조성해 놓았고 그 구역을 소성(샤오청)이라고 불렀다. 그리고 지금의 인민공원은 과거 소성 영역 안에 있었던 한족 통행금지 구역이었다. 인민공원이 위치한 길 이름이며 공원 내의 찻집 등에서도 아직도 심심치 않게 소성이라는 단어를 찾아볼 수 있다. 이후에 만주족 전유 공간은 다시 한족들에게 환원되었고 그곳에 공원을 조성해 놓은 것이다. 빼앗긴 것을 다시 찾으면 소중함을 크게 느끼는 것일까? 과거 소성 지역이었던 인민공원은 현재 성도 시민들이 가장 사랑하는 시민공원이 되었다. 중국 전체를 통 털어 전통차관(찻집)가장 많다는 이도시에서도 인민공원에 와 보면 차를 마시는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어 매일매일 마치 무슨 행사가 열리는 것 같다. 호수에서 보트 놀이 하는 시민들이 유난히 많아 보인다. 돌로 만들어진 기념비(성도와 중경 간 철도 건설을 위해 모금한 돈을 착복한 관리들에게 항거한 민중을 기리는 기념비)도 구석에 있다. 분재원도 구경하고 난원도 보인다. 길고 큰 붓을 들고 물을 찍어 바닥에 글을 쓰는 삶들이 보인다. 참 한문 붓글씨도 잘 쓴다. 인민공원을 둘러본 후 이제는 시간을 보낼 장소를 찾아간다. 시간도 보내면서 쉴 곳, 저녁도 먹고 앉아서 있을 장소가 필요하다. 어제 머물던 춘희로가 제일 적당할 것 같다. 춘희로로 간다. 춘희로 초입 총부로, 여기서부터 보행자 거리가 시작된다. 춘희로는 1924년 당시 사천지역 군벌인 양삼의 건의로 건립되었다. 당시 거리는 그의 이름을 따 삼위로로 불리었다. 몇 차례 개명을 거쳐 지금에 이르렀다. 북에서 남까지 거리는 약 400m에 이른다. 왕부정 백화점, 태양 백화점이 연결되어있고 구룡 플라자 건물도 보인다. 루이비통을 비롯한 전문 메이커 매장들이 많다. 성도의 중심부에 위치한 쇼핑의 거리, 글로벌 브랜드가 있는 성도의 명동이자 강남역이다. 기대하지 않았던 춘희로, 이게 웬걸 생각보다 크고 생가보다 깔끔하고 생각보다 고급차도 많고 생각보다 맛있는 것도 많고 정말 괜찮은 곳이다. 놀기 좋은 곳이다. 청년 남녀와 꼬마들이 있는 동상들도 있고, 현대 의상을 입은 청년들의 동상도 세워져 있다. 헌책을 팔고 있는 노인과 여인의 동상, 데이트 중인 남자가 애인을 옆에 두고 다른 여자를 쳐다보는 동상도 있다. 재미있는 거리다. 거리 양 옆에는 파라솔에 벤치가 길게 이어져 있다. 유니클로 전문 매장과 붙어있는 사천성의 상징인 팬더 곰이 건물에 걸려있는 IFS 건물로 들어갔다. 매장 안에는 트와이닝 카페도 있고 아이스 링크와 전문 매장이 즐비하다. 우리는 음식 코너에 또 찾아가 식사를 한다. 사천성의 유명 요리인 마파 두부 요리, 사천성 수끼 요리를 주문해서 밥과 함께 배를 채운다. 검은 묵에 떡이 들어있는 시원한 후식도 사먹었다. 잠시 앉아서 쉰 다음에 옥상으로 올라간다. 건물을 기어오르는 팬더의 정체를 알아보기 위해서다. 옥상에는 여러 가지 조각품들이 전시되어있었다. 말, 혀를 내민 개, 뚱보 두상, 의자와 연인, 말리 붉은 고추, 그리고 기어오르는 팬더의 얼굴, 내가 모두 제목을 붙여준다. 건물을 둘러 본 후 밖으로 나오니 만화영화 캐릭터 도라에몽 형상이 101개, 건물 앞에 줄을 맞추어 서 있다. 갑자기 일본 중심가에 온 느낌이다. 해가 지고 네온 불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번쩍번쩍 빛을 발하는 대형 건물들의 환상적인 불빛이 대단하다. 옛날 중국이 아니다. 숙소에 도착해서 호두를 조금 더 사려고 재래시장에 갔다. 날이 어두워 곡물장사는 문을 닫았다. 복숭아 두 개를 사가지고 숙소에 와서 짐을 찾았다. 이제 공항으로 간다. 배낭을 야무지게 등에 맸다. 엄청 무겁다. 택시를 타고 가려하니 택시가 보이지 않는다. 걸어서 공항버스 있는 곳으로 간다. 집에 간다고 생각하니 기운이 난다. 걷다보면 도착하게 되어있다. 멀게 느껴지던 거리인데 도착하여 드디어 공항버스를 탔다. 터미널 1에서 내려야 하는데 터미널 2 까지 가고 말았다. 다시 가방을 메고 터미널 1로 걸어간다. 고생이 많다. 공항에서 세면을 하고 복숭아를 먹고 일기를 쓴다. 이제 여행 끝이다. 그동안 잘 먹고, 좋은 숙소에서 잘 자고, 중국 땅이 워낙 넓어 비행기로 핑핑 날아다니고, 만족스러운 여행인 것 같다. 밤 12시 10분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