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몸짓 하나에도 성도의 '나 됨'
구현되는 2012년을 소망한다”
환경을 이겨내고 '하나님 우선'의 삶을 살아내려는 현장
“신앙은 생명 걸고 하는 것, 사명 감당이 사는 이유 돼야”
지난 한 해 교회는 주변을 돌아볼 겨를도 없이 쫓기듯 달려왔다. 한국교회 대표기구를 자처하던 한국기독교총연합회가 '돈 선거' 문제로 연초부터 교계를 발칵 뒤집어놓더니 연이어 터지는 대형교회들의 불투명한 재정 사용 등이 교회 내부에서 해결되지 못하고 사회법정 싸움으로 비화되면서 '교회가 법조계의 고객이 되었다'는 불미스러운 말이 회자되기도 했다. 과거 사회를 선도했던 교회가 어느덧 지탄의 대상이 되었고, 2011년은 그러한 지적과 질타에 교회도 같이 놀라고 당황하고 아파하며 해법을 찾지 못해 허우적대던 시간이었다.
이러한 혼돈 속에서 맞이한 2012년 새해,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은 더 이상 주춤거리지 말고 개혁과 갱신 그리고 성장과 성숙의 구체적인 실천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다시 일어서는 일, 그것은 먼데 있지 않고 걸음걸음, 작은 몸짓 하나에도 '본질'을 지켜내고 교회와 그리스도인의 '나 됨'을 되새기며 그것을 삶으로 구현해 내려는 노력을 통해 이뤄질 것이라는 자각이 일고 있다.
지난해에도 신앙을 삶으로 살아내기 위해 몸부림치는 신앙인들의 삶의 현장을 찾아갔다. 자신이 처한 환경을 이겨내고 '하나님 우선'의 삶을 살아내는 이들은 세상을 이기고 조금씩 하나님 나라를 확장해 가는 사명을 감당하고 있었다. 그들은 2011년을 마감하고 2012년 새 해를 맞이하는 시간, 어떤 마음가짐으로 살고 있을까.
10년 전 발병한 직장암이 간으로 전이되어 간을 2/3 절제했고, 2년 만에 한쪽 폐 절제 수술을 받은 데 이어 또 1년 만에 나머지 폐의 일부도 잘라내야 했던 이계황 장로(75, 은평감리교회), 그가 병마와 싸워온 과정은 듣는 것만으로도 벅찬데 그는 병을 이겨낼 뿐 아니라 지난해 현대적이면서도 원전에 가깝게 다가선 〈창세기 역주〉를 기획·출판하는 투지를 보여줬다.
번역과 주석을 맡은 방석종 교수(감신대)를 비롯해 신학, 국어, 교정 등의 전문가 100여 명이 참여해 현대적 번역에 중점을 둔 〈창세기 역주〉 작업을 3년간 진두지휘 하면서 하루 25시간씩 일한다는 일념으로 임해온 이 장로는 “하나님께서 성경 번역 제대로 해 보라고 목숨을 연장해 주신 것 같다”며 “신앙은 생명 걸고 하는 것”이라는 깨달음을 나눠줬었다.
오랜 시간과 막대한 재정이 투입돼야 하는 작업이기에 후속으로 책을 발간할 수 있을지에 대해 염려했던 이 장로, 근황을 묻는 말에 “〈출애굽기 역주〉 발간을 위해 독해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반가운 소식을 전했다.
그는 우리 사회와 교회가 처한 혼돈을 바라보면서 “역사와 문화의식의 약화” 때문이라고 짚고 “작은 생각부터 바꿔간다면 정치, 경제, 교육 등 전반의 어려움을 딛고 상승세로 전환할 수 있을 것”이라며 희망적으로 한 해를 전망했다.
이 장로는 “난세에 영웅이 나오듯이 사회를 이끌 큰 지도자가 나올 수 있다”고 내다보고 “희망이 없는 것 같아도 희망을 가져야 해요. 욥의 지극한 고난과 그 결과를 아는 우리로서는 어떤 상황에서도 하나님의 섭리 가운데 있는 것을 믿으며 희망을 가질만한 요소를 발견해야 한다”며 새롭게 펼쳐질 한 해에 대한 기대를 드러냈다.
청년 실업자 시대? 젊은이의 꿈과 희망이 모두 '취업'이라는 두 글자에 얽매여 있는 현실, 이 거대한 경쟁 구도에서 한 걸음 물러나 지구 반대편에 위치한 케냐 북부의 작은 마을 코어(Korr)의 교육환경 개선에 자신의 꿈을 조준하고 달려가고 있는 '호이프로젝트(Hope is Education, HoE)' 팀 대표 박자연 씨(33, 행복한한울섬김교회)는 올해는 정식 NGO 단체로 등록하고 500명 후원자를 모집하는 등 더 활발하게 활동을 펼 것이라고 밝혔다.
2011년은 HoE를 시작한 지 3년을 지나면서 처음과 같은 열정을 지속하는 것이 어렵다는 걸 절감하는 해였다. 그런 속에서도 지난 8월 어김없이 코어를 방문해 그곳의 교사들을 대상으로 교육의 중요성을 재확인하고 교습법을 전수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그런데 이번에 한국과학창의재단이 기후변화 연구 및 개선을 위해 진행한 2011 글로벌 녹색 성장교육 교사연구회 공모에 선정되면서 일부 후원을 받아 1월에 또다시 코어로 출발, 사막화가 진행되고 있는 코어의 현실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작은 힘이나마 개선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다.
박 씨는 “2012년 출발이 좋아요. 처음보다 동참하는 사람도 줄어들고 불안한 기간도 있었지만 어떤 일이든 진행하다보면 어려움이 있지요. 그것을 넘어섰을 때 더 단단해지는 것 같다”며 “새롭게 자기의 존재의미를 찾아가는 청년들에게 먼저 그 길을 걸은 사람으로서 위로와 용기를 전하기 위해 더욱 책임감을 가지고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씨는 “교회가 '선교'에 대한 이해를 조금 더 확대시킨다면 청년들의 박재된 꿈에 날개를 달아주는 일도 일종의 선교일 수 있다”며 새롭게 길을 찾는 청년들의 시도에 교회의 관심과 지원이 이어지길 기대했다.
거리에서 노숙인들에게 매를 맞으면서도 복음을 전하는 김영식 목사(47)는 여전히 거리의 맨 바닥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곁에서 함께하고 있었다. “전도는 내 안에 계신 예수님의 사랑을 드러내는 것”이라며 그것을 위해 노숙인들과 같은 모습으로 그들의 현장으로 들어간 김영식 목사. 노동을 병행하며 펼쳐가는 사역 속에서 때로는 목사라는 이유로 매를 맞지만 교회라는 안전망 속에서는 볼 수 없었던 낮은 곳을 향하는 하나님의 뜨거운 마음을 알게 된 것에 큰 기쁨을 드러냈었다.
요즘은 전략을 바꿔 밤에 일하고 낮에 노숙인을 찾아가고 있다. “낮에는 서로 얼굴을 정확하게 보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고 공격적인 면도 덜 하기 때문에 가까이 다가가는 것이 훨씬 수월하다”는 이유에서다.
안타까운 것은 자꾸만 돈 문제에 목회자들이 연루되어 세상으로부터 망신당하는 일들이 반복되면서 노숙인들 사이에서도 어느 때보다 기독교와 목회자에 대한 불신이 강했던 것. 김 목사는 “사람들 속에 하나님이 자리해야 할 곳에 돈이 위치하고 있는 것을 볼 때면 씁쓸하다”며 사회의 밑바닥인 노숙인들 사이에서도 '목사'가 거부되는 존재로 자리하고 있는 것에 안타까운 심정을 토로했다.
김 목사는 “거리생활을 하다보면 이들을 가장 많이 찾는 곳이 교회인데도 실상은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며 “2012년에는 교회의 부정적인 모습보다 진정 예수님의 제자다운 모습이 세상에 전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개인적인 소망으로는 “나 자신이 변질되면 하나님은 더 이상 복음 전하는 도구로 사용하지 않으실 것”이라며 “'내일도 오늘 처럼'이라는 지표를 갖고 변함없는 마음으로 사역을 이어가고 싶다”고 밝혔다.
6·25 전쟁 중에 25명의 대식구를 돌보면서 다섯 자녀의 육아일기를 그림과 함께 정성스럽게 기록해 분주함 속에 소중한 것들을 놓치며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귀감이 되었던 박정희 장로(인천도화감리교회)는 90세를 맞는 소감으로 “하나님이 오늘의 삶을 허락하신 것에 대한 무한한 감사로 매일을 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몸은 쇠약해졌지만 영적인 충만함 속에서 기쁨으로 삶을 채워가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하루의 삶을 감사로 살아내는 것은 하나님께 대한 복종”이라며 감사의 삶을 강조했던 박 장로는 과거에 비해 우리 사회가 전반적으로 잘 살게 되었지만 여전히 어려움을 호소하는 것을 보며 “남용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성경에 곡간에 쌀 100가마니 쌓은 사람이 목적 달성했다고 기뻐했지만 하나님께서 그날 밤 생명을 거두어 가셨지요. 우리는 하루를 검소하게 가다듬으면서 예수님께서 당부하신 항상 기뻐하고, 쉬지 말고 기도하며, 범사에 감사하는 삶을 살아내야 한다”며 기쁨과 감사로 점철된 삶의 비결을 귀띔했다.
박 장로는 요즘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며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를 잘 전달하기 위한 방법을 연구하는데 몰두하고 있다고 했다. 이유인즉 “나중에 하늘나라 가서 하나님이 어떻게 살았느냐고 물어보실 때 거짓 없는 보고를 드리고 싶다”며 그 훈련을 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돌이켜볼 때 내 힘으로 산 것이 아님을 깨닫는다”며 “우리가 기쁨과 감사로 살아낼 때 하나님은 난국 속에서도 확실하게 지켜주시고 선한 길로 인도하실 것”이라며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칠갑산' '빈잔' 등 수많은 히트곡을 작사 작곡한 조운파 집사(67, 사랑의교회)는 하나님을 만난 후 “하나님을 떠난 것,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어진 인간이 하나님의 수준에 이르지 못하는 것이 죄의 본질”인 것을 깨닫고 20여년 간 인간 행복의 근원이신 예수님을 전하는 데 전념하며 살고 있었다.
더 이상 사람들의 감정에 호소하는 노래가 아닌 정직하고 감사한 삶을 살아가도록 하기 위한 곡들을 만들고 있는 조 집사는 최근 만든 '사랑하며 살 테요'가 가수 남진 씨를 통해 불리면서 인기를 얻고 있다.
조 집사는 “내 안에 계신 예수님 보여주는 삶이 진짜 전도”라며 “노래처럼 그리스도인들부터 정직과 감사의 삶으로 본을 보이길 바란다”고 바람을 전했다.
전도현장에 서다보면 노골적으로 교회의 부정적인 요소들을 비방하는 사람을 만나기도 한다. 그런 경우 교회가 예수님의 희생을 본받아 빛과 소금이 되어 세상을 섬겨야 하는 정체성을 바로 알려준다는 조 집사는 “발가락에 염증이 생겼다고 발 전체를 잘라내지 않는 것처럼 교회 안에 부정적인 요소들이 치유되고 소망의 공동체로 거듭나는 2012년이 되길 바란다”며 기대를 드러냈다.
정찬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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