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이 일본 넷플릭스가 선정한 ‘2020년 일본에서 가장 화제가 된 작품 톱 10’에서 1위에 오르면서
한류를 재점화시키고, 지난 해 일본내 신조어 탑 10에 들기도 하였다.
뒤를이어 ‘이태원 클라쓰’가 2위에, 2018년 작인 ‘김비서가 왜 그럴까’가 9위를 차지했다.
군 제대 후 복귀작으로 화제를 모은 김 수현 주연의 ‘사이코지만 괜찮아’는 6위, 박 보검의 입대 전 마지막 작품인
‘청춘기록’은 8위에 올랐다.
뿐만아니라 ‘가장 화제가 된 다큐멘터리 톱 10’에서는 ‘블랙핑크; 세상을 밝혀라’가 2위에오르기도 하였다.
정치적으로는 어느때보다도 양국간의 관계가 살얼음판을 걷고 있지만 물밑에서 새로운 한류는 이렇듯 소리없이
흐르고 있음이다.
마침, 일본에서 제법 이름있는 ‘키무라 게이코’라는 자유기고가가 최근 아사히 신문에 한국 드라마와 관련하여
기고한 글이 있어 여기 번역하여 편집하여 올린다.
2000년대 초반 겨울연가, 대장금을 필두로 한 제1차 한류 붐이 시작되면서 많은 이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는
한국 드라마.
최근 넷플릭스를 통하여 '사랑의 불시착'이나 '이태원 클래스'등의 흥행으로 한국드라마를 좋아하는 팬층뿐아니라
그동안 한국 드라마를 접하지 못했던 계층에서도 큰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필자도 그런 한국 드라마의 열렬한 팬 중
한 명이다.
10년 넘게 한국 드라마의 러브-커메(로맨틱 코미디의 일본식 표현), 로마-코메 장르를 매달리듯 보면서 설렘과 안타까움의
롤러코스터를 타기도하고, 눈을 붉히면서 등장 인물들의 영원한 행복을 기원하기도 하였다.
주간 ‘엔터메지’의 편집부에 재직하고 있었을 때는, 좋아하는 드라마나 배우를 닥치는 대로 소개하는 한국 특집 페이지를
매주 다루기도 하였다.
한국 드라마의 묘미는 얼떨결에 어?! 라고 되묻는 엉뚱한 설정과 그런 설정을 구현해 버리는 치밀한 구성,
그리고 그런 이야기가 나이라는 세월의 흐름을 뛰어넘는 배우의 연기력과 깜찍한 존재감이다.
겨울연가가 일본에서 방영된 지 약 17년, 사랑의 불시착으로 다시 주목받고 있는 요즘.
설정, 제작, 배우, 어느 것을 보나 특급의 극상 러브 스토리로 감동을 주는 2010년대 이후의 10 작품을
소개하고 싶다.
10위 사랑의 골드 메달~내가 사랑한 김복주~ (2016년)
체대 역도부 선수 김복주(이선경)와 인기 수영부 선수 정준영(남주혁).
복주를 교내에서 볼 때마다 놀리게 되는 준영.
한편으로 다른 사람에게 첫눈에 반하는 복주에게 준영은...!?
이거야말로 왕도 청춘 러브-커메(로맨틱 코미디)다.
두명의 사랑스러운 주인공이 티격태격하는 모습, 질투하는 모습에... ‘이 귀여운 두명을
언제까지나 보고 싶다’, 라고 생각하게끔 만드는 사랑스러운 작품이다.
9위 '함부로 애틋하게' (2016년)
국민적 스타 신준형(김우빈)의 삶은 순항해 보이는 듯 하지만 아픈 과거가 있고 병에 걸려 시한부
선고를 받은 몸.
그런 그의 앞에 첫사랑 노을(배수지)이 나타난다. 남은 시간을 함께 보내고 싶어 준형은 노을에게 3개월 동안
진심으로 연애하자고 하는데...
제목대로 이 둘이 안타까워서, 견딜 수가 없어서. 두 사람뿐 아니라 준형과 엄마의 이야기도 애틋하고
가슴이 죄어 마지막 회가 다가올수록 눈물 분량이 늘어난다.
8위 '이 사랑은 처음이니까~' Because This is My First Life(2017년)
평범한 직장인으로 독신주의자인 남세희(이민기)와 작가의 꿈을 접지 못하는 고학력자 윤지호(전소민).
우연한 일로 동거하게 되어 서로의 이익을 위해서 계약결혼으로 나아간다.
한국 드라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계약결혼' 형태이기 때문에, 그냥 그런 이야기이려니
하고 있으면 뜻밖의 이야기로 빠져든다. 연애란 뭘까?, 결혼이란 뭘까?라고 진지하게 생각하게 하면서,
확실히 심쿵하게 하는, 역시 이민기와 전소민의 연기는 일품이다.
7위 '사랑의 스케치'~응답하라1988~(2015년)
"응답하라"는 시리즈로 전개하는 작품으로, 이 작품 (1988)은 3번째.
1편은 1997, 2편은 1994로 모두 명작이다.
1988년 서울올림픽을 무대로 여섯 남녀의 청춘과 사랑을 그려내는 이야기. 공부는 못하지만 아기 원숭이처럼
활발한 여자, 덕선(혜리)은 결국 누구와 결혼할 것인가!? 천재 기사 (박보검), 덕성이 은근히 마음에 걸리는 정환(류정열),
우등생 선우(고경표), 천방지축 동령(이동휘) 등 등장인물 모두가 행복하길 바랄 뿐이다.
6위 '밀회' (2014년)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 도쿄타워가 원작으로 20세 청년 이 성재(유 아인)와 40세 유부녀 오혜원(김희애)의 용서받지
못할 사랑이 그려진다.
천재적인 피아노 재능을 가지고도 가족을 보살피느라 고단한 삶을 사는 성재가 자신의 재능을 발견해준 예술센터
기획실장 혜원에게 끌려가는 모습은 정말 미치도록 안타깝고 관능적.
순박한 성재가 피아노를 연주하자 이내 대담함과 나긋나긋함을 갖춰 한바탕 분위기를 매료시키는 모습이 눈에 띈다.
그런 성재에게 저항할 수 없는 것은 여자의 본능일까.
묘한 설레임이다.
5위 『상속자들』(2013년)
재벌 갑부인 김 탄(이 민호)과 어려서부터 힘들게 자란 차 은상(박 신혜).
우연치 않게 미국에서 만났던 두 사람은 한국의 명문 사립고에서 재회한다.
재벌과 서민의 사랑이라는 짜릿한 이야기인가 싶더니 통상의 러브-코메에 속하지 않는 웅장한 이야기가 펼쳐 진다.
그들을 둘러싼 인물도 매력적으로 그려져 하나도 군더더기가 없고 그러면서도 떨리는 듯 애절하며, 지극히 달콤한 사랑도
제대로 그려진다.
역시 히트 메이커로 유명한 김은숙 극작가 작품이다.
4위 별에서 온 그대 (2013년)
'신분이 다른 사랑'이나 '물과 기름‘의 사이가 어느사이…' 등 다양한 연애를 그려온 한국 드라마의 트렌드가 이 작품의
등장으로 확연히 바뀐다. 그것이, 현실에서는 절대로 있을 수 없는 판타지적인 무대 설정을 채용하고 있기때문이다..
이 작품에서 그리는 것은, 외계인과 스타 여배우와의 연애. 신분을 숨기며 지구에 사는 외계인 도 민준(김 수현)과
자유분방한 스타 배우 천 송이(전 지현)가 만나 사랑에 빠지는데 지구에 있을 시간이 임박해서 일어나는 얼핏 황당한
스토리. 하지만 이것이 제대로 납득이 되니 황당하기도하다.
민준이의 츤데레감(‘새침하고 도도한 모습‘이라는 일본어 합성어)과 송이의 매끈하게 녹아들어 끝내는 살살 녹는 듯한
달콤한 사랑의 감동을 맛보자.
3위 '푸른 바다의 전설' (2016년)
이 작품의 주인공은 바로 인어.
동화에서 수없이 그려졌던 인어와 인간과의 슬픈 사랑을 한국 드라마로 재설정하면 이렇게도 드라마틱해지는가 하고
놀라고 감탄하게 된다.
스페인에 머물고 있던 사기꾼 허 준재(이민호)는 어느 날 호텔 방에서 낯선 여성을 발견 한다. 엉뚱한 듯 보이는
그 여자는 처음으로 뭍에 오른 인어(전 지현)였다. 행동을 같이 하는 가운데 정이 두터워진다는 스토리.
인간계의 상식이 몸에 배지 않은 인어를 코믹하고 진지하게 연기해내는 전지현의 실력이라니!
사랑하고 사랑하고 사랑하고 또 사랑하라는 인어의 의기를 차분히 만끽하고 싶다.
2위 '도깨비 - 네가 준 사랑스러운 날들' (2017년)
이 작품으로 한국 드라마의 팬이 된 사람이 많을 것이다. 도깨비와 인간이라는 기이한 조합, 현대와 고려시대를
넘나드는 장대한 무대, 아름답고 군더더기없는 영상, 하나하나 차곡차곡 쌓아올린 각본, 그리고 무엇보다 도깨비를
연기한 공유와 도깨비의 신부 역을 맡은 김 고은의 가슴 흔드는 연기, 모두 일품이다.
불멸의 생명으로 살아가는 도깨비 김 신(공 유)은 영원한 삶에서 벗어나기를 바랬다.
이유는 도깨비의 신부로 불리는 존재 때문이다. 살아가면서 어느 날 도깨비의 신부라는 여고생 지 은탁(김 고은)과
만난다. 영원불멸의 생명을 꿈꾸던 김 신은 은탁과 지내면서 그런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김 신의 운명은 어떻게 될것인가?, 은탁은 김 신의 운명을 바꿀 수 있을 것인가?, ...
끝까지 한시도 눈을 떼지 못하고 숨을 삼키며 드라마의 세계에 몰두한다.
1위 '사랑의 불시착' (2019년)
패러글라이딩 중 회오리바람에 휩쓸려 남쪽 재벌의 영양 윤 세리(손 예진)가 북한에 불시착.
북한군 장교인 이 종혁(현 빈)이 세리를 찾아내고 자기 집에 머물게 하면서 마음이 서서히
세리에게 끌려 간다.
이 작품은 왜 이렇게 히트하고 있을까?. 패러글라이딩으로 북한에 불시착한다는 엉뚱한 설정임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도 북한 여군 장교의 연애를 그린 작품(King Two Hearts)도 있었고, 외계인과의 연애나 만화에 빠져
등장인물과 사랑에 빠진다(W-너와 나의 세계)는 작품을 만들어 온 한국 드라마이기에 그리 놀랄 것도 없다.
히트의 이유, 그것은 오로지 치밀하고 철저히 계산된 각본과, 충분한 제작비를 쏟아 부었을 완벽한 세트,
그리고 손 예진과 현빈은 물론 조연 배우들의 높은 연기력이 수준급으로 결합됐기 때문이다.
정성스럽게 깔린 복선을 선명하게 드러내며 점이 선이 되어 가는 모습은 실로 통쾌하다.
군인인 정혁의 멋진 자태와 용감함, 그러면서도 부하들에게는 상냥하고, 고위층 자제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오히려 숨기고, 게다가 예술에도 뛰어나다는 완벽한 인물상도 전혀 흠잡을 데 없이 가슴에 와 닿는 재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