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딩때 연말이면 함께 앉아
한해를 돌아보고 신년 계획을 서로
이야기 하곤 했었다.
서로의 계획에 증인이 되는 것이야..
이친구는 나이 먹어서도 가장
의기 투합이 잘되는 친구다..
인생은 여행이다..
여행은 흥분과 즐거움만을 주지 않는다.
웃음과 즐거움을 주기도 하지만..
때론 울분이나 힘든길을..
때론 감탄의 장소를 만나게도 하는..
기나긴 여행이다. 오히려..
삶 같이 평범하고 힘든길이 더 많다.
아무리 맛있어도 고기나..혹은 밥..
한가지 만으로 식단을 만들수 없듯이..
여행에서 얻을수 있는 다양함 중에
평범함도 즐겨야할 내 몫이다.
이녀석 하고 나이 50 이 되면
산티아고 순례길을 가기로 했다..
순례자의 길이 800키로가 넘는 길이니.. 연습겸 작년부터 제주도 올레길
일주를 이야기 했었다.. 그리곤
이친구가 수년동안 언론노조의 선두
에서 수고하다 물러나며.. 잠시 시간을
내어 12일간 일정으로 제주도로
출발을 했다..
제주도 한바퀴가 250키로 정도 되나??
둘다 시간 여유가 있어서라기 보다..
말을 꺼내면 실행 하는 습관과..
어찌어찌 시간을 만들어 움직이는데
좀 익숙해져 있는것도 의기투합이
잘되는 이유중 하나다.
2013.1.1일 가족들과 오전을 보내고
오후에 출발하다 보니 제주공항에
저녁에 도착을 한다.
공항에서 10여키로 떨어진 첫번째
게스트 하우스까지 걸어서 올레길
일주를 시작하다..
게스트 하우스는 보통 두당 2만..
아침에 간단하게 자유로이 구워먹는
토스트와 커피 정도의 아침을
제공한다(안주는곳도 있음)
첫날은 6인실을 썼는데..
이침에 일어나니 사람들이 다
험악한 얼굴로 우리를 째려봤다..
나는 목기침 때문에..
친구는 코골이 때문에..
다들 잠을 설친듯..
내일부터는 2인실을 써야 겠다..ㅡ.ㅡ
이런 일주 코스는 여행중에 가장
심플한 여행이다..
코스대로 그냥 걷기만 하면 되고..
힘들면 그자리에 앉으면 되고..
배고프면 먹으면 되고..
생각이 별로 필요 없다.
보온병에 따듯한 물한병과 간단한
군것질 거리면 만사가 오케이..^^
천일염전이.. 멋지다.
제주도가 따뜻하다고 하지만 1월이라
바닷바람이 몹시찼다..
혹시나 하고 가져간 내복을 입고 걸어도
더운줄 모른다..
여행 목적이 걷는거라..
그냥 걷고..
또 걷고..
쉬는것은 보통 같이 쉬지만..
걷는것은 맘대로다..
나란히 걷는것은 별로 없고..
대부분 앞서거나.. 뒷서거나..
첫날 30키로쯤 걸으니 걸을만하여
이틀날도 거진 30키로를 걸었다.
그런데 그게 만만치 않네..
2일날 저녁부터 발이 부어 걷기가
힘들었다. 그래도 천천히 GO~GO~
둘이 의기투합해 3일째 되는날
같이 담배를 끊었다.
서로 24시간 감시 구조와.. 걷는데
집중되어 담배의 유혹을 멀리할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이용해.. 서로 독한
마음을 먹었다..ㅎ
그리고 또 걷고..
신발을 벗고 부어오른 발을 풀어주며..
바람도 없이 햇살좋은 따듯한
바닷가에서 잠시..
너무나 달콤한 새우쪽잠을 자다..
같은시간에 같은길을 걷고 있지만..
함께 여행 하는것에 비해..
어느날은 서로 얼굴을
몇번 못볼때도 있다.
저마다의 생각과 시각으로 걷다보니
한넘이 딴청 하는사이.. 한넘은
계속 가기도 하고..
한참만에 쉬고 있는 얼굴 보고
반가워 하기도 한다.. ㅎㅎ
3일부터는 20~25키로로
거리를 줄이니.. 발바닥이 부었다
풀어 졌다를 반복 하다가..
5일부터는 완전히 정상적인 페이스로
돌아와 걸음이 가뿐했다..
귤밭 사이로 나있는 올레길..
너무너무 먹고 싶지만..
군침만 삼키다..ㅋ
이런일이..^^
바닥에 떨어진 귤들도 많은데..
그것들도 너무 맛있을거 같았다.
하지만 주인없는 밭이라 입맛만
다시고 지나 쳤었다..
그런데 어느 귤농장 입구에
상품가치 적은 귤들을 이렇게 무인
판매하고 있었다..
얼마나 반갑고 고마운지..
몇봉지를 사서 아주 맛나게 먹으며
걸었다..^^
나는 제주도에 대해 잘 몰랐었다.
그저 관광지 수준정도..
이친구는 군생활을 공군장교로
제주도에서 복무 했었다.
제주도 4.3사건의 현장들..
제삿날이 같은 사람들이 너무 많은곳..
아픈 과거가 많은 제주다..
같은 국민으로서 우리가 알아야할
지난 역사의 한 부분들이다.
사람들이 많이 가는 바닷가쪽
올레코스와 달리 내륙쪽 올레길에선
이 제주도의 아픈 역사들을 볼수있다.
말고기로 팔려 가지만 않는다면
저 말 팔자도 괜찮을듯~^^
해군기지 건설현장..
밖에서는 시위를 하고..
안에서는 공사를 하고..
또.. 걷고..
길옆에 그냥 카페.. 라고 써있는
가정집(?)을 들어서니 노인 한분이
난로옆에 앉아.. 선택의 여지가 없이
아메리칸 스타일 커피 하나를 메뉴로
파신다. 근데.. 5처넌..
쩝.. 비싸~ 넘 비싸~~
이 아가씨.. 참 매력적이다..^^
자기 당근을 내 돈주고 사서..
자기 말에 먹이라는 참 염치 없는
무인 자판대..
둘이서 돈주고 하는건 또 머밍~ㅋ
아쉬운..
말과 나눠먹은 당근 한조각..ㅎ
당근도(비싸게) 팔고..
말도 공짜로 먹이고..
아이디어 심박하다.
봉이 김선달이 울고 가겠어~ㅎ
또.. 걷고..
담배를 피지 않고 쉬는게 익숙 해지고
있다. 불안하다~ 정말 끊겠어..
식사를 제때 하기가 쉽지 않다..
늘 같은 것만 먹기도 그렇고..
온통 바닷가 관광지니 매번 회나
매운탕을 먹을수도 없고..
그렇게 한두군데 지나치다 보면
끼니가 늦는 경우가 더러 있었다.
밭에서 일하는 노부부에게 콜라비
몇뿌리를 사서.. 중간중간 간식겸
깍아 먹기도 했었다(강추)..
그러다 만난 이곳.. 만쉐이~~
큰 기대 없이 지나다 들린 이곳
성개 칼국수가 그야말로 짱이다..
강추강추..^^
올레길 풀코스는 점점 내륙까지 늘어나
450km 쯤 된단다..
한창 20대때 라면 몰라도 지금
11일동안 모두 도는건 도저히 무리고..
하루 평균 25km..
11일을 걸어 제주도 한바퀴 돌고
내친김에 한라산 정상 까지 다녀 왔으니
대충 잡아도 300키로 쯤 걸었나..?
좋은 벗은 언제든 다시 볼수 있어도
헤어질때 아쉽다..
12일을 같이 지냈으니.. 실컷
부대꼈지만.. 이렇게 좋은 벗과 함께
여행을 해도 대부분은 평범한 시간들
이었다..
우리네 삶에 주를 이루는..
대부분의 평범한 시간들과 비슷하다..
그 와중에 가끔 느끼는 즐거움과
기쁨은 오히려 보너스에 가깝다.
우리네 인생이.. 여행과 참 많이 닮았다..^^
첫댓글 제주 올레길 완주!
아주예전에 다했네
멋지다.. 진심! 나도 가고싶은길인데
산티아고 순례길도 벌써 다녀온거야?
그친구가 그때 휴가를
너무 빡빡 긇어써서 아직
못갔다네~ㅋ
@풍경 진정한 자유는 시간에자유라고하더라..ㅎ
난 산티아고순례길보다
이태리 돌로미티 트래킹과
몽골 말타고달리기 ㅋㅋ
그냥 꿈이자 목표
@레인 몰골에 밤하늘 별보고..
말타고 달리는건 조만간
해볼 생각임~
내 주변에는 왜
순례길 걷자는 이런 건전한 친구는 하나도 없고
도우미 불러서 술먹고 놀자는 놈만 많은걸까 ~??
자네가 가자고 하면 되지~ㅎ
그친구들도 똑같은 말
하고 있는거 아냐?..ㅋ
ㅎㅎㅎ 풍경이랑 가
@레인
무척.. 궁시렁~ 거릴거
같은데?..ㅋ
@풍경
정기적으로 모임을 가지고있는 중학동창놈들이 나 포함 6명인데
나 빼고 다 술꾼에 골초들이야
나는 금연 금주 9년차
덕분에
별명이 독한새끼 가 됐지 ㅋㅋ
@파락호 독한 친구 맞네~ㅎ
마누라가 좋아할수 밖에 없겠어~^^
@풍경
처남 둘의 금연실패로 덕분에 나의 주가가 더 높아졌지
와이프가 처남들 갈구면서 꼭 하는 말
니 매형이 얼마나 골초였는줄 아니 ~?
그런 사람이 단번에 끊더라
본 좀 받어 ~
ㅋㅋㅋㅋㅋ
El camino de Santiago
유럽 걷기... 걷고 걷고 또 걷고
그 걸음에 별빛 달빛 햇빛이 동행하길 바랴 홧팅!!!
졌다., ㅎ
ㅋ.. 다른걸로 이기삼~^^
좋다..
보는내내 좋다..
걷는게 좋다..
걷고
또 걷고..
조금 빠르게..
그것이 어디어든 상관없다..
이왕이면 흙을 밟고 걷는게
제일 좋지만..
그게 허락치 않는다면..
그마저도 괜찮다..
시간이 날때는 길을 걷는 것
숨이 차다고 느낄정도의 조금 빠른걸음..
아마 살면서
가장 좋은 운동이 아닐까싶다..
지금은 산을 끊은지 조금 되었지만..
내일부터
다시 열심히 걷기로 했다
옛날 생각하며
너무 무리하지 마~^^
멋지다
나도 하고 싶은 것 중의 하나인데
아직 실천을 못하고 있으니.....😞
해봐~
일단 집나와서 뱅기타고
생각해 보는거야~ㅎ
제주
큰아이 군대 입대전
작은애랑 셋이 제주가서
13시간 걸었던적 있었어
사려니 숲을 시작으로 셋이서 걷고 걷고
오름도 오르고
2박3일중 하루는 꼬박 걷기만 한듯 해
그러고 와서 큰아인 해군 입대..
다시 그렇게 걸으라 함
못할듯 ㅋ
이제는 그렇게 무리함 안돼..
천천히.. 그러나 꾸준히~
그래도 아이들과의 추억이
깊이 새겨졌겠네~
가끔 그 기억 꺼내도 생생하지?..^^
무슨 생각을 했으면
무슨 생각을 내려 놓았으며
무엇을 담았을까?
그냥~ 걷는거야~
무엇을 내려놓고 담기보다..
그냥 그상황을 즐기는거~^^
그림 그리듯이~
좋은 친구와
의미 있는 여행
참!
행복했을거 같다~^^
그래~
이제 새로운곳을 간다는건
별로 의미 없는거 같아..
어떤 사람하고 그런 시간을
보내느냐가 중요하지..
그런 의미로 난 복이 많은거 같아~^^
생각을 시작 하면서 걷다가도
걷다보면 아무 생각 없어지는~
그렇지..
미리는 잘 알겠다~^^
올레길이
산티아고 순례길 못지않네.
나도 걷는 거 참 좋아 하는데
머리 복잡할 때 걷다 보면
어느새 복잡했던 생각들이
어느 정도는 정리되고
머리가 맑아지는 기분 참 좋아.
그렇지?
나이들수록 더 자주 걸어야
하는데.. 천천히~
12일을 같이 지낼 수 있는 친구가 있어 참 좋네.
그와 더 돈독한 사이를 만들 수 있는 비결은 각자의 힘으로 가다 만나면 좋고 아니면 기다리는 등 서로를 온전히 인정해준 것이 아닐까 싶네.^^
우리 이젠 걸어야 할 때.
그친구와는 오래전부터
이미 그러해~
편한 친구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