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령기도(연도)
1. 들어가는 말
교회는 설립 초창기부터 신자가 죽으면 그를 위한 여러 가지 전례적 행위들을 하였다. 박해 상황이었던 초대교회 때, 죽음을 천상탄일이라는 뜻으로 생일(Dies natalis)이라고 부를 만큼 초기 그리스도인들은 부활신앙에 충실하였으며 죽은 이들의 영원한 생명에의 참여를 의심하지 않았다. 죽은 이를 위한 여러 가지 전례와 기도가 바쳐졌다는 기록은 2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이중에서 죽은이를 위한 기도를 위령기도라고 하며 우리나라에서는 전통적으로 연도라고 부른다.
2. 위령기도의 역사
3. 위령기도의 신학적 근거
죽은이를 위한 위령기도를 신학적으로 뒷받침해주는 교리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모든 성인의 통공에 관한 교리>이며 다른 하나는 <하느님의 계획 안에서의 인간의 활동에 관한 교리>이다. 모든 성인의 통공에 대해서 교황 레오 13세는 그의 회칙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성체성사를 통해 더욱 깊어지고 강해지며 살아있는 사람들끼리 나누는 사랑이라는 은총은 모든 성인의 통공 안에 머무르는 모든 이들에게 흘러 넘친다. 다시 말해서 기도, 도움, 헌신, 호의 등과 같은 신자들의 나눔은, 하느님 나라에 이미 다다른 사람들과, 아직 연옥 단련을 받는 사람들, 그리고 지상의 순례 중에 있는 사람들이, 머리이신 그리스도를 통해 사랑이 넘치는 살아있는 단일 공동체 안에 머무른다는 증거이며 이것이 바로 모든 성인의 통공인 것이다(회칙 Mirae caritatis 1902.5.28 DS 3363)." 하느님께서는 자신의 선하심을 고립되어 있는 개개인의 존재에게 나눠주시기보다는 그리스도 안에서 몸소 만들어주신 그리스도인들의 공동체 안에서 더욱 풍요하게 나눠주신다는 것이다. 또한 하느님의 사랑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근본적으로 이러한 공동체에 기꺼이 속하겠다는 결심인 것이다. 그리고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행하는 모든 사랑과 희생의 행위는 이렇게 공동체적 차원으로 승화되는 것이다. 따라서 산 이들이 바치는 죽은 이들을 위한 위령기도의 의미가 공동체적 차원으로 충만해지는 것이다.
하느님의 계획 안에서의 인간의 하느님 나라를 위한 투신이라는 측면 또한 위령기도를 지지해준다. 하느님께서는 하느님 나라를 독단적인 의지(Fiat)로서 마련하시지는 않으며 피조물의 도움을 통해서 이룩하기를 원하시고, 피조물의 활동을 통해서 자신의 의지를 세상에 드러내신다. 그러나 때가 오면 하느님께서는 세상을 심판하러 오실 것이다. 이 심판 때에 세례를 통해 그리스도와 함께 묻혔다가 다시 살아난 사람(로마 6,4)은 누구든지 천국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세례를 받은 사람은 그에 걸맞은 삶을 살아야한다. 세례를 받은 후에 다시 죄를 지은 사람은 그 죄의 탓을 씻을 수 있어야 천국에 갈 수 있다. 죄인으로서는 천국에 바로 들어갈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리스도의 희생을 통해 죄를 씻고 죄의 탓까지 벗어버려야 하느님과의 올바른 관계를 맺을 수 있고 그때야 비로소 천국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죽은 후에 인간은 자신의 구원을 위하여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다. 세례 후에 범한 죄를 씻고 정화되기 위해서는 연옥에서 단련을 받아야 할뿐이다. 하느님은 자신의 구원계획 안으로 모든 인간을 초대하신다. 그러므로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살아있는 이들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죽은 이를 위해 바치는 희생과 자선, 기도를 외면하지 않으신다. 왜냐하면 자신의 아들까지도 십자가에 죽게 하신 하느님의 자비와 그분의 구원계획이 산 이와 죽은 이 모두에게 유효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구원계획 안에서 살아있는 이들의 협조를 외면하지 않으시기 때문이다. 따라서 살아있는 이들의 위령기도는 죽은 이들에게 힘이 되는 것이다.
4. 위령기도의 내용과 우리 나라 고유의 위령기도인 연도
로마를 중심으로 교부시대에 사용되었던 위령기도는 여러 편의 시편과 찬미가와 후렴으로 구성되었다. 이러한 로마의 전례가 8세기를 거쳐 갈리아를 비롯하여 서방 전례 전체에로 확산되었고, 9-10세기를 지나면서 이 위령기도는 죽은 이를 위해 바치는 공동체의 밤샘기도의 형태로 발전되었다. 그리고 이 밤샘기도의 독서로는 욥기가 채택되었다. 트렌토 공의회 이후인 1614년에 간행된 로마예식서(Rituale Romanum)는 이전의 위령기도를 편집하여 예식서와 성무일도서에 삽입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위령기도는 간이 성무일도(Breviarium romanum)가 편찬되면서 더욱 내용이 풍부해지게 되었고 죽은 이를 위한 기도도 더욱 다양하게 만들어졌다. 저녁기도와 밤샘기도, 아침기도와 소시간경들 외에도 <층계송을 위한 시편들>, <성인호칭기도와 함께 부르는 7편의 시편(6, 31, 37, 50, 101, 129, 142)들>이 첨부되었으며 <영혼을 맡겨드리는 예식(Ordo commendationis animae)>도 보충되었다. 이 <영혼을 맡겨드리는 예식>은 간단한 성인호칭기도(Litania)와 영혼의 용서와 하느님 나라의 입성을 청하는 기도로 구성되어 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 새로 나온 위령기도는 두 가지로 나눠진다. 첫째는 장례예식서에 수록되어있는 위령기도로서 전통 예식서 중에서 몇 편의 시편(129, 22, 113)들을 발췌하여 밤샘기도와 입관기도를 수록하고 있다. 이 밤샘 위령기도는 시편 기도와 함께 독서를 배치함으로써 말씀의 전례 형태로 거행할 수 있게 배려하고 있다. 둘째는 성무일도서에 수록된 위령성무일도이다. 이 위령성무일도는 성무일도의 개정 기준에 맞춰 통상 성무일도와 같은 형식으로 개정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현재 연도라고 불리는 위령기도를 널리 사용하고 있다. 이 연도는 시편 129와 50편과 성인호칭기도 및 찬미기도 등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러한 요소들은 트렌토 공의회 이후 간행된 로마예식서의 <성인호칭기도와 함께하는 7편의 시편>, <영혼을 맡겨드리는 예식> 등에서 시편과 기도문, 호칭기도 등을 발췌하여 편집한 것으로 보이며 특히 우리나라 특유의 음률로 널리 노래되고 있다. 이러한 음률은 전통의 곡(哭)의 음률과 그리스도교의 기도 텍스트가 절묘하게 합쳐진 것으로 토착화의 모습을 보여주는 좋은 예라고 하겠다.
참고문헌
J.H.Wright, (NCE 4) pp.671-673/ H.Leclercq, (DACL 1), pp.68-75/ B.Botte, Les plus anciennes formules de priere pour les morts, (La maladie et la mort du chr tien dans la liturgie), Roma 1975 pp.83-99/ M.Muccioli, Le esequie cristiane nella Chiesa del primi tre secoli, Bologna 1969/ G.Rowell, The liturgy of christian Burial, London 1977/ V.K.Owusu, The Roman Funeral liturgy: history, celebration and theology, Nettetal 1992/ R.Rutherford, The Death of a Christian; The order of Christian funerals, Collegeville, 1990.
- 인천가톨릭대학교 이완희신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