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적이 소리 없이 아프다
김미원
너른 가슴
깊은 폭으로
세상을 안은 그곳에
하얀 미소 뒤로
번민만 가득하다
남겨진 흔적
뚝뚝 흐르는 피
상처로 얼룩진다
응어리진 가슴
핏빛 고통 끌어안은 채
무언의 몸짓 얼마나 아팠을까
침묵만이 존재한 듯
소리 없는 비명
메아리로 울며
늘
그렇게
치유되지 않는 아픔 여미고
세상을 품고 있다
☆노을에 묻다
김미원
밝은 햇살 뒤
그림자 감춘 서쪽 하늘
황금빛 색채로 흩어진다
무채색이던 마음
수레국화로 피어나듯
오묘한 빛으로 물들었다
옅은 블루가
바이올렛 색으로
짙어지면
내 마음 깊어질까
알 수 없는 미래
정해지지 않은
덜 여문 감정들
모닥불같이
태우고 태우다
허열만 남아 아파도
각인된 사랑
그 빛
영원으로 이어지길
꿈꾼다...
☆조각되어 부서진다
김미원
빈 가지에 걸린
달빛 시린 밤
텅 빈 공간
생채기 난 마음
그리움에 목이 메인다
서늘한 밤 기운
온몸을 휘감으면
너울거리는 그림자
허상 되어 나타난다
그리운 이
불러봐도
허공 속에 맴돌고
부질없는 상념들
기억의 편린 속
조각조각 부서진다
☆바람의 노래
이현숙
여기 숨 쉬는 바람 한 자락
듬성이는 가지 끝에 앉아
너울너울 부르는 노래는
황금 들녘 사이를 흐르고
낙엽배 세월 잊은 시냇가
점멸하는 외딴집을 지나
끝없는 바다로 이어져
다시금 꿈틀거리는 빛
해를 향해 걸어간다
☆보고 싶다
이 현 숙
얼마나 오랫동안 쌓아 뒀을까
뽀오얀 먼지가 억새처럼 누었네
해 뜨는 아침에서 노을 지는 저녁으로
꽃이 피는 봄에서 눈꽃 피는 겨울로
책장 넘기듯 차곡차곡 밀려오는
숱한 불면의 시간들을 담아내며
때로는 걷어내고 태우고 지우고
수만 번 눌러도 잇사이로 새어 나오는 말
☆초심
이 현 숙
뜨겁게 타오르다
차갑게 식어버리는
양은 냄비는
긴 시간 사골 품고
인내하는 무쇠솥을
본 적 있을까
결을 가다듬어
하나의 결을 가진다는 것
한결같이 살아간다는 것
어쩌면 무쇠솥 하나
가슴에 품고 사는 것이리라
사람의 향기는
그렇게 품은 무쇠솥에서
뭉근하게 피어나는 것이리라
☆봄은 연둣빛이 흐른다
초련 정옥심
봄의 뾰두라지가
여기저기
나뭇가지에 돋아나
어린아이 젖니 가려운 듯
햇살 깨무는 소리
옹알옹알 옹알이가
넘쳐 나는 꽃동산은
까르르 울 아가
웃음보 터지는 소리
☆소풍 길
초련 정옥심
남쪽에서부터
올라오는
봄 향기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어린아이들의
기차놀이 같다
산으로 들로
꽃놀이 가는 소풍 길
나 어릴 적
색동 치마저고리
차려입고 외갓집
가는 설렘
외할머니 손잡고
봄 꽃길 걷고픈 소풍 길
☆어머니의 그리움
초련 정옥심
오랜 세월이 흘러가고
그리움이 복받치는 명절날이
돌아오면 부모님 생각이
더욱 간절하다
그리 멀지 않은 지척에 있지만
이제는 부모님이 안 계시고
괜히 바쁘다는 핑계로 고향을
자주 찾지 못했다,
오래전 기억을 더듬어
추억 속으로 여행을 떠나 가면
그때 그 시절이 얼마나 행복했었던지
입가에 미소가 절로 나온다.
가마솥에 장작불을
지펴가며 하얀 두부를 만들어
간장에 콕 찍어 주시던 어머님
도란도란 우리 7남매는
행복한 이야기꽃을 피웠지요
지금도 우리 7남매는
그 시절이 사무치도록
그리워지는 명절날이 돌아오면
부모님 생각에 눈시울이
뜨거워지곤 합니다.
☆어머니
김규아
내가 눈을 떴을 때입니다
몸이 축축하고 끈적임에도
따뜻한 빛은
나를 꽉 껴안았습니다
그럼에도 나는 따뜻함을
제 피부로 느낄 수밖에 없었습니다
나의 세계엔 존재하지 않는 것이 있습니다
나는 세상을
바르게 읽을 수 없으며
시도 때도 없이
새까만 어둠과 마주해야 합니다
그럼에도,
수많은 역경이 있음에도
아무 말도 할 수 없습니다
어느 날,
나는 '나의 세상'이 아닌
'우리의 세상'을
인지하게 되었습니다
따뜻한 빛은
항상 내 곁에 머물러 있었으며
나는 사랑하다의 의미를
따뜻한 빛의
따뜻한 손짓으로 알 수 있었습니다
나의 따뜻한 빛은
항상 약해지지 않으며
때로는,
어둠에서 나를 다시 일어나게 합니다
따뜻한 빛은
나의 변치 않을 안녕이었습니다
☆낙태
김규아
나는 아직 살아있음을
느끼지 못합니다
나의 어머니는
여전히
나를 품고 있으며
나 역시
커다란 빛을
매 순간 삼키고 있지만요
나는 살아있음에
기쁨을 느끼지 못합니다
나는 이제
나의 육체가 타들어감에도
짧은 삶에 대한 감사도 느끼지 못합니다
나의 어머니는
더 이상
나를 품고 있지 않으며
나 역시
커다란 고철덩어리에 의해
나의 커다란 세계가
사라짐을 느낍니다
그제서야 잠시나마
살아있음을 느끼지만
나는 더 이상
세상에 없습니다
☆메주
김동우
가마솥에 보글보글 끓어오르는
메주콩이 머리가 들락날락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하얀 김에
늦가을은 누렇게 익어가네
말랑말랑 익은 콩을
차지게 치대고 네모반듯 모양새에
엄니의 손목은 시큰시큰
아랫목에 고이 모신 메주덩이
겨우내 콤콤함에
내 코는 벌렁벌렁
새끼줄에 대롱대롱 매달린 메주덩이
자다가 떨어질까 노심초사
어느샌가 퍼렇게 곰팡이가
피어나면 기나긴 겨울도 스러져가네
엄니의 구수한 된장국은
그렇게 겨우내 인고의 시간으로
만들어졌다
☆친구의 막걸리
김동우
내 친구의 막걸리는 술이 아니다
온전한 하루의 일용할 양식이다
황갈색 양은 주전자에
막걸리 두 통이 머리를 처박고
하얀 포말로 부서지며 쏟아진다
첫 사발은 하루 종일 찌든 때에
칼칼한 목구멍을 단숨에
시원하게 타고 흐른다
시큼 새콤한 묵은지를 접시에 깔고
야들야들 비계가 넉넉한
돼지수육을 한 점 덮고
잘 삭혀 톡 쏘는 홍어 한 점을
초장에 찍어 돌돌 말아
입을 쩌억 벌려 한입에 밀어 넣어
자근자근 씹어 넘기고
두 사발째 막걸리를 털어 마신다
한 주전자를 비워낼 즈음이면
경남 함양이 고향인 친구는
검정고무신을 신고 지리산자락을
뛰어다니며 잡은 비얌과 개구리를
노릇하게 구워 라면 봉지에 담아
먹던 얘기와 진주 바닥에
예쁜 여학생이 모두 애인인 양
흰 거품으로 무용담을 쏟아낸다
두 주전자를 비워낼 즈음이면
체코 프라하 카를다리에
황금빛 가로등 조명을 받으며 걷고 있고
뉴욕 맨하탄의 휘황찬란한 네온사인이
비추는 빌딩 숲을 헤치며 나아가고 있다
온 세상이 그의 것이고
온 우주가 그의 것이다
세 주전자를 비워낼 즈음이면
콧노래가 흥얼흥얼
어깨춤이 덩실덩실
다리가 흔들흔들
되돌아ㅇ가는 그의 뒷모습은
이미 천국의 계단을 오르고 있었다
친구야 내일 또 막걸리 한잔할까?
☆스치고 지나가는 그리운 날들
김미선
살다 보면
삶에 굴곡이
한두 번인가
인생도 사랑도
휑하니 지나가는
차디찬 겨울처럼
아쉬움
옅은 색채 되어
후회 속에 머물고
겨울바람에
수많은 그리움이
스쳐 지나간다
특별한 날
문득
생각나는
동그란 얼굴 하나
붙잡으려 해도
붙잡히지 않은 시간들
아쉬움은 아쉬운 대로
추억 속에 묻혀버린
아날로그 시절
다시 돌아온다면...
돌아갈 수 있을까?
☆독수공방
김미선
찬 냉기
옷 사이로 파고드는
긴 겨울밤
내 님 따뜻한 품이
그리운 밤이다
도란도란 말 벗 없어
괜스레 폰한테 말을 걸며
쓴웃음만 지어 본다
멀리 떠난 내 님
언제 올까
님 그리움에
이슬만 맺히고
대롱거리는 이슬
옷자락 끝에서
한숨만 내쉰다
☆봄
김미정
봄이라니
내 손목에라도
새순이 돋아나서
나의 봄에는
새 생명을
무럭무럭
키우고 싶다
수줍게 올라오다가
기운이 꼭 차면
맑은 꽃도
한 송이
피웠으면 좋겠다.
☆야속함
김미정
어제 나간 들판
코스모스들은
이틀 만에 흔적 없어
색색의 코스모스들이
하늘하늘 거릴 때
왜 나는 감동을
아껴 쓸까
사나워진 날씨가
야속해 한참을
쳐다보다가
체념하고 돌아선
거의 다 비워진 들판
주인이 찾지 않는
논 한 다랑이
벼들이 그대로
누런 채 서있네
이 논 주인은
무슨 일일까?
서리 맞은 벼는
값도 덜 쳐준다는데
쓸쓸한 가을들녘
나 혼자만의
번뇌는 줄을 잇고
역시나
가을은
냉정하게
떠나는 시간
내 마음도
텅 비워야 해
☆ 조각배에 내 마음 싣고
김병철
차가운
새벽바람 가르고
물살 가르는
작은 조각배 하나
운무가
채 가시지 않은 그곳
내 청춘의
영혼이 깃든 곳
배고픔과 고단함으로
땀에 배인 삼베 저고리
내 아버지 내 어머니
영혼이 살아계신
그곳
서쪽새의 구슬픔으로
칠흑 같은 밤도
서러워하던 그곳
쪽빛하늘 날아오른
꿩 한 마리
둥지 찾아 날아갈 때
그리운 이 찾아드는
그곳
물길 없어
갈 수 없는
나의 작은 조각배 하나
오늘은
내 마음에
작은 조각배 띄워
고향산천 가자꾸나
☆둥지
김병철
하루를
잘 살았노라
지는 해 여
안녕을
고할 때
긴긴 하루
피곤함에
쉴 곳 찾아
긴 산허리
휘감아도는
구름이여
수고하신
내 님
둥지 찾아
날아들고
백발이
성성하신
내 어머니
물 길질
요란하다
저 산 아래
언덕 넘어
새어 나오는
굴뚝 연기
내 발길
재촉하네
☆관계의 증명
김영애
허락 없이 들어오는 카톡과
문자 문자 문자
공손히 수행하는 분류와 삭제
너의 무단 침입에
삭제의 방패로 맞서는
나는 소모되는 식품이다
저장보다는 삭제가 많은 관계들
같은 곳에 있어도
각자 다른 곳을 보고 있다
통째 지우고 싶어도
행여 진주라도 있을까
뒤쳐지진 않을까 애면글면
와서 걱정
안 와서 걱정
우리의 관계 말인가
☆가시
김영애
푸른 줄기 위 빛나는 작은 방패
외로움을 감싸는 담벼락
세상에 외치는 고독한 노래
손톱아래로 번지는 선혈을 빨며 내 슬픔을 빨며
하마 고름이 되었을지도 모르는 생살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이제 꽃이 필 거야
☆징검다리
김은숙
흐르는 세월 속에
유유히 강물 따라 흐르고
싶지만
누군가의 발이 젖지 않게
등을 내어준 징검다리
네가 있어
인생길 물 흐르는 데로
세월 따라 강물 따라
걸어갈 수 있었구나
목석처럼 변함없이
등을 내어 주었지만
물속에 잠긴 발은 세월의
강물에 휩싸여 상처투성이인 것을 알기에
더욱더 애잔한 마음이
들어 사뿐사뿐 걸으며
너의 등에 조용히 속삭인다
흐르는 강물 따라 세월 따라
인생길 여기까지 왔노라고
불어 터진 인고의 상처를
보듬어주며
세월의 강 앞에 건강하게
다시 만나
서로 인생길 봄햇살의 미소처럼
인생길 함께 가자고
☆별
김은숙
새 한 마리가 품속둥지
나뭇가지를 내려와
세상 사연의 이야기보따리를
밤새 지저귀며 풀고
새들이 올라간 자리
구름이 내려와 나뭇가지 손을 잡고
포근한 솜이불이 되어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과
함께 자장가를 불러줍니다
구름과 새들이 떠난 자리에는
모두 잠든 적막한 밤
별들이 내려와 참새가 풀어놓은
이야기보따리를 높고 높은
밤하늘에 새기면
지상의 수많은 사연들
반짝이는 별이 되어
어두운 밤하늘 인생의
등을 밝힙니다
☆ 願하는 사랑
김의숙
어둠에 빛이 스미듯
살포시
메마른 대지에 물이 차오르듯
잔잔하게
사랑하는 것도 좋지만
더 사랑받는
그런,
그런 사랑을 꿈꿔
건조한 허공에 채워지는 안개처럼
메마른 잎새에 젖어드는 이슬처럼
아무런 소리 없이
다가와 속삭여줘
가는 날들도 잡아두고
천천히,
아주 천천히 속삭이게
맘 가득히 미소 짓고
느낌 가득 두근거림에 떨림으로...
낮과 밤이,
밤과 낮이
서로 포옹하며 부서지는 황홀함마저
노을 되어 지거든
태양으로 들어 올려줘
불타오르는 뜨거움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도록
내
마른 사랑이 꿈꾸게...
☆ 소주 한잔과 감기
김의숙
너는 어찌
나를 그리 좋아하는지
섣달열흘 마다하지 않는구나
나쁜지고
나를 이리
아프게 고달프게 내리치나니
오늘은 내 너와 소주 한잔한다
너를 내치고자
너를 버리고자
이제 쉬고 싶은 육신이거늘,
어찌하여 나를 품으려 하느냐
고약구나
나쁘구나
밉구나
숨 쉬는 고통을 즐기는 너는 나쁘구나
내 너를 혼내주려
콩나물 김칫국에 소주 한 잔으로
너를 단죄하노라
슬퍼마라
나를 떠나가라
그리워마라
떠나거든,
어디 먼 땅
먼 곳에서도
다시 피어나지 마라
나를 숨죄는 너는 죄인이로다
몸은 싱싱함을 노래할진대,
너는 내 폐부를 사랑하는구나!
너를 단죄하노라
소주 한잔으로ㆍㆍㆍ
저 맑은 하늘 세상에서 너를 처단하리
나를 떠나 죽으리라
너는 내 마시는 소주 한잔에
이별을 고하여라
이별을 고하노라
나를 떠나라
너는 나의 적 이노라
감기
너는 나의소주한잔에
내 곁을 떠나
안녕을 고하리라
감기
안녕!!!
☆ 화분에 물을 주다가
김유옥
활엽수를 집안에 기르지 않음을
모르는 바 아니건만
며칠 전에 푸르렀던 잎의 일부가 베란다의 바닥에 널브러져 있다
가을빛을 뿌리면서
영양분을 듬뿍 취하는 식물은
제때에 꽃이 잘 피지 않음을
모르는 바 아니건만
몇 년이 지나도 꽃대를 내밀지
않아 속상해하고 있던 참에
갈색의 꽃대를 보게 되어 반갑다
꽃봉오리를 달고서
떨어진 잎새들에 눈길이 멈춘다
며칠 만에 생사가 오가는데 푸른 잎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자신들의 모습을 그리는지
갈색의 꽃대는 새 생명을 매달고 힘차게 뻗어 올라 있다
꿈과 희망을 안고서
문득 자신을 되돌아본다 바닥에
널려 있는 낙엽처럼 지는 잎이 아닌가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 푸른 잎처럼
그러나 애달파하지 말자 오늘의
시간에 갈색의 꽃대처럼 희망과
의욕을 불어넣자
운명은 내일에 맡기고.
☆돌의 심사(心思)
김유옥
불견(不見)에 불문(不問)에 불언(不言)에 겸양(謙讓)도 보인다
좋은 일이든 궂은일이든 보고도 못 본 척한다 길보든 흉보든 들어도 못 들은 채 한다 알든 모르든 말하지도 않는다 나불거리지도 우쭐대지도 나대지도 않고 부동(不動)이다
구르면 구르는 대로
깎이면 깎이는 대로
쪼개면 쪼개는 대로
깨지면 깨지는 대로
살아온 식으로 산다
햇살 나면 달아오르고
어둠 내리면 식었다가
비바람 치면 뒹굴대다
밟히고 차이면 그렇게
맨몸까지 드러내 준다
이따금 가슴 내밀고
산의 적막 달래주고
바다의 울음 껴안고
하늘의 변덕 달랜다
단단한 돌이길 원한다
억겁의 비밀을 소롯이
간직한 돌이길 바란다
☆매화를 기다리며
김은월
청량한 하늘에
눈 덮인 산에는
매서운 바람이
나를 흔들고 있다
나를 괴롭히고
눈물 나게 하는
미스터리한
슬픈 기억들
그러나 언제부턴가
어제의 슬픔은 내려놓고
내일의 희망을
오매불망 고대하고 있다
하루하루
따뜻해지기를
나의 정신도 육체도
점점 더 강건해 가기를
그러다 매화가 피는
그날이 오면
설렘과 기쁨의 그대가
나에게 다가오기를
그리고
그 어느 때보다
더욱더
행복하기를....
☆미안하다 아내여
김은월
식어져 갔다
불같은 사랑이
너의 잔소리에
무뎌져갔다
애틋한 마음이
세월이 흘러가니
차가워갔다
너에 대한 애정이
사소한 불만들에
시간이 지나 지나
다시 만나 들은
얘기들
네가 느꼈을
섭섭함과 외로움
서러움을 생각하니
가슴은 아려오고
눈물은 글썽인다
미안하다 마누라
잘해주지 못해서
☆벚꽃 잎
김재성
봄날에 꽃이 피면
벚꽃 잎 몇 개 피으려나
한잎 두잎 다 헤아려 볼까
별과 같이 많은 꽃잎
나 하나
별 하나
꽃잎 하나
나 둘
별 둘
꽃잎 둘
아직 못 다 헤아렸는데
별 하나 헤아리고 꽃잎 하나 지고
난 분명
별 보다 꽃이 많아 보였는데
☆겨울밤
김재성
삽작문 춥다고
덜컹덜컹 대는 밤
윙윙 위이잉
도깨비 나올 것 같은 바람 우는소리
잠 안 오는 밤
아버지 같이 있어 무섭지 않네
골방 귀퉁이 고구마
포대 자루 한 자루
생고구마 깎아 잘라
아버지 한입 나 한입
빙그레 마주 보며 엄마 몰래
오도독오도독
이 밤 도깨비 도망갈 것 같네
겨울밤
아파트 소파 홀로 앉아
생고구마 오도독오도독
오늘밤은 도깨비 대신
아버지 꿈속에 오실 것 같네
☆6월의 야밤에
김진섭
내 속 좁은 가슴보다
쬐금
넓은 뜨락에 나와보니
감나무 잎사이로
샛별들이 총총 춤을 추며
달빛 시냇가
하루살이가 노래를 부르네
멋도 모르고
달려 나온
쪼그만 냥이 두 마리
소스라치게 놀라 기겁을 하고는
이내
보일 듯 말 듯
배시시
웃고 있네
금세
나를 좋아라 하더니
야시시한 몸짓
손짓으로 유혹을 하네
발정 난 이 야밤에
☆차(茶)
김진섭
한 박자
빠른 느낌과
뜨거운 캐모마일 차(茶) 향기
넘치는 열정처럼
가슴으로 부르짖고
입안 가득히 품은
그대의 살사댄스 보다
치명적이고 아름다운 허리돌림
그대 미소가 그리워
내 뼛속 마디마디에
산고(産苦)의 눈물처럼
느껴 오네
그대
가을 향기
그리움뿐이여
☆커튼콜
김현주
이 아침
안개 뒤에서
살곰히
등장을 기다리는
자상한 봄이 숨어있네
겨울은 온기를
사랑했지만
해님과 소통되는
땅의 포근함 앞에선
이제 막 퇴장을 한다고...
새싹 웃음
너
그 큰 에너지
몰고서 안녕하며
이 안개가
걷히기만 기다리고
숨어있구나
창밖으로 보이는
자욱함 은
스스로 이슬비가 되어
이제 주룩주룩
저 커튼콜이 열리면
새 봄 친구로
세상 모두를 반겨줄게
방긋
이렇게 씨-익
그러면 나는
하차투리안 왈츠음악에
신나게
춤을 출 거야
☆빨래
김현주
흐린 아침
수건 삶는
익은 비누향이 좋다
사방으로
청결한 내음이 훈훈하게
번지듯
긴 숨
들이마시면
내 안의 거짓과,
불편한 생각까지도
훈증되는 것 같다
수건이
맘에 쏙~~
들게
새 하얗다
☆엄마 나무
노미희
가지마다 곁을 내주며
아롱이다롱이 품어 안았네
9남매 품어
모진 세월 감내해 오신
울 어머니 같아
눈길이 머물고
발길을 멈추고
두 팔을 벌려 꼬옥 안아본다
한 아름에도 차고도 넘쳐
엄니의 마음 같아라
☆계절 단상
노미희
차가운 한기가
온몸을 휘감아 도는 밤
도시는 청량한 공기를 선사하고
조명빛들은 눈이 시리도록
빛나게 발산을 한다
가판에선 뿌연 실루엣이
유혹하는 듯
따뜻한 온기를 자아내고
마음 채비 하며
계절과 계절이 교차된다
☆다시 온 기다림
박민식
화려한 외투 모두 벗어버리고
마르고 갈라진 앙상함
다시금 끌어안고 웅크리고 있다
드러난 시간에 가진 것 모두 내어주고
볼품없는 아픔으로 서 있다
응축된 마음의 눈 맺힐 때까지
내면의 시간 속에서 고뇌하고 느끼며
길고 긴 외로움의 시간
다시 기다린다
담긴 속내
박민식
떨어진 듯 담긴 속내
찬찬히 들여다본다
흐렸다가 맑았다가
떠 오르다 가라앉는다
있는 듯 없는 듯하여
잡을 수도 아니 잡을 수도 없다
답답고 급한 마음 불같이 일어도
이 또한 담아 해가 지기를 기다린다
인고의 시간과 속내 마주할 때
슬며시 끼어든다
부르면 가야 하고 아니면 지나친다
☆커피
박서영
매일 아침 잘 마시지도 않는 커피를 정성껏 내린다
이유는 단순하다
향이 좋아서
오늘도 바리스타 자격증을 딴 여인네는 정성스럽게 내린
향 좋은 커피를 손에 들고
창밖을 바라보았다
작년엔 취미로 이런저런 자격증을 챙겼고
올해는 꼭 한. 중식 자격증을 가져볼까 한다
이건 비밀인데 자격증만
갖는 걸로..
머 어때
당최 요리, 살림엔 관심이 없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한창 피어오르는 동백을 바라보니
아주 쪼끔 서글퍼질라 한다
나도 저런 시절이 있었는데...
나이를 한 살 한 살 먹어가는 건 좋은데 이 늙어가는 몸
맘은 좋지 않으니 말이다
이 욕심은 언제쯤 내려 놀 수 있을는지...
☆나의 남자 셋
박서영
밤늦게까지 세 남자의 대화가 정겹다
큰 아들은 결혼준비 얘기로 신이 났고
둘째는 오늘 촬영 얘기로 신났다
난 감기약에 취해 몽롱..
큰애는 여자친구 집에 결혼 허락받으러 가는데 뭘 사가야 하나..
장인 될 분이 시어머니가 피부가 더 좋다며 딸한테 결혼하려면 피부관리 좀 받으라 했다며 웃는다
얼떨결에 허락을 받아버렸단다
둘째는 몰카도 당하고 촬영도 NG 없이 10분 만에 마치고 배우들 구경했다고 신이 나서 말한다
세 남자가 수다 떠는 모습을
얼마 만에 봤던가 생각하며
잠이 들었다
이 시간 세 남자는 어제와 다른 여름 장마 날씨다
도대체 종잡을 수가 없으니 ...
☆민들레
백선숙
바람에 흩날리던
민들레 꽃
씨앗 하나
돌 틈에
자리 잡고
피어나는구나
내 마음
붙일 곳 찾아 떠돌다
차갑고 차가운
너라는 곳에 앉아 버렸구나
내려앉은 곳이
어디든지
노랗게 피어나는 꽃
민들레처럼
오늘도
난 나만의 꽃을 피우려
열심히 달려가야겠구나
☆들꽃
백선숙
문득 바라본 하늘 아래
머릿속에 피어나는 들꽃 하나
이름 모를 꽃과 함께
떠오른 얼굴 하나
저 깊은 가슴속에
고이고이 묻어 두었건만
노오란 들꽃 향에 묻어 나와
내 가슴만 아스라이 쓰려온다
☆내 마음의 봄은 언제?
오달자
입춘으로 봄소식 알리건만
내 마음은 아직도 추운 겨울
내리는 봄비도 따스한데
내 마음에는 차가운 비가 내리네
땅속의 씨앗들도 봄맞이로
분주히 보내고 있고
묻혀있는 번데기들도
돌아 누우려고 뒤척이고 있네
어이할꼬 내 마음의 찬서리는
언제면 봄빛에 녹아내릴까
하루 이틀 한 해 두 해 기다렸건만
더욱더 꽁꽁 얼어 버리네
나무에 맺힌 빗방울 바라보니
어쩌면 나의 마음과 같이
떨어질 듯 말 듯 대롱대롱
아슬하게 붙어있구나
오늘도 내리는 봄 비에
내 마음도 적셔 보려고
밖으로 나가서 한껏 맞아 보건만
그냥 차갑고 서글프기만 하구나
☆고독
오달자
이른 새벽인데 어둠이 채
가시지 않고 희미한 등불이
말없이 비추고 서있다
조그마한 사잇길 사람도
없다 젊은이는 떠나고
늙은 노인들만 사는 동네라
고독하다 나도 덩달아 고독
에 잠긴다 밤이 오면 고독의
깊이를 확실히 느낀다
불 끄진 창문 틈새로
나오는 작은 불빛 하나
따뜻한 밥을 데우는
전기밥솥뿐이다
먹고는 살아야 되는
욕구 만족의 불빛이라도
있어니 살아있다는 증거
가 감지되어 안심하게 된다
오늘도 고독의 짊 한 움큼
감싸고 어디론가 떠나보자
방을 구해서 아주 작은아이를
부모로부터 독립을 시켜야
저도 살고 나도 살고 저도
나라에서 장애라고 돈 몇
장 준다 하니 법에 따르기로
하고 무작정 집을 나선다
소득이 좀 있기를 은근히
기대하고 몸보다 더 무거운
수동 휠체어를 밀고 차가운
겨울길을 달려보자
체감온도가 꽤나 쌀쌀한데
꽁꽁 싸맨 자기 모습이 부해
보이기 싫다고 손사래 친다
그래 네가 이기나 추위가
이기나 내기해 보려무나
지켜 볼게 때론 져 주는
맛도 있어야지 맨날 1등
만 하려 하니 욕심 좀 버리고
살아가도 되는 세상 올 거야
천천히 쉬어가자 느림보
거북이처럼 얘야
☆복수초
글꽃 윤소영
이른 봄 언덕배기
화월에 얼음새꽃
설상의 황금빛깔
한 곳에 옹기종기
복수초
희망의 봄빛
바람 타고 흐르네
설련화 만발하는
낙엽 속 내민 얼굴
화알짝 피어나는
웃음꽃 나풀나풀
전령사
환한 미소에
꼬물꼬물 흐놀다
☆모란이 필 때까지
글꽃윤소영
풀밭에 소담스레
양지 녘 둥지 털고
은홍색 붉게 물든
느긋한 고풍의 멋
황금빛
노오란 꽃씨
빠져드는 꽃내음
홍자색 요람에서
화려함 눈이 시려
떨구는 한잎 두잎
함박꽃 꽃 중에 왕
꽃망울
화들짝 놀라
데굴데굴 구르네
장독대 붉은 음성
숨 죽여 속삭이듯
그대의 고운 숨결
볼웃음 다문 입술
해 넘어
오지 않은 임
모란이 필 때까지
☆판단
장억
판단하지 말자
내가 재판관이 아니니
내 생각과 가치가
진리가 아니니
분별치 말자고
늘 외치며
다짐했건만
흔들릴 때가
있다
애경사 때
축의금과
조의금 때이다
서운 섭섭
감사 고맙을
넘어
미움 좋음으로
마음에서 나뉜다
가슴에서 산다
이러면 안 되는데
이러면 안 되는데
☆늘 비워진다
장억
이 잔에
너를 붓고
너를 마신다
이 잔에
나를 붓고
나를 마신다
이 잔에
너 와 내가
칵테일 되어
썩인다
흔들어
함께
들이키고
빈 잔으로
남는다
그렇게
우리의 잔은
누군가에 의해
채워지고
누군가를 위해
비워진다
☆고향길
단. 장창옥
고향 들녘은 황망해도 정겹다
그렇기에 늘 그립다
일부러 옛 추억을 되새기며 천천히 차 없는 시골길을 달리다 보면 풍수지리로 좋은 자리는 다 차지하고 시골스럽지 않게 서구형으로 지어 올려 각자들 뽐낸다
그런 집은 두 번은 시선 안 간다
이따금씩 아주 드물게 석고보드로 만든 스레트집도 있고 또 파랑 주황 함석집들이 많이 눈에 띈다,
그렇다 나 어릴 적 우리 집 지붕은 볏짚으로 만든 초가집이었다
그땐 대다수가 그랬다,
그래서 고향의 향수는 더더욱 정겹다 언제 찾아봐도,
그렇게 고향길을 달리다 보면 십리길을 걷다 달리다 했던 국민학교도 지난다 10원짜리 라면땅 하나 사들고 하나씩 아껴 먹으며 걷다 보면 마을언저리에 도착한다
그래도 배가 안 차 허리에 둘러맨
책 보재기안에 학교에서 급식으로 준 건빵은 못 먹는다
왜?
늘 꽁보리밥으로 허기를 채우며 일만 하는 울 오빠가 목에 걸려서
그~ 한 많은 보릿고개를 지금 아이들이 어찌 알리요...
그런 유년을 그렇게 보내고 어린 나이에 아버지를 여의고 우린 도시 안양으로 이사를 한 거다. 그러기에 난 더더욱 고향이 그립고 정겹다 언제
찾아보아도~
명절 전에 부모님 산소를 찾아뵈었다
두 분 평안히 잠드소서 ~
발길 돌리는 내 발걸음은 언제나 무겁다...
☆봄
정경옥
비쩍 마른 가지들이
봄을 향해 통통하게 살을 찌웠다
옆 집에 사는
내 친구 명자나무에
물이 차 오른다
봄은 그런 것이다
햇빛 한 자락에
겨우내 추웠던 몸
기지개를 켜고
하늘에 촉수를 뻗어
구름을 멀리 보내 버릴 만큼
그렇게 햇빛을 사모하고
사모하여 꽃망울을 터트리는 봄
만개할 날이
곧 축제라는 것을 아는지
바쁘다 바빠
봄의 전령사들의 땀방울
아지랑이 되었구나
잔 가지 잔뜩 드리운
나무는
새순들의
소리 없는 아우성에
바보 같은 웃음만
소쩍소쩍 쏟아낸다
생명의 움틈 앞에서
웃는 일 외에
무엇이 필요하단 말인가
☆바람이 좋아서
정경옥
바람아
바람아
내 영혼에
너를 담을 수 있을까
바람은 부는데
바람을 만날 수는 없구나
눈, 코, 입도 없는데
네가 그립다
내 안에 바람이 있어야
같이 휘몰아치고
언덕 위 한 떨기 백합처럼
흔들릴 텐데
그 흔들림이 좋아서
그 자유로움이 좋아서
어디든 갈 수 있는 네가 좋아서
곧 새 봄이 올 그 바람이
좋아서
나는 벌써부터
이리 휘날린다
☆쉼
(충남 도술대전에서 입선)
전용순
설레임으로 시작한 그림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는지 모른다
하나하나 붓을 터치하며
북받쳐 오르는 감정....
한없이 흐르는 눈물...
내 생애 환희의 기쁨...
표현할 수 없는 뭔지 모를
꿈틀거리는
또 다른은 나
나이 들어 찾은 나의 행복..
삶의 여정 속에서
가장 따스하고 편안하고
그리고
삶의 여유
고요함 속에 자유
작은
조각배에 나를 싣고 떠나고
싶은 나....
아직은
미성숙한가 보다
조각배에
많은 사람 모두 싣고
항해할 수 있는 큰 사람은
아직은
아닌가 보다
이제부터는
작은 맘 속에
점찍고
점 하나 긋고
시작한 미의 세계
천천히
한 걸음
다가가야겠다
☆들리나요
전용순
바다를 보니
마음이 넓어지고
바다를 보니
보고픈 사람이 그립고
바다를 보니
눈물이 난다
왜...
가슴속에서
내려놓지 못할까?
당신과 나
다른 세상에 있건만
그리운 건...
이젠 서로 놓아주자
그리고
서로를 위해
기도하자.
미안하고 고맙고 사랑해^^...
☆그 이름은 어머니
정유진
부르고 불러봐도
자꾸만 부르고 싶은
그 이름은 어머니
비 오나 눈이 오나
항상 자식 걱정에
자신의 아픔마저
잊고 사신 어머니
세월의 야속함에
꽃다운 청춘은
흘러가 버렸고
검고 고왔던 머리엔
흰서리만 내렸네
고달팠던 지난날
옛말로 하실 때면
눈가엔 이슬로
적시였던 우리 어머니
할머니가 되셨어도
어머니 그 한마디에
조용히 흐느껴 우시던
나의 어머니
어머니란 그 이름
그 누가 지었나
부를 때면 가슴이
벅차오르고
따뜻한 온기가 차오르는
그 이름은 어머니 나의 어머니
☆오늘도
정유진
바람이 불어와 꽃 들은
땅 위로 다 떨어지는데
당신을 위한 그리움은
누가 달래줄까
달빛 아래 외로운 그림자에
오늘도 눈물로 옷깃을 적시며
귀뚜라미 우는 소리에
한숨으로 이 밤을 지새우네
흘러가는 세월도 우리 사랑
너무 가혹하게 허락하지 않아
홀로 쫓기듯 살아간 탓에
너무도 많은 애증만 남겨 버렸네
난 그냥 우리 함께 하기를
바라고 바랬을 뿐인데
세상은 우리를 갈라놓고
아무렇지 않는 듯 흘러만 가누나
아침부터 내리는 차가운 비
무심히 도 흘러내리는데
당신은 거기서 행복하고 있는지
묻고 싶어도 물을 수 없음이
애통하기만 하구나
하늘은 다정하기도
무정 하기도 하기에
사랑의 결말은 이별뿐이겠지
나를 다독이며 오늘도 살아가네
☆봄바람 간질일 때
정영일
흐르는 냇강에
매화 꽃잎 띄워 보내면
님 가까이 닿으려나
봄바람 간질일 때
오시기에 좋으련만
흘려보낸 꽃잎만 받고
오실 줄을 모르네
☆울릉도 취꽃
정영일
어느 청초한 날
두메골에는
반가운 소식이 있더라
여름 장마가
휩쓸고 간 개천가
나지막이
한 소녀가 앉았더라
멀리서
개망초인 줄 알았거니와
다가설수록
샛별처럼 웃는 것이
울릉도에서
날아 들어온
곱디고운 아가씨라네
☆하늘과 구름...
정은숙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빌딩숲 속에 가려진 하늘
고개를 젖혀 보았다
언제부터인가
하늘은 그렇게 숨었다
걸어가면 눈앞에 있던 하늘
이제는 머리를 들어
이리저리 돌려야
보인다
그래서
조각하늘이다
그래서
작은 하늘이다
그 조각하늘에
하얀 구름이 같이 한다
솜을 찢어 뿌린 듯
급히 찢은 듯
가늘게 찢어지고
덩어리로 뭉치고
하늘도 나처럼
바빴나 보다
똑같이 뿌리지 못하고
모양이 모두 다르다
나도 오늘 아침
파를 써는데
크고 작게 급히 썰었다
우리에게 멋진 하늘을 보여주시려고
마음이 급하셨나 보다
그래서
더 멋진 하늘이다
그래서
더 멋진 구름이다...
☆애틋한 삼 남매...
정은숙
생각할수록 마음이 저리는
우리는 삼 남매
말이 필요 없이
마음을 알 수 있는
우리는 삼 남매
얼굴이 왜 상했나?
먼저 생각해 주는
우리는 삼 남매
걱정할까?
좋은 소식만 전하는
우리는 삼 남매
기분 나쁜 말은
되도록 삼가는
우리는 삼 남매
어쩌다 실수해도
감싸주는
우리는 삼 남매
아픈 곳은 없니?
라고
제일 먼저 물어보는
우리는 삼 남매
누이라고 정답게 불러주는
우리는 삼 남매
동생아~~~
라고 그 이름대신
불러주는
우리는 삼 남매
엄마 가시기 전
힘 합쳐 넷이서 가장 행복한
시간 만들었던
우리는 삼 남매
동생의 아픔이
나의 아픔이 되는
우리는 삼 남매
생각만으로도
조용히 눈물이 흐르는
우리는 삼 남매
잘한 일만 생각나는
우리는 삼 남매
누이를 여동생같이
보호해 주고
사랑해 주던
우리는 삼 남매
엄마 가신 후
더욱 애틋해진
우리는 삼 남매
못난 누이의 소원
두 남동생들과
오손 도손 어렸을 때처럼
며칠만이라도
살아보는 것
눈사람도 만들고
술래잡기도 하고
아름다운 꽃밭에서
지나온 얘기 하고픈
우리는 삼 남매
동생들 생각할 때
엄마도 같이 생각나
엄마처럼 사랑으로
대하게 되는
우리는 삼 남매
두 동생들도
그런 것 같아
마음이 저려오는
우리는 삼 남매
이 세상에
우리 셋만 남은
우리는 삼 남매...
☆깊어가는 겨울밤
전지수
치악산 아랫마을
겨울밤은 깊어간다
이 집 저 집 옹기종기 모인 집
불빛 반짝인다
아주 적막하고
조용한 마을
시내 갔다 돌아오는
자동차 소리
멀리
멍멍이 소리도 들린다
난 이슬이랑 마시면서
TV 속에서 나오는
정치이야기 속으로 빠진다
겨울밤은 깊어만 간다
깊은 밤 들리는 소리
전지수
초저녁 잠에서 깨어나
이리 뒤척 저리 뒤척거린다
이웃집 젖먹이 아이
잠에서 깨어나 젖 달라고
엄마를 깨우는 울음소리
골목길엔
웅성거리며 지나가는
사람들 발자국 소리
도로에서 달리는
자동차 소리
먼 곳에선
가끔씩
집 지키는 멍멍이 소리
또한
덜컹거리며 달리는
기차소리 들린다
밤은 점점 깊어지고
눈꺼풀은 무겁게 내려앉고
꿈나라로 빠지게 된다
☆고니의 향연
정진욱
찾아온 것인지
돌아온 것인지
아니면
떠나온 것인지
시베리아 동토에서 한 달 보름
수만리 하늘 길 날아온 고니
반가움에 발자국 멈춘다
조용하던 산골 호수에
감미로운 음악 선율 따라
우아한 발레리나의 몸짓
白鳥인 고니들
긴 모가지
물논의 개구리같이
소란스럽다
백곡지엔 멀리서 온
손님맞이로 분주하다
연밥을 담은 마른 꽃대는
동안거에 든 지 오래고
물에 잠긴 수양버들
봄을 기다리듯
물안개에 젖어들었다
꽃바람이 불면
또 돌아갈 것인지
떠나갈 것인지
☆기다림
정진욱
만뢰산에서 불던 바람
봄 내음 실어서 왔다
아직 봄은
산 너머 있는데.....
봄을 향한 기다림에
발자국 소리 귀 기울이며
혹독한 겨울 이겨내고
품는다
차가운
겨울바람이 분다
저수지 위에 물결이
일렁이듯
가슴으로 튕기는
기타 소리에
외로운 내 마음
보듬는다
그리고
봄냄새를 맡는다.
☆세월의 강
조옥미
아득히 머나먼 옛날이었지
준비되지 않은 어린 신부가
시댁 시집살이가 뭔지도 모르고 신랑살이가 뭔지도 모르고
층층시아에서 철없는 행동들을 어떻게 관리를 해야 하는지 천진스럽게 살면서도 배우고 느끼며
몸으로 익히고 어린 젊은 시절 개똥벌레 마냥 시댁살이 집이 엄마품인양 한 곳만 바라보고
실수와 더불어 엉터리도 부리고 철이 들면서 뒤 돌아보았지
준비되지 않은 철없는 행동들을 너무 어린 신부였다고...
조금은 억울해 가슴을
쓰려 내리고
긴 한숨을 내쉬어본다
누군가가 아득한 옛날로 다시 돌려준다고 말하면
생각만 해도 힘이 들겠지만...
그래도 세월을 다시 돌려준다면
내 사랑으로 다져서
눈으로 사랑을 주고받고
눈동자에 사랑을 심어
고사리 손 깨물며
살내음도 맡으며
감정도 느끼며
표현하고 깨를 볶고 살고 싶네
☆사랑으로
조옥미
나비애벌레 나풀나풀
날갯짓으로 연습하고
햇빛 맑은 깨끗한 하늘
예쁜 봉우리 나비재롱
한쌍 비행 두 쌍 비행
짝지어 날려 보내고
부모님이 주신 명찰
잃어버린 나의 이름
나비 아내 나비 엄마
튼튼 단단 나의 집
낡고 삭아 거칠 거칠
여기저기 가라앉히고
부모님의 설계로
지어주신 나의 집
70여 년 오랜 세월 속에
찌그러진 내 집 지킴이
낡은 집 보수공사로
이것저것 갈아 끼우고
부모님이 주신 나의 집
세월의 역사로 남아있네
☆임자
차봉길
스치듯 지나치다
그리고 한참을
그렇게
그리워하다
달빛 환한 날
옷깃 여미며
빼꼼히 쳐다보던
눈부신 얼굴
눈 한번 끔벅
감았다 떴을 뿐인데
장강이 흘러
오늘 인생 앞에 숙연히 선다
섬섬옥수 가꾸는 손길
닳도록 애가타도
미소 한번 흐리지 않아
덕분에 평생이 빛이다
아픔도
고난도
슬픔도
절망도
그녀에게 바람 앞에
연기 같음은
하늘에서 내려오는 듯
천륜 같은 연륜이 빚어낸
거친 세월 속에 가꿔온
희생에 찬 사랑이라
가슴 벅차
항상 감사합니다.
☆인생
차봉길
주어진 시간과 날들
남아있는 삶의 공간을
간구의 깊숙한 울림으로
꽉꽉 채우며
앞으로 나아가기를
소망한다
시간의 신작로 위에
널려있는
기쁨 슬픔 환희
즐거울 땐 기쁨이 끝도 없을 것 같고
슬플 땐 마지막이 어서 오라
애달파한다
결승선 향해 달려가는
운명적인 삶
끝자락 앞에 서서
수고했다며
또다시 만나자는
이별과 재회를 약속하는
아쉬운
가슴 저린
따뜻한
먹먹한 악수
종말 다음은
새로운 시작이 있는
예정된 인생에
뜨겁게 입맞춤한다
☆친구
최은용
나는 네게 친구라 한다
무거운 짐을 내린듯한 내 발걸음
어느 날 저녁을 먹다가
그에게 잘하라는 말 한마디에
눈시울이 붉어지던 친구를 보았지..
음 사랑하는구나..
보기 드문 그 친구의 눈물을
왜 나는 이리 자주 보게 되는 걸까..
아, 비운인지 행운인지
가슴 한 구석에 무거운 덩어리를
뱉어버린 뻥 뚫린 기분
잘 살아야 해 행복하고
이쁘게 살아야 해..
친구!
내가 그의 친구인 것은
그가 내게 어찌해 주느냐에 대한
보상으로 친구로 있어 주는 것이 아니라
내가 그를 친구로 삼은 것이니까 친구다.
그러므로 사랑을 하는데
있었어나
멀리 길을 가게 되거나
오래오래 만나지 못하게 되는
인연일지라도
몇십 년의 세월이 흐른 뒤
우연히 길을 마주 하다가
어이~ 어깨를 툭 치고 눈빛 한번 진하게
바라보면서 살아온 세월을 느낄 수 있는 거다
그게 나의 친구법이다
눈물 흔하게 보이지 말고
이왕 태어난 세상
잘 먹 고
잘 살 다
잘 가 자
나는 가슴속에 한 사람을
깊게 묻고 오지게 사랑하다가
먼먼 훗날에 내가 친구를 사랑하였노라
오지게 사랑하여 긴 세월
너 때문에 옹골지게 행복했노라 말하리라
이런 내 사랑법을
친구인 그에게도
알려줄 수 있다면
참으로 좋을 텐데...
가벼워진 발걸음으로
추리닝 바지에 뒤 트인
슬리퍼를 끌고
비어버린 주머니 속에
동전 몇 닢으로 커피를 뽑아내며
친구를 생각하다가...
내 친구가 행복했으면 좋겠어..
☆길을 걷다가..
최은용
늙은 청소부 수레에
아무개의 신발이 쓰레기장으로 향하고 있다
그러다 싣고 있는 신발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함께한 너 오래 같이 걸었어
길이 난 곳이면 그곳이 어디건 따라나선 너
길을 걷다
더러는 돌부리에 치이고
더러는 진흙탕에 빠져도
불평 한마디 없이 양식을 탁발한 너
다된 놈이라 매정하게 버려진 너는
살아있는 놈인가
너를 통해
사랑을 만나고 세상을 배웠건만
밑창이 해지니 매정하게 던짐 당하는 놈들
행적이나 사연에 대한 은공하나 없이
너는 쓸모없이 버려질 허무였더냐
고약하게 내 가슴을 찢는
염병할 놈의 헌 신발짝.
..
..
☆선택
최현주
아주 사소한 나에 대한
나의 배려가
많은 것을 바꾸고
나0 를 진정시키는 해독제가 되었다
그동안 잊고 있었던 나를 위해 사는 법을
이제야 비로소
배우고 실천하고 있다
또 다른 나에 대한 나의 일상이
펼쳐지고 있다
나의 매력은 한계가 없는 우주다
나의 모든 시선은 세상을 향해 있었지만
그곳에 나는 없고 빈 몸뚱이만이
세상을 떠받치고 있었던 것이었다
세상이 나에게 주는 모멸감과 공포심
그리고 온갖 허물들을 고스란히 뒤집어
쓴 채로 그럼에도 행복하다고
아!
내 심장에 새겨진 희생과 굳건히 지키려는
마음 들이여 이제는 이별을 고하련다
정상에 올라가 두 팔 벌려 나의 자랑스러운
마음에 날개를 달고
이제는 훨훨 날아 진정
자유롭고 평화적인 나만의 삶을 선택하련다
늦기 전에 한 번만이라도
☆GOOD BY 겨울
최현주
들썩이며 세찬바람 불어대던
겨울이라 부르고 춥다고
어깨를 움츠리며
사람과 사람에게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는 법을 알게 한 겨울
조용히 곁을 지키며
많은 것과 많은 곳에 희망을
품게 하던
따사로운 태양은 시간이 지나도록 모든 것을 지켜주는데..
불어오는 거친 바람과 세찬비는 봄이 오면 소생할 모든 생명들 깨끗하게 살기 좋은 터전으로 다듬어주고
거친 바람에 밀리듯 지나가는 겨울아
봄도 어느 날 때가 되면 지나고
여름 오면 나는 또 여름의 노래를 부르게 될지도 몰라
그러니 이제 슬슬 지나가는 겨울아
잘 지나가도 기억 속에서 언제나처럼
함께 동행하기를
그리하여 언제나처럼 가을지나 어느 날 나를 발견해도 어색해하지 않을게
우리 다시 한번
만나는 그날까지 언제나 언제까지나
즐겁기를 행복하기를
건강하기를...
☆설레임
채혜선
어서 2월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매화꽃 터지는 3월이
개나리꽃 피는 4월이
장미꽃 피는 5월이
오기 때문입니다
내 2월은
아지랑이 쑥 올라오고 부드러운
바람이 언 마음을 녹이는
3월을 맞이할 수 있어서입니다
당신과 손잡고 거리를 걸어
벚꽃을 만나 사랑을 이룬다는 4월을 주고
사람마음 훔치는 장미꽃향이 만발한
5월을 주기 때문입니다
내 2월은 그래서
더욱 애틋하고 그립고
만나고 싶은 달입니다
2월이란 말을
내 입에서 보낼 때나
귓가에 들려올 때는
가슴에 퍼져오는 부드럽고
따뜻한 기운이 봄을 기다리는
내 설렘 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꽃 한 송이가
채혜선
그대 오시는 길에
내 마음 가득 부어
사랑이라는 꽃 길을
깔아 주고 싶었다
쉬이
놓아 버리지 못하는 마음을
한숨으로
가슴에 채울 때
나는 그대 앞에 수줍게 핀 꽃이고 싶었다
오늘이 가고
내일이 오는 시간의 적막 속에
그대는 없고 사부작 거리는
내 마음만 들리는 새벽
달이 구름에 숨었다.
☆기억너머
한은희
바람소리 기다리는
어둔 밤
서걱거리는
모퉁이의 여린 조각들
맴도는 한 조각 쓸쓸함에
앓아눕는 숨결마저
허기진 눈물방울들
별빛 속에 저며지는 아픔은
발끝에 머무는
그리움 때문이겠지
처절한 기억 쪼가리
지친 바람에 실려온다
사무치게 알지 못했던
저
기억너머에서..
☆연둣빛 빗방울에
한은희
벅찬 설렘에
새벽이 두근거린다
연둣빛
풀밭 같은
너의 품 안
소리 없는 비가 내린다
길에 길 걸어보니
허한 나의 견해
헤아림 없는 춤 춘다
뉘 연둣빛 햇살 풀어놓았는가
꾹꾹 눌러 담은
빛바랜 기억들이
나를 잊을지라도
그대
나를
잊지 말아 줘요
가슴 뛰는 아련함
마지막 흔적들
춤추는데..
☆허삿갓
자삼 허 장강
소백산에 낚싯대 드리우고
구름을 낚아
쪽빛을 쬐고 싶은 걸까
밋밋한 세월의 꽁무니를
채찍질함일까
그림을 그리고
시를 써봐도
남한강에 비친 단양팔경
어찌 표현할 수 있으리
눈이 없어도
귀가 없어도
독야 청송이 부럽구나
다가올 긴긴 겨울밤
황소바람에 얼어붙은
먹다 남은 김치
뉘가 와서 녹여 줄고
☆단 꿈
자삼 허 장강
꿈속에 그대가 보일까
일찍이 잠을 청해 보지만
하루 피곤에 물들어
그대를 보아도
알아보지 못함을
용서해 줘요
파란 하늘 높다 한들
너랑 나랑 부품 가슴
어찌 못 오를까
구름을 담요 삼아
깔아 놓고
합방하면
꿈인들 아니 꾸면 어떠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