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여?
김숙희
갑자기 교무실이 웃음바다로 출렁출렁
5학년 수학 문제 설명을 하시고는 ‘기여?’ 질문을 던졌는데 스물넷 눈동자가 돌멩이가 되었다나 차근차근 친절하게 설명을 다시 한 후 ‘기여?’ 또다시 물었다지 아, 글쎄 이번엔 얼음이 되었대요. 동그랗게 얼어버린 눈동자가 자신을 무시하듯 쳐다보고 있더라나 뭐라나 머리끝까지 화가난 선생님이 ‘기여? 안 기여?’ 칠판까지 두드리며 언성을 높였더니 똑똑한 반장 녀석 ‘얘들아, 빨리 기어!’ 반장 따라 우르르 아이들이 몰려나와 땅강아지 모양새로 설설 기었다네
아이들 탓만 했더니 내가 외려 몰랐네, 표준말을!
《시조시학》2024. 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