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몇 몇개의 공룡관련 게시글들이 올라오니 공룡덕후였던 제 어린 시절이 떠오르더군요.
그리고 몇몇 분들이 어떻게 몇 점 안되는 공룡 화석으로 그때의 모습을 추정하느냐에 대한 글을 올리셨기레
제 짧은 지식이나마 이렇게 올립니다.
위의 사진은 이구아노돈이라는 공룡으로, 티라노사우르스가 살던 때보다 조금 앞선 시기, 다시 말해
백악기 전반에 널리 번성했던 공룡입니다. 여기서 널리 '번성했다'라는 사실은 그만큼 많은 화석들이
발견되었기에 '번성했던 종류일 것이다'라고 추정하는 거죠. 많이 번성했을 수록 오늘날 많은 화석들이
발굴될 확률이 높은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것이니까요.
그런데, 사실 사람들이 생각하는 이 공룡의 모습이 처음부터 이런 모습이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맨 처음 이 공룡의 화석이 발굴 되었을 때는 아래와 같은 모습이었을 것이다라고 추정했죠.
.....자.... 옛날 사람들은 이구아노돈이 이렇게 생겼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사실 이렇게 생겼을 것이다라고 생각한 것이 무리도 아니었죠.
이구아노돈은 1800년대 어느 영국인 의사 부부에 의해 화석으로 처음 발견되었습니다.
당시 발견된 것은 이빨 몇 점 뿐 이었죠.
이 영국인 의사는 화석을 연구하던 중, 이 이빨 화석이 오늘날의 이구아나의 이빨과 매우 유사함을 알아냅니다.
그래서 이 화석의 주인인 공룡 이름을 '이구아나의 이빨'이라는 뜻인 '이구아노돈'이라고 명명하게되었죠.
따라서 자연스레 이구아노돈은 이렇게 거대한 이구아나의 모습이라 추정하게 되었습니다.
더불어 함께 발견된 뿔 같은 모습의 화석은 무엇일까 고민하던 중,
오늘날 바다 이구아나의 콧잔등에 나있는 혹처럼 이 뿔 역시 이구아노돈의 콧잔등에 있던 뿔일 것이라 추정하여
위와 같은 모습의 이구아노돈이 탄생한 것이죠.
그러던 중, 1800년 대 후반 벨기에의 어느 탄광에서 약 20 여마리의 공룡이 때거지로 뭍혀있는 화석이 발견됩니다.
가히 '공룡의 무덤'이라 불릴만 한 수준이었죠.
학자들은 이 공룡의 화석들을 연구하여, 이 20 여마리의 공룡은 모두 동일한 종류의 공룡이며,
이빨 화석을 분석하였을 때 과거 이빨 화석으로만 발견되었던 '이구아노돈'이라는 공룡의 화석들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위 사진은 벨기에 브뤼셀 박물관에 실제로 전시되었던,
당시 발굴된 이구아노돈 화석을 조립, 완성시킨 사진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하여 과거 단순 추정으로 이구아나와 얼추 비슷한 모습이었을 거라 생각했던 이구아노돈의 모습이
좀 더 제대로 밝혀지게 되었죠. 그렇게 하여 이구아노돈은 아래의 사진과 같은 모습으로 정정되었습니다.
음....거대한 도마뱀이 벌떡 일어섰군요. 그리고 콧잔등에 있던 뿔이 사라졌습니다.
학자들은 화석을 조립하고 연구하던 중, 과거 뿔로 추정되었던 화석이 사실은
양 손 엄지 부분의 거대한 송곳같은 발톱이었음을 알아내게 되었습니다.
그렇게해서 이구아노돈은 더이상 코에 뿔이 난 이구아나와 같은 모습이 아닌
두발로 서서 걸어다니는, 양손 엄지에 거대한 송곳같은 발톱이 있는 공룡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죠.
이렇게 하여 이구아노돈의 모습은 위와 같은 모습이었을 것이다라고 결론내려지는 듯 했습니다.
하지만 사진에서 보시듯 뭔가 좀 어색한 느낌은 지울 수 없었죠.
이유는 간단합니다.
바로 당시의 과학을 바탕으로 근거를 도출해낼 수 있는 수준,
다시 말해 과학의 수준이 그 정도에 한정되어 있었기에 발굴된 이구아노돈의 화석을 토대로
저러한 모습까지 밖에 추정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위의 모습들은 모두 1800~1900년대의 연구를 통해 내려진 결론이죠.
이후 과학이 발전하며 새로운 종류의 세분화된 학문들이 등장하며 연구가 진행되었고,
이는 공룡 화석을 연구하는 부분에도 적용되기 시작했습니다.
(법의학 운동구조 동물생리 뭐 이런 저런 것들)
그 결과, 학자들은 이구아노돈의 모습이 수정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느끼게 되었죠.
다시 말해, 위와 같이 꼬리를 질질 끌고 다니며 이족보행을 하는 모습의 이구아노돈은
이런 저런 과학적 근거를 통하여 봤을 때, 그리고 관절의 구조들을 다시 연구해봤을 때
부적합하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쉽게 말해 위와 같은 모습은 기형적인 형태이며, 저런 모습을 하고 백악기 전반에
널리 번성했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이거였죠.
그렇게해서 이구아노돈의 전체의 모습은 이렇게 수정되었습니다.
짜잔~ 이제야 뭔가 어색함이 덜 하군요.
이러한 과정들을 거쳐 오늘날 학계에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이구아노돈의 모습이 완성되었습니다.
그리고 몇번의 수정을 거쳐, 이구아노돈이 완전한 이족보행을 하던 초식 공룡이 아닌,
평소에는 네발로 걸어다녔지만 필요시에는 언제든지 두발로 일어나거나 이족보행이 가능했던
공룡으로써 결론을 내리게 되었죠.
이구아노돈의 경우에는 다른 종류의 공룡에 비해 매우 많은 화석들이 발견된 공룡 중 하나입니다.
특히, 이구아노돈은 다른 공룡들에게서는 발견된 적이 없는 매우 중요한 화석이 발견된 경우가 있습니다.
바로 피부의 일부가 존재하는 '미라 화석'이 발견된 것이죠.
이것이 바로 이구아노돈의 미라 화석입니다. (제 기억이 맞다면 텍사스에서 발견된 것으로 기억합니다.)
이 화석은 학문적 가치가 매우 높죠.
피부 뿐만이 아니라 근육, 혈관, 일부 장기의 모습까지 고스란히 화석이 되어 남았습니다.
이 화석 덕분에 이구아노돈은 여타 다른 종류의 공룡들보다도,
많은 사람들이 수긍할 수 있는 타당한 과학적 지식과 근거를 바탕으로
오늘날의 모습을 인정받을 수 있게 되었죠.
물론! 이구아노돈의 경우에는 화석이 많기 때문에 이러한 '완전한 모습'을 제대로 추정하는 것이 가능했습니다.
이런 이구아노돈처럼 수많은 화석들이 발견된 공룡들은 이렇게 완전한 모습을 추정하는 것이 가능하죠.
하지만 대부분의 공룡들이 온전한 모습의 화석들이 발견된 경우는 많이 없습니다.
티라노사우르스의 경우도 제가 알기로는 온전한 모습의 화석이 발굴된 것은 갓 성체가 된 티라노사우르스 화석
1점만 존재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렸을 적 신문기사에도 났던 걸로 기억이 나네요)
다시 말해 전세계 몇몇 박물관에 전시된 티라노사우르스 화석들은 지금까지 발견된 성체, 준성체, 아성체들의 모습을
토대로 각 연령대에는 이러한 모습이었을 것이다라며 본을 뜨고 모형을 만들어 조립한 것이죠.
따라서, 아니 솔직히 말해서 추정되어지는 완성된 모습의 거의 모든 부분이
과학자들의 이런 저런 근거를 토대로 만들어진 공룡도 몇몇 종이 있습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스피노사우르스 죠.
오... 이 녀석, 낯이 많이 익죠?
네 맞습니다. 쥬라기 공원 3 에서 티라노사우르스와 맞짱떠서 마치 스티븐 시걸 형님이 목을 꺽듯이
티라노사우르스의 목을 물어채고는 그대로 우두둑 꺾어 죽여버린,
티라노사우르스가 공룡들의 제왕이라고 믿던 많은 공룡팬들의 기대를 와르르 무너뜨린 장본인이자
쥬라기 공원 3에서 벨로시렙터와 함께 가장 이미지가 강하게 남긴 공룡 중 하나죠.
그런데 사실, 이 녀석은 완전한 화석이 발굴된 경우가 단 한 번도 없습니다.
그렇다고 다른 공룡들처럼 각 연령대의 다양한 화석도 발견된 적이 없습니다.
오로지 딱 1마리의 화석, 그것도 극히 일부분만 발굴 되었죠.
그것이 바로 이 화석입니다.
스피노사우르스의 특징인 등의 돌기, 그리고 척추뼈, 그리고 아랫턱뼈와 이빨 일부.
지금까지 발견된 스피노사우르스의 화석은 이게 전부입니다.
아니 대체 이걸 가지고 어떻게 저런 모습이 나올 수 있는 거지? 해도 너무하는 거 아니야? 하는 생각이 드는건
당연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과학자들의 경우도 그랬겠죠. 분명히 지금까지 발견된 공룡들과는 전혀 다른 공룡이며,
이 공룡의 모습을 추정하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었죠.
연구를 진행하는데 있어 소중한 정보가 될 화석이 고작 이것 뿐이니까요.
게다가 공룡화석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두개골'입니다.
예전에 모 공중파에서 특집으로 방영했던 다큐멘터리에서도 나왔듯이,
두개골은 그 공룡이 어떤 공룡이었으며 어떤 활동을 하며 살았는가를 알기 위해선 가장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죠.
하지만 이 화석은 두개골도 제대로 발견되지 않아 연구에 많은 난항을 겪게 됩니다.
하지만 연구를 진행하던 중 과학자들은 놀라운 사실을 한가지 알아냅니다.
이 발결된 화석에서 등의 돌기를 제외한 다른 부분들이 어느 한 공룡과 일치하다시피 할 정도로
매우 유사하다는 것을 발견한거죠.
바로 이 녀석, 바리오닉스라 불리던 공룡이었습니다.
발견된 스피노사우르스의 화석 중 척추 돌기를 제외한 다른 모든 부분이 이 녀석의 화석과 일치할 정도로
유사한 부분들이 많았던 거죠.
바리오닉스의 경우에는 화석과 함께 배 부분에서 물고기의 비늘과 잔해가 발견되었기에
이 공룡은 강가에서 서식하며 물고기를 잡아먹으며 살았을 것으로 추정되는 공룡이었습니다.
특히 고대 악어처럼 생긴 두개골은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해주기 충분했죠.
자... 과학자들은 이제 이 녀석의 화석을 토대로, 그리고 다양한 과학적 지식들을 토대로
스피노사우르스의 나머지 화석 부분을 완성해보기로 합니다.
그 결과.....
짠~
드디어 우리가 쥬라기 공원 3에서 만났던 그 스피노사우르스의 모습이 완성되었던거죠.
그리고 이러한 과정 속에서, 만약 스피노사우르스가 이러한 모습이었다면
티라노 사우르스보다 더 거대했으며 무지막지한 악력과 파워를 자랑하는 공룡이었을 것이라는
추정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것들을 바탕으로 쥬라기 공원 3 에서 스피노사우르스가 티라노사우르스를 물어죽이는 것이
가능할 수도 있다는 일이 된 것이죠.
하지만, 티라노사우르스는 아직도 공룡 세계의 황제였다는 타이틀을 놓치지않고 있습니다.
이유는 간단하죠. 스피노사우르스는 제대로 된 화석이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동시대에 존재했더라도 티라노사우르스를 물어죽일 정도의 강력한 공룡이었는지 아니었는지는 모르는 겁니다.
또한, 티라노사우르스보다 훨씬 크고 역대 최고의 몸집을 자랑하는 지상의 육식 공룡이라 추정되는
'기가노토사우르스' 역시 완전한 화석이 발굴되지 않았죠.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티라노사우르스는 뛰어난 사냥꾼이 아닌 죽은 공룡 처리반이었을 것이다'라는 의견은
오히려 기가노토사우르스에게 적합할지도 모릅니다.
다시 말해, 기가노토사우르스에 대해서는 과학적인 연구와 증명이 이루어진 게 별로 없죠.
반면 티라노사우르스는 관련된 연구와 증명이 이루어진 것이 많으며 흉폭한 사냥꾼이었다는 증거들 역시 존재합니다.
따라서 많은 사람들은 아직까지도 공룡 세계의 제왕, 흉폭한 폭군, 무시무시한 포식자로써의 티라노사우르스의 이미지를
인정하고 있는 거죠.
이처럼, 공룡들에 대한 모든 학설들은, 솔직히 말해서 '정의'가 아니라 하나의 '가설', 혹은 '학설'일 뿐입니다.
톡 까놓고 얘기해서 직접 보지 않았는데 어떻게 알까요?
하지만, 이러한 가설과 학설은 문학적, 예술적, 혹은 단순한 창의력에 기반하여 만들어진 것들이 아니라
다양한 과학적 접근과 연구, 그리고 시도에 의해서 만들어진 것들이죠.
그리고 이러한 것들이 많은 사람들로부터 타당성을 인정받았을 때 어느 정도 '정설'로 받아들여지는 것 입니다.
하지만 어떤 과학자가 연구를 통하여 이를 뒤집는 학설을 발표하면,
그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며 타당할 경우엔 정설로 채택되기도 하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엔 폐기되기도 하죠.
이처럼, 오늘날의 공룡들의 모습은 굉장히 설득력이 있는 근거와 연구를 토대로 이루어진
하나의 학설이라 보는 것이 정확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뭐라해도 변하지 않는 것이 있죠.
그건 바로, 오늘날까지도 지속적으로 많은 공룡 화석들이 발견될 만큼,
그리고 수많은 종류로 분류될 정도로 다양한 종류의 공룡들이 긴 시간동안 지구상에 번성했으며,
이는 곧 그들이 이 지구의 역사의 한 장을 장식하는 시대,
다시 말해 '공룡시대'라 불리는 트라이아스기, 쥬라기, 백악기의 시기의
지구의 주인들이었다는 것입니다.
[ When Dinosaurs ruled the Earth !; 공룡이 지구를 지배했을 때 (쥬라기 공원 1 마지막 장면) ]
후~ 쓰고보니 길어졌네요.
아직도 가끔 디스커버리 채널에서 공룡 관련 프로그램이 나오면 챙겨보곤합니다.
이구아노돈의 경우에는 원래 알고 있는 내용이기도 했지만,
과학자들이 미라 연구, CT 촬영, 법의학자와의 교류, 동물학자들과의 교류를 통하여
이런 저런 연구를 토대로 이구아노돈의 장기의 모습들 까지 추정하여 복원하는데
성공했다는 내용의 프로그램도 있었고,
스피노사우르스의 경우에는 저도 몰랐던 것을 디스커버리 채널에서 보고 알게되었습니다.
그 이전까지는 저도 스피노사우르스가 성체가 제대로 발굴된 것이 있는줄 알았죠.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혹시 잘못된 내용 있으면 지적 및 수정 부탁드릴게요~
P.S
그리고 쥬라기 공원을 1부터 보신 분은 알겠지만, 공룡들을 처음 만들어 낼 때 엔젠 사에서 시도한 방법이
호박 속에 갖힌 모기에서 공룡의 DNA를 담은 혈액을 추출하고, 그 DNA에서 손실된 부분은 유사할 것으로 추정되는
아프리카의 어느 개구리의 혈액에서 추출한 DNA를 결합하여 만들어낸 공룡들임을 시사하고 있음을 알고 계실겁니다.
다시 말해, 그리고 엄밀히 말해 쥬라기 공원에 나오는 공룡들은 공룡이 아니라
공룡과 개구리를 합성한 변종동물이라 보는 것이 훨씬 정확하다고 합니다-_-
첫댓글 재미있는 내용이라 가져 옵니다. 제가 쓴 글은 아니지만 혹시 공룡박사분 계시면 지적질 환영 합니다
공룡에 대한 근래의 가장 획기적인 발상의 전환은
파충류가 아니라 털이나 깃털이 있던 항온동물로 보는 설정이죠.
재미난글 잘 읽었습니다.
재밌네요 감사합니다
좋은글 추천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