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문
서울특별시 교육청 ‘복수전공 자격연수 대상자 추천’ 공문 발송에 관한 입장 발표.
서울특별시 교육청이 낸 ‘2024학년도 중등 복수전공 자격연수 대상자 추천’ 공문에 결단코 반대한다.
교육청이 보낸 공문을 보면 “현재 공립학교 기준으로 중국어와 일본어가 과원(예상)”이라며 “미술, 정보․컴퓨터, 도덕․윤리 중 1가지를 복수 전공할 수 있는 자격을 주겠다”라고 시, 도간 협의를 거친 후 최종 대상자를 결정할 예정이며 연수 기간은 2024년 3월부터 8월까지 6개월이다. 라고 발표했다.
우리는 불과 6개월의 연수로 학생들에게 미술을 교육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는 정책입안자와 결정자의 미술 교육에 대한 무지함과 몰이해, 탁상공론에 실로 경악을 금치 못한다.
교육 현장의 실제와 미술 교육의 이상과 현저하게 괴리된 서울특별시 교육청의 계획에 대하여, 미래의 중등학생들에게 미술 교육을 통한 인격 함양, 사회 공헌이라는 소명을 이루기 위해 간절하게 고대하면서 매일 치열하게 미술교사로 임용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는 모든 임용고시생, 모든 사범대, 교육대학원의 미술교육학생들과 그 입장을 같이하면서, 반대하는 이유를 명명백백히 밝힌다.
매년 수천명이나 되는 미술 임용고시생들과, 전국의 미술교육학과생들의 공무담임권 및 행복추구권 등 헌법상 기본권을 중대하게 침해하며, 미술 교육의 수준을 현저하게 저하시키는 정책이기 때문이다.
매년 수천명이 미래에 우리 사회를 이끌어 나갈 젊은 인재들의 미적 감각 고양을 통하여 경쟁과 긴장으로 점철되어 있는 우리 사회를 보다 인간미가 넘치는 인본주의 사회로 만들기 위해 사력을 다해 임용고시를 준비하고 있다. 이들 중에는 이미 미술 교사로서의 자질과 능력을 갖추고 있음에도 단지 합격운이 뒷받침되지 않아 수년간 고생하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데 타 전공(중국어, 일본어 등등) 교사에게 6개월이라는 말도 안 되는 단기간 연수를 받았다는 사정만으로 미술 교사의 자격을 부여한다면, 이는 향후 미술 교사 임용 규모의 축소로 이어질 것이다. 그리고 이는 미술 교사 임용을 준비하는 이들의 공무담임권, 행복추구권과 같은 헌법상 기본권을 중대하게 침해하게 될 것이다. 대단히 위헌적인 발상이다.
아울러 미술 교육은 장기간에 걸쳐 형성한 미술사 및 사조에 대한 심도있는 이해, 통찰력, 직접적인 경험 등이 동반되어야 비로소 가능하다. 이러한 자질과 능력을 불과 6개월 만에 갖출 수는 없다. 연대, 작가, 작품에 대한 대중 교양서적 수준의 얄팍한 지식 정도만 겨우 갖출 뿐인 타 전공 교사들이 대체 어떻게 우리 사회에서 중추적 역할을 담당할 중등학생들에게 인간의 문명을 눈부시게 발전시켜 온 미술의 진면목을 제대로 가르칠 수 있겠는가. 실로 미술 교육은 형해화될 것이다.
교육부가 주관하는 임용고시 시책에 위반 되기 때문에 반대한다.
현 국가 제도에 따르면 미술교사가 되기 위한 조건으로 사범대를 4년 공부하고 졸업을 하거나, 교직이수, 교육대학원 5학기를 수료하고 받은 교사 자격증을 바탕으로 임용고시에 최종 합격을 해야 미술교사가 된다. 즉, 최소 5년 이상의 공부와 준비를 해야 한다. 그것 뿐인가? 미술대학을 입학하려면 중고등학교 시절부터 미술을 전문적으로 공부해야 한다. 이러한 미술 교사 임용조건은 세상이 다 아는 제도이자 오랜 기간에 걸쳐 정립되어 온 국가 정책이다. 고작 6개월 연수로 미술 교사를 시키겠다는 서울교육청의 발상은 현 임용고시 제도에 완전히 어긋나는 정책이다.
미술 교육의 가장 기초적인 ‘미적 교육론’적 입장에서 크게 위반되기 때문에 반대한다.
미적 교육이라는 말은 적어도 두 가지 의미를 지니고 있다. 넓은 의미로는 인간 경험의 미적 차원의 교육을 가리키고, 좁은 의미로는 예술 교육을 가리킨다. 브라우디(Harry S. Broudy), 허버트 리드(Hervert Read) 등 수 많은 미술교육학자들이 주장하는 미술교육은‘단순히 그림을 그리는 기능’에 있지 않고 예술적 경험에 의한 지각력, 식별력, 상상력, 미적 태도와 깨달음이라고 주장한다. 특히 교육철학자 그리인(Mnine Greene)이 1981년에 발표한 ‘미적 태도론’에서 “미적 문해는 ‘훈련시킬’ 수 없다. 미적 문해는 여러 가지 ‘능력들’로 나눌 수 있는 자질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따라서 6개월 연수로 미술교사를 시키겠다는 정책에 결사 반대를 한다.
AI 시대에도 대체 불가능한 과목의 특성을 지닌 미술과 본질적 가치에 위반되기 때문에 반대한다.
미래 사회를 주도할 AI 조차 미술적 특성은 단순히 몇 개월 연수로 대체될 특성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가올 국가 경쟁력은 미술이며, 문화라는 점을 상기할 때 전문 미술인이 아닌 교사가 미술교육을 한다는 것은 미래의 국가 경쟁력을 망치는 일이라고 보기 때문에 반대한다.
영국의 현대 건축가 그룹 아키그램(Archigram)이 최근에 서울을 방문하고 서울 도시 디자인은 쓰레기 통을 엎어 놓은 상태라고 지적했던 뼈아픈 사례를 떠올려 볼 때 우리나라의 미래 경쟁력과 먹거리 창출의 큰 방향은 미술교육과 디자인 교육의 인재 육성과 일자리 창출에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2023년 12월 20일. 미술 임용고시 정 샘
첫댓글 안녕하세요. 정 샘 교수 입니다. 2차 수업 실연과 지도안 강의 일정이 매일 쉼 없이 돌아가는 일정 속에서 오늘(12월 20일, 수요일)에 여러 예비 교사들로부터 깜짝 놀랄 뉴스를 들었습니다.
처음에는 깊게 생각을 하지 않았는데 강의 후 식사까지 끝내고 다시 연구실에 와서 서울시 자료를 검토하고는 깜짝 놀랬습니다.
정말 가슴 답답한 마음이며, 이런 시국 상황에서 당장 피켓이라도 들고 뛰쳐 나가거나 다양한 경로를 통해서 정식 의견 표출을 하고 싶은 마음이 큽니다.
이 상황에서 법률가의 자문을 구하고 짧게 입장문을 작성하여 올렸습니다.
참담한 소식을 접한 예비 교사와 학생 여러분들은 얼마나 크게 상심하며 서울시의 정책에 배신감을 느꼈겠습니까 여러분의 심정에 십분 공감합니다.
당연히 다같이 대동단결해서 우리의 가치를 지키고 외쳐야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면서도 이럴 때일수록 우리가 실력을 키워야 한다는 당찬 결의가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더 열심히 공부하고, 하루 빨리 교사 임용이 되어야 합니다.
여러분 힘내세요~ 여러분과 함께 하고 있습니다.
함께 공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교수님!
다행히도 교육청에서 해당 정책에서 미술교과는 제외하겠다는 답을 받았습니다! 공문이 내려와야 더 정확해지겠지만 현재로썬 많은 민원과 비판의 목소리로 저희가 원하던 결정이 내려진 것 같습니다!
긴 글에서 교수님의 고민과 수강생들에 대한 마음이 느껴졌습니다! 오늘도 수업실연 수업 피드백하시느라 피곤하실텐데 고생하셨습니다 교수님!!! 🙇🏻♀️
네. 김 선생님~ 발빠르게 대처해준 김선생님의 지혜가 돋보입니다. ^^
수강생들에게 불리한 일은 절대 없어야지요. 함께 힘내봅시다~
목소리 내 주셔서 정말정말 감사합니다 교수님
어제 구두로 철회하겠다는 응답을 받았으나 다시 말을 돌려서 진행한다는 모양이네요... 상황이 끝난 게 아니라 슬픕니다 방심하지 말고 열심히 미술과의 중요성과 가치를 지켜야겠습니다
네. 이 선생님~ 고마워요~~
그런데...서울시 교육청측에서 말을 돌려서 다시 진행한다구요? 정말 어이없는 사람들이네요.
이사람들이 무슨 혈압 측정기 역할에 재미들렸나? 자꾸 왜 이렇게 말도 안 되는 일을 하는지 모르겠네요.
방심하지 말고 사태를 지켜 보면서 뭉칠 때는 뭉치고, 목소리 낼 때는 함께 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