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만 하면 뭐하나...."
경제위기로 청년실업 가중…마음 무거운 대학 졸업식 풍경
올해 도내 한 대학을 졸업한 박미진(24)씨는 학위수여식에 가긴 했지만 마음이 편치 않다. 김씨는 “졸업하기 전 취직을 하기 위해 1년을 휴학까지 하고 공무에 매달렸지만 결국 백수가 됐다”며 “졸업식조차 참석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친한 친구들이 잠깐이라도 왔다가라고 해서 어쩔 수없이 참석한 것”이라고 토로했다. 5년만에 학사모를 쓰게된 김씨지만 부모님과 친척 어느 누구도 오지 않은 쓸쓸한 날이됐다.
청년실업난이 가중되면서 대학 졸업식도 우울한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다.
본격적인 대학 졸업 시즌을 맞아 경상대, 경남대 등 도내 대학들이 연이어 졸업식을 개최했다. 그러나 최악의 경제위기 상황과 맞물려 졸업식장은 예년에 비해 한산하고 학생들의 표정도 밝지만은 않다.
이번에 경상대를 졸업한 김동우(27)씨는 “다행히 지난학기에 취직이 돼 졸업식에 참석하는 부담은 덜었지만 동기들도 없는 쓸쓸한 식장을 보니 마음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김씨는 “우리과의 경우 전체 졸업대상자 35명 중 정규·계약직 포함해 고작 3명만이 취직한 것으로 들었다. 오늘 졸업식장에도 취직한 동기 외엔 거의 오지 않고 심지어 전화도 받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졸업식이 열리는 행사장도 예년에 비해 ‘썰렁’한 분위기다.
취업이 된 학생들은 취업된대로 시간을 내지 못하고 취업이 안 된 학생들은 기분탓에 행사장을 찾지 않았다. 특히 취업이 안 된 학생들의 경우 대부분 부모님을 대동하지 않아 매년 있는 주차난조차 발생치 않았다고.
인근 대학을 돌며 꽃다발을 파는 상인들 역시 장사가 되지 않아 울상을 지었다.
10여년간 대학 졸업식장에서 꽃다발을 팔았다는 강승희(44·진주시 하대동)씨는 “오전 8시부터 3시간이 넘도록 팔고 있지만 가져온 양의 절반밖에 못 팔았다”며 “꽃값도 원가가 1만5000원에 육박하는데다 갈수록 졸업식 참석자가 줄어 그야말로 죽을지경이다. 경제가 안좋아 초등학교 졸업식때 쓴 꽃을 그대로 쓰거나 조화를 사는 소비자도 늘어 수입이 갈수록 줄고 있다”고 토로했다.
한편 상황이 이렇다보니 취직의 부담을 피하기 위해 휴학생도 늘고 있다.
올해 졸업을 미룬 강현수(27·경상대 공대)씨는 “취업시장의 수요와 공급이 맞지 않아 올해는 피하고 봐야한다는 학생들이 많다”며 “우리과만 봐도 올해 휴학자가 상당한 것으로 알고 있고 도피성 대학원 진학이나 어학연수, 기업인턴 등 다양한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경상대에 따르면 지난해 4학년 2학기 일반휴학생이 남녀학생 모두 합쳐 1188명에 이르며 전체 재적학생수의 26.18%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07년 같은기간 휴학생수 1002명(23.19%)에 비해 약 3% 증가한 수치이며 올해의 경우 집계가 안됐지만 경제위기를 감안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경상대학교와 영산대학교 등은 25일 오전 10시부터 2008학년도 대학원·학부 학위수여식을 개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