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바닥 수필>
- 염수분사구간 -
권다품(영철)
지난 토요일 장모님 11주년 추모일이라 정관 납골당으로 갔다 오는 길에 이상한 문구의 도로 표지판이 눈에 들어왔다.
"염수분사구간"?
한자로 써 놓지도 않은 걸로 봐서 중국인들을 위해서도 아니었다.
그냥 우리 한글로 "염수분사구간"이라고 써 놓았다.
나는 그래도 우리말을 전공하고, 학생들 국어를 가르치다 보니 대충 눈치로라도 뜻은 짐작이 갔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은 어떨까?
더구나 뛰어쓰기를 하지 않아서 더 그랬다.
결국 자세히 알아두는 게 좋겠다 싶어서 사전을 찾아 보았다.
"염수분사구간"-겨울에 제설이 어려운 구간이니 염수 분사를 한다는 뜻.
이런 지기미....
당당한 우리 말이 있는 대한민국의 길에다가, 쉽고 편한 우리말을 두고도, 벌써 몇 천 년이나 되고, 또, 어려워서 국민들이 보고도 무슨 뜻인지도 모르는 남의 나라 문자 한자어 꼭 써야 할까?
그냥 "겨울철 눈을 치우기 어려워 소금물 뿌리는 구간"이라고 쓰면 안 될까?
이렇게 우리 말로 써놓으면, 어르신들과 어린이들도 충분히 알 수 있지 않을까?
이런 표지판을 써서 단 인간들은, 한자어를 모르는 사람들은 대한민국 국민으로도 생각않는 것일까?
남의 나라 문자인 한자나 영어를 모르는 것 때문에 국민으로서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나 혜택을 누리지 못한다면, 과연 대한민국 국민으로 대우를 받고 있는 것일까?
제 나라 말ㅇ.ㄹ 무시하고, 남의 나라 글로 써놔야 그 기관장이나 관료 놈들의 품위가 느껴지는 것일까?
'도로공사' 사장도 있고, 해당 부처 장관이란 작자도 있고, 총리도 있고, 대통령이란 사람도 있다.
그 중에 '한자어나 영어를 모르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할 줄 아는 놈들이 한 놈도 없단 말인가?
그 인간들에게는 대한민국 국민들의 정신 문화보다는 자기 집권 기간이나 재임 기간동안의 치적 홍보에만 신경이 쓰이는 것일까?
또, 정치 사기꾼 놈들은 자기 당의 이익과 당의 전략만 중요한 것일까?
전국 유명 관광지나 유적지를 가도 마찬가지다.
유명한 절이나 유적지에도 버젓이 한자로 새겨져 있는가 하면 21세기인 오늘날까지도 안내판의 안내문에도 한자어가 너무 많다.
정말 안타깝다 못해 경멸스러운 인간들이다 싶다.
야, 이 인간들아, 너희들 월급 받아처먹으면서 뭐 하니?
책상 앞에 앉아서 게임만 하니?
휴대폰 카톡으로 노닥거리기만 하니?
아니면, 어떻게 아부를 해야 승진할 수 있을까만 연구하니?
너희 '대가리'에는 국민을 위한 이런 당연한 생각이 안 드니?
윗자리에 있는 정신빠진 상사들에게 의견이라도 좀 내 보긴 했니?
어이, 나만 대한민국 사람이니?
일설에 "우리 민족이 중국으로 건너가서 나라를 세우고, 문자도 만들었다."는 설이 있다는 말을 듣고, 나도 잠시 읽어보긴 했다.
설사, 중국이 우리 민족이 세운 나라고, 한자가 우리 민족의 좋은 머리로 만든 문자라더라도, 그 한자보다 쉬운, 지금 편하게 쓰고 있는 말이 있는데, 왜 애써 그 어려운 한자를 써야 할까?
왜?
남들이 모르는 한자를 써야 품위가 있고, 더 대우를 받을 것 같니?
설마 그 따위 썩어빠진 '대가리'를 가진 인간들이야 있을까마는, 만일 그런 인간들이 있다면, 지금이 어느 시댄 데 그 따위 같은 것으로 품위를 찾는단 말이니?
직접 말을 안 해서 그렇지, 속으로 한자어를 쓰고, 영어를 쓰는 사람들을 어떻게 생각하는 줄 알기나 하니?
많은 사람들이 "대가리 든 것도 없으면서 아는 척 한다."고 재수없다더라고.
어이, 이 인간들아, 제발 정신 좀 차려라이?
지금 우리 나라 문화를 무시하고 아직도 한자어를 써야 품위있다고 생각하는 인간들이나, 일부러 영어를 섞어쓰는 인간들이 일제 시대 때 친일파들과 뭐가 다를까?
모여서 다른 사람이 하는 말을 "그 말을 한자로 0000라 하지." 하며 배운 척 하는 재수없는 놈 보다, 한자로 된 말을 "어이, 그 말을 순 우리 말로만 풀어쓰면 어떻게 되겠노?" 하며, '선생"을 '가르치미'로 풀어보고, '학생'을 '배우미'로 풀어보면서 '그 말이 맞네!' 라며 웃어 보는 건 어떨까?
어이, 우리가 내는 세금으로 밥 처먹는 인간들아, 밥값 좀 해라.
어떻게 정치하는 놈들이 구속됐다는 기사가 나오면 잘 됐다 싶고, 죽었단 기사가 끊었던 술까지 마시고 싶을 만큼 기분 좋은 사람들이 이렇게 많겠노?
어이, 와 그렇겠노?
제발 쫌 꺼지라, 이 새끼들아.
2924년 6월 17일 낮 12시 20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