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사람 상경기 - 서울거리를 헤메다

[영억이]

2022. 11. 12.

아파트 내 정원길이 빨갛게 물든 단풍잎이 땅에 떨어져 쌓인 것이 아직 나무에 반이나 남아 메달린 이파리들과 멋진 하모니를 이루고 있는 가운데를 걸어 등교를 하는 어린 자매는 오늘따라 더 다정해 보인다.

작은 아이를 유치원에 데려다 주고 곧 집을 나선다.오늘은 혜화문에서 동대문을 거쳐 덕수궁을 둘러 청와대를 들렀다 올 생각이다.시간이 된다면 북악산 등산까지 생각도 해 본다.

혜화문을 기점으로하여 북쪽 숙정문 방향으로 한 번 돌았고 남쪽 숭례문 방향으로 한 번 더 돌아 한양순성길을 한 바퀴 돌았으니 혜화문을 대하기는 세번 째가 된다.

태조5년에 다른 성문과 함께 완공된 혜화문은 초기에 홍화문(속칭 동소문)으로 불리웠는데 나중에 창경궁 정문인 홍화문과 이름이 같다하여 혜화문으로 이름을 고쳤다 전한다.

전쟁으로 인한 도성의 수난은 아무래도 진격의 길을 트기 위해 성문부터 당할 거라고 생각해 본다.

임진왜란 때 문루가 소실되었고 일제강점기에 동소문로와 전찻길부설로 원위치에서 북서쪽으로13m를 이동하여 복원한 혜화문, 임진왜란과 일제하에 훼손된 우리나라의 문화재 피해 어디 혜화문 뿐이겠는가.

국가는 외부의 적보다 내부의 적에 의해 무너진다고 한다.나라와 국민은 생각하지 않고 당리당략과 사리사욕을 채우기에 급급한 정치인들이 득실거리는 나라는 망할 수 밖에 없다는 역사가 주는 교훈을 생각해 본다.

혜화문에서 도로를 건너 성벽길을 오른다. 길따라 붉은 옷으로 갈아입은 공원들의 나무들이 완연한 가을을 드러낸다. 길 아래 170m 지점에 삼군부 총무당이 있다는 팻말을 보고는 비스듬 아스팔트 고바이를 넘고 테크로드 계단을 내려 기어이 직접 총무당을 확인을 하고야 만다

흥선대원군이 1868년 세종 때 철폐된 삼군부를 부활시키면서 그 청사로 지은 건물로 군무를 통솔하고 변방에 관한 일까지 관장한 총무당은 그 후, 1880년 조선 말 정치,-군사를 촐괄하던 관청인 통리기무아문과 시 위대 청사로 사용되었고 일제강점기에는 조선보병사령부 건물로 사용되었다 한다.

총무당에서 멀지않은 곳에 암문 하나를 만나면 곧 낙산공원에 도착한다. 한양도성의 4산 중 하나인 낙산은 그 중 제일 낮은 산이다. 지난 걸음 처럼 공원의 조망 지점에서 시내를 바라 본다.

낙산공원 아래로 길따라 내려오면 저마다의 특색을 갖춘 카페들이 줄을 이었다.골목 아래로 내려가면 대학로가 있어 년중 공연과 볼거리가 있어 많은 사람들이 즐겨 찾는다고 들은 바 있다.

안내판으로 보건대 좁은 골목길을 내려가면 가까이 이화벽화마을이 있는 모양이나 덕수궁까지 곧장 갈 생각으로 언덕길을 내려 온다.

억새풀이 아름다운 흥인지문공원에 한 무리의 외국인 관광객이 언덕을 오르고 있다.흑색 인종, 백색 인종, 황색 인종, 세계화 시대에 다양한 인종들의 서울 살이가 시작된지 이미 오래다.다문화 가정들이 공존하는 서울살이는 출산율이 세계에서 제일 저조한 우리나라의 앞 날을 준비하는 과정이기도 하니 지금부터라도 이들과 어떻게 어울려 가며 우리 문화를 지켜 나갈 것인가 많은연구가 필요할 것 같다.

언덕 아래로 넓개 억새풀이 깔린 공원이 아름답다. 언덕을 오르는 사람들이 아름다운 배경으로 곳곳에서 사진을 찍느라 걸음을 멈춘다. 억새풀이 잘 어울리는 공원이다. 내려 온 길을 잠간 뒤돌아 보아도 비스듬한 경사지 위로 높이 솟은 성곽이 노란 억새풀 숲과 어울려 무척이나 아름답다.

방향을 잡지 못해 길을 물어 가며 걷는 중

흥인지문에서 신설동 방향으로 가는 길은 각종 먹거리와 잡화점들이 길가를 빼곡히 채우고 있다. 웬만하면 잠간 들러 국수라도 한 그릇 하고 싶은 마음이나 아침 일찍 든든하게 채우고 나온 배는 아직은 때가 아니라 한다.

동관왕묘

흥인지문에서 덕수궁으로 가는 도중 동관묘를 만난다.서울의 동쪽에 있는 관왕묘라는 뜻으로 중국의 관우장군의 조각상을 두고 제사를 지내는 곳이다. 명나라에서는 공자의 제사 사당인 문묘처럼 관우의 제사를 지내는 사당인 무묘를 지어 숭배했는데 명나라의 요청으로 조선시대 후기에 많이 지어졌다고 한다.

신흥국가 청나라를 오랑캐라 부르고 기울어져 가는명나라에 대한 신의만을 주구장창 지키려다 패망한 조선의 사대부 정신을 떠 올려 본다. 열국 가운데 실리 외교의 중요함은 오늘날도 유효하다. 동관묘 역시 명나라를 깍듯이 예우하던 사대주의 사상이 들여 온 중국의 문화가 아닌가 한다.

길따라 주욱 가면 나타난다는 덕수궁 대신 경동시장이 나타난다.경동시장의 약령시 간판 앞 도로에는 엄청난 양의 농산물을 실은 손수례들로 길이 가득 메워졌다. 시장 안으로 들어 가 구경도 해고 올 만도 한데 덕수궁에만 필이 꽃힌 발걸음은 그러한 여유를 용납하지 않는다.구루마 가득 물건을 실은 아주머니에게 덕수궁 길을 물으니 동대문에서 반대방향으로 가야 한단다.동대문에서 여기까지 3km를 넘게 걸어 왔는데...., 기가 꽉,꽉 막힌다.

오랜전통의 약속을 지키기위해 오늘도 노력하는 경동시장은 6.25전쟁 이후 서울 사람들의 생활이 회복되기 시작하면서 경기도 북부와 강원도 등지에서 열차를 통해 들어온 농산물들이 청량리역 부근으로 몰려들었고, 이 상품들의 반입과 판매를 하기위해 공지에서 장사를 벌이기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시장이 형성되었다. 경동시장은 1960년 6월 개설하여 각종 먹거리와 한약재 등으로 이름을 알리며 대규모 재래시장으로 자리 잡았다. - 출처 : 대한민국 구석 구석 -​​

혜화문에 -> 동대문 4km -> 11.4km

경동시장에서 다시 동대문으로 오기까지 11.4km를 걸었으니 7km 걸음을 허비한 셈이다.

동대무에서 가까운 관람코스를 다시 선택한 곳이 종묘다. 나이 많은 사람들이 어울려 시간을 보내고 있는 종묘 앞 공원을 지나 매표소로 향하나 여기서 또 한 번 머리를 굴려야 한다.

대망의 걸음으로 찾아 온 종묘는 시간제 관람으로 앞으로 40여분을 기다려야 입장이 가능하다고 한다.

짧은하루 해 동안만의 시간을 얻은 촌사람의 서울 구경은 더 지체할 여유가 없어 다시 가까운 창겨덕궁을 목표로 하여 발걸음을 돌린다.

서울의 길거리를 걷는 동안 이태원사고로 인한 젊은 주검들을 애도하는 현수막이 시내곳곳에 걸린 것이 보인다.

2022년 10월 29일 22시 15분.

노란 은행잎처럼 가을과 함께 어느날 갑자기 떠나버린 자식들의 주검이 믿기질않아 망연자실 하늘만 쳐다보며 허허로운 가슴을 쓸어 내리던 그들의 부모들과 이를 슬퍼하는 온 나라 백성들의 애달픈 마음의 표현들이 시내 곳곳에 걸린 현수막들에 담긴지도 벌써 열흘이 넘게 지났다.

창덕궁의 정문 돈화문 - 태종12년에 창건하여 문종과 연산군 때에 개조하여 더 크게 만들었다는데 별궁이던 창덕궁이 정궁의 구실을 하게 되면서 위엄을 갗추느라 비롯한 것으로 보인다고 하는데 이 역시 임진왜란 때 불탄 것을 광해군이 새로 지었다 한다.

창덕궁의 정전인 인정전 - 왕이 외국의 사신을 접견하고 신하들로부터 조하를 받는 등, 공시겆인 국가 행사를 치르던 곳으로 임진왜란후 경복궁 근정전 대신 정전으로 사용되었다.

'인정'은 '어진정치'라는 뜻이며, 인정전은 창덕궁의 법전(法殿)이 된다. 법전은 왕의 즉위식을 비롯하여 결혼식, 세자책봉식 그리고 문무백관의 하례식 등 공식적인 국가 행사 때의 중요한 건물이다

궁궐의 외조권역에서 내조권역을 볼 수없도록 만들었다는 숙정문

왕의 서재겸 사랑채인 낙선재

창덕궁과 창경궁 사이에 위치한 건물로 원래는 창경궁에 속했다 한다.

갑신정변 이후 고종은 낙선재를 집무실로 정하고 대신들과 외국 공사들을 접견하였다. 그 후 조선왕조 마지막 영친왕 이은이 1963년부터 1970년까지 살았으며, 1966년부터 1989년까지는 이방자 여사가 기거하였다.

선정전 내의 용상

왕이 신하와 일상 업무를 논의하던 편전 선정전

선정전 앞 마당의 품계석

가운데 왕이 지나다니는 어도가 있고 양쪽으로 관직에 따라 신하들이 각자의 품계석 앞에 줄을 서서 행사를 진행하는 곳이다.

박석이 깔려있는 인정전의 넓은 마당은 조회가 있었던 뜻으로 흔히 조정이라 부른다.

세세히 잘 알지도 못하는 창덕궁이지만 두 번째 온 길이라 처음만큼 궁궐에 대한 호기심이 많이 줄어 휘잉 덕수궁 한 바퀴를 도는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아 청와대로 행한다.

청와대 가는 길에 만나게 되는 서울교육사박물관

서울 국립현대미술관

교육사박물관 역사박물관등과 함께 한 번 가보고 싶는 곳들이다.

경복궁 위 쪽의 국립민속박물관 돌담을 따라 은행잎이 아름답게 물든 도로를 지난다.

녹지원 상춘재등이 있는 본관으로 들어가는 입구

오후 3시까지만 가능한 출입시간 30분이 지났으므로 아쉽게도 관람은 다음 기회로 잡아야 한다.

청와대

오후 3시가 넘어 출입이 제한되어 춘추관과 마당만 밟은 채 본관, 관저,상춘재,침류각등은 보지도 못하고 돌아와야 햤다.청와대 뒷 산길로 북악산행도 출입 시간이 넘어 가질 못한다. 오전에 길을 잘 못들어 경동시장으로 간 시간이 너무 많이 걸렸다.

아쉬운 마음으로 돌아 선다.

다시 국립민속박물관을 거쳐 경복궁 버스 정류소로 향한다. 트랭글이 꺼졌다 켜졌다를 반복하더니 결국은 창덕궁을 걷는 동선은 기록이 되지 않아 적어도 1km는누락이 되어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