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냐 제주 퉈 중편으로 이어짐돠.
그런데 이상하네요. 한창 볼펜 갖고 먹던 시절
기억력이 왕성해 원고지 기백장도 단숨에 날렸는데
오매 이상하네요. 기억이 도통 안나네요.
제주에 간 분들 빼먹은 거 있으면 그때 그때 리플 달아주세여~~~~~~
제주 도착 이틀째, 8월16일 오전 7시 그레이스호텔 주차장 앞.
오토바이 타는 재미에 전날이 광복절이란 사실을 단 한 번도
못느꼈슴돠. 뚜두는 전날 아이스크림에다가 돼지고기 먹은 것이
아다리가 되는 바람에 집합 시간에 가장 늦게 나왔슴돠. 음냐
티비에서 비가 온다는 예보를 들었지만 정작 하늘은 맑았슴돠.
일행은 제주의 서쪽 해안도로를 돌기로 했슴돠.
도두항(도두? 뚜두?)의 한 음식점에서 큰놈이 맛있다고
노래 부른 '성게국'을 한그릇씩 뚝딱 해치웠슴돠.
주인아주머니가 갈치를 맛나게 튀겨내와 큰놈 밥 반그릇 더 먹었슴돠.
이호해수욕장을 지나 해안도로 길가의 한 카페에 잠시 쉬면서
팥빙수와 오미자차를 마셨슴돠. 갑자기 일행 중 하나가
"돌고래다' 하고 외치는 소리를 듣고 다들 바다 쪽으로 달려갔슴돠.
돌고래가 10여 마리씩 무리 지어 물속을 들락거리며 헤엄쳐 나가고
있었슴돠. 누군가 그럽디다. 제주에서 돌고래 보는게 쉽지 않다고.
라이더스 21, 가는데 마다 행운이 따름돠.
애월을 지나 하림에 들러 목적지인 서귀포 부근의 하늘을 보았슴돠.
먹구름이 햇빛을 가리기 시작했슴돠. 제주는 국지적으로 비가 내리기
때문에 비구름을 피해 다니면 비를 맞지 않을 수 있다더군요.
이때부터 로드마스타 가물치와 비와의 머리 싸움이 시작됐슴돠.
한림을 지나자 마자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슴돠. 일행은 유턴해
바닷가 마을의 한 허름한 횟집에 들어가 회를 먹으며 비를 피했슴돠.
비구름이 어느 정도 걷힌 것을 확인하고 일행은 횟집을 나왔슴돠.
협재해수욕장- 수용횟집- 모슬포 방향으로 쉼없이 달렸슴돠.
비는 커녕 햇빛이 쨍쨍 내리쬐고 있었슴돠.
낮게 둘러쳐진 화산암 돌담과 유채밭, 파란 하늘과 바다
그 가운데로 포장된 까만색의 아스팔트길-
고흐의 까마귀 나는 보리밭 그림에 나오는 풍경 같았슴돠-을
즐겼슴돠. 햇빛이 넘 뜨거워 목덜미가 타는 듯 했슴돠.
제주는 공기가 맑아서인지 할리 배기음이 더욱 멋지게 들렸슴돠.
혼다의 골딩과 야마하의 롯스타, 그리고 울트라의 오리지널
머플러가 중간에 끼여 그 소리가 이렇게 들렸슴돠.
두두두두다다다다다다슁슁슁쉐에에엥티티티티타타타타샤샤샤샤샤
내년에는 전기종을 모두 할리로 해야겠슴돠.
모슬포항을 거쳐 서부산업도로-중산간도로로 해서 1100고지를
향해 내달렸슴돠. 가파르게 구부러진 길과 평탄한 길이
번갈아 나오는 1100 고지. 햇빛은 구름에 가렸고
산이슬이 서려 서늘한 기운이 감돌았슴돠.
더위에 지친 얼굴 피부가 촉촉해지고 몸에 생기가 돌았슴돠.
어느새 아쉽게도 고지에 다다랐고 일행은 팔각정 휴게소
계단에 앉아 꽈배기와 오꼬시를 먹으며 눈앞에 펼쳐진
연두색과 진녹색이 어우러진 넓은 숲을 감상했슴돠.
숲 위로 엷고 하얀 구름이 덮여 있어 초록색 비단 이불을
보는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슴돠. 한라산 백록담도 보였슴돠.
1100고지의 중간 지점에 도깨비 도로가 있슴돠. 호기심이
만빵인 뚜두가 칡차 파는 가게 주인에게 자전거를 빌려타고
실제로 역주행 현상이 일어나는지를 실험해보더군요.
도깨비도로에 대한 구구한 설명들이 난무하는 가운데 큰놈은
묵묵히 제주의 명물 보리빵을 씹고 있었슴돠.
일행은 박정희가 죄수들을 동원해 포장했다는 5 16도로를 탔슴돠.
봄에 왔을 때는 길가 나무들이 형형색색이더니만 이번에는
온통 진녹색의 옷을 갈아 입고 있었슴돠. 대신 성성했던
나무잎들이 무성한 덕에 나무터널이 제대로 구실을 하고 있었슴돠.
역시 5 16 도로하면 나무터널이 장관이지요.
들르는 곳마다 주전부리를 넘해 모두들 배가 더부룩 해 점심은
생략하기로 했슴돠. 오후 4시, 숙소에 들어가기도 뭐한 애매한 시간,
갑작스런 뚜두의 수영 제안에 미친듯이 표선해수욕장으로 향했슴돠.
김종윤사장 부인만 빼고 일행은 수영팬티 차림으로 물속에
뛰어 들었슴돠. 200여미터까지 수심이 무릎 위 정도 밖에 오지
않았슴돠. 보드라운 모래가 발바닥을 간지럽히는 바다 속을 걸었슴돠
흰색 수영모자를 쓴 김 회장님(준비성에 놀라울 따름임돠)은
먼바다까지 걸어나가 혼자 수영을 즐겼슴돠.
일행은 홀쭉해진 배를 안고 샘밭이 예약해놓은 서귀포 시내의
숙소(대명그린빌)를 찾아 들어가 짐만 풀고는 곧바로 숙소를 나와
제주 호그회장(김정대)을 만났슴돠.
다들 아시다시피 라이더스 21의 회장님은 곧 한국의 할리데비이슨
라이더들의 모임인 호그의 회장님이십니다. 따라서 호그 회장님이
제주에 떴다는 정보를 비밀리에 접수한 제주 호그 회장이
회장님을 영접하러 나온 것임돠.
(흐흐흐 거창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실은 걍 서울에서 온
할리 타는 사람이 제주에서 할리 타는 사람을 만난 것임돠.)
제주 호그회장의 안내로 일행은 시내의 한 일식집에 들어가
감성돔회를 비롯한 맛난 음식을 대접 받았슴돠.
(미리 제주회장이 음식값을 계산해놓은 바람에
그만 얻어 먹는 불상사가 일어났슴돠. 여기서 잠깐!
라이더스 21은 아무데서나 얻어먹는 거지 근성 절대 없슴돠)
제주 호그회장은 우리 일행이 신선한 제주의 회를 맛보도록 하기 위해
미리 음식점의 배 들어오는 시간에 맞추어 우리 일행을
횟집에 안내하는 등 세심한 정성을 보였슴돠.
40대 초반의 호리호리한 외모에 지식인의 인상을 풍기는
예의 바른 분이었슴돠. 서울에서 살다가 10여년 전 제주로 내려와
농사를 짓는다고 합니다. 할리를 탄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고 함돠.
김정대 회장은 "제주에 할리 타는 이는 20여명 정도이고, 이렇게
많은 수의 할리 회원이 오토바이를 타고 제주에 오기는 첨이며
그래서 반갑고 놀랍고 또 반갑다"고 말했슴돠.
일행은 뿌듯한 마음으로 숙소로 돌아와 가물치와 큰놈방에 모여
티비의 일기 예보를 보며 다음날 퉈에 대한 얘기를 했슴돠.
역시 비가 온다는 예보였지만 아무도 이를 믿지 않았슴돠.
제주에서의 이틀째 퉈 역시 보람 찬 퉈였슴돠.
다음날 8월17일, 제주에서의 사흘째날임돠.
전날 만난 제주 회장이 국내 희귀종인 일렉트라로드글라이드를 타고
아침에 호텔로 찾아와 일행을 이끌고 제주 사람만이 찾아갈 수 있는
볼만하고 달릴만한 코스로 일행을 안내했슴돠.
그가 안내한 도로 중 백미는 남쪽 제주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산록도로와 516 도로에서 좌회전해 들어간 교래였슴돠.
자로 잰듯한 촘촘한 간격으로 오랜세월을 자라온 침엽수림이 장대처럼
쭉쭉 뻗은 숲속으로 난 도로를 다다다다하고 달리자 서울에서
관광 온 이들이 박수를 치며 환영해주었슴돠.
큰놈 맨눈으로 경치를 보고 싶어 고글을 슬쩍 벗었슴돠.
얼마나 공기가 맑고 깨끗한지 60킬로로 달려도 눈에 티끌 하나
날아들어오지 않더군여. 뚜두는 "서울에선 비염으로 고생했는데
여기서는 하루종일 타도 코가 괜찮아요"라고 하더군요.
1112번도로 상의 자그마한 음식점에 들어가자마자 몇몇
남자들은 웃옷을 벗어 제치고 등목을 했슴돠.
들깨수제비와 비빔밥, 누룽지 등으로 간단히 점심을 먹고
교래의 서늘한 숲 기운을 다시 한 번 더 느끼려고
재차 교래에 들렀슴돠.
큰놈이 한 나무그루터기에 앉은 모습을
본 일행이 깜짝 놀라며 다들 "곰이닷"하고 외마디를 치더군여.
숲속에서 큰놈의 웅크린 모습이 곰처럼 비쳐졌나 봅니다.
그러자 누군가가 큰놈의 아디를 '아주큰놈'에서 '아주큰곰'으로
바꾸라고 조크해 다들 박장대소했슴돠.
음냐 갑자기 쓰기 싫어졌슴돠. 내일 써야겠슴돠.
중편 끄으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