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트막한 사랑
강현철
사랑 하나 갖고 싶었네
언덕 위의 사랑이 아니라
태산준령 고매한 사랑이 아니라
갸우듬한 어깨 서로의 키를 재며
경계도 없이 이웃하며 사는 사람들
웃음으로 넉넉한
사랑 하나 갖고 싶었네
매섭게 몰아치는 눈보라의 사랑이 아니라
개운하게 쏟아지는 장대비 사랑 아니라
야트막한 산등성이
여린 풀잎을 적시며 내리는 이슬비
온 마음을 휘감되 아무것도 휘감은 적 없는
사랑 하나 갖고 싶었네
이제 마를대로 마른 뼈
그 옆에 갸우뚱 고개를 들고 선 참나리
꿀 좀 핥을까 기웃대는 일벌
한오큼 얻은 꿀로 얼굴 한번 훔치고
하늘로 날아가는
사랑 하나 갖고 싶었네
가슴이 떨 만큼 다 뛰어서
짱뚱어 한 마리 등허리도 넘기 힘들어
개펄로 에돌아
서해 긴 포구를 잦아드는 밀물
마침내 한 바다를 이루는
<자연 속에서 읽는 한편의 시> 중에서
집에서 걸어서 갈 수 있는 원도봉산에 올랐습니다.
요 며칠 내내 눈이 내렸었습니다.
오늘이 아닌 어제 산에 올랐다면 훨씬 보기 좋았겠지만
오늘만 해도 너무 너무 멋드러진 설경을 내보인 원도봉산에 올랐습니다
퇴근할 때 외곽순환도로에서 본 도봉산 설경.
저 풍경을 보고 어찌 방콕할 수가 있을까.
'눈물'입니다.
눈이 녹아서 바위틈에 스며들고 나무뿌리 휘돌아온
맑디맑은 원도봉산의 눈물입니다.
원도봉산 초입부터 사진을 찍으면 너무 무거울 것 같아서,
혹은 초입부터 찍다보면 좀 더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멋진 장면이 나올텐데,
욕심 내지 말자고 다짐했건만...
아주 많지는 않았지만 부지런을 떤 이들의 발자국을 따라갑니다.
환상적인 설경을 대하 눈이 휘둥그레해집니다.
지난 번에 발왕산에 갔을 때는 너무 추워서 그 아름다운 설경을
여유있게 즐기지 못했었지만
오늘은 서두를 것이 없었습니다.
좋은 장면이 나오면 장승처럼 서서 나도 나무가 됩니다.
잔가지는 잔가지 대로,
굵은 가지는 굵은 대로 감탄사가 절로 나옵니다.
두꺼비바위와 하늘.
그렇게 흐렸던 하늘이 맑게 개었습니다.
눈의 무게로 저 굵은 나무가 휘어졌습니다.
'문득 아름다운 것과 마주쳤을 때
지금 곁에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떠오르는 얼굴이 있다면 그대는
사랑하고 있는 것이다.'
이문재-'농담' 중 첫째 연...
태풍에도 끄덕없이 견디어 온
눈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쓰러진 수십 년 된 나무가
등산로를 가로막고 있다.
나는 이렇게 친구가 생각나는데 친구들도 생각나는지...?
이런...안타깝게도 오늘은 망월사까지만 오를 수 있단다.
욕심 같아서는 포대능선으로 해서 자운봉 찍고 도봉산으로 하산했으면
좋았겠지만...어쩔 수 없이.
눈에 눈을 가득 넣고...
천년고찰 망월사에서 바라본 설경
망월사 영산전의 설경.
북한산을 포함해 도봉산 전체의 경치 중에서 여기만큼 기가 막힌
풍경을 보여주는 곳은 없다고 단언합니다.
봄.여름.가을.겨울 계절마다 최고의 풍경을 보여주는 곳입니다.
영산전을 당겨서 보니...
너를 닮은 눈
눈을 닮은 너!
다시 보는 엄홍길 산악인의 업적.
바로 이곳이 3살 때부터 40세까지 살던 집터.
여기서 도봉산과 함께 하며 산과의 연을 맺어온 엄홍길 대장.
그는 세계 최초로 8,000봉 16좌를 완등하는 쾌거를 이뤘다.
첫댓글
순서가 바뀌었습니다.
먼저 '야트막한 사랑'이 2024.2.23일 산에 올랐고
'세월'이 2024.2.25일에 산에 오른 것인데...
저번 주에는 눈이 많이 쌓였지요
어느곳이듣지 참 멋져을거예요
눈 꽃 산행 참 잘했쪄요~~~
얼라?
왜 여기는 답댓글이 빠졌지??
내 눈이 뼜었나?
ㅋ~~
이제 더 이상은 그런 눈을 볼 수 없겠지요.
겨울 오면 눈 속에 빠지고
봄이 오면 꽃 속에 빠지고
여름 오면 물 속에 풍덩 빠지겠지요.
ㆍ
예전에
큰시누이하고 망월사에
갔던 기억을 더듬어 봅니다.
망월사에서 바라보는 경.치. .
참 아름다웠습니다.
가까이 좋은 산이 있으니
대감님은
참 좋은 곳에 사십니다
네. 나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어쩌면 남은 세월 이렇게 살고도 싶습니다.
허나, 사람의 마음이란 어느 때는 쉽게 변하기에
또 다른 마음이 나를 지배할 수도 있지 않을까도 생각합니다.
누구나 눈에 익은 곳이 편안하며
손에 익은 일이 편한 법이겠지요.
그래서 나는 이 의정부 이 집에서 20년도 넘는 세월을 보내고 있고
또 얼마나 여기에 엉덩이 붙이고 살게 될지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