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와 자전거 /다중이
눈이 내리는 날
체크무늬 회색 코트 차림으로 아버지
자전거를 타고 싸리문을 들어오셨다
자랑스럽게도
우리집에 자가용이 생긴 날이었다
아버지는
시골 학교를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셨고
퇴근길엔 동네 사람들과 약주도 한 잔
거나해지면
자차와 함께 길거리 정자에서 잠이 드시기도 했다
어디든 함께하던
아버지의 애착 자전차
반세기도 전에
자가용으로 차박까지 하셨으니
부자 아빠 멋쟁이 프론티어
그런 것도 모르고
깜박거리는 후렛쉬를 들고
외진 곳을 더듬어 찾아 나서기도 했는데
눈이 수북하게 내리는 날
명암저수지 도로가에서
자가용을 타고 가시다 넘어지신 후
다시는 자전거를 타지 못하셨다
몸져 누워계실 때
곡기를 끊으실 때쯤일 것이다
반야심경도 바흐도
눈쌀 찌푸리던 아버지
따르릉 따르릉
그 자전거
이제는 내가 타고 골목을 누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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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와 자전거 /다중이
장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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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1.03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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